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앞에서

일러스트 황금기에 탄생한 '케이 닐센'의 삽화

타라 2011. 4. 26. 07:16
뤽 플라몽동이 대본을 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2막 첫 장면을 보면 '종교'와 '예술'을 각각 대변하는 프롤로 부주교와 음유 시인 그랭구아르가 나와서 앞으로의 시대가 크게 변화될 것을 노래한다.('피렌체' 장면) 그들이 살던 때는 불합리한 마녀 사냥이 행해지고 교회가 세상의 중심에 서 있던 시기였는데, 이후 인쇄술 발전과 신대륙 발견으로 인해 기존의 '종교 중심의 시대'가 끝나고 '인간 중심의 새로운 세상'이 찾아오게 된다. 그 '새 세상의 도래'엔 '인쇄술'이 큰 역할을 하였다.

인쇄술의 발명으로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그것은 낮은 계급의 시민들이 쉽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익힐 수 있게끔 만들어 주었다. 그랬던 것이 점점 발전하여 19세기 말에 '인쇄물의 전성 시대'를 이루게 된다. 이후엔 흑백 텍스트로 된 책 뿐만이 아니라 컬러풀한 그림이 들어간 잡지 같은 것도 많이 만들어졌는데, 이러한 대량 인쇄물 시대에 수려한 화풍의 일러스트레이션도 크게 발전하게 된다.

비록 20세기에 연이어 1~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고 기술적 발전으로 더 진보한 대중 매체가 등장하면서 그 열풍이 주춤하게 되었지만, 여러 빼어난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활약했던 19세기 말~20세기 초반 무렵은 <일러스트레이션의 황금 시대>라 불렸다. 그 중에서도 대표할 만한 인물은 지난 번에 소개한 에드몽 뒤락(Edmund Dulac/Edmond Dulac), 아서 래컴(Arthur Rackham), 그리고 케이 닐센(Kay Nielsen)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은 당시 '3대 일러스트레이터'로 칭해지기도 했다.

[ 덴마크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케이 닐센(Kay Nielsen)'의 삽화 ]

East of the Sun, West of the Moon 1

East of the Sun, West of the Moon 2

In Powder and Crinoline 1

T
he Twelve Dancing Princesses

In Powder and Crinoline 2

Princess Minon-Minette

케이 닐센과 에드몽 뒤락, 아서 래컴 등은 그 시기에 '아동용 도서'의 삽화를 주로 그렸다. 1886년에 출생한 케이 닐센(Kay Nielsen)은 1913년 무렵 유럽 전래 동화에서 모티브를 따 온 <파우더와 크리놀린(1913)> 삽화로 유명해지게 되었으며, <헨젤과 그레텔(1925)> <해의 동쪽, 달의 서쪽(1914)> 같은 작품의 일러스트를 담당했다. 개인적으로 에드몽 뒤락의 삽화가 좀 더 취향이긴 하지만, 케이 닐센의 그것도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3대 일러스트레이터' 중 가장 늦게 태어난 케이 닐센은 20세기 초반에 주로 활약했고 나름의 명성을 얻었지만, 1914년 제 1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10년 간 작품 활동을 하지 못했을 정도로 생계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케이 닐센은 1925년부터 다시 동화 삽화를 그리기 시작했으며 1930년대에 디즈니사에서 내어놓은 <환타지아(1940)>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이후 디즈니사와 결별하고 '출간한 그림 동화'들도 전성기 때만큼 큰 부를 가져다 주지 못하여 빈곤 속에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해야만 했다.

비록 당대엔 안타까운 삶을 살다 갔지만, 닐센 사후에 그의 지인들이 '생전에 그가 작업한 그림'들을 재출판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져 좋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그 실력에, 요즘 같은 시기에 태어났다면 더 큰 부와 명성을 누릴 수 있었을텐데.. 한창 재능을 꽃피우려던 시기에 큰 전쟁을 맞게 된 그의 상황이 참 안타깝게 느껴진다. 지금이라도, '일러스트의 황금기'에 태어나 빼어난 작품을 많이 남긴 '케이 닐센'과 그의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삽화들이 대중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채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