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의 히트작 '몬테 크리스토'를 무대극으로 만든 스위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는 작년 이후 국내 버전으로 만들어지면서 '스토리에 개연성이 없는 데다가 주인공 가족의 패륜적 설정이 등장하는 막장 드라마'란 혹평을 받기도 했었는데,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의 뮤지컬이 언젠가부터 '대본이 별로'란 평가를 듣고 있긴 하지만 스위스의 오리지널 버전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엔 한국어 버전과 달리 막판 '패륜 설정'까진 등장하지 않는다.

스위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그동안 뒤마의 소설 <몬테 크리스토 (백작)>는 수없이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다. 그 중 한 영화가 '원작 소설에선 메르세데스가 남편 페르낭 몬데고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었던 알베르(알버트)'를 '메르세데스와 에드몽 단테스 사이에서 난 아들'인 것처럼 '출생의 비밀' 실정을 동원하여 원작 설정을 변경하였는데, 라이센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가 그 설정을 차용해 왔으며, 거기에다 한 술 더 떠 여주인공 '메르세데스'를 민폐 사기꾼 캐릭터로 둔갑시키고 그녀의 아들 '알버트'를 패륜아로 만들어 버렸다.

2010~2011'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한국어 버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마땅히 응원 받아야 할 주인공 가족이 결말부에 가면 오히려 악당보다 더 얄밉게 느껴진다~'는 대목이다. 하지만 알렉산드르 뒤마의 원작은 전혀 그런 정서를 지닌 내용이 아니다- 무엇보다 뒤마의 <몬테 크리스토>는 '복수극의 전설'이라 할 만한 작품임에도 2009년 이후에 나온 스위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는 '스토리의 핵심이 되어야 할 주인공의 복수'를 1~2곡 장면만으로 끝내 버리는 무성의함을 보여준다.


나름 '용서'와 '화해'의 미덕을 강조하려는 의도 같은데, 한국어 버전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에선 정작 그 의미조차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 주인공 에드몬드 단테스는 자신의 원수들을 재기 불능 수준으로 망하게 하는 등 실컷 '복수' 다 해놓구선 그 상대에겐 뒤늦게 '용서'의 미덕을 권하며, 메르세데스의 아들 알버트는 마지막에 '이제 갓 친아버지(생물학적 아버지)임을 알게 된 에드몬드'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20년 가까이 자신을 길러 준 아버지 몬데고'를 죽이는 <패륜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물론 직접 피를 나눈 부모-자식 간의 '천륜'이란 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끈끈한 인연이긴 하지만, 아직 덜 자란 어린 청년이 '아주 오랜 시간동안 전혀 일상을 함께 하지 않았던 최근 들어 갓 알게 된 한 남자'가 자기 친아버지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여 '20여 년 간 한 집에서 생활하며 자신을 키워 준 아버지'에게 손쉽게 총을 쏘아버릴 수 있다는 설정이 그리 개연성 있어 보이진 않는다.

최근 방영 중인 모 주말극('반짝반짝 빛나는'이랄까..)처럼 해당 극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자식을 '낳은 정'을 깡그리 무시한 채 '기른 정'만이 중요하다 말하는 것도 <비정상적>이지만, 마찬가지로 '낳은 정'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기른 정'의 가치를 완전 무시해 버리는 것도 <비정상적>이긴 마찬가지이다.


한국어 버전 <몬테 크리스토>에선 뒤마의 원작 설정과 달리 여주인공 '메르세데스'가 다른 남자(에드몬드) 애를 임신하고서 엄한 집(몬데고네)에 시집가 버린 뒤 주변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속이고 살아온 것으로 설정되었으며(말 그대로, 그녀의 아들 알버트는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인물), 그녀는 죽은 줄 알았던 옛 애인 에드몬드가 큰 부자가 되어 나타나자 적당한 이혼 절차도 밟지 않은 채 아들의 '출생의 비밀'을 무기로 <현재 남편 옛날 애인>으로 바로 라인을 갈아타는 '민폐 된장녀스런 여주인공'이다.

라이센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에 나오는 이 주인공 가족(에드몬드-메르세데스-알버트) 캐릭터가 대략 난감인 것은 <악당보다 더 큰 도덕성이 요구되는 주인공 가족>임에도, 이들의 모습은 너무나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현재 남편이 옛날 애인에게 몹쓸짓을 했어도 그 원인은 메르세데스 자신에게 있었고(몬데고가 악행을 저지른 건 '메르세데스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으므로), 그런 걸 떠나 여러 사람들 앞에서 선서를 하고 정식으로 식을 올려 행한 '결혼'이란 게 그리 가벼운 성질의 것이 아님에도 이 뮤지컬에서의 메르세데스는 그것을 너무나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같이 애를 키우며 20년 가까이 한 집에서 살아온 '현재 남편'과 '옛날에 헤어지게 된 애인'이 무슨 양손의 사탕 같은 게 아님에도, 이 극의 메르세데스는 마치 양손에 사탕을 쥔 어린애처럼 '한 쪽 사탕이 이제 내게 아무 가치 없어졌으므로 과감하게 버리고 새 사탕에 집중하겠다~'의 자세를 보여준다. 그리고.. 전후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한 사람이 어떤 아이를 20년 가까이 자식으로 생각하며 키워 온 세월'이 그리 가볍지 않음에도, 이 유아적인 '메르세데스'는 어린 아들을 추동질 하여 자기 '옛 애인'이 그의 친부임을 강조하면서 그 아들의 머릿 속에서 '키워 준 아버지'를 무한 나쁜 놈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버렸다.

'막장 드라마'란 불명예스런 평가를 떠안게 된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한국어 버전'에서, 그 결과는 결말부 '패륜 행위'로 이어진다. 마지막에 메르세데스의 현 남편인 '페르낭 몬데고'와 옛 애인인 '에드몬드 단테스'가 1:1 결투를 벌이다가 몬데고가 에드몬드를 찌르려 하자, 그들의 아들 '알버트'가 달려와 '생물학적 아버지 에드몬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키워 준 아버지 몬데고'를 총으로 쏴 죽여 버린 것이다. 이것은 뮤지컬계 '병맛 스토리' 랭킹 3위 안에 들 정도의 기분 나쁘고 부적절한 결말이 아닌가 싶다.

비정한 가족에게 당한 실질적인 '비련의 남자 주인공',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가 아닌
뮤지컬 <몬데고>
?


아무리 순간의 '실수'로 그리 되었다 할지라도, 어쨌든 자신의 <'어린 아들'이 '키워 준 아버지'를 총 쏴서 죽이는 패륜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이 '에드몬드 & 메르세데스' 커플은 그것에 충격 받거나 아들 양부의 급작스런 죽음에 크게 안타까워 하는 기색 없이 바로 자기 세 식구 같이 살게 되었다며 감격해 하는데.. 그런 '악당 못지 않은 비정한 느낌의 주인공 가족'에게 어찌 호감이 생길 수 있겠는가-

한국판 <몬테 크리스토>를 보고 나면 '응당 되갚음을 받아야 할 악당 몬데고'의 몰락이 원작 소설에서처럼 그리 통쾌하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이 악당이 불쌍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결말부에 가면, 주객이 전도되어 주인공 가족이(에드몬드 & 메르세데스 & 출생의 비밀을 지닌 채 양육된 그들의 친아들 알버트 트리오) 뭔가 진짜 악당 같고 사기꾼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원작 <몬테 크리스토>는 '스위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한국 공연'에서 선보인 저런 류의 결말이 절대 아니다- 그 '원작 소설에 나오는 세부적인 스토리와 인물 묘사'는 '얼기설기한 구성의 뮤지컬 버전'에 비해 훨씬 디테일하고 개연성 있으며, 결말 역시 통쾌한 정서를 안겨주는 내용인...

인상파 뒤 선생 : "통쾌한 복수극의 전설인 내 작품을
한국 뮤지컬계에서 막장 패륜극으로 만들었다고~?!!"

뒤마 선생이 집필한 소설에서의 '몬데고'는 뮤지컬 버전에 비해 (결말부에 당하는 게 충분히 이해된다 싶을 정도로) '악행'을 훨씬 많이 저지르며, 주인공 에드몽(에드몬드)이 서서히 그의 악행이 밝혀지게끔 세련된 복수를 함으로써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 인물이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원작 <몬테 크리스토>에는 '어린 아들이 자신을 키워 준 아버지를 죽이는 패륜 설정'이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Monte Christo)> 스위스 원 버전 공연' 역시 마찬가지이다. 독일어로 공연된 스위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에선, 마지막 장면에 '알버트(알베르)'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살아 돌아온 '에드몬드'가 '지금은 몬데고 부인이 된 자신의 옛 애인 메르세데스'와 애정 행각을 벌이던 중, 분노하던 에드몬드의 원수 '몬데고'가 달려와 칼싸움을 벌이는 설정이다.

그 '칼싸움'에서 이겨 가던 '에드몬드'는 결국 '몬데고'를 죽이지 않고 살려주지만, 그랬던 몬데고가 비겁하게시리 다 끝난 싸움에서 다시 칼 들고 달려와 에드몬드를 죽이려 해서 이 주인공이 '정당 방위'로 그런 몬데고를 찌르는 내용으로 처리되었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가 원작 소설에 비해 전반적인 내용이 좀 빈약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위스 원 버전 <몬테 크리스토>가 한국판 공연에서 선보인 것처럼 그런 '패륜에, 심각한 막장 드라마스런 스토리'까지는 아니었던 것이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스위스 원 버전 결말 
: 알버트의 패륜 아니고, 에드몬드의 정당 방위 & 빚갚음

어차피 이 극에서의 '에드몬드(에드몽)'와 '몬데고'는 <직접적인 원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고, 마지막에 에드몬드는 몬데고에게 일단 한 번 '기회'를 주었기에, 그가 <정당 방위>로 몬데고를 찔러 죽였다 하여 그것이 '막장 결말'이나 '패륜 설정'이 되지는 않는다. 그저 당글라스(당글라르), 빌포트(빌포르)와 더불어 자신을 14년 간이나 '억울한 감옥 살이' 하게 만든 페르낭 몬데고에 대한 주인공의 '적절한 응징'이자, 또 다시 억울하게 죽지 않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어'였을 뿐...

하지만 몬데고와 직접적인 원한 관계가 없는 그들의 아들 알버트(알베르)가 자신을 '길러 준 아버지를 죽여 버리는 내용'은 명백한 패륜에, 찜찜한 결말이다. 어차피 '스위스 뮤지컬' 가져다가 무대에 올린 것이며, 그냥 '있는 그대로' 가져다 썼으면 중간은 갔을텐데, 국내 기획사에선 왜 멀쩡한 작품에다가 괴상망측한 각색을 가하여 '캐릭터'와 '작품의 질'을 바로 골로 보내버리는 막장급 뮤지컬을 탄생시킨 것일까..?

이 기획사에서 내년(2012년)에 독일어권 뮤지컬의 진수인 <엘리자벳(엘리자베트)>를 '각색'해서 올리는 모양인데, 같은 국내 제작사에다가 동일한 '한국판 막장 <몬테 크리스토>'의 연출가로 진행되는 작품인지라 '다음 번엔 또 어떤 최악의 스토리를 보여줄려고 하는지~' 심히 걱정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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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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