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예술(중의 일부)도 돈 많아야 할 수 있는 모양이다. 미대, 음대 가려면 중/고등학교 때부터 장난 아니게 돈을 투자해야 하고, 대학 진학 이후에도 이런저런 경제적 부담이 많아지니 말이다.. 어쨌든, 그 옛날 예술가들 중에는 배고픈 시절을 견뎌가며 피고름(?)으로 예술 작품을 만들어낸 이들이 참 많았었다.
서양 화가들 중에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대표적인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처럼 평생을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며 힘든 삶을 이어간 미술가들이 꽤 있었는데, 반면 자신의 창작 세계를 마음껏 펼치는 '예술'도 하고 '돈'도 많이 벌고 '사생활'도 즐기며 참 팔자 좋은 인생을 살다 간 이도 있었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같은 화가가 그러하다. 개인적으로, 무척 부러워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Pablo Picasso(1881~1973) |
얼마 전에 읽은 책을 보니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 즉 취미 생활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이상적인 일'이라고 하던데, 화가 피카소가 딱 그런 인생을 살다 간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자기가 좋아서 한 일로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어들인 피카소는 살아 생전에 이미 많은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었던 '부자 예술가'였고, 요절한 천재들이 많은 가운데 무려 93세까지 질기게 삶을 누린 '장수한 천재'였다.
1881년 스페인에서 태어난 피카소는 21세 때 프랑스 파리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으며, 27세 때부터 입체파 화가로 변신하여 서서히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가 평생에 걸쳐 그린 그림은 3만 여점에 달하는데, 그 중엔 고가로 팔린 그림들도 많아서 피카소는 대체로 부유한 삶을 살다 갔다. 젊어 잠깐 가난한 시절도 있었지만, 피카소가 30세가 되었을 무렵엔 파리에서 꽤 럭셔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피카소 曰 : "예술은 우리의 영혼을 일상의 먼지로부터 씻어준다. 작품은 그것을 보는 사람에 의해서만 살아 있다.
나는 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을 그린다." |
그런데.. 피카소가 아무리 90세 넘게 장수했다 해도, 3만 점 그림은 엄청난 양에 해당한다. 대충 계산기 두드려 보니 그가 10대 중반부터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쳐도 90년 조금 넘게 살면서 한 사람이 3만 점의 그림을 남기려면 최소 하루 1점 이상은 그려야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마디로, 피카소는 하나의 그림을 초단시간 내에 쓱쓱 완성하는 '미친 속도의 화가'였던 것이다..
실제로 피카소(Picasso)는 청소년기 때의 '미술 학교 입학' 당시 1달 동안 그리게 되어 있는 과제를 단 하루만에 해치운 적이 있으며, 한꺼번에 여러 장의 그림을 펼쳐놓고 동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화가 브라크는 그를 향해 '피카소는 마치 불을 내뿜기 위해 석유를 들이마시는 광대처럼 그림 그린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그림 그릴 땐 최대한 몰두해서 열정적으로 작업했다는 뜻이다.
사람이(특히 남자가) 뭔가에 '정열적으로 열중해 있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는데, 피카소의 그런 모습 때문인지 아님 남자로서의 개인적 매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피카소 주변엔 늘 아릿따운 여인들이 있었고 그의 삶 전반에 걸쳐 내내 연애나 사랑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피카소 그림 'Woman with a Book' |
파블로 피카소는 평생에 걸쳐 7명의 여인들과 사랑을 나눴으며, 그런 체험은 그의 작품 활동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2번의 결혼과 여러 번의 동거를 했던 피카소의 경우 '공식적으로 알려진 여인들이 7명'이고, 기타 등등의 썸씽 있었던 여성들이 꽤 많았다고 함) 여인들을 좋아했던 피카소는 자신의 작품 세계 안에서도 남자 보다는 '여자'가 등장하는 그림을 주로 그렸다.
피카소가 다 늙어서 교제한 마지막 여인 자클린은 무척 헌신적인 여자였는데, 덕분에 피카소는 제대로 내조 받아가며 알찬 말년을 보낼 수 있었다.(여러 해 교제한 끝에 둘이 결국 결혼하게 되었다. 당시.. 피카소가 80대 할아버지, 그가 부인으로 맞이한 자클린 쪽은 30대 젊은 여성이었다. ;;) 헌데 이 여인네가, 피카소 죽은 뒤에 그를 너무도 그리워한 나머지 자살했다고 한다. 그의 정식 부인이 된 자클린 외에도, 피카소에게 버림 받은 뒤 정신병에 시달리거나 그의 사후에 자살한 여인(전 애인)이 또 있었다.
어떤 뮤지컬을 보면 '한 남자'를 두고서 그 남자를 사랑하는 두 여인네가 '태양처럼 빛나네~' 어쩌고 하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당시의 여성들에겐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가 딱 이런 '태양처럼 빛나는 남자'였나 보다. 실제로, 그와 교제했던 많은 여성들이 피카소를 태양처럼 숭배했다고 한다. 천재들 특유의 오만함도 살짝 있는 데다가 자신의 감정에 무척 충실했던 피카소는 사귀던 여자들도 본인이 애정 식으면 철저하게 차버리는 등 꽤 여러 여자들을 울리고 다녔던 '나쁜 남자'였다.
피카소 그림 'Weeping Woman' |
하지만 그는 평생 동안 하루에 여러 점의 그림을 그리며, 부와 명예 속에서 자신의 천재성을 마음껏 뽐낸 '당대에 인정 받는 예술가'였다. '죽을 복'까지 타고난 피카소는 죽기 바로 전날까지 그림을 그리다가 잠자리에서 별다른 고통 없이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세속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평생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 일로 '돈'도 엄청나게 많이 벌고 끝없는 여인들의 '사랑'과 '세상의 관심' 속에서 풍족하게 잘 살다가 '죽을 복'까지 타고난 피카소의 삶은 그 누가 봐도 상당히 부러운 인생이다.(피카소가 전생에 나라를 여러 번 구하기라도 했나 싶을 정도로...)
당시의 유명 예술가들 중에선 비참하게 살다 가거나 일찍 죽은 이들도 많았던 것에 반해, 피카소는 젊은 나이에 이미 화가로서 굉장히 잘 풀리고 전반적으로 '굵고 길게~' 살다 간 축복받은 예술가였다.
가운데 있는 키 작은 아저씨가 '피카소' |
여러 면에서 남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았던 화가 피카소(Picasso)는 별로 기럭지가 긴 남자는 아니었다. 수많은 아름다운 여성들로부터 태양처럼 숭배 받은 천재 화가 & 부자 화가 피카소는 키 작은 남자, (그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고, 요즘 그냥 하는 말로) 즉 루저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여러 여인네들을 죽고 못살게 만들었던 '피카소'의 매력은 과연 뭐였을까- (탁월한 눈빛, 아님.. 목소리? or 남다른 매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