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앞에서

인간의 허영과 언어 분열, 교훈의 '바벨탑'

타라 2011. 4. 2. 21:34
간혹 '듣기 좋은 노래'가 있으면 따라 부르고 싶은 열망이 일기도 하는데, 얼마 전 '독일어'로 된 노래 시도해 봤다가 식겁한 경험이 있다.(모 '오스트리아 뮤지컬' 오리지널 독일어 버전이었음) 영어 버전 노래는 그나마 따라 부르기 쉬운 편인데, 불어나 독어 쪽으로 넘어가면 좀 난해하다. 기타, 알파벳으로 표기되는 유럽어 중에선 그 (문자의) 모양을 바라보기만 해도 눈 팽팽 돌아갈 것 같은 희한한 언어들이 많다.(ex : 체코어, 헝가리어, 루마니아어, 그리스어, 핀란드어, 등등..)

우리 나라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중국어나 일본어 쪽도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세계 공용어인 '영어'만 해도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는 상당히 다르고, 지금 영국으로 통합된 그 나라 어느 지역에 가면 '같은 영어권' 내에서도 타 지역 사람들이 이해 못할 독특한 언어를 사용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같은 오장육부를 가진 인간이건만, 지역 별로 & 나라 별로 사용하는 '언어'가 이렇게 다 달라서 '전 세계 인류'가 한 공간에서 만나더라도 서로간에 '완벽한 의사 소통'을 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정확한 근거가 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알려지기로 '전 세계 인간들이 그렇게 <각각 다른 언어>를 사용하게 된 것'은 성서에 나오는 '바벨탑 사건'에서부터 비롯된다. '노아의 대홍수' 이후, 바빌로니아에 정착하여 조금씩 번영하기 시작했던 인류는 그 시기만 해도 다 '같은 언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당시 '하늘 끝에 닿고 싶은 욕망에 휩싸였던 인간'은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을 만큼 높고 커다란 탑을 쌓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바벨탑(The Tower of Babel)'이다.

Hendrick van Cleve의 그림 '바벨탑(Tower of Babel)'


고대 '
바벨탑'이 요즘의 웬만한 건물들보다 높았다고 하는데, 현대의 편리한 건축 장비도 없었던 당시에 그렇게 '높은 탑'이 세워졌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게 느껴진다.(고대 이집트의 유물인 '피라미드'도 미스테리한 존재이긴 마찬가지~) 그런 걸 보면, 그 시기 사람들에겐 현대인들이 가늠하기 어려운 자기네들만의 대단한 지혜와 탁월한 사고에서 나온 지식이 존재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저런 것도 만들어 내다니.. 인간(人間)은 정말 위대한 존재인가봐~'는 우리 생각이고, 신(神)이란 존재의 입장은 우리 인간이랑 또 다른지,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이나 '성경/성서'에 나오는 신들은 인간이 지나치게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면서 나대거나 잘난 척하면 항상 벌을 내리곤 했었다. '바벨탑(Tower of Babel)' 역시 그 징벌의 상징인 건축물에 속한다.

이미 한 차례 '대재앙'을 겪고 난 노아의 후손들은 엄청난 규모의 탑을 쌓아 자신들의 능력을 돋보이게 함과 동시에 '물 심판(홍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하늘 끝에 닿을 듯한 '바벨탑'을 만들었다. 그들은 벽돌과 벽돌 사이에 진흙 대신 '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물질=역청'을 발랐는데, 이것은 또 다시 대홍수가 찾아오더라도 그것에 멸망 당하지 않기 위해 그리 한 것이다.

Athanasius Kircher의 그림 '바벨탑(Tower of Babel)'


하지만 이전에 '다시는 물 심판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야훼 신은 바벨탑을 쌓은 인간들이 그런 자신을 불신했다 하여 괘씸하게 여기면서 그 높은 탑을 무너뜨려 버렸다.(신의 입장에서 보면 '서로간에 믿음이 중요한 건데, 너희 나 못 믿는구나~ 에잇, 이 고얀 것들~' 뭐, 이런 시추에이션?) 또한.. 신은 인간이 제대로 '의사 소통'을 하지 못하게끔 그곳의 인간들이 '각각 다른 언어'로 말하게 만들었는데, 그것이 무너지지 않았더라도 탑 설계를 기획한 자와 현장 감독 & 실무를 담당했던 노동자들 사이에 '언어가 달라짐'으로써 그들은 제대로 탑을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은 구약 성서에 나오는 내용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간들이 서로 '다른 민족'으로 갈리고 '전혀 다른 말'을 사용하게 된 것은 이 때부터였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이런 해석(그들 인간이 신의 말을 불신하여 높은 탑을 세웠다는 해석)은 성서에 나온 내용이고, 역사학자들의 입장은 또 다른 듯하다. 당시의 바빌로니아 탑들이 딱히 신에게 도전하기 위해 세워진 건 아니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 '바벨탑' 일화는 (신의 분노를 넘어서서) 과욕을 부리는 인간의 '허영'이라든지 '자만'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Abel Grimmer의 그림 '바벨탑(Tower of Babel)'


그런 류의 교훈은 지금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것 같다. 인간이 아무리 잘났어도, 또 고도의 현대 문명을 발달시켜도, 거대한 우주 속에 인간의 존재는 조그만한 생명체일 뿐이라는 '겸손'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사실 '우주'까지 갈 것 없이, 우리 인간은 지구 안에서의 '대자연' 앞에서도 정말 미약한 존재가 아니던가- 지진 나고, 홍수 나고, 화산 폭발하면 꼼짝없이 쓰러져야 한다. 또한.. 인간이 만들어 놓은 진보된 문명 & 엄청난 발명품들은 때로 인간을, 인간을 둘러싼 주변 환경을 파괴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오늘날에도 좀 난다 긴다 하는 기득권층에서 자기네들이 되게 잘났는 줄 알고 서로 뭉쳐서 '현대판 바벨탑'을 지향하는 이들이 있는데, 특정한 '종교'를 떠나 '역사' 속의 수많은 사실들이 "그러다가 큰코 다친다~"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분수를 모른 채 점점 교만해지고 있는 사회적 강자 & 권력자들이 자신의 힘을 과신하며, 갈수록 부도덕하고 무모한 시도를 일삼는 사례들이 많다. 그러다가 결국엔, 그 끝없는 욕심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위대한 에너지체(신이나 대자연의 섭리 or 대우주 원리)에 의해 파멸하게 되지 않을까..? '바벨탑'의 교훈이 어쩐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