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뮤지컬

문화 컨텐츠 속 '드라큘라'의 원조, '블라드 3세'

타라 2013. 5. 25. 20:43
개인적으로 드라큘라 나오는 극 or 뱀파이어물을 좋아하는지라, 최근 시간 내어 뮤지컬 '드라큘라' DVD 버전을 감상했다. 국내에서도 라이센스 공연을 올린 적 있는 체코 뮤지컬 '드라큘라'도 있지만, 음악이 좀 취향이 아닌 관계로 내가 더 매력을 느끼고 있는 건 캐나다 뮤지컬 '드라큘라'이다.

브루노 펠티에 주연, 캐나다 뮤지컬 <드라큘라>

우리 나라에서 꽤 많은 팬층을 양산한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 DVD 공연 실황에서 '그랭구아르' 역을 맡아 탁월한 가창력과 연기를 선보인 브루노 펠티에(Bruno Pelletier)가 캐나다 뮤지컬 <드라큘라(Dracula)>에서 '주인공' 역을 맡았는데, 극 자체가 아주 스타일리쉬하게 잘 빠졌으며 이 쪽 드라큘라의 느낌 또한 꽤나 매력적이다.

브루노 펠티에 주연의 <드라큘라(Dracula : Entre L'amour et La Mort)>는 몇 년 전 '불어를 사용하는 캐나다 퀘백'에서 초연되었으며, 꽤 오래 전에 관련 음반과 DVD도 출시된 바 있다.

캐나다 뮤지컬 <드라큘라> 수록곡 'Nous sommes ce que nous sommes'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의 원조 시인=그랭구와르(Gringoire)로 알려져서 그렇지,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인 브루노 펠티에(Bruno Pelletier)는 프랑스 사람이 아니라 '캐나다' 사람이다. 독일어권도 그렇지만, 불어권 뮤지컬에선 외국인을 주요 인물로 기용하는 경우가 많다..

드라큘라 관련 영화로는 조니 뎁(Johnny Depp)의 1994년 출연작 <에드 우드>에서 극 안의 등장 인물로 살짝 나오는 '벨라 루고시(Bela Lugosi)' 주연의 1931년 영화 <드라큘라>가 예전에 우리 나라 TV에서도 자주 해줘서 꽤 유명하다. '드라큘라=드라큐라'는 영화나 외국 TV 시리즈물로 나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데, 보통의 인간들과는 다른 '흡혈귀'여서 얼핏 만들어진 인물 같지만, 실은 극의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이 존재한다.(물론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알지만, 모르는 이들도 많은 듯...)

벨라 루고시의 '드라큘라(드라큐라)'


15세기 루마니아 왈라키아 지방의 영주였던 '블라드 3세(Vlad III)=블라드 체페슈(Vlad Tepes)'.. 오늘날 연극, 영화, 뮤지컬, TV 드라마 등 몇 백 편이 넘는 문화 컨텐츠의 소재 &  제목으로 나온 '드라큘라(Dracula)'란 명칭도 이 블라드 3세가 당시 '드라큘라'란 이름으로 불리워지게 된 데에서 유래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용(Dracul)'이란 작위를 받은 걸 자랑스럽게 여긴 블라드 3세가 거기에 '~의 아들'을 뜻하는 'a'를 붙여 '드라큘라(Dracula)'란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으며, 그 명칭을 선호했던 블라드 3세는 서명같은 걸 할 때에도 '블라드 드라큘라'를 더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즉, 실존 인물 '~드라쿨'의 아들을 뜻하는 '드라쿨라'에서 흡혈귀 드라큘라란 용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거기서 유래하긴 했으되, 동화 <푸른 수염>의 실존 인물이라 일컬어지는 '질 드레(Gilles de Rais)가 실제로 한 행동'이 해당 극 속에 나온 내용과 좀 다른 것처럼 '블라드 체페슈(Vlad Tepes)가 실제로 한 일' 역시 극화된 <드라큘라> 속 주인공의 행동과는 많이 다르다.


루마니아 공작이었던 블라드 체페슈(Vlad Tepes)도 '피'를 좋아하긴 했으나, 진짜 '흡혈귀'처럼 사람의 피를 주식으로 삼아 생활했던 건 아니고 전쟁 포로나 범법자로 잡혀 온 사람들을 긴 꼬챙이에 꿰어 죽이는 걸로 유명했다.(그런 걸 보면, 중세 사람들은 굉장히 미개하고 잔인한 면이 있는 듯..) 그의 이름에 나오는 '체페슈'도 루마니아어로 '꼬챙이'를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블라드 3세(Vlad III)=블라드 체페슈(Vlad Tepes)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은 게 아니라 죄수들을 주로 잔인한 방법으로 처형하고 그 앞에서 식사하는 걸 즐겼을 뿐인데, 어찌 하다 보니 '흡혈귀 드라큘라'의 실존 인물로 자리잡게 되었다. 아일랜드 작가인 브람 스토커(Bram Stoker)가 이 인물을 모티브로 해서 <드라큘라>란 호러 소설을 만들어 냈고, 그것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B. 스토커의 이 소설을 토대로 수많은 '드라큘라' 관련 극들이 쏟아져 나왔다.

'드라큘라'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 '블라드 체페슈'


비록 포로나 죄수들을 처형한 방법이 잔인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무시무시한 흡혈귀인 드라큘라 백작'의 원조가 된 실존 인물 '블라드 드라큘라(Vlad Dracula)'가 당시의 루마니아에선 오스만 제국(터키)으로부터 나라를 지킨 영웅으로 칭송 받았으며, 끔찍한 범법자들을 단호하게 처형하면서 백성들에겐 나름 선정을 베푼 걸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극화된 드라큘라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 '블라드 드라큘라(Vlad Dracula)'와 소설, 영화, TV 시리즈물, 뮤지컬, 연극 속 '드라큘라(Dracula)'엔 별다른 공통점이 없는 것 같다. 그저 이름이 '드라큘라'라는 것과 '피를 많이 봤다'는 것 외에는...

각종 문화 컨텐츠에 나오는 '흡혈귀 드라큘라'의 '명칭에 대한 씽크로율'은 기가 막히게 좋은 편이라 할 수 있는데, 어쩌면 소설가 브램 스토커(Bram Stoker)도 '블라드 3세'의 이름에 나오는 '드라큘라(Dracula)'란 단어의 어감이 유난히 마음에 들어서 그러한 괴기 소설을 만들어낸 것일지 모른다.


예전엔 그저 극 안의 '드라큘라'가 잔인하고 무서운 인물로 많이 그려졌었는데, 요즘 나오는 극화된 '드라큘라'는 거칠면서도 나름 매혹적이고, 보는 이의 연민을 자아내는 쪽으로 꽤 입체감 있게 그려지고 있다. 무대 버전(뮤지컬) 흡혈귀물의 경우 '그 안에 나오는 기괴하고 음산한 세트'도 인상적이고 '최근 트랜드에 맞춘 드라큘라 캐릭터' 자체도 잘만 그려내면 꽤 매력적인데, 혹시나 기회 된다면 브루노 펠티에가 초연한 불어권의 캐나다 뮤지컬 <드라큘라>도 국내 버전 라이선스 공연으로 한 번 올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