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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장보리', '모성 신화'에 반기 든 대박 캐릭터(연민정)

타라 2018. 4. 26. 18:27
이유리(연민정 역)에게 MBC '연기 대상' 대상의 영예를 안겨준 드라마 '왔다 장보리(2014)'~


'아내의 유혹(2008~2009)'으로 유명해진 김순옥 작가는 2014년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로 제 2의 전성기를 맞게 되었고, 이후 2015~2016년엔 MBC <내딸, 금사월>, 2017년엔 SBS <언니는 살아있다>를 연타로 히트시키며 '(요즘) 드라마판 막장 문학계에서 내가 제일 잘나가~'를 과시하고 있다. [ 참고로, 순옥 킴 '이대 나온 여자'다. 학벌주의 조장 아님~ 걍 그렇다고.. 뭐, 요즘엔 학벌이 중허지 않은 시대이기도 하고... ]


세 '드라마'의 차이점


왔다 장보리 : '연민정(이유리)'  여성 솔로(1인) 악행극

내딸 금사월 : '오혜상(박세영)-강만후(손창민)'  혼성 듀오 악행극

언니는 살아있다 : '양달희(솜)-이계화(양정아)-구세경(손여은)'  여성 트리오 악행극


캐릭터가 제일 히트 쳐서 강해 보이지만, 실은 이 중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이유리) 악행의 강도가 제일 약한 것이었다. 연민정은 어린 시절 가난에 포한 진 까닭에, 그저 부잣집에 시집 가서 떵떵거리며 잘 살고 싶었을 뿐.. 


그런데, 부자라고 꼬신 선배네 집이 하필 '임신 공격' 중에 망해 버려서..;; 오랫동안 공들여서 '비술채 양딸' 되었는데, 하필 자기 엄마 국밥집에서 더부살이 하던 애가 '비술채 친딸'로 드러나 자기 자리 위협하니까.. 이후 악행의 길로~ 그러면서, 자신에게 '배신 당한 남자 문지상(성혁)'한테 틈틈이 갈굼 당함.


왔다 장보리 초반부 캐리 : 보리보리(오연서)-찌끄레기 검사(김지훈)-영숙(임도윤) & 찰진 전라도 사투리, 국밥집 어메(황영희)

왔다 장보리 후반부 하드 캐리 : 연민정(이유리)-문지상(성혁)-비단(김지영)

왔다 장보리 악녀 몰락의 결정적 기여 캐릭터 : 연민정의 우리 JE(오창석)


약간 고상한 척 하면서 '막장 드라마'에 대해 과민 반응 보이는 이들이 있던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나 싶다. 우리 사는 현실 세계는 더 막장인 것을~(알고 봤더니, TV극을 통해 선보인 '막장 스토리'는 현실을 그나마 순화해서 보여준 것이었던 것이었다. TV극에 나오는 회사 싸모님들 진상도 현실 속 싸모님들 '진상 떠는 모습'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었고...)


'TV 드라마' 원래 고상한 장르가 아닌데, 거기서 뭔 차원을 따지고 수준을 따지겠나-(많은 대중들에게 큰 즐거움 주고 재미있으면 된 것이지...) 그럼 '순수 문학'은 고상한가 하면, 전혀 그러하지 않다는 걸 우린 얼마 전 <미투 운동>을 통해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불멸의 예술 작품을 쓰는 존엄한 작가 나으리신 줄 알았더니만, 알고 보니 행실 개차반의 '위선자! 위선자! 위선자!'..였다는 걸 온몸으로 증명해 보인 인생을 구경하면서...


재미나게 꾸며진 얘기의 'TV 막장 드라마'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즐기면서 보면 될 듯~


"(마이 프레셔스~) 네가 그 용보구나..!"


(그 시간대는, 무슨 관행처럼 8시~9시까지 하는 KBS 주말극이 다 해먹는 시간대라) MBC 8시 45분 타임 주말극이 원래 그런 스코어 찍기 쉽지 않은데, 막장 드라마스럽긴 해도 어쨌든 김순옥 작가의 <왔다 장보리(2014년)>는 막방 시청률 37.3% 기록했고(<내 딸 금사월>은 10시 타임대였던 걸로 기억) 이후로 그 시간대에 그런 성적 나오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또한, 극 후반부를 하드 캐리했던 '찰진 연기' 이유리(연민정)는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로 그해 MBC 연기 '대상'을 받고 방송 3사 PD가 뽑은 '올해의 연기자상'도 수상하였다.


이후에 나온 <내 딸, 금사월>, <언니는 살아있다>도 나름 성적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왔다 장보리>가 가장 재미있었다. 1시간이 10분처럼 느껴질 정도로 몰입감 뛰어나고, 보고 있으면 염통이 쫄깃해지던 드라마~ 그래서 52부작 장편이었음에도 성인 연기자 등장 이후 주말 8시 50분만 되면 (다른 약속 안잡고) <왔다 장보리>를 보기 위해 TV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던...(그 해, 다른 드라마는 그렇게 열심히 안봤으면서~) 아, 물론 이런 류의 드라마 볼려면 '내공'이 좀 필요하다. 극 중 인물들 상황에 너무 감정 이입하지 말고 '극이 끝남과 동시에 바로 현실의 나로 돌아올 줄 아는 내공'~(안 그럼, 속 터져 죽음 ;; 주인공이 맨날 당해서...)


<아내의 유혹>도 크게 성공한 드라마였지만, 일일극이라 그런지 드라마의 미술적인 부분은 좀 촌스러운 감이 있었다. 세트장 촬영도 많았고... 그에 반해 <왔다 장보리>는 야외 촬영 비중도 큰 편이었고, 주 소재 자체가 '한복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여서 미술적인 부분도 꽤 볼 만했으며, 연출도 괜찮은 편이고, 등장 인물들 비주얼적인 부분도 좋았다. 매회 긴박감 넘치는 '엔딩 브.금(BGM)'도...



주요 남자 캐릭터로 김지훈, 오창석, 성혁 등이 등장하는데, 다 각각의 개성으로 '잘생긴 남자들'이어서 <왔다 장보리> 시청하는 동안 훈훈한 맘이 들었다. 그리고,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의해 극 초반엔 오연서와 이유리가 의도적인 '촌스럼'으로 등장했다가 극 후반부로 갈수록 (둘 다 부잣집 작은 사모님 되니까) 점점 세련되어지고 예뻐지는데, 그 모습도 꽤 볼 만하다.


이 드라마에서의 '연민정' 캐릭터는 여러 면에서 특이하다. 그 전후에 '생모가 자기 딸인 줄 모르고 여주인공을 괴롭혀 오다가, 나중에 친딸 사실 알고서 땅을 치며 후회하는 설정'의 드라마가 많이 나온 걸로 아는데, <왔다 장보리> 연민정(이유리)의 경우 비단이(김지영)가 자기 딸인 걸 알게 되었을 때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연민정이 사이코냐 하면, 그런 건 아니다. 극 초반, 자기 사정으로 딸을 시설에 버리려 했을 때 연민정의 매우 슬퍼하는 모습(결국 연민정 친모=국밥집 어메가 외손녀인 비단이를 데려와 보리한테 키우게 함), 후반부에 비단이가 예쁜 짓 하니까 잠시 흔들리는 연민정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



하지만 궁극적으로 따지면 '별개의 인격'이고 '부모 인생은 부모 인생-자식 인생은 자식 인생'인 건데, 요즘엔 '내 인생'이 더 소중한 부류의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 세태가 약간 반영된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다. 이 극 안의 연민정은 애초에 문지상을 많이 사랑해서라기 보단, 부잣집에 시집가는 게 목표였기에 부자인 그를 꼬셔서 동거까지 했고 임신하게 되었다. 호적 상 '고아' 출신으로 되어 있어서, 그 집에서 반대하면 애를 핑계로 어떻게든 결혼해 볼려고...(그래서, 동거 중임에도 '피임'을 소홀히 했겠지?)


그런데 문지상네 집이 쫄딱 망해 버려서, 연민정 입장에선 더이상 그와의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고 뱃 속의 '아이' 또한 자기 인생을 가로막는 성가신 존재가 되어버렸다. 문지상 집이 망한 이상 다른 '부자 남자'와 또 사귄 후 결혼해야 하는데, 아이가 있으면 그리 되기 힘드니 말이다.


물론 도덕적으로 나쁘다- 나중에 비단이가 자기 친딸인 걸 알게 되었을 때에도 '(쟤가) 내 뱃속에서 나오긴 했지만, 이젠 나와 원수가 된 문지상(성혁)의 핏줄이자 나와 앙숙인 보리(오연서)가 키운 애다~' 하면서 자기 친딸도 생까는 모습을 보였으니... 하지만 '드라마 캐릭터'로선 좀 신선한 감이 있었다.


토스트 :
'문지상'을 토스트에 빙의시켜 독설 내뱉기


왜냐하면.. (그것이 지배층의 설계인지는 몰라도) 국내 드라마에선 오래 전부터 '모성 신화'를 지나치게 강조한 면이 있다. 허나, 현실적으론 '드라마에서 좀 미화된 모성 신화'와 다르게 산후 조리원이나 병원의 산과에 가보면 '산후 우울증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그렇게 많다는 현장 조사 결과가 있었더랬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출산하는 여성은 여러 의사/간호사들 앞에서 '도살장의 소 모드'로 변하는 끔찍한 체험을 하기도 하고, 호르몬의 영향으로 울적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외형도 많이 변화되고, 건강도 나빠지고 하니까... 체력도 약해지고~) 


해서.. 매체에서 강조하는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끼거나 '모성애 퐁퐁' 샘솟는 건 먼 나라 얘기고, 실제론 '그 생명을 평생 책임져야 된다는 압박감'에 짓눌려 우울해 하는 여성들도 꽤 많다고 한다. 그에 반해, 대중적 매체에서 여성들의 '모성 본능'을 극 신화화하며 자꾸 강조하니까 그런 감정이 막 샘솟지 않는 (출산 후) 여성들 입장에선 더 압박감 느낄 수 있고 위축될 수 있다고 본다. 본인은 '나쁜 엄마'인가 싶어서 그만큼 더 자괴감 & 우울감 들 것이고...



드라마 쪽으로 돌아와서.. <왔다 장보리>에 나오는 '연민정'이 도덕적으론 나쁘지만, 이 캐릭터는 워낙에 출세 지향적이고 (어린 시절 '가난하고 힘들게 산 한'으로) 자기 행복이 우선인 인물이다. 뱃속의 딸은 문지상네 집이 망한 후 낙태 수술하려 했지만 '시기'를 놓쳐서.. 이후, 자연 유산시키려고 별의 별짓 다하며 그렇게 용을 썼는데도 뱃속의 아이가 건강하게 살아 남아서 낳게 된 것이었다.(연민정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낳은 거)


실제로 '현실' 속에서 연민정 같은 부류의 여자들이 꽤 있지 않을까 싶다. 시시때때로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이 그걸 뒷받침해 준다. <왔다 장보리> 같은 드라마에선 '연민정의 모성'은 실종되었지만 '문지상의 부성애 넘치는 감동 스토리'를 전면 내세워 극 후반부에 '문지상(성혁)-비단이(김지영)' 부녀가 대단한 활약을 하기도 한다. [ & 장보리-좋은 엄마/연민정-나쁜 엄마/침선장-이상한 엄마 ] 현실에선 '부성애'도 그닥, '모성애'도 그닥인 부모들이 꽤 있나 보더라. 물론 그 반대도 많고...


어쨌든.. 꽤 오래 전부터 신화적 수준으로 미화(?)되었던 '모성애 넘치는 엄마 이야기'를 2014년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히트 캐릭터 연민정을 통해 '풋~'해버리니, 당시에 그런 설정이 꽤 인상적으로 다가왔었다. '세상이 많이 변하긴 했구나' 생각 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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