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세상

한국 드라마 최고의 키스씬-'여명의 눈동자'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타라 2008. 8. 12. 10:07
요즘엔 어떤 류의 '의무감(?)'에서인지, 아님 '시청률'을 의식해서인지 몰라도 남녀 주인공의 멜로가 들어가는 웬만한 드라마엔 키스씬이 꼭 등장한다. 하지만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는 아~주 오래 전부터 늘 있어 왔었고 드라마, 만화, 소설, 영화, 뮤지컬, 심지어는 뮤직 비디오 등에서도 수많은 러브 스토리를 다뤄 왔던지라.. 그 수많은 멜로 장면이나 키스씬을 두루두루 접해본 사람이라면 아마 '웬만한 러브씬'으론 성에 차지 않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하늘 아래 (대체로) 새로운 게 없다는 말도 있고, 그동안 세상에 나올 만한 '고만고만한 러브씬은 여러 매체들을 통해 이미 다 등장했기 때문'에, 그걸 충분히 섭렵한 대중의 입장에서는 과거에 이미 수없이 많이 봐왔던 그것들을 계속해서 '중복/삼복/반복..'해 봤자 '아주 독특하고 특별한 러브씬'이 아니면 더 이상은 큰 감흥을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체로 '창작'에 있어서는 늘 '먼저 개척한 사람'이 임자이며, 그 '첫 느낌'이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겨줄 수 있기에...


남녀 주인공들의 키스씬이 가뭄에 콩 나듯 나와서 감질맛 나게 하던 예전과는 달리, 근래 들어선 TV만 틀면 다반사로(심지어는 해당 극의 특성 상 '키스씬이 안 나와줘도 될 것 같은 드라마'에서조차) 그런 장면이 너무 자주 나오는지라, 어지간해서는 감흥조차 오지 않는 느낌이다. 그런 씬이 너무 흔하게 노출되고 있기 때문에 '희귀성'이 현저하게 감소되고, 그것에 대한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랄까-



해당 장면에 대한 '희소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가운데.. 아직까지도 '역대 한국 드라마'에 나온 장면들 중 '가장 인상적인 키스씬'이 무엇이냐 물으면, 17년 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의 '철조망 키스씬'을 꼽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런 내용에 관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여러 번 다룬 바가 있고 말이다. 사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초반에 나온 '대치(최재성)와 여옥(채시라)의 철조망 키스씬'이 너무나 강렬할 수밖에 없는 게.. 극의 흐름에 따른 그 장면에서의 스토리 자체가 너무나도 <극적>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생사를 오가는 그런 극한의 상황에서는 마음 자리가 안정되지 못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는데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엇인가에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는데.. 그래서인지, 드라마나 유명한 소설 같은 것을 보면 남녀 주인공들 간의 <전쟁 중에 꽃 피는 사랑>은 유난히 극적이고 강렬하다. 요즘으로 치면.. 청춘 남녀들이 보통 '평범한 일상'에서 보다는 '각종 MT나 이벤트, 파티, 단체 모임, 뒷풀이, 혹은 어쩌다 둘이 같이 고생해 가며 힘든 미션을 수행'해야 할 때, 그 과정 속에서 사랑이 싹트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말이다.(후자의 경우는 헐리우드 '재난 영화'에 주로 나오는 설정~)

 


오래 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경우에도 '학도병으로 징용되어 온 최대치(최재성)'와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온 윤여옥(채시라)'은 전쟁 중인 남의 나라 땅에서 같은 조선인으로서 서로에게 연민을 느끼며 의지하다가,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트게 된다. 그 이후, 최악의 상황 속에서 억지로 꾸역꾸역 살아 나가던 삶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대치의 아이'를 가진 여옥은 사랑의 기쁨을 뒤로 한 채 가족과도 같은 그와 기약 없이 헤어져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때는 전쟁 중~ 내일 당장 먼 곳으로 떠나야 하는 대치(최재성)는 앞으로 죽을지 살지 알 수 없고, 살아 있어도 다시 만나게 될지 묘연한 상황 속에서 곧 헤어져야 하는 여옥(채시라)에게 막연하게 '꼭 살아 있으라~'고, '살아서 꼭 자기 아이를 낳아 달라'는 말을 남기고.. 어쩌면 마지막 순간이 될 지도 모를 그 절박한 상황 속에서 여옥은 갈려는 대치의 손을 놓지 못한 채 간절한 눈빛을 보낸다. 너무나 안타까운 그 상황 속에서, 결국 최대치는 철조망을 버팀목 삼아 윤여옥과 함께 격렬한 작별의 키스 & 다시 만날 것을 다짐하는 약속의 키스를 나누게 되는데...



<여명의 눈동자>에 나온 이 장면은 그야말로, 한국 드라마사에 길이길이 남을 명장면이 아닐까 한다. 정말 극적이고 인상적인 키스씬이었다- 함께 지옥의 한가운데서 서로를 의지하며 하루 하루를 버텨내던 두 남녀 주인공의 기약 없는 이별, 절박한 상황.. 서로를 향해 <미치도록 간절한 두 남녀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다시는 이 순간이 안올 것처럼 거침없이 온 영혼을 불사르는 이런 키스씬>이야말로, 가장 드라마틱하고 극적인 러브씬이 될 수 있기에... 이 '짧은 순간의 사랑의 몸짓'은 그들에게 '남은 시간 동안의 삶'을 지탱하게 만들어 주는 원천이 된다. 앞으로도 한국 TV 드라마 속에서 이런 류의 극적인 애정씬,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인상적인 명장면을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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