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토크

유다의 눈으로 바라본 예수 이야기, 스티브 발사모 '겟세마네'

타라 2009. 12. 27. 20:47

흔히 말하는 '송 쓰루 뮤지컬(전 막 공연이 '노래'로만 이뤄진 뮤지컬)'의 원조는 어떤 작품일까? 내가 알기로, 영국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그 시초인 걸로 알고 있다.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트르담 드 파리>의 영향 때문인지 프랑스 뮤지컬은 보통 '송 쓰루 뮤지컬'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던데, 프랑스 뮤지컬 중엔 '송 쓰루'가 아닌 작품이 더 많다.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와 더불어 '프랑스 3대 뮤지컬'에 속하는 흥행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만 해도 중간에 대사가 꽤 나오는 '송 쓰루가 아닌 뮤지컬'이고, 비교적 최근에 나온 다른 프랑스 뮤지컬들도 대체로 그러한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공연 자체가 '불어'로 이뤄져서 일부 대중들로부터 '프랑스 뮤지컬'이란 착각(내지는 오해)을 사고 있는 <돈 주앙>은 엄밀하게 말해서 프랑스 뮤지컬이 아니라 '캐나다 뮤지컬'이다. [ 주된 언어는 '영어'이지만, 캐나다 일부 지역에선 '불어'를 사용하기도 하므로... 이런 류의 '착오'는 그 나라에서 주로 사용하는 언어가 '독어'여서 유명한 '오스트리아 뮤지컬'이 종종 일부 대중들로부터 '독일 뮤지컬'로 잘못 일컬어지는 현상과 비슷하다. ]

프랑스랑 합작해서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지만 <돈 주앙
(Don Juan)>은 '주된 스태프 & 배우'들이 캐나다인들로 이뤄졌으며, 캐나다에서 먼저 초연된 캐나다산인 것이다.  

 

또한, 우리 나라에서 좀 알려진 '불어권 뮤지컬'이어서 단순하게 <돈 주앙>을 '프랑스 3대 뮤지컬' 안에 들어가는 작품으로 착각하는 이들도 있던데, 공연 자체는 그 나름대로 매력 있지만 <돈 주앙>은 '프랑스' 내에서의 호평이나 흥행과는 무관하며 '프랑스 3대 뮤지컬'과도 전혀 관련이 없는 작품이다. 알려진 대로 '프랑스 3대 뮤지컬'은 <노트르담 드 파리>, <십계>, <로미오와 줄리엣>에 국한된다.


어쨌든 프랑스 내에서의 반응이나 프랑스 뮤지컬의 본질과는 무관하게 우리 나라에서 좀 반응이 있었던 <노트르담 드 파리(프랑스산)> <돈 주앙(캐나다산)> 등의 '송 쓰루 뮤지컬'의 영향 때문인지 '프랑스 뮤지컬=송 쓰루 뮤지컬'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던데, 단순히 프랑스 뮤지컬의 주된 특징을 '송 쓰루 뮤지컬'이라 규정 짓기엔 곤란할 정도로 프랑스 뮤지컬 중엔 송 쓰루가 아닌 작품이 더 많은 편이며, 또한 '송 쓰루 뮤지컬'의 원조가 프랑스인 것도 아니다.

 그 이전에도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1998년에 나와서 히트 친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보다 훨씬 이전인 1970년대 전후로 해서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 & 팀 라이스(Tim Rice) 콤비'가 만든 영어권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1971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1972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공연됨)>가 '송 쓰루 뮤지컬'의 원조가 아닐까 한다.

또한, 프랑스 뮤지컬 & 불어권 뮤지컬 작품들이 주로 사용하는 '해당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전에 관련 음반을 먼저 출시해서 일반 대중들에게 들어보게 하고, 그 음악적 미덕으로 그 공연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은 이 작품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Jesus Christ Superstar)>가 나왔을 당시 영국 작곡가인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먼저 도입했던 방식이다. 

 

JCS 제작자 인터뷰+스티브 발사모 '겟세마네(2008년)'

 

올해(2009년) 딥 퍼플의 멤버인 존 로드(Jon Lord)와 함께 우리 나라에 내한한 적 있는 스티브 발사모(Steve Balsamo)1996년 뉴 프로덕션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리바이벌 공연' 때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예수' 역으로 발탁된 배우인데, 원래 그리 많이 유명한 톱 스타는 아니었지만 2004년 네덜란드 아호이에서 열린 한 뮤지컬 행사 때 부른 예수 솔로곡 '겟세마네'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들을 끌어 모은 배우 & 가수이다.

관련 포스트 :
스티브 발사모 내한 소식 & 그가 2004년 네덜란드 아호이 공연 때 부른 '겟세마네')

 

영국에서의 96~97년 공연 당시 해당 공연의 작곡가인 뮤지컬계의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발사모 예수가 부른 자신의 곡에 삘 받아서 눈물 흘렸다 하며, 그 사실이 알려져 스티브 발사모가 예수로 나온 그 공연의 표가 굉장히 많이 팔렸다고 한다.

하지만 (스튜디오 녹음 버전 CD는 나온 바 있지만) 그가 출연한 이 뮤지컬 DVD가 나와 있는 건 아니어서 전 세계적으로 그렇게 인지도가 높은 뮤지컬 배우는 아니었는데, 2004년 네덜란드 아호이(Ahoy) 공연장에서 스티브 발사모가 부른 '겟세마네' 라이브 버전 영상으로 그를 몰랐던 전 세계인들에게 엄청난 경이로움을 안겨준 것 같다. 우리 나라에서도, 스티브 발사모의 그 2004년도 '겟세마네' 영상 하나로 팬이 된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스티브 발사모는 그 이후로 뮤지컬 공연계에서 은퇴한지 꽤 오래 되었지만, 한 번씩 관련 행사가 있을 때면 불려가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예수의 대표 넘버인 '겟세마네(Gethsemane)'를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그는 사실, 세계 곳곳에서 '이 뮤지컬 속에서의 예수의 대표 넘버인 겟세마네를 최고로 잘 부르는 역대 예수 역의 배우'로 알려져 있다.

이 포스트에 나오는 '겟세마네'는 스티브 발사모에게 많은 팬을 생기게 만든 2004년 아호이 행사로부터 4년이 훌쩍 흐른 2008년(작년) 버전인데, '뮤지컬 배우'로서 은퇴한지 매우 오래 되었음에도 그는 여전히 이 작품 속 예수의 심정으로 최대한 몰입하면서 이 곡을 소화한다. 진짜.. '죽음을 앞두고, 겟세마네 동산에 올라가 자신이 왜 죽어야 하나며 신에게 따져 묻고.. 그러다가 결국 그 처절한 운명에 순응하고야 마는 드라마틱한 감정선의 예수로서 말이다..

 

그저께가 예수 탄신일인 '성탄절(크리스마스)'이었는데, 해마다 이 맘 때가 되면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 콤비가 만든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Jesus Christ Superstar)>가 많이 생각난다. 이 작품 수록곡인 예수, 유다, 마리아 등의 대표 넘버들과 더불어... 스튜디오판이어서 실제 연기하는 것처럼 생생한 맛은 없지만 <Jesus Christ Superstar> 96' 버전 음반(우리 나라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이 뮤지컬 음반)에 나오는 스티브 발사모(Steve Balsamo) 예수의 녹음 버전 '겟세마네(Gethsemane)'도 무척 경이롭다.

특히, 이 96' 음반 버전에선 스티브 발사모가 '겟세마네' 중간 하이트라이트 대목에서 "그래요, (죽으라면) 죽겠어요~ 보세요. 내가 어떻게 죽는지를.. 보시라구요~(Alright, I'll die~ Just watch me die..)" 한 다음에 나오는 "see how I die~ see how I die~~~ (어떻게 죽는지를~~~)" 부분의 'die~' 하고 절규하는 대목을 '다(이)~~~~~~~~~~~~~~~~~~~~~~' 하는 초고음 샤우팅 상태로 총 21~22초 동안 그 음을 지속하는데, 이게 들을 때마다 너무 신기한 거다.(한 때.. 스티브 발사모는 '인간인가, 괴물인가' 나름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을 정도로.. 그는 무척 놀라운 가창력의 소유자이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는 성경에 나온 대로 예수의 '부활-승천' 장면은 나오지 않는데, 그것은 이 뮤지컬의 컨셉 자체가 '유다의 눈으로 바라본 예수'이기 때문이다. 유다는 예수가 체포되어 십자가형 받기 전에 양심의 가책을 받아 자결하여 죽기 때문에, 대충 그가 십자가형 받을 거란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예수가 죽는 것까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이 뮤지컬 안에서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유다와 무리들이 나와서 'Superstar(슈퍼스타)'를 부르긴 하지만, 그건 죽은 유다의 환영이다.)


성서 속의, 세계 4대 위인 전기 속의, 또 역사 속의 한 인물인 '예수(Jesus)'를 소재로 끄집어 내어 그를 '신의 아들'이 아닌 우리와 똑같이 고뇌하고 힘들어 하는 '인간 예수'로서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스승인 예수를 배신했지만 '어쩌면 그를 가장 많이 사랑했을지 모를 제자 유다'의 캐릭터를 새롭게 창조한 뒤 그 둘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앤드류 로이드 웨버 & 팀 라이스 각색의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 슈퍼스타(Jesus Christ Superstar)>는 여러 면에서 무척 흥미로운 작품이다. 12월이 되니까 영화(뮤지컬 영화)를 통해서라도 다시 한 번 이 작품을 봐야 되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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