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폴리스

신묘년 동물 '토끼', 동서양의 인식 차이

타라 2011. 2. 21. 07:56
2011년 올해는 신묘년(辛卯年) 토끼해이다. 토끼는 천간지지(天干地支)에 나오는 지지(地支), 즉 12지(자축인묘 진사오미 신유술해)에 속하는 동물로, 이 토끼(卯)에 관해 동/서양에서 여러 가지 재미난 얘기들이 전해져 내려온다. 개인적으로 '토끼'와 연관된 어린 시절의 순진한(?) 기억이 있다. 어디서 "달 안에 방아 찧는 토끼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서, 그게 참말인 줄 알고 '둥근 달'이 두둥실 떠 있을 때 눈 커다랗게 뜨고 하늘의 을 뚫어지게 쳐다보곤 했던... 결과적으로 달(月) 안에 토끼는 없었다- '과학'적인 측면에서, 토끼 같은 생물체가 달 환경에서 살기는 힘든 것이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좀 실망했는데, 굳이 달이 아니더라도 귀여운 토끼는 한국인들이 많이 접해 본 '음악'과 '문학'의 영역에서 종종 그 모습을 드러내곤 했었다. 일단 <산토끼>라는 유명 동요에 그가 등장한다.('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깡총깡총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의 친근하면서도 심플한 가사의 노래- 이 노랜 2절 가사도 되게 앙증맞고 귀엽다.) 멜로디가 참 좋은 <옹달샘>이란 동요에도 주요 캐릭터로 '토끼'가 등장한다.('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가사의 국민 동요..)


우리가 한 번쯤 배웠음직한 윤동주 <간(肝)>에도 토끼가 등장하며, 이 '토끼'와 '간'은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토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야기가 '구토설화(龜兎設話)'인데, <별주부전>의 근원 설화가 된 이 얘기엔 '지혜로써 위기를 극복한 영리한 토끼'가 등장한다. <구토설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 옛적.. 동해(바다) 용왕의 딸이 큰 병이 들어 오늘 내일 하고 있었는데, 의원이 "토끼 간을 구해서 먹으면 낫는다~"고 했다. 이에 거북이가 '토끼 간'을 구하기 위해 육지로 나왔고, 그는 맛난 음식과 재미난 풍경을 보여 준다고 속여서 토끼를 바다 속 용궁으로 데리고 가려 했다.

가던 도중 이 순진한 거북이는 토끼를 데려 가는 진짜 사정을 말했고, 이에 토끼는 자기는 간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존재이며 "가끔은 간을 꺼내어 씻은 뒤 바위 위에 말려두었다가 다시 넣곤 한다~"는 뻥을 쳤다. 역시나 순진한 거북이는 토끼의 그 말을 믿고 바위 위에 말려둔 '간(肝)'을 구하기 위해 다시 토끼를 업고 육지로 헤엄쳐 갔다.

하지만 육지에 도착하자마자 토끼는 폴짝 뛰어서 풀숲으로 도망갔고, 자신의 말을 믿은 거북이를 어리석다고 비웃었다. 간을 어떻게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냐며...


이 설화는 <상대방의 감언이설에 속아 큰 위기를 맞게 된 토끼가 특유의 기지로 그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는 내용의 이야기로, 토끼의 임기응변 능력과 지혜로움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귀엽고 순수하게 생겼는데..


동양에서는 토끼가 이렇게 '지혜롭고 영리한 동물'로 묘사되지만, 서양에선 '음탕함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실제로, 토끼의 번식력은 놀라운 수준이라고 한다. 토끼 암컷이 한 해동안 낳을 수 있는 새끼의 수가 최고 40마리 정도에 달한다고 하니 말이다..

다른 동물들은 발정기 때 짝짓기를 하지만, 토끼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런 것 없이 자기네들이 끌리면 시도 때도 없이 짝짓기를 하여 새끼를 잉태할 수 있는 존재이다. 거기다.. 하루에도 수십 차례 할 수 있으며, 뒷다리가 강해서 무척 격렬한 교미가 가능하다고..;;

뭘 해도 앙증맞고 귀여운 토끼~

토끼가 서양에선 성적인 존재로 인식되어 가끔 '플레이 보이'지에도 등장한다고 하니 조금 깨는 느낌이다. 서구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일본에서도 토끼를 뜻하는 '버니(bunny)'자 들어간 '버니 걸'이 야한 만화에 주로 등장하는 섹시한 여자의 상징처럼 쓰인다고 한다.


'귀여운 토끼'를 음란함의 상징처럼 여기는 서양의 방식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인도나 우리 나라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로 판소리, 소설로도 전승된 <구토설화>가 훨씬 토끼의 이미지를 잘 살렸다고 생각하는데, 같은 동물을 두고서도 이렇게 동서양의 해석 방향이 다르다는 점이 참으로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