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폴리스

'푸른 수염' 실존 인물, 잔 다르크를 연모한 '질 드레'

타라 2012. 12. 4. 23:17
소시 적에 접했던 동화들 중 최초의 '비극적 결말'의 동화가 '인어 공주'나 '플란다스의 개'였다면, 어린이들이 보기에 너무 끔찍하다 여겼던 최초의 '공포 동화'는 세계 명작 전집에 나온 '푸른 수염'이었다. 오래 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어린 마음에도 극 중 '푸른 수염 아저씨가 벌인 행각이 너무나 엽기적'이어서 화들짝 놀래가며 그 동화를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동화 <신데렐라(Cendrillon)>를 쓰기도 했던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가 <푸른 수염(La barbe bleue)>을 집필했는데, 이 동화의 내용은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다음과 같다..

'푸른 수염'이라 불리는 한 영주가 있었다. 그는 결혼을 여러 번 했으나, 매번 아내들이 일찍 죽어서 새 아내를 얻게 되었다. 이 푸른 수염 아저씨는 장기 출장(?)을 떠나기 전 새 아내에게 '열쇠 뭉치'를 건네주면서 '성 안에 있는 아무 방에나 들어가도 되지만, 마지막 단 한 방만은 절대 들어가면 안된다'고.. 만일 그곳에 들어가면 큰 화를 입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새 신부는 남편의 말을 어기고 그 방에 몰래 들어가 보는데.. 거기서 비참하게 살해된 푸른 수염 전 부인들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너무 놀란 그녀는 열쇠 뭉치를 떨어뜨리게 되고, 거기에 피가 묻어 있어서 성으로 돌아온 푸른 수염에게 그 방문을 열어봤다는 사실을 들키게 된다. 결국 푸른 수염 영주는 이 새 부인마저 죽이려 하는데, 절체절명의 순간에 신부의 오빠가 나타나 푸른 수염을 죽이고 그녀를 구하게 된다..


이렇게 간단 요약하니까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어린 시절 이 동화를 읽었을 때에는 장면 장면의 묘사가 긴장감 있게 처리되어서 꽤 무서운 내용처럼 여겨졌었다. 
  

실존 인물 '질 드레'


그런데, 이 동화에 나온 '푸른 수염'의 실제 모델이 있다고 한다. 동화에 나온 영주도 많은 사람들을 연이어 살해한 '연쇄 살인마'에 가까운 인물인데, 실제로도 프랑스에서 엽기적인 살인 행각으로 처형된 한 백작이 있었다. 15세기에 살았던 질 드레(Gilles de Rais)란 인물이며, 동화 속 '푸른 수염 영주'가 부인들을 살해한 것에 반해 '질 드레 백작'은 어린 소년들을 주로 살해했다.

프랑스의 귀족 & 군인이었던 '질 드레'는 프랑스와 영국 사이에 '백년 전쟁'이 일어났을 때 프랑스를 구한 여전사 잔 다르크를 옆에서 보필하던 부관이기도 했다. 그 때 당시 함께 많은 공을 세웠지만, 1431년 자신이 연모했던 '잔 다르크'가 마녀로 몰려 처형당하자 '질 드레'는 신에 대한 믿음을 잃고 급 절망하면서 흑마법에 빠져들었고, 점점 미치광이 연쇄 살인마로 변해갔다.



그 후 질 드레(Gilles de Rais)는 악마주의에 빠져들어 수많은 소년들을 살해했는데, 그 숫자가 몇 백 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가 성 안에서 많은 이들을 죽였다는 소문이 돌았고, 결국 질 드레는 체포되었다. 조사 결과 질 드레의 성 안에서 많은 학살의 징후들이 나타났고, 그가 젊은 소년들을 강간 고문한 뒤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특히, 금발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소년들을 좋아했다고 한다.

질 드레 백작은 기타 등등의 변태 행위와 죽은 시체들에 대한 엽기 잔혹스런 행각을 벌인 걸로 드러났고 1440년 신성 모독, 남색, 강간, 소년 살해 등의 죄목으로 화형당했다. 그는 전해지는 역사 기록 속에서 알려진 '최초의 연쇄 살인범'이었다.
(그런데.. 이 '질 드레 역시, 당시 그의 권력과 재산을 탐냈던 세력에 의해 극악무도한 악마로 누명을 덮어쓴 것'이라는 <음모론>이 존재한다. 체포된 뒤 엄청난 고문을 당했던 그가 거짓 자백을 늘어놓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역시나 진실은 저 너머에~)

Château de Tiffau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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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시대, 질 드레(Gilles de Rais) 백작이 살았던 프랑스의 티포주 성(Chateau de Tiffauges)

샤를 페로가 정착시킨 <신데렐라> 이야기 등 그 시대에 지어진 많은 동화들이 원래는 유럽에서 전해지던 '민담'이나 '구전된 스토리'를 가지고 만든 내용이며, <푸른 수염>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17세기에 동화 작가 샤를 페로가 쓴 <푸른 수염(La Barbe bleue)>의 경우엔, 이러하듯 15세기에 실존했던 연쇄 살인마 '질 드레(Gilles de Rais)'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