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에 무대에 오르게 될 공연 <지킬 앤 하이드(Jekyll & Hyde)>는 영국 소설가 로버트 스티븐슨이 19세기에 발표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무척 음울하면서도 강인한 흡인력을 가진 작품이다. 스티븐슨의 그 원작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라는 제목으로 '초등 학교 권장 도서 목록'에도 종종 들어가므로(초딩용 각색 버전으로), 어린이들도 흔히 알고 있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라이센스 <지킬 앤 하이드> 초연(2004년)' 때 이 뮤지컬의 '지킬 & 하이드'로 등장하여 좋은 연기력을 보여준 바 있는 조승우가 제대했는데, 이전까지만 해도 '이번 2010년 공연에 조승우가 또 출연한다, 안한다, 출연해도 조금 하다 만다~'로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 제대 후 첫 작품으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조승우가 출연하는 걸로 결정이 났다.
'뮤지컬 공연' 출연 치고는 다소 과하다 싶은 '미친 출연료'와 함께 이슈를 불러 일으키면서 말이다.. 공연 제작사와 티켓 파워를 지닌 배우 간의 비즈니스적인 대목 & 그것이 극을 소비하는 일반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관한 대목은 다음에 얘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Jekyll & Hyde)>의 '스토리'적인 부분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이 극의 '배경'은 19세기 영국의 런던.. 유능한 과학자이자 의사인 헨리 지킬(Henry Jekyll)은 '정신 분열증'에 걸려 고통 받는 자기 아버지로 인해 '정신을 분리하는 실험'에 몰두한다. 그 연구가 결과적으로 성공할려면 '임상 실험'이 필요해서 이사회의 동의를 구해 보지만, 법원에선 말도 안된다며 지킬 박사의 그 실험을 극구 반대한다.(그 때문에, 이사회 사람들로부터 조롱 당하고 완전 왕따 되는 지킬~)
이 극의 주인공이 '지킬'이다 보니 이사회 임원들이 얼핏 악역으로 보이지만, 제 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이사회 사람들'이 그 실험을 반대하는 건 어떤 면에서 보면 너무 당연하다 생각된다. 기독교를 믿던 19세기 영국 사람들 입장에서 봤을 때, 인간의 내면을 분리하려는 지킬 박사의 그 실험은 자신들이 믿는 '신에 대한 오만방자한 도전'으로 여겨질 수 있기에 말이다.. 다 '입장 차이'인 거다-
이사회의 반대로 지킬 박사는 어쩔 수 없이 자기 몸에 '연구한 약'을 투입하는 무리수를 두게 되는데, 그 부작용으로 걷잡을 수 없는 살인마(하이드)로 변신하게 된다. 그리고, 나름 복수(?)한답시고 자신의 실험을 반대했던 이사회 임원들을 하나 둘 살해하고 돌아다니는데... '지킬'이 악마 '하이드'로 변한 뒤에 나오는 전반적인 극의 설정들이 꽤 긴장감 있고 흥미롭게 느껴지긴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극적인 '개연성'이랄까 그런 건 좀 떨어지는 편이다.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굳이 사회 생활을 안하더라도, 청소년기에 다니는 학교 내에서도) 적도 생기고, 아군도 생기고, 라이벌도 생기는 등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좋아하기란 불가능'하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 이치로, 이 극에 나오는 이사회 사람들이 '무리한 실험을 강행하려는 지킬 박사'를 향해 '저 미친 놈~'하고 욕하면서 한심한 사람 취급했다 하여 그걸 개인적인 '원한'이나 '복수의 감정'으로 연결시키긴 좀 힘들지 않나 싶다.
그런데.. 무슨 자기 집안의 철천지 원수도 아니고, 그저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하려 했던 자신이랑 입장이 달라서 '추진하는 실험'에 반대 좀 했다고 그 사람들을 원수처럼 여기며 온갖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다니... 이 극 안에서 하이드로 변신한 지킬 박사가 '도대체 왜 그랬는지~?' 개연성이 좀 떨어진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한 편으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속에서 극적인 긴장감을 높여주는 '하이드 등장 씬'을 흥미롭게 바라보면서도 종종 '응?'스러운 감정이 자동반사적으로 올라오곤 한다.
물론 극 중 이사회 임원들이 '겉으론 점잖은 척 하면서, 뒷구멍으로 불륜을 저지르거나 부도덕한 일을 일삼는 위선자'들인 건 사실이지만, 그건 그들의 '사생활'일 뿐이다. 이사회 사람들의 그런 위선자적 삶은 지킬 박사가 그들에게 앙심 품고 죽여버릴 정도의 '개인적인 원한'과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 뮤지컬 안에 나오는 하이드(복수 지킬)는 자기가 무슨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악의 무리를 처단하는 독수리 오형제'라도 되는 양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거나, 자신이 추진하는 실험에 반대 좀 했다고 극강 뒷끝을 발휘하며 필요 이상의 응징을 가하는 '왕 오버남' 캐릭터에 가깝다.
라이센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의 경우엔 '뼛 속까지 복수심에 쩔어야 할 주인공이 복수를 너무 미적지근하게 해서 탈'이고 <지킬 앤 하이드> 경우엔 '별로 죽일 이유까지는 없어 보이는 대상을 향해 주인공이 너무 오버스런 복수 행각을 펼쳐 보여서 탈'이다..
<지킬 앤 하이드> 라이센스 공연(한국판)이 국내에선 꽤 성공했지만, 원래 이 뮤지컬이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다른 더 위상이 높은 작품들에 비해) 크게 성공하거나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은 아니며, 혹평도 꽤 있었던 걸로 안다. 주인공이 행하는 전후 행위에 대한 '논리적인 개연성'이 부족한, 이런 '대본'과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연출' 상의 문제 역시 거기에 일조하지 않았을까 싶다.
전반적인 스토리나 장면 연결의 차원에서 '극의 논리'가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개연성'은 모든 극의 기본이라 생각한다. 2009년에 있었던 <지킬 앤 하이드(Jekyll & Hyde)> 내한 공연을 보니, 이 뮤지컬의 '스토리'나 '기본 극 구성' 자체가 꼭 오리지널 영어권 국가에서 공연한 대로 정해진 포맷을 따라가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면 한국판 <지킬 앤 하이드>를 재상연 하면서, 극이 '논리적으로 어그러지는 부분'은 보다 매끄럽게 될 수 있도록 손을 좀 봐야 하지 않나 싶었다.
단순히 '쟤는 하이드니까~ 지킬 박사가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내면의 악만 남은 악마로 변했기 때문에 한 때 자기 실험을 반대했던 이사회 사람들을 죽이게 되었대요~'로 주인공의 그 극강 파행적 행위를 설명하기엔, 뭔가 70% 부족한 느낌이다. 그(하이드)가 악만 남은 놈 or 미친 놈인 건 알지만, 그것이 '특정한 주제를 담은 완결된 구성 형식의 이야기물'로 구성되었을 때엔 그 미친 놈 캐릭터가 하는 행위에도 '정당한 명분(해당 캐릭터가 하는 행동에 대한 정확한 동기)'이란 게 있어야 하는 거다-
좀 생각 있는 작가 같으면(뮤지컬 대본 구성하는 사람), 단순히 이사회 사람들이 지킬 박사의 실험을 반대하고 조금 빈정거리는 것 외에 '지킬 박사가 하이드로 변한 뒤 이사회 사람들을 잔인하게 응징하는 명분'이 그 누가 봐도 이해될 수 있게끔 그 사이에 <부가적인 몇몇 개연성 있는 설정>을 좀 집어넣는 게 정상이라 생각한다. 플롯이나 극의 내러티브 면에서 웬만한 '잘 쓰여진 영화나 TV극의 30년 전 수준'인 '뮤지컬 스토리'에서 그 정도의 완성도를 기대하는 게 무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한국판 <지킬 앤 하이드>의 경우엔 나름 작품의 깊이도 있고 다른 조악한 스토리의 뮤지컬에 비해선 그나마 '잘 만들어진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적인 면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개연성이 좀 떨어지는 장면과 더불어, 2막의 구성은 지루하게 늘어지기까지...)
뮤지컬(Musical)의 많은 부분은 '노래'로써 전달되지만 그게 다는 아니며, 무엇보다 뮤지컬은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를 가진 <극 장르>이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국내 뮤지컬 공연을 보면, 해마다 일반 대중들이 너무 부담스러워 할 정도로 '티켓 가격'은 미친듯이 오르고 있지만, 정작 그 가격에 합당한 <스토리적인 완성도>는 점점 보기 힘들어진다.
집에서 과자 먹으며 편하게 볼 수 있는 TV 드라마 중에도 잘 찾아보면 '기/승/전/결' 구조와 '캐릭터' 구축 확실하고, '논리적으로 훌륭한 장면 연결' & '짜임새 있는 극 구성력'을 자랑하는 TV물이 참 많다. 헌데.. 관객들이 겁나게 비싼 대가(고가의 티켓 구매)를 치르고 봐야 하는 각종 뮤지컬 공연들은 다소 시대 착오적이라 할 수 있는 '쌍팔년도스런 여주인공 캐릭터 설정, 진부한 남녀 관계, 극적인 개연성이 떨어지는 스토리 & 조악한 플롯'의 극을 꾸려놓고 그걸 무슨 대단한 명품이라도 되는 양 비싸게 팔아먹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은 이런 현상이 굉장히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뮤지컬 '극 구성'을 하고 '연출'을 하는 제작자 & 스텦들이 스타 마케팅에 의존하거나 이슈를 만들어 공연 팔아먹기에 급급해 하기 보다는 '높아진 대중의 눈'과 가격에 걸맞는 '극의 완성도'를 갖출 수 있도록 스스로의 경쟁력(창작 능력/극 구성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 생각된다..
최근 '라이센스 <지킬 앤 하이드> 초연(2004년)' 때 이 뮤지컬의 '지킬 & 하이드'로 등장하여 좋은 연기력을 보여준 바 있는 조승우가 제대했는데, 이전까지만 해도 '이번 2010년 공연에 조승우가 또 출연한다, 안한다, 출연해도 조금 하다 만다~'로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 제대 후 첫 작품으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조승우가 출연하는 걸로 결정이 났다.
'뮤지컬 공연' 출연 치고는 다소 과하다 싶은 '미친 출연료'와 함께 이슈를 불러 일으키면서 말이다.. 공연 제작사와 티켓 파워를 지닌 배우 간의 비즈니스적인 대목 & 그것이 극을 소비하는 일반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관한 대목은 다음에 얘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Jekyll & Hyde)>의 '스토리'적인 부분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이 극의 '배경'은 19세기 영국의 런던.. 유능한 과학자이자 의사인 헨리 지킬(Henry Jekyll)은 '정신 분열증'에 걸려 고통 받는 자기 아버지로 인해 '정신을 분리하는 실험'에 몰두한다. 그 연구가 결과적으로 성공할려면 '임상 실험'이 필요해서 이사회의 동의를 구해 보지만, 법원에선 말도 안된다며 지킬 박사의 그 실험을 극구 반대한다.(그 때문에, 이사회 사람들로부터 조롱 당하고 완전 왕따 되는 지킬~)
이 극의 주인공이 '지킬'이다 보니 이사회 임원들이 얼핏 악역으로 보이지만, 제 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이사회 사람들'이 그 실험을 반대하는 건 어떤 면에서 보면 너무 당연하다 생각된다. 기독교를 믿던 19세기 영국 사람들 입장에서 봤을 때, 인간의 내면을 분리하려는 지킬 박사의 그 실험은 자신들이 믿는 '신에 대한 오만방자한 도전'으로 여겨질 수 있기에 말이다.. 다 '입장 차이'인 거다-
이사회의 반대로 지킬 박사는 어쩔 수 없이 자기 몸에 '연구한 약'을 투입하는 무리수를 두게 되는데, 그 부작용으로 걷잡을 수 없는 살인마(하이드)로 변신하게 된다. 그리고, 나름 복수(?)한답시고 자신의 실험을 반대했던 이사회 임원들을 하나 둘 살해하고 돌아다니는데... '지킬'이 악마 '하이드'로 변한 뒤에 나오는 전반적인 극의 설정들이 꽤 긴장감 있고 흥미롭게 느껴지긴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극적인 '개연성'이랄까 그런 건 좀 떨어지는 편이다.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굳이 사회 생활을 안하더라도, 청소년기에 다니는 학교 내에서도) 적도 생기고, 아군도 생기고, 라이벌도 생기는 등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좋아하기란 불가능'하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 이치로, 이 극에 나오는 이사회 사람들이 '무리한 실험을 강행하려는 지킬 박사'를 향해 '저 미친 놈~'하고 욕하면서 한심한 사람 취급했다 하여 그걸 개인적인 '원한'이나 '복수의 감정'으로 연결시키긴 좀 힘들지 않나 싶다.
그런데.. 무슨 자기 집안의 철천지 원수도 아니고, 그저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하려 했던 자신이랑 입장이 달라서 '추진하는 실험'에 반대 좀 했다고 그 사람들을 원수처럼 여기며 온갖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다니... 이 극 안에서 하이드로 변신한 지킬 박사가 '도대체 왜 그랬는지~?' 개연성이 좀 떨어진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한 편으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속에서 극적인 긴장감을 높여주는 '하이드 등장 씬'을 흥미롭게 바라보면서도 종종 '응?'스러운 감정이 자동반사적으로 올라오곤 한다.
물론 극 중 이사회 임원들이 '겉으론 점잖은 척 하면서, 뒷구멍으로 불륜을 저지르거나 부도덕한 일을 일삼는 위선자'들인 건 사실이지만, 그건 그들의 '사생활'일 뿐이다. 이사회 사람들의 그런 위선자적 삶은 지킬 박사가 그들에게 앙심 품고 죽여버릴 정도의 '개인적인 원한'과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 뮤지컬 안에 나오는 하이드(복수 지킬)는 자기가 무슨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악의 무리를 처단하는 독수리 오형제'라도 되는 양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거나, 자신이 추진하는 실험에 반대 좀 했다고 극강 뒷끝을 발휘하며 필요 이상의 응징을 가하는 '왕 오버남' 캐릭터에 가깝다.
라이센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의 경우엔 '뼛 속까지 복수심에 쩔어야 할 주인공이 복수를 너무 미적지근하게 해서 탈'이고 <지킬 앤 하이드> 경우엔 '별로 죽일 이유까지는 없어 보이는 대상을 향해 주인공이 너무 오버스런 복수 행각을 펼쳐 보여서 탈'이다..
<지킬 앤 하이드> 라이센스 공연(한국판)이 국내에선 꽤 성공했지만, 원래 이 뮤지컬이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다른 더 위상이 높은 작품들에 비해) 크게 성공하거나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은 아니며, 혹평도 꽤 있었던 걸로 안다. 주인공이 행하는 전후 행위에 대한 '논리적인 개연성'이 부족한, 이런 '대본'과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연출' 상의 문제 역시 거기에 일조하지 않았을까 싶다.
Q. 하이드로 변한 지킬 박사가 '이사회 임원들'을 무려 '살해'씩이나 한 이유는?
1) 그냥..
2) '하이드'로 변신한 후 너무 심심해서..
3) 지킬 박사는 '뒤끝 쩌는 남자'여서, 자기 '실험 반대한 것'으로도 손쉽게 살의를 느꼈다.
4) 극강 '악'인 악마 하이드로 변신했으니까, 악마는 무조건 살인을 저질러야 한단 편견으로~
5) 세상의 모든 '위선자'들을 처단해야만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라서...
6) (비록 개연성은 좀 없지만) 뮤지컬 '대본'에 그리 쓰여 있어서 지킬 박사도 어쩔 수 없었다..
2) '하이드'로 변신한 후 너무 심심해서..
3) 지킬 박사는 '뒤끝 쩌는 남자'여서, 자기 '실험 반대한 것'으로도 손쉽게 살의를 느꼈다.
4) 극강 '악'인 악마 하이드로 변신했으니까, 악마는 무조건 살인을 저질러야 한단 편견으로~
5) 세상의 모든 '위선자'들을 처단해야만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라서...
6) (비록 개연성은 좀 없지만) 뮤지컬 '대본'에 그리 쓰여 있어서 지킬 박사도 어쩔 수 없었다..
전반적인 스토리나 장면 연결의 차원에서 '극의 논리'가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개연성'은 모든 극의 기본이라 생각한다. 2009년에 있었던 <지킬 앤 하이드(Jekyll & Hyde)> 내한 공연을 보니, 이 뮤지컬의 '스토리'나 '기본 극 구성' 자체가 꼭 오리지널 영어권 국가에서 공연한 대로 정해진 포맷을 따라가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면 한국판 <지킬 앤 하이드>를 재상연 하면서, 극이 '논리적으로 어그러지는 부분'은 보다 매끄럽게 될 수 있도록 손을 좀 봐야 하지 않나 싶었다.
단순히 '쟤는 하이드니까~ 지킬 박사가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내면의 악만 남은 악마로 변했기 때문에 한 때 자기 실험을 반대했던 이사회 사람들을 죽이게 되었대요~'로 주인공의 그 극강 파행적 행위를 설명하기엔, 뭔가 70% 부족한 느낌이다. 그(하이드)가 악만 남은 놈 or 미친 놈인 건 알지만, 그것이 '특정한 주제를 담은 완결된 구성 형식의 이야기물'로 구성되었을 때엔 그 미친 놈 캐릭터가 하는 행위에도 '정당한 명분(해당 캐릭터가 하는 행동에 대한 정확한 동기)'이란 게 있어야 하는 거다-
좀 생각 있는 작가 같으면(뮤지컬 대본 구성하는 사람), 단순히 이사회 사람들이 지킬 박사의 실험을 반대하고 조금 빈정거리는 것 외에 '지킬 박사가 하이드로 변한 뒤 이사회 사람들을 잔인하게 응징하는 명분'이 그 누가 봐도 이해될 수 있게끔 그 사이에 <부가적인 몇몇 개연성 있는 설정>을 좀 집어넣는 게 정상이라 생각한다. 플롯이나 극의 내러티브 면에서 웬만한 '잘 쓰여진 영화나 TV극의 30년 전 수준'인 '뮤지컬 스토리'에서 그 정도의 완성도를 기대하는 게 무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한국판 <지킬 앤 하이드>의 경우엔 나름 작품의 깊이도 있고 다른 조악한 스토리의 뮤지컬에 비해선 그나마 '잘 만들어진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적인 면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개연성이 좀 떨어지는 장면과 더불어, 2막의 구성은 지루하게 늘어지기까지...)
뮤지컬(Musical)의 많은 부분은 '노래'로써 전달되지만 그게 다는 아니며, 무엇보다 뮤지컬은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를 가진 <극 장르>이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국내 뮤지컬 공연을 보면, 해마다 일반 대중들이 너무 부담스러워 할 정도로 '티켓 가격'은 미친듯이 오르고 있지만, 정작 그 가격에 합당한 <스토리적인 완성도>는 점점 보기 힘들어진다.
집에서 과자 먹으며 편하게 볼 수 있는 TV 드라마 중에도 잘 찾아보면 '기/승/전/결' 구조와 '캐릭터' 구축 확실하고, '논리적으로 훌륭한 장면 연결' & '짜임새 있는 극 구성력'을 자랑하는 TV물이 참 많다. 헌데.. 관객들이 겁나게 비싼 대가(고가의 티켓 구매)를 치르고 봐야 하는 각종 뮤지컬 공연들은 다소 시대 착오적이라 할 수 있는 '쌍팔년도스런 여주인공 캐릭터 설정, 진부한 남녀 관계, 극적인 개연성이 떨어지는 스토리 & 조악한 플롯'의 극을 꾸려놓고 그걸 무슨 대단한 명품이라도 되는 양 비싸게 팔아먹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은 이런 현상이 굉장히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뮤지컬 '극 구성'을 하고 '연출'을 하는 제작자 & 스텦들이 스타 마케팅에 의존하거나 이슈를 만들어 공연 팔아먹기에 급급해 하기 보다는 '높아진 대중의 눈'과 가격에 걸맞는 '극의 완성도'를 갖출 수 있도록 스스로의 경쟁력(창작 능력/극 구성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