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의 소설 <몽테 크리스토 백작(Le Comte de Monte-Cristo)>을 잘못 각색해서 스토리가 좀 이상해진 라이선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를 떠올릴 때마다 '좋은 작품이 이렇게 망가질 수 있구나~'란 생각에 울컥한 기분이 들곤 한다. 뒤마의 <몬테 크리스토>는 예전부터 정말 좋아했던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무척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며, 오래 전에 '책'으로 읽었을 때 무척 재미있어 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얼마 전에 한국에서 공연한 라이센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Monte Cristo)>에선 책에서 접했던 그런 류의 흥미진진함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설정 상의 오류가 좀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방대한 분량의 소설 내용'을 2시간 짜리 극인 뮤지컬 안에 담기엔 한계가 있겠지만, 그런 걸 다 감안하고서라도 말이다..
그 이름 '메르세데스'~ : <추노>의 '언년이'보다 더 염치 없는 여주인공 캐릭터가 나타났다?
헌데, 최근에 공연된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이야기에선 전혀 그런 류의 탁월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판 만들면서 따로이 각색을 한 건지, 아니면 스위스 버전을 그대로 따라했는지 모르겠으나 '기본 포맷'은 비슷할 것 같은데, 이 뮤지컬 원판 스토리 자체에 뭔가 한계가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 에드몬드 단테스(=에드몽 당테스)..........류정한, 엄기준, 신성록
● 메르세데스(=민폐 된장녀)..........................옥주현, 차지연
● 몬데고(=페르낭)..............................................최민철, 조휘
● 알버트(=알베르/메르세데스의 패륜 아들)...........김승대, 전동석
● 발렌타인(=발랑티느).....................이미경
● 빌포트(=빌포르)..............................조순창
● 당글라스(=당글라르).....................장대웅
● 파리아 신부.......................................조원희, 이용근
● 루이자(해적)......................................한지연
● 자포코..................................................이정수
● 모렐......................................................김나무
● 앙상블 외 기타
'선원 에드몬드'는 메르세데스를 사랑하는 몬데고와 야심 많은 검사 빌포트, 에드몬드가 선장이 되는 걸 시기하는 당글라스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14년 동안이나 옥살이를 하게 된다. 여기서 '몬데고(페르낭 몬데고)'의 악행의 원인은 분명 에드몬드의 연인인 메르세데스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메르세데스가 에드몬드와 러브러브 하는 게 이 '짝사랑남 몬데고'에겐 견딜 수 없이 힘들고, 친구를 모함할 만큼 심히 질투가 났던 것- 그래서, 그는 주인공 에드몬드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되는데.. 그것에 관한 '선과 악'은 [에드몬드 : 몬데고] 사이에서 성립하는 것이고, 메르세데스의 이야기로 옮겨오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온 '몬데고 집안 사람들'을 속이고.. : 발칙한 여자, 메르세데스의 결혼 사기 행각
잘 관찰해 보면, [메르세데스 : 몬데고]의 관계에선 여주인공인 메르세데스 쪽이 오히려 <악>에 가깝다. '에드몬드 옥살이'에 대한 <가해자>였던 몬데고는 자기 사생활 면에선 '메르세데스가 행한 사기 결혼 행각'의 <피해자>가 된다. 메르세데스는 '단테스 집안 아이를 잉태한 상태'로, 온 몬데고 집안 사람들을 속인 채 몬데고에게 시집을 왔기 때문이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이야기 안에 나오는 여러 정황 상, '아들 알버트가 다 클 때까지 몬데고 집안의 귀부인으로 살아 온 메르세데스'가 결혼 전 '그 사실(몬데고가 아닌 에드몬드의 애를 임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몬데고 집안 사람들에게 밝혔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어느 나라에서든, 두 남녀가 서로 교제하는 '연애'를 넘어서 '결혼'이란 걸 하게 되면 양 집안 사람들이 '사돈지간'이 된다. 어떤 여자가 다른 집안 남자의 애를 밴 상태로 자기 집안에 시집 오는 걸 너그러이 이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헌데, 최근에 공연된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의 여주인공인 '메르세데스'란 여자는 온 집안 사람들을 속이고 결혼하는 그런 '발칙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이다..
가해자 몬데고 → 피해자 몬데고로~ : 천사가 아닌 그가 부인에게 속고 살아왔을 가능성?
여기서 몬데고는 진작에 <알버트가 자기 친아들이 아닌 걸 알고 있었다 or 알버트가 자기 친아들인 줄 착각하고 살아 왔다>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 같던데, 개인적으로 후자 쪽에 더 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연적'인 에드몬드라면 치를 떨고 죄 없는 그를 감옥에서 썩게 만들 정도의 '악당 몬데고'라면, 알버트가 제 아들이 아닌 '에드몬드의 핏줄'이라는 걸 알게 되는 즉시 음모를 꾸며서 그 애를 죽여 버리는 게 '극적인 논리'에 더 들어맞기 때문이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이 극에 나오는 몬데고가 천사처럼 착한 인물도 아닌데, 사랑하는 자기 부인이 '본인이 제일 싫어하는 라이벌 놈(에드몬드)의 아들을 낳아서 소중하게 기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용납할 리 만무하다. 진작에 에드몬드를 제거했듯, 그의 아들 역시 술수를 써서 제거하는 게 이 '몬데고' 캐릭터에겐 더 어울리는 행동이다. 그리고 나서, (어차피 한 집에 사니까) 수단/방법 안 가리고 메르세데스를 덮쳐서 그녀가 (남의 아들이 아닌) 진짜 자기 아이를 낳게 만들었을 것이다.
발가락(?)이라도 자길 닮아서, 친아들인 줄 알고 길러 왔을지도..
헌데 그렇게 하지 않은 걸로 봐서,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안에 나오는 몬데고는 '알버트가 에드몬드의 핏줄인지 이제껏 모르고 살아왔을 가능성' 농후하다.
최초 설정의 오류 : 막장 '몬테 크리스토' 속, 이래도 저래도 답 안 나오는 비호감 여주인공
만일 그게 아니라면, 이 극 자체가 여러 군데에서 논리적으로 꼬여 버린다. 중요한 건.. 이 쪽이든 저 쪽이든, 양 쪽 설정 모두에서 이 극의 여주인공인 메르세데스는 '이 나쁜 x~' 캐릭터가 되어버린다는 것-
애초에 메르세데스가 '에드몬드의 애를 임신한 사실'을 알고 결혼한 거라면 몬데고는 진짜 나쁜 놈이 아닌 <대인배(or 성자)> 캐릭터가 되어 버리고, 그걸 모르고 결혼한 거라 해도 몬데고는 '혼자 애 키우기 싫어서 사랑하지도 않는 몬데고를 아이 아빠로 이용해 먹은 메르세데스'의 <결혼 사기 행각의 피해자 & 불쌍한 놈> 캐릭터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메르세데스는 제대로 '나쁜 여자'가 된다.
무엇보다.. 아이는 보통 여성이 임신한 후 10개월이 지나야 태어나는데 '잡혀가기 전의 에드몬드와 관계해서 임신한 메르세데스'가 그 아이를 몬데고의 아이처럼 위장해서 살려면, 에드몬드가 기소된 후 얼마나 '속전속결로 딴 남자(몬데고)와 결혼'했다는 것인지..?
최대한 봐줘서 '알버트'가 몬데고의 일가 친척들에겐 10개월 다 못 채우고 '7개월 만에 태어난 칠삭동이'로 알려졌다 해도, 메르세데스는 <사랑하는 애인 에드몬드가 죽었다는 (가짜) 소식을 접한 후 '최소 3개월 이내'에 다른 남자와 팔락락 결혼해 버린 헤픈 여자>가 되어 버린다. '진짜 많이 사랑했던 애인'이 결혼 앞두고 갑자기 잡혀 들어가서 억울한 사연으로 죽었다면, 한 3년.. 최소 1년 정도는 슬퍼하다가, 그 후에 마음 정리하고 다른 남자와 사귀거나 결혼해야 정상 아닐까..?
안 그래도 매력 없는 여주인공 캐릭터를 더더욱 망가뜨리고, 멀쩡했던 다른 캐릭터도 동반 자폭하게 만드는 '출생의 비밀' 설정~
여러 면에서,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한국판에서 아침 드라마 삘의 '출생의 비밀' 설정을 끌어들이고, 원작과는 달리 알버트를 '에드몬드의 아들'로 설정한 것은 여주인공인 메르세데스 캐릭터에 아무런 도움이 안되고 있다. 오히려 이 극을 다 보고 나면 '실컷 키워 준 의붓 아들에게 죽임을 당한 악당 몬데고'가 불쌍하게 느껴지고, '20년 가까이 시댁 식구를 속여 왔으면서 부자 옛 애인 나타났다고 (초혼도 아니면서 마치 처녀인 것마냥) 쪼르르 쫓아가 제 행복만 챙기며, 이제껏 남탓만 해 온 메르세데스'가 좀 재수없게 느껴진다.
기본적으로, 악당에게도 '순정'은 있는 법이다. 그리고, 속설에 <원래 남한테 못된 것들이 자기 가족(부모, 형제, 남편, 부인, 자식 등..)한텐 더 잘한다~>는 말도 있다. 애초에 몬데고란 인물은 '연적'인 에드몬드에게 몹쓸 짓을 한 것이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이자 정식 결혼해서 부인이 된 '메르세데스'에게는 나름 잘해주었을 것이다. 그랬던 그들 '몬데고 & 메르세데스 부부의 결혼 생활'이 불행해지고, 몬데고가 밖으로만 나돌면서 여자 관계가 복잡해진 데에는 '메르세데스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다.
이 극 안의 메르세데스는 처음부터 홀어머니 슬하에 자라게 될 자기 아들(& 에드몬드의 아들) 알버트를 양부모 밑에 자라게 할려고 <'아이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몬데고'를 제 아들의 아버지로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 사실을 속이고 결혼했을 뿐, 혼인 직후 당췌 몬데고에겐 '부부의 일방'으로서 곁을 주지 않은 채 옛 남자만 그리워하며 살았으니 말이다..
요상한 막장 주인공 가족 : 남을 이용해 먹는 어머니에, 자기 기만적인 아버지 & 패륜 아들?
처음부터 그를 안 이용하면서 곁을 안 주는 건 상관 없지만, 상대방을 실컷 이용해 먹고 자신의 본분을 다 하지 않는 건 결코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 또한.. 결혼을 안 했으면 모를까, 자기 좋다는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인 뒤 엄연히 '유부녀'의 입장에 있으면서 결혼 내내 '남편이 아닌 딴 남자(옛 사랑)' 생각만 하는 것 또한 '정상적인 부인'의 표본과는 무척 거리가 멀다.
특정인의 <개인사>에 있어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에드몬드의 불행'은 몬데고의 탓이 맞지만, '메르세데스의 결혼 생활이 불행해진 것'은 온전히 몬데고의 탓만이 아니며 '몬데고 또한 메르세데스로 인해 불행한 결혼 생활을 겪어야 했던 피해자'인 것이다.
그렇게.. 여주인공 행실이 안 좋으니까, 왠지 그 나머지 가족(에드몬드 & 알버트)도 같이 도매급으로 넘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이들 또한 잘한 건 없기도 하고... 사실 '용서'란 건 <상대방은 나에게 해를 끼쳤지만, 나는 그에게 해를 안 끼치고 다 포용하면서 너그러이 이해했을 때 쓸 수 있는 말>인데..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안에 나오는 주인공 '에드몬드'의 경우엔, 자기는 실컷 몬데고를 망하게 해 놓구선 나중에 가서 아닌 척 하면서 '자신을 향해 죽자고 덤벼드는 그(몬데고)'에게 새삼스럽게 '용서'의 미덕을 권하기 때문이다..(다 똑같은 복수이거늘~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
또한.. 주인공 에드몬드(몬테 크리스토 백작) & 메르세데스의 친아들인 알버트는 '키워 준 아버지를 자기 손으로 죽여 버리는 패륜 행각'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굳이 핏줄로 얽힌 친아버지 뿐 아니라, 의붓 아버지를 죽이는 것도 엄연히 '존속 살해'에 속하는 걸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키운 정'도 '낳은 정'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딱히 큰 정이 없어도, 그리 오랜 세월 동안 '부모-자식 사이'로 살아왔다면 엄연히 '가족'인 셈이다. 가족이 가족을 죽이는 건, 어떤 경우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보다 더 찜찜할 순 없는 결말 : '가증스런 주인공 가족'의 우스꽝스런 억지 해피 엔딩
어차피 누구 한 사람 죽어야 된다면, 차라리 '악역'으로 설정된 캐릭터(몬데고)가 치정에 의한 복수 명분을 지니고 '살인자' 되는 게 낫지.. 선하게 살아 온 제 3자(알버트)를 졸지에 <이제껏 함께 살아온 가족, 더더군다나 자기를 길러 준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 & 패륜 아들>로 만들어 놓구선 '이 극은 주인공 가족이 행복해지는 해피 엔딩이에요~'라고 어필하려는 건 그 모양새가 이상해도 한참 이상하다는 것-
악행을 저지른 '몬데고가 마지막에 가서 죽는 것'은 정해진 결말인 채로, 주인공 에드몬드가 '용서'나 '화해'를 말하는 이 뮤지컬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도 '알버트'는 (에드몬드의 친아들이 아닌) 몬데고의 친아들인 게 훨씬 낫다.
그런데.. 얼마 전에 한국에서 공연한 라이센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Monte Cristo)>에선 책에서 접했던 그런 류의 흥미진진함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설정 상의 오류가 좀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방대한 분량의 소설 내용'을 2시간 짜리 극인 뮤지컬 안에 담기엔 한계가 있겠지만, 그런 걸 다 감안하고서라도 말이다..
그 이름 '메르세데스'~ : <추노>의 '언년이'보다 더 염치 없는 여주인공 캐릭터가 나타났다?
헌데, 최근에 공연된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이야기에선 전혀 그런 류의 탁월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판 만들면서 따로이 각색을 한 건지, 아니면 스위스 버전을 그대로 따라했는지 모르겠으나 '기본 포맷'은 비슷할 것 같은데, 이 뮤지컬 원판 스토리 자체에 뭔가 한계가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전반적으로 아쉬운 대목이 많지만, 그 중에서 가장 난해한 대목은 여주인공 '메르세데스'에 관한 부분이다. <몬테 크리스토(Monte Cristo)>란 작품 안에 나오는 '메르세데스'는 원작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별로 각광받지 못했던 매력 없는 여주인공이다. 옛날의 남자 작가들이 묘사해 놓은 여주인공 캐릭터는 죄다 그런 경향이 있긴 한데.. 이 '메르세데스' 역시 전형적으로 수동적이고, 여자들 입장에서 봤을 때 별로 마음이 안 가는 그런 캐릭터인 것이다.
막장 아침 드라마 삘의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 쟤(에드몬드)가 니 애비다~
그런데,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에선 안 그래도 매력 없는 그 '메르세데스' 캐릭터를 더더욱 재수없게 만들어 놓았다. <몬테 크리스토> 한국어 버전을 보면, TV 아침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출생의 비밀' 설정이 나온다. 원작 소설 <몬테 크리스토>와는 다르게, 악역 몬데고와 메르세데스 사이에서 길러진 아들 '알버트'가 알고 보면 에드몬드 단테스(몬테 크리스토 백작)의 아들인 걸로 밝혀지는 것이다.
한국판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이야기에선, 이 대목에서부터 많은 것들이 꼬여 버린다. 이 최초 설정의 '논리적 오류'로 인해 '선역'이 선역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써 '악역'에게 더 감정 이입이 되고, 결말부 선역의 해피 엔딩이 별로 산뜻하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 스위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라이센스 한국 공연 캐스팅 -
● 에드몬드 단테스(=에드몽 당테스)..........류정한, 엄기준, 신성록
● 메르세데스(=민폐 된장녀)..........................옥주현, 차지연
● 몬데고(=페르낭)..............................................최민철, 조휘
● 알버트(=알베르/메르세데스의 패륜 아들)...........김승대, 전동석
● 발렌타인(=발랑티느).....................이미경
● 빌포트(=빌포르)..............................조순창
● 당글라스(=당글라르).....................장대웅
● 파리아 신부.......................................조원희, 이용근
● 루이자(해적)......................................한지연
● 자포코..................................................이정수
● 모렐......................................................김나무
● 앙상블 외 기타
'선원 에드몬드'는 메르세데스를 사랑하는 몬데고와 야심 많은 검사 빌포트, 에드몬드가 선장이 되는 걸 시기하는 당글라스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14년 동안이나 옥살이를 하게 된다. 여기서 '몬데고(페르낭 몬데고)'의 악행의 원인은 분명 에드몬드의 연인인 메르세데스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메르세데스가 에드몬드와 러브러브 하는 게 이 '짝사랑남 몬데고'에겐 견딜 수 없이 힘들고, 친구를 모함할 만큼 심히 질투가 났던 것- 그래서, 그는 주인공 에드몬드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되는데.. 그것에 관한 '선과 악'은 [에드몬드 : 몬데고] 사이에서 성립하는 것이고, 메르세데스의 이야기로 옮겨오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온 '몬데고 집안 사람들'을 속이고.. : 발칙한 여자, 메르세데스의 결혼 사기 행각
잘 관찰해 보면, [메르세데스 : 몬데고]의 관계에선 여주인공인 메르세데스 쪽이 오히려 <악>에 가깝다. '에드몬드 옥살이'에 대한 <가해자>였던 몬데고는 자기 사생활 면에선 '메르세데스가 행한 사기 결혼 행각'의 <피해자>가 된다. 메르세데스는 '단테스 집안 아이를 잉태한 상태'로, 온 몬데고 집안 사람들을 속인 채 몬데고에게 시집을 왔기 때문이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이야기 안에 나오는 여러 정황 상, '아들 알버트가 다 클 때까지 몬데고 집안의 귀부인으로 살아 온 메르세데스'가 결혼 전 '그 사실(몬데고가 아닌 에드몬드의 애를 임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몬데고 집안 사람들에게 밝혔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어느 나라에서든, 두 남녀가 서로 교제하는 '연애'를 넘어서 '결혼'이란 걸 하게 되면 양 집안 사람들이 '사돈지간'이 된다. 어떤 여자가 다른 집안 남자의 애를 밴 상태로 자기 집안에 시집 오는 걸 너그러이 이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헌데, 최근에 공연된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의 여주인공인 '메르세데스'란 여자는 온 집안 사람들을 속이고 결혼하는 그런 '발칙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이다..
가해자 몬데고 → 피해자 몬데고로~ : 천사가 아닌 그가 부인에게 속고 살아왔을 가능성?
여기서 몬데고는 진작에 <알버트가 자기 친아들이 아닌 걸 알고 있었다 or 알버트가 자기 친아들인 줄 착각하고 살아 왔다>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 같던데, 개인적으로 후자 쪽에 더 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연적'인 에드몬드라면 치를 떨고 죄 없는 그를 감옥에서 썩게 만들 정도의 '악당 몬데고'라면, 알버트가 제 아들이 아닌 '에드몬드의 핏줄'이라는 걸 알게 되는 즉시 음모를 꾸며서 그 애를 죽여 버리는 게 '극적인 논리'에 더 들어맞기 때문이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이 극에 나오는 몬데고가 천사처럼 착한 인물도 아닌데, 사랑하는 자기 부인이 '본인이 제일 싫어하는 라이벌 놈(에드몬드)의 아들을 낳아서 소중하게 기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용납할 리 만무하다. 진작에 에드몬드를 제거했듯, 그의 아들 역시 술수를 써서 제거하는 게 이 '몬데고' 캐릭터에겐 더 어울리는 행동이다. 그리고 나서, (어차피 한 집에 사니까) 수단/방법 안 가리고 메르세데스를 덮쳐서 그녀가 (남의 아들이 아닌) 진짜 자기 아이를 낳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 극 안에 나오는 몬데고는 자기랑 전혀 안 닮은 아들 알버트가
발가락(?)이라도 자길 닮아서, 친아들인 줄 알고 길러 왔을지도..
헌데 그렇게 하지 않은 걸로 봐서,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안에 나오는 몬데고는 '알버트가 에드몬드의 핏줄인지 이제껏 모르고 살아왔을 가능성' 농후하다.
최초 설정의 오류 : 막장 '몬테 크리스토' 속, 이래도 저래도 답 안 나오는 비호감 여주인공
만일 그게 아니라면, 이 극 자체가 여러 군데에서 논리적으로 꼬여 버린다. 중요한 건.. 이 쪽이든 저 쪽이든, 양 쪽 설정 모두에서 이 극의 여주인공인 메르세데스는 '이 나쁜 x~' 캐릭터가 되어버린다는 것-
애초에 메르세데스가 '에드몬드의 애를 임신한 사실'을 알고 결혼한 거라면 몬데고는 진짜 나쁜 놈이 아닌 <대인배(or 성자)> 캐릭터가 되어 버리고, 그걸 모르고 결혼한 거라 해도 몬데고는 '혼자 애 키우기 싫어서 사랑하지도 않는 몬데고를 아이 아빠로 이용해 먹은 메르세데스'의 <결혼 사기 행각의 피해자 & 불쌍한 놈> 캐릭터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메르세데스는 제대로 '나쁜 여자'가 된다.
무엇보다.. 아이는 보통 여성이 임신한 후 10개월이 지나야 태어나는데 '잡혀가기 전의 에드몬드와 관계해서 임신한 메르세데스'가 그 아이를 몬데고의 아이처럼 위장해서 살려면, 에드몬드가 기소된 후 얼마나 '속전속결로 딴 남자(몬데고)와 결혼'했다는 것인지..?
최대한 봐줘서 '알버트'가 몬데고의 일가 친척들에겐 10개월 다 못 채우고 '7개월 만에 태어난 칠삭동이'로 알려졌다 해도, 메르세데스는 <사랑하는 애인 에드몬드가 죽었다는 (가짜) 소식을 접한 후 '최소 3개월 이내'에 다른 남자와 팔락락 결혼해 버린 헤픈 여자>가 되어 버린다. '진짜 많이 사랑했던 애인'이 결혼 앞두고 갑자기 잡혀 들어가서 억울한 사연으로 죽었다면, 한 3년.. 최소 1년 정도는 슬퍼하다가, 그 후에 마음 정리하고 다른 남자와 사귀거나 결혼해야 정상 아닐까..?
안 그래도 매력 없는 여주인공 캐릭터를 더더욱 망가뜨리고, 멀쩡했던 다른 캐릭터도 동반 자폭하게 만드는 '출생의 비밀' 설정~
기본적으로, 악당에게도 '순정'은 있는 법이다. 그리고, 속설에 <원래 남한테 못된 것들이 자기 가족(부모, 형제, 남편, 부인, 자식 등..)한텐 더 잘한다~>는 말도 있다. 애초에 몬데고란 인물은 '연적'인 에드몬드에게 몹쓸 짓을 한 것이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이자 정식 결혼해서 부인이 된 '메르세데스'에게는 나름 잘해주었을 것이다. 그랬던 그들 '몬데고 & 메르세데스 부부의 결혼 생활'이 불행해지고, 몬데고가 밖으로만 나돌면서 여자 관계가 복잡해진 데에는 '메르세데스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다.
이 극 안의 메르세데스는 처음부터 홀어머니 슬하에 자라게 될 자기 아들(& 에드몬드의 아들) 알버트를 양부모 밑에 자라게 할려고 <'아이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몬데고'를 제 아들의 아버지로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 사실을 속이고 결혼했을 뿐, 혼인 직후 당췌 몬데고에겐 '부부의 일방'으로서 곁을 주지 않은 채 옛 남자만 그리워하며 살았으니 말이다..
요상한 막장 주인공 가족 : 남을 이용해 먹는 어머니에, 자기 기만적인 아버지 & 패륜 아들?
처음부터 그를 안 이용하면서 곁을 안 주는 건 상관 없지만, 상대방을 실컷 이용해 먹고 자신의 본분을 다 하지 않는 건 결코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 또한.. 결혼을 안 했으면 모를까, 자기 좋다는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인 뒤 엄연히 '유부녀'의 입장에 있으면서 결혼 내내 '남편이 아닌 딴 남자(옛 사랑)' 생각만 하는 것 또한 '정상적인 부인'의 표본과는 무척 거리가 멀다.
특정인의 <개인사>에 있어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에드몬드의 불행'은 몬데고의 탓이 맞지만, '메르세데스의 결혼 생활이 불행해진 것'은 온전히 몬데고의 탓만이 아니며 '몬데고 또한 메르세데스로 인해 불행한 결혼 생활을 겪어야 했던 피해자'인 것이다.
그렇게.. 여주인공 행실이 안 좋으니까, 왠지 그 나머지 가족(에드몬드 & 알버트)도 같이 도매급으로 넘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이들 또한 잘한 건 없기도 하고... 사실 '용서'란 건 <상대방은 나에게 해를 끼쳤지만, 나는 그에게 해를 안 끼치고 다 포용하면서 너그러이 이해했을 때 쓸 수 있는 말>인데..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안에 나오는 주인공 '에드몬드'의 경우엔, 자기는 실컷 몬데고를 망하게 해 놓구선 나중에 가서 아닌 척 하면서 '자신을 향해 죽자고 덤벼드는 그(몬데고)'에게 새삼스럽게 '용서'의 미덕을 권하기 때문이다..(다 똑같은 복수이거늘~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
또한.. 주인공 에드몬드(몬테 크리스토 백작) & 메르세데스의 친아들인 알버트는 '키워 준 아버지를 자기 손으로 죽여 버리는 패륜 행각'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굳이 핏줄로 얽힌 친아버지 뿐 아니라, 의붓 아버지를 죽이는 것도 엄연히 '존속 살해'에 속하는 걸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키운 정'도 '낳은 정'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딱히 큰 정이 없어도, 그리 오랜 세월 동안 '부모-자식 사이'로 살아왔다면 엄연히 '가족'인 셈이다. 가족이 가족을 죽이는 건, 어떤 경우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보다 더 찜찜할 순 없는 결말 : '가증스런 주인공 가족'의 우스꽝스런 억지 해피 엔딩
어차피 누구 한 사람 죽어야 된다면, 차라리 '악역'으로 설정된 캐릭터(몬데고)가 치정에 의한 복수 명분을 지니고 '살인자' 되는 게 낫지.. 선하게 살아 온 제 3자(알버트)를 졸지에 <이제껏 함께 살아온 가족, 더더군다나 자기를 길러 준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 & 패륜 아들>로 만들어 놓구선 '이 극은 주인공 가족이 행복해지는 해피 엔딩이에요~'라고 어필하려는 건 그 모양새가 이상해도 한참 이상하다는 것-
악행을 저지른 '몬데고가 마지막에 가서 죽는 것'은 정해진 결말인 채로, 주인공 에드몬드가 '용서'나 '화해'를 말하는 이 뮤지컬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도 '알버트'는 (에드몬드의 친아들이 아닌) 몬데고의 친아들인 게 훨씬 낫다.
비록 에드몬드(몬테 크리스토 백작)에 의해 쫄딱 망한 몬데고가 죽긴 했어도 <그 악당의 핏줄인 알버트에게 몬테 크리스토 백작이 재산을 나눠주며 살 길을 마련해 주는 결말>이라면, 그거야말로 어떤 면에선 몬데고에 대한 <용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알버트'는 메르세데스의 아들인 것과 더불어 '몬데고의 아들'이기도 해서, 주인공 몬테 크리스토 백작이 결과적으로 자신을 해친 '악당의 후손'이라도 잘 살 수 있게 해준 결말이 될테니 말이다..
하지만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의 지금 스토리에선, 주인공 에드몬드가 라이벌 몬데고를 완전 망쳐 놓구선 마치 자신이 그를 자비로운 마음으로 용서하기라도 했다는 듯 생색 내면서 '기만적인 태도'를 보이고.. 여주인공 메르세데스는 또 그녀대로, 젊은 시절 '나름 순수했던 몬데고의 사랑'을 한껏 이용하여 '몬데고 집안에 대한 결혼 사기 행각'을 벌였으며.. 그들의 친아들인 알버트는 키워 준 아버지 몬데고를 죽이는 등 세트로 <하나도 안 착하면서 착한 척 하는 가증스런 인간 &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비호감 가족>임을 인증해 버리고야 말았다.
하지만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의 지금 스토리에선, 주인공 에드몬드가 라이벌 몬데고를 완전 망쳐 놓구선 마치 자신이 그를 자비로운 마음으로 용서하기라도 했다는 듯 생색 내면서 '기만적인 태도'를 보이고.. 여주인공 메르세데스는 또 그녀대로, 젊은 시절 '나름 순수했던 몬데고의 사랑'을 한껏 이용하여 '몬데고 집안에 대한 결혼 사기 행각'을 벌였으며.. 그들의 친아들인 알버트는 키워 준 아버지 몬데고를 죽이는 등 세트로 <하나도 안 착하면서 착한 척 하는 가증스런 인간 &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비호감 가족>임을 인증해 버리고야 말았다.
그러한 몰염치 & 비정한 가족이 마지막에 가서 외치는 '언제나 그대 곁에~'는 별로 설득력 있는 해피 엔딩처럼 느껴지지 않으며, 그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릴 따름이다.
각 나라별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 같은 작품, 전혀 다른 각색~
워낙에 알렉산드르 뒤마의 원작 <몬테 크리스토(Monte Cristo)>를 재미나게 읽은 탓에 그 나름대로 기대했던 스위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에 대한 라이센스 버전 한국 공연.. 허나 이 공연의 '스토리나 인물 관계 & 세부적인 설정'이 너무 요상하고 기대치에 못 미쳐서 그 이전에 나온 또 다른 러시아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를 봤는데, 이 동네에선 원작에서처럼 '알버트'를 <페르낭 몬데고 & 메르세데스 사이의 정식 결혼을 통해 난 아이>로 설정하고 있다. 그래서 이 '메르세데스' 캐릭터가 그나마 덜 망가졌다.
아울러.. 러시아 <몬테 크리스토>에선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2막 자체를 이 작품의 핵심 키워드인 '복수극'으로 꾸렸으며, 결말부에 억지 해피 엔딩을 동원하면서 작품의 깊이를 가볍게 만들지도 않았다. 러시아판 <몬테 크리스토>에선 주인공은 물론이거니와 악역들에게도 적당한 명분을 부여하여 '이유 있는 악역'으로 기능하게 만들었음과 동시에 그들을 '화끈한 악당'으로 설정하고, 에드몬드의 라이벌인 페르낭 몬데고에게 그럴 듯한 비중을 줘서 선역인 주인공과 확실한 대립각이 살도록 극을 구성했다.
러시아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이야기의 경우엔 '마지막 장면' 또한 무척 여운 있었으며, 주인공인 에드몬드(몬테 크리스토)와 메르세데스 모두 전혀 밉상스럽지 않고 애잔하게 느껴졌다.
러시아판 <몬테 크리스토(Monte Cristo)>에 나오는 '에드몽(몬테 크리스토 백작)'은 전반적으로 제대로 측은해 주시고, 이 쪽 '메르세데스'는 시댁 식구들을 기만하고 이용해 먹는 발칙한 여주인공이 아니라 <옛 애인이 죽은 줄 알고 슬퍼하다가 결국 다른 남자(페르낭 몬데고)에게 시집 가서 아들 낳고 그 나름대로 유부녀로서의 본분을 다 하고 산 '정상적 범주의 상식'을 지닌 부인>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자기 남편의 악행을 접하고, 죽은 줄 알았던 옛 애인의 생존을 확인하면서 충격 받게 되는 불쌍한 여주인공~ 뒤늦게 자기 아버지(페르낭)의 실체를 알게 된 러시아 <몬테 크리스토>에서의 '알버트(알베르)' 역시 한국판 <몬테 크리스토>에서처럼의 '패륜 아들'과는 절대적으로 거리가 멀면서 짠한 인물이다.
주제 전달과 캐릭터의 미덕에 아무런 도움 안되는 설정 동원한 한국판 '몬테 크리스토', 유감
그에 반해, 최근에 한국에서 공연된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Monte Cristo)>는 전반적인 극의 톤이나 인물 관계 & 스토리가 원작의 훌륭함에 한참 못 미치면서 '주인공 가족'에게 제대로 감정 이입 하기엔 뭔가 찜찜한 대목이 눈에 띈다. '치밀하게 잘 짜여진 원작의 설정'을 이탈해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볼려다가, 그게 꼬여 버려서 '캐릭터의 미덕'이나 '극의 논리'가 이상해진 구석도 많다.
다른 건 몰라도, 이 극의 '알버트' 캐릭터는 에드몬드와 정식으로 결혼 생활도 안한 메르데세스가 '혼전에 이미 에드몬드 단테스와 삐리리~해서 잉태한 아이'가 아닌, 원작에서처럼 그녀가 '(옛애인 에드몬드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난 뒤)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해 오는 또 다른 남자 페르낭 몬데고와 결혼하고 나서 낳은 몬데고의 아들'로 설정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한다..
각 나라별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 같은 작품, 전혀 다른 각색~
워낙에 알렉산드르 뒤마의 원작 <몬테 크리스토(Monte Cristo)>를 재미나게 읽은 탓에 그 나름대로 기대했던 스위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에 대한 라이센스 버전 한국 공연.. 허나 이 공연의 '스토리나 인물 관계 & 세부적인 설정'이 너무 요상하고 기대치에 못 미쳐서 그 이전에 나온 또 다른 러시아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를 봤는데, 이 동네에선 원작에서처럼 '알버트'를 <페르낭 몬데고 & 메르세데스 사이의 정식 결혼을 통해 난 아이>로 설정하고 있다. 그래서 이 '메르세데스' 캐릭터가 그나마 덜 망가졌다.
러시아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이야기의 경우엔 '마지막 장면' 또한 무척 여운 있었으며, 주인공인 에드몬드(몬테 크리스토)와 메르세데스 모두 전혀 밉상스럽지 않고 애잔하게 느껴졌다.
러시아판 <몬테 크리스토(Monte Cristo)>에 나오는 '에드몽(몬테 크리스토 백작)'은 전반적으로 제대로 측은해 주시고, 이 쪽 '메르세데스'는 시댁 식구들을 기만하고 이용해 먹는 발칙한 여주인공이 아니라 <옛 애인이 죽은 줄 알고 슬퍼하다가 결국 다른 남자(페르낭 몬데고)에게 시집 가서 아들 낳고 그 나름대로 유부녀로서의 본분을 다 하고 산 '정상적 범주의 상식'을 지닌 부인>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자기 남편의 악행을 접하고, 죽은 줄 알았던 옛 애인의 생존을 확인하면서 충격 받게 되는 불쌍한 여주인공~ 뒤늦게 자기 아버지(페르낭)의 실체를 알게 된 러시아 <몬테 크리스토>에서의 '알버트(알베르)' 역시 한국판 <몬테 크리스토>에서처럼의 '패륜 아들'과는 절대적으로 거리가 멀면서 짠한 인물이다.
주제 전달과 캐릭터의 미덕에 아무런 도움 안되는 설정 동원한 한국판 '몬테 크리스토', 유감
그에 반해, 최근에 한국에서 공연된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Monte Cristo)>는 전반적인 극의 톤이나 인물 관계 & 스토리가 원작의 훌륭함에 한참 못 미치면서 '주인공 가족'에게 제대로 감정 이입 하기엔 뭔가 찜찜한 대목이 눈에 띈다. '치밀하게 잘 짜여진 원작의 설정'을 이탈해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볼려다가, 그게 꼬여 버려서 '캐릭터의 미덕'이나 '극의 논리'가 이상해진 구석도 많다.
다른 건 몰라도, 이 극의 '알버트' 캐릭터는 에드몬드와 정식으로 결혼 생활도 안한 메르데세스가 '혼전에 이미 에드몬드 단테스와 삐리리~해서 잉태한 아이'가 아닌, 원작에서처럼 그녀가 '(옛애인 에드몬드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난 뒤)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해 오는 또 다른 남자 페르낭 몬데고와 결혼하고 나서 낳은 몬데고의 아들'로 설정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