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폴리스

'꿩 대신 닭'의 속담을 탄생시킨 '떡국'

타라 2011. 2. 2. 21:55
설날에 집안 사람들끼리 모여 나눠 먹는 음식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떡국은 설 명절의 대표 음식에 속한다. 이 날 하얀 가래떡으로 만든 음식을 먹는 이유는 '(음력으로) 묵은 해를 보낸 뒤, 모든 것이 시작되는 한 해의 첫날'을 '청결함, 밝음'과 같은 미덕으로 나타내기 위한 상징적 의미로 그리 하는 것이며, 이것은 고대의 원시 신앙에서 유래된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빛깔들 중 흰색은 보통 '순수함, 진실됨, 엄숙함, 새로운 것으로 거듭남' 등의 의미를 나타낸다. '백의민족'이라고도 불리는 우리 나라 사람들은 특히 '흰색'과 깊은 인연을 가진 나라인데,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날에 '하얀색 떡'으로 만든 떡국을 먹는 행위엔 '지난 해의 묵은 때를 깨끗하게 정화하고 새로이 찾아온 해를 무탈하게 보내고자 하는 소망'도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떡국 속 '떡' 모양은 '완전 둥근 모양'이 아니라 길다란 가래떡을 비스듬하게 썰어 놓은 '타원형'에 가깝다. 모양만으로 봤을 땐 그냥 둥글게 썰어도 예쁠텐데, 굳이 타원형 떡을 '떡국'의 재료로 삼은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오래 전엔 '둥근 모양의 떡'으로 떡국을 만들어 먹었을 때도 있었으나, 음식 재료가 넉넉치 못했던 가난한 집에선 최대한 해당 음식 안의 ''이 많아 보이게 하기 위해 일부러 비스듬하게 썬 타원형의 떡을 사용했다. 또한.. '타원형의 재료'를 사용하면 양념이 더 잘 스며들어 조리에 용이하고 도 좋아지기에 많은 가정에서 이 방식을 채택하기 시작했고, 그 모양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요즘에는 쇠고기를 이용한 장국으로 떡국을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옛날 사람들은 꿩고기를 사용하여 떡국을 끓여 먹었다. 맛도 좋지만, 무엇보다 그것(꿩)길운을 가져다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워낙에 귀해서 구하지 못하는 집이 많았고, 그럴 경우 꿩을 대신하여 을 사용하기도 했다. 우리들이 '원래 쓰려던 것이 없어서 대체용품을 사용'할 때 흔히 말하는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도 실은 설 명절에 먹는 이 '떡국'에서 비롯된 것이다.


설날 대표 음식인 떡국 안에 들어가는 '떡의 역사'도 '윷놀이의 역사' 못지않게 무척 긴 편이다. 많은 학자들이 '삼국 시대 이전인 부족 국가 시대 때부터 떡을 만들어 먹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청동기 시대부터 이미 벼농사가 시작되었는 데다가, 떡 만들 때 필요한 '돌로 만든 도구' 역시 그 시기에 존재했었기에 떡을 만들어 먹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을 거란 주장이다.

우리 나라에선, 이 '떡'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아주 재미난 설화도 전해져 내려온다.

인간들이 갖가지 음식을 많이 장만해 놓은 어느 명절날, '먹을 것'을 노린 원숭이가 개를 꼬셔서 같이 맛있는 '떡'을 훔치기로 한다. 사전에 모의한 대로 '떡 만드는 집'에 들어간 는 방 안에서 자고 있던 아이를 살짝 물어 아기의 울음보를 터뜨림으로써 소란을 일으키고, 사람들이 놀란 아이에게 몰려간 사이 동작 빠른 원숭이는 재빨리 떡바구니를 훔쳐 온다.

원래는 공모자인 개와 함께 나눠 먹어야 할 떡이었지만, 욕심 많은 이 원숭이는 떡바구니를 들고 나무 위로 냅다 튀어 버렸다. '제발 떡을 나눠 먹자고 사정하는 개'를 생까고 '나무 위에서 혼자 떡을 먹으며 아래에 있는 개를 약올리던 원숭이'는 호들갑 떨다가 그 떡바구니를 떨어뜨리게 되고, 개는 '때는 요때다~' 하면서 냉큼 그 바구니를 물고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번엔 원숭이가 굴 앞에서 '떡을 나눠 먹자' 사정했으나, 개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원숭이는 자신의 엉덩이로 개의 굴 입구를 막고 방귀를 뀌었다. 이에 화가 난 개는 원숭이의 엉덩이를 꽉 물었고, 그로 인해 원숭이의 엉덩이 이 벗겨진 채 빨갛게 변해 버렸다..

'맛있는 을 둘러싼 원숭이 & 개의 배틀'을 그린 이 이야기는 '원숭이 엉덩이가 개진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구전 설화이다. <개를 꼬득여 원하는 떡을 얻은 뒤, 그 협력자를 배신한 원숭이가 결국 꾀와 탐욕을 부리다가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는 심오한 교훈을 담고 있는 설화이기도 하다.

이 '자기 혼자 맛난 떡을 차지할려고 욕심 부리다가 엉덩이 빨개진 원숭이 설화'를 교훈 삼아, 올해는 주변 사람들과 같이 떡 한 쪽도 나눠 먹는 훈훈함을 발휘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