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토크

'모차르트!' 한국 음반, 신영숙 남작 부인 '황금별'

타라 2010. 7. 5. 20:37
우리 나라에서 한국 배우들이 공연한 '뮤지컬 관련 음반'은 웬만해선 잘 안 나오는 편인데, <모차르트(Mozart)!> 같은 경우엔 음반(CD)을 내어준 것만으로도 반가워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단.. 한국판 <모차르트!> CD의 녹음 상태는 많이 열악하단 평가를 받고 있으며, 그에 반해 가격은 좀 센 편이다. 향후에 나오는 한국 음반들은 녹음 퀄러티나 편곡 수준에도 많은 신경을 썼으면...

뮤지컬 음반이 일반 가요 CD랑 다른 점은 '특정한 캐릭터이야기가 등장하는 음반'이라는 점인데, 한국판 <모차르트!>에서 주인공 '모차르트'는 여러 명임에도 어째 음반에 실린 그들의 노래는 별 특징 없이 다소 심심하게 불리워진 감이 있다. 이 음반을 통해, 듣기에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노래는 민영기 대주교의 '어떻게 이런 일이(Wie Kann Es Moeglich Sein)'와 신영숙 남작 부인의 '황금별(Gold Von Den Sternen)'이다.


특히 신영숙이 연기한 발트슈테텐 남작 부인이 1막에서 부르는 '
황금별'은 라이센스 <모차르트> 한국 공연을 통해 가장 흥한 노래~ 곡 자체의 임팩트가 무척이나 강한 '모차르트, 모차르트(Mozart, Mozart)!' 역시, 남작 부인과 아이들(앙상블)이 부르는 노래이다.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에 나오는 '남작 부인'은 비록 조연 캐릭터이지만, 역할 자체가 무척 좋은 편이다.

잘 맡은 조연, 열 주인공 안 부러운 것이다- 그런데.. 근래 들어선 이게 대세 같기도 하다. 분량이 많아서 유독 헤매는 건지, 아님 요즘 작가들(or 연출가들)이 옛날 작가들에 비해 역량이 딸려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최근에 나오는 각종 문화 컨텐츠들에서 '매력 흘러 넘치는 메인 주인공'을 구경한 지 너무 오래된 것 같다. 본격 '조연 만세~' 시대가 열리는 것 같은 분위기이다..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 &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 콤비의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에 나오는 '발트슈테텐 남작 부인'은 캐릭터 자체가 되게 특징 있고 좋다기 보다는, 이 인물이 극 안에서 부르는 노래가 유난히 좋아서 눈에 띄는 인물이다.

이게 원래 '별에서 황금이 떨어진다'는 내용의 제목이고, 독일어판 뿐 아니라 다른 나라 버전에서도 '별'이 먼저 나오는데, 한국판 제목은 '황금별'이다.(뭐.. 별에서 황금이 떨어지나, 황금 별이나~ ;;) 개인적으로 신영숙의 노래를 좋아하고, 그녀가 부르는 라이브 버전 '황금별'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때도 있긴 하지만, 내가 파악한 이 작품의 특징을 생각할 때면 약간 갸우뚱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나마 음반에 실린 녹음 버전은 그것보단 좀 더 부드럽게 표현되었지만, 라이브에서의 신영숙 남작 부인의 '황금별'은 "이 연사, 힘~차게 외/칩/니/다~!!!" 이런 모드라... 해당 장면특징과 남작 부인 캐릭터를 감안했을 때, 너무 세게 표현된 감이 있는 것이다. 뮤지컬 <모차르트!> 안에서 남작 부인의 '황금별'은 '레오폴트(볼프강 모짜르트의 아빠) 설득송'에 해당한다. 안 그래도 '예전에 아빠 반대에도 불구하고 타지에 나갔다가 실패만 하고 돌아온 볼프강'이 다시 고향을 떠나려고 하는데 레오폴트 아빠가 반대하자, 남작 부인이 와서 볼프강이 빈에 갈 수 있도록 그 아빠를 설득하는 장면에 나오는 노래이다.

레오폴트 아빠가 '권위적이고 독단적인 부성'의 상징이라면, 일전에 엄마를 잃은 볼프강에게 이 남작 부인은 레오폴트와는 반대되는 '포근하고 따뜻한 모성'의 상징에 가까운 인물이다. 결과적으로 귀여운 꼬맹이 '아마데'와 그 부드러운 '남작 부인'의 소리 소문 없이 강한 추동질 때문에 인간 볼프강이 파멸(?)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 '남작 부인' 캐릭터는 기가 센 '열혈 남작 부인 or 여장부' 스타일이 아니라 '자상하고 포용력 있는 여성스런 스타일'의 캐릭터에 가깝다.

이 극 안에 나오는 '황금별(Gold Von Den Sternen)' 장면은 독단적이고 지배자적인 아빠 레오폴트와는 반대되는 성격으로 노래 불러야 하는, '남작 부인의 부드러운 설득력'이 부각되어야 하는 노래라 생각한다. 동화 <해와 바람 이야기>에 빗대자면, 남자의 외투를 벗기기 위해 강풍으로 위협하는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살을 선사하여 자동으로 그 남자를 설득시키는 따뜻한 ''에 가까운 인물인 것이다. 그런데, 한국판 <모차르트!>에서의 남작 부인(신영숙)은 '부드러운 설득송'이 되어야 할 그 '황금별'을 '세계 정복할 기세의 여장부 or 여제 스타일'로 너무 강하게 부른다는 것-

그래서.. 내가 잘못 파악한 건가 싶어서 오스트리아의 오리지널 '황금별(Gold Von Den Sternen)'을 찾아봤는데, <모차르트!> 오리지널 독일어 버전에서도 남작 부인의 이 곡은 '포근하고 부드러운 모드'로 불리워진다. 그외, 다른 나라 버전도 마찬가지~ '황금별' 원곡의 의미 자체가 "볼프강은 빈에 가야 한다고 이 남작 부인, 강렬하게 주장합니다!!" 뭐, 이런 모드는 아닌 듯하다. 작품을 세부적으로 파고 들어가도, 이 뮤지컬 안에 나오는 남작 부인은 목소리 크고 기 센 여자 스타일은 아닌 것 같고...

사실.. 신영숙 남작 부인이 '황금별'을 부를 때 단어 하나 하나에 힘을 빡 주고, 고음부를 너무 세게 불러서 이 곡 후반부에 가면 (노래가 매끄럽게 표현되는 게 아니라) 목소리가 살짝 뒤집어질 때도 있다. 무엇보다, 극의 전후 관계를 따졌을 때 이 '황금별'을 너무 강렬하게 불러 버리면 그 다음 장면에서 남작 부인의 입장이 많이 뻘쭘해진다. 왜냐하면.. 남작 부인이 '왕과 왕자의 일화'를 비유로 들어가며 레오폴트 아빠를 향해 "볼프강 아들은 더 큰 물에서 놀아야 합니다~ 구속하는 아버지로부터 독립해야 해요..!!"를 강렬하게 외쳤는데도, 이 레오폴트 아빠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반대하기 때문이다.

남작 부인의 추동질에 볼프강이 잘츠부르크를 떠나 빈으로 가겠다고 하지만, 아버지인 레오폴트는 "차라리 날 죽이고 가라~"며 여전히 반대하고 보는 것이다.(그래두 나중에 볼프강이 결국 떠나기는 함.) 그나마 남작 부인이 '황금별' 장면을 통해 '부드러운 설득송'을 선보인 거라면 그녀의 입장이 덜 뻘쭘해지지만(나름 열심히 설득해 보려 했던 부드러운 설득자=남작 부인에 비해, 레오폴트 아빠가 너무 완고해서 그런 것이니..), 남작 부인이 그렇게나 "볼프강은 날아 올라야 한다고(빈에 가야 한다고) 이 연사~ 강력히 외칩니다!!!" 했는데도 레오폴트가 콧방귀 뀌며 반대한 거라면, 앞서 부른 남작 부인의 그 강렬 버전 '황금별'이 모양새가 좀 이상해지는 건 사실이다.


<모차르트
(Mozart)!> 오리지널 독일어 음반에 나오는 남작 부인의  '황금별(Gold Von Den Sternen)'이 좀 심심하게 느껴져서.. 개인적으로 신영숙의 '황금별'이 좀 더 임팩트 있고 듣기 좋다곤 생각하지만, '뮤지컬 공연은 콘서트 무대가 아니며, 스토리전후 관계나 캐릭터의 특징을 다 따져가며 노래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향후엔 한국판 발트슈테텐 남작 부인 '황금별'을 부를 때 을 약간 빼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난 '황금별'을 한국어판 신영숙 버전으로 제일 먼저 들었고, 그 다음에 헝가리어판, 오리지널 독일어판, 일본어판을 접해 봤는데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황금별(Gold Von Den Sternen)'은 두 번째로 접해 본 <모차르트!> 헝가리 '하이라이트 음반'에 실린 녹음 버전이었다.

한국판의 빡센 '황금별'에 비해 헝가리판 '황금별'은 정말 포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는데, 듣고 있다 보면 마음이 정화되기라도 하는 듯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헝가리 <모차르트!> 음반은 '하이라이트곡' 아닌 노래들도 수록되어 있는 오스트리아의 독일어판 음반(24곡)과는 달리, 엑기스 곡(14곡)로만 구성되어 있다. 또한 '반주 편곡'이 오리지널 곡이랑 좀 다른데, 그게 아주 듣기 좋기도 하다.

같이 부드럽게 불러도 오스트리아의 오리지널 독일어 하이라이트 음반에 나오는 '황금별'은 좀 밋밋하고 심심한 느낌이었다면, 헝가리판 음반에 나오는 '황금별'은 전혀 안 심심하면서 참 듣기 좋다. 이전에 주로 듣던 한국판의 '열창 모드 황금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포근 버전 황금별'에 더 큰 감흥이 오는 걸 보니, 이 곡의 느낌은 원래 그랬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기도...

한국판 <모차르트!>의 남작 부인인 신영숙이 '라이브 실력'이나 '가창력' 면에선 전혀 다른 나라 남작 부인들의 그것에 비해 뒤지지 않는데, 단순 '콘서트 모드'가 아니라 '완결된 이야기 구조'를 가진 해당 작품 안에 나오는 장면의미나 캐릭터의 특징도 감안해서 좀 더 효과적곡 해석력을 선보였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전반적으로 조금 더 힘을 뺐으면 싶긴 하지만, 어쨌든 신영숙 남작 부인의 '황금별'도 듣기엔 그 나름대로 좋아서.. 헝가리판 '황금별'과 더불어 가장 선호하는 버전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