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토크

스티브 발사모 '포'-애너벨리, 첫사랑 엘미라

타라 2009. 11. 13. 18:47

추리 탐정 소설 개척자이자, 시, 단편 소설, 장편 소설, 평론 등의 영역에서 두루두루 활약한 천재 작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삶을 그린 <에릭 울프슨의 포(Eric Woolfson's Poe)>가 음반 만들어진지 6년 만에 독일에서 '정식 뮤지컬'로 제작되어 무대에 오른 모양이다.

 

 

스티브 발사모(Steve Balsamo)가 주인공 포로 나온 2003년 '영국에서의 쇼케이스' 모습을 담은 DVD와 비교해 보니, 의상이나 무대 분위기가 좀 다른 듯했다.

 
독일에서 본격적인 뮤지컬로 탄생한 <에릭 울프슨의 포(Eric Woolfson's Poe)>

그 때(2003' 영국 쇼케이스)는 최소한의 의상과 무대 세트로 한 2~3일 정도 공연한 것 같던데, 최근 독일에서 본격적인 '뮤지컬'로 무대에 올린 <포(Poe)>는 의상이나 무대도 훨씬 화려하고 앙상블 수도 많아 보였다. 홍보 영상을 봤는데, 독일의 '포'가 부르는 이 작품의 곡들은 스티브 발사모가 영어로 부르는 '포'의 노래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독일어 노래는 대체로, 뭔가 날카롭고 센 듯한 느낌을 준다.

 

'에드거 앨런 포'의 삶을 다룬 에릭 울프슨의 <포>
(정식 뮤지컬로 제작된 독일 버전)


작곡가 에릭 울프슨(Eric Woolfson)과 꽤 인연이 깊은 우리 나라에서 이 작품을 사서 무대에 올려도 괜찮을 것 같다. 일단 소재 자체가 좋고, 에릭 울프슨이 만든 이 뮤지컬 <포> 안에 나오는 곡 수준도 뛰어난 편이다. 특히, 주인공 포우가 마지막에 부르는 'Immortal'은 한국어로 불러도 엔딩곡으로써의 그 울림이 참 클 것 같다. 막상 실제로 보고 나면 말이다..

 

이 공연의 첫 장면은 'Wings of Eagles'로 시작된다. 이 곡 후반부가 음정이 꽤 높아서 부르기 어려운 곡인 듯한데, 영국에서의 쇼케이스 DVD를 보니 가창력이 뛰어난 스티브 발사모(Steve Balsamo)도 라이브로 이 곡 후반부 부르면서 좀 힘들어 보였다. 거기다 앙상블 언니들도 다들 목소리가 너무 세기만 하고, 듣기에 좀 시끄러운 느낌~(며칠 동안의 쇼케이스에 불과해서, 연습 부족이었는지는 몰라도...) 전반적인 앙상블은 독일 쪽이 좀 더 듣기 좋은 것 같다.

 

이 뮤지컬에선 에드가 알랜 포우의 첫사랑으로 보이는 '엘미라 로이스터'와 포의 사촌 동생이지만 나중에 결혼까지 하게 되는 '버지니아 클렘'과의 사랑 이야기도 약간 비중 있게 다뤄진다. 개인적으로, 극 초반에 헤어졌다가 나중에 포와 재회하게 되는 '엘미라' 쪽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여인들 : 안타깝게 헤어진 첫사랑 '엘미라'와 사랑하는 부인' 버지니아'

 

약간의 각색은 가해졌지만 <에릭 울프슨의 >는 에드거 앨런 포의 실제 삶에 근거해서 만들어졌다. 3살 때 고아가 된 포는 그 후 양부에 의해 길러졌으나, 양부와의 사이가 많이 나빴다고 한다. 양부가 나중에 사업에 실패하기도 하고, 그에게는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만 해 줘서 무척 궁핍하게 살았다.

 

포에게는 첫사랑 여인인 듯한 '엘미라(Elmira)'가 있었는데, 교제 중에 엘미라의 부모가 '포가 엘미라에게 쓴 연애 편지'를 가로채서 둘 사이에 오해가 생겼고, 그녀는 결국 다른 남자와 약혼하게 된다.(아마.. 환경의 차이로 엘미라의 부모들이 '자기 딸과 포와의 교제'를 반대했던 듯하다.)

 

이 뮤지컬에선 극 초반(1막 초반부)에 포와 엘미라가 달달한 사랑 노래를 부르는데, 그 노래 끝에 엘미라가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가서 둘이 억지로 헤어지게 되는 걸로 표현되었다. 이 때 부르는 곡이 'Blinded by the light'인데, 정말 감미롭고 듣기 좋은 노래이다.

그렇게 강제적으로 포와 헤어지게 된 엘미라는 다른 남자와 결혼했으며 포는 자신의 이종 사촌인 버지니아랑 결혼하게 되었는데, 결핵을 앓던 포의 부인 버지니아는 내내 아프다가 결혼 10년 후에 저 세상으로 떠나게 된다. 실제의 포는 그 두 여인 외에도 다른 부인들과 이런 저런 염문을 뿌리고 다닌 것 같던데, 이 뮤지컬 안에선 '엘미라'와 '버지니아' 두 여성과의 사랑에 집중한다.


애너벨 리/우연히 재회하여 또다시 사랑하기로 약속했으나, 영원히 이별하는 포와 엘미라

병약했던 버지니아가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죽고, 홀아비가 된 포는 어느 날 우연히 (이 뮤지컬 2막 후반부에 가서) 첫사랑 엘미라와 재회하게 된다. 이 때 부르는 곡이 'Annabel Lee'이고, 곧바로 'Let the sun shine on me'란 곡과 이어진다.
이 작품 안에서 스티브 발사모의 '포'가 첫사랑 '엘미라'와 부르는 넘버들은 다 좋다. '엘미라' 역으로 나온 배우는 나름 귀엽게 생겼는데, 노래 실력도 좋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부인 버지니아를 잃은 포가 우연히 옛애인 엘미라와 재회하게 된 뒤 포의 그 유명한 시 '애너벨 리(Annabel Lee)'를 불러주는 장면이 참 좋았다. 스티브 발사모의 포가 "I was a child and she was a child, In this kingdom by the sea..(나도 어렸고, 그 애도 어렸죠. 바닷가 이 왕국에서..)" 하는 가사의 에드거 앨런 포의 유명한 시 <애너벨 리> 앞부분을 감미롭게 부른 뒤, 바로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쇼케이스임에도, 포가 엘미라와 사랑 노래 부르는 대목에서 2번 다 키스씬을 연출하는 등 나름 진한 분위기이다. 이 곡 끝부분에서도 달콤한 입맞춤으로 마무리..

 

이 장면은.. 포(Poe)가 부인과 사별하고, 예전에 헤어졌던 연인 엘미라(Elmira)도 남편을 잃어 과부가 된 상태로 다시 만나는 장면이다. 그렇게 재회한 그 둘은 또다시 사랑하기로 하고, 결혼을 약속한다. 하지만 (실제로든, 이 뮤지컬 안에서든) 결혼을 앞둔 상태에서 포가 거리에서 객사하는 바람에 그 둘은 결국 이어지지 못한다.


어느 천재의 외로운 죽음, but 죽음 뒤에 찾아온 진정한 평화와 결코 사그라들지 않는 명성

실제론 포우가 지인들이 모르는 장소, 어느 거리에서 며칠 동안 혼자 헤매다가 쓰러져서 지나가는 행인에 의해 발견 되었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 정신 착란, 흥분, 혼수 상태, 안정과 불안정 상태를 반복하다가 숨을 거두었으며, 굉장히 외로운 죽음을 맞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뮤지컬 안에선 무리의 사람들에게 린치를 당한 포가 그렇게 거리에서 죽은 후, 엄마의 환영이 나타나 어릴 때 불러줬던 자장가를 불러주고.. 그 뒤에 엘미라가 포의 무덤에 찾아와 애도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 때, 죽은 포의 전부인 버지니아(버지니아의 환영)도 나와서 두 여인네가 같이 애도한다.

마지막 장면은 죽은 포가 검은 날개 깃털옷을 입고 한 손에 새를 데리고 나와 자신의 불멸성을 노래하는 'Immortal'이란 곡으로 마무리 된다. 이 때 진짜 새와 함께 등장하는데, 그 새는 'Immortal' 노래 초반에 다른 이와 함께 퇴장한다.(의도적인 건지는 모르겠는데,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set free~'란 가사 대목에서...) 

 

에릭 울프슨의 <포> : 영국 오리지널 팀
(스티브 발사모 - Wings of Eagles & 
Immortal)


포의 천재적 재능을 시기하는 이들과 여러 이해 관계 속에서 그와 대적하는 무리들은 그의 명성을 흠집 내고 까내리려 했지만, 포(Poe)의 사후에도 그에 대한 평판은 나빠지지 않았고 오히려 그가 남긴 문학적 업적으로 그 명성이 나날이 높아졌다는 내용이다. 천재는 가도, 그 천재적 업적과 이름은 남는다는...

스티브 발사모의 포가 'Immortal'을 부르는 동안 '과거에 자신이 영감을 얻고 열정적으로 글을 쓰면서 활동했던 장면과 주변인들의 모습,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했던 장면..' 등이 몽타주 형식으로 나오는데, 이건 영상물인 DVD로 제작 되어서 가능한 표현인 것 같다. 극 말미에, 포의 지난 삶이 그런 식으로 노래 중간 중간 영상으로 펼쳐지니까 꽤나 짠한 느낌이 들었다.

천재 작가 포의 삶과 사랑을 다룬 <에릭 울프슨의 포>, 언젠간 한국에서도 볼 수 있을까?
 
포의 실제 삶에선 여인에 대해 그렇게 순수하기만 한 것도, 가정적인 남자도 아니었던 것 같지만 뮤지컬 <에릭 울프슨의 포(Eric Woolfson's Poe)>는 하나의 극으로 펼쳐지는 내용이다 보니, 포의 사랑이 꽤나 감성적이고 아름답게 표현된 감이 있다. 포와 결혼해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겪고 힘들게 살다가 병으로 죽은 버지니아도 안됐고, 두 번이나 포와 헤어져야 했던 첫사랑 엘미라와의 사연도 무척 안타깝게 느껴졌다.

서로 사랑했으나, 주변의 방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헤어져서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고.. 먼 훗날, 둘 다 똑같이 홀아비와 과부가 되어 재회하고 결혼을 약속했으나 '결혼을 바로 코앞에 둔 시점'에서 포는 그렇게 저 세상으로 가 버렸으니.. 이건 굉장히 극적인 소재이다. 에릭 울프슨도 이 설정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 뮤지컬 안에서 '포'와 첫사랑 '엘미라'가 함께 나오는 씬에서의 노래들(듀엣곡)은 그가 유난히 공 들여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외모 면에서 굉장히 감성적이고 멜로적인 느낌이 강한 영국의 스티브 발사모(Steve Balsamo)와는 달리, 독일에서 정식으로 만들어진 이 뮤지컬 <포(Poe)>의 주인공은 다소 날카로운 분위기의 마스크였는데.. 에드거 앨런 포의 실제 초상화와 비교해 보니, 얼굴 생김새는 독일 버전의 포가 좀 더 실제의 포와 근접한 듯했다.

소재도 특이하고, 군데 군데 에릭 울프슨이 만든 주옥 같은 곡도 포진되어 있으니, 언젠가 우리 나라에서도 이 뮤지컬을 라이센스 버전으로 한 번 무대에 올렸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