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폴리스

실화였던 '신데렐라' 유리구두, 원래는 모피구두

타라 2013. 1. 3. 22:17
우리 나라에서도 평범했던 여성이 갑자기 톱 스타가 되거나 재벌 남자를 만나게 되면 관용어구처럼 '신데렐라 탄생~'이란 말을 쓰기도 하는데, 어린 시절 동화책을 통해 많이 접했던 이 <신데렐라=재투성이 아가씨> 내용은 원래 구전되어 전해졌던 이야기이다. 동화 <신데렐라(Cinderella)>의 주된 키워드 하면 '신분 상승, 왕자님, 유리 구두' 등을 들 수 있을텐데, 실은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그것은 원래 '유리 구두'가 아니라 '모피 구두'였다고 한다.


한 때 '유리로 된 구두로 어떻게 춤을 추고 계단을 뛰어서 내려오나..?' 싶어서 그 대목이 좀 이해가 안되었던 적이 있었는데(뒷굽이 그렇게 얇은 하이힐인 관계로, 사람 체중에 의한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삼풍 백화점 붕괴하듯 유리 구두가 깨어져서 발바닥이 피범벅 되기 십상~), 알고 보니 '모피로 만든 구두'였던 것이다. 이집트의 한 실화를 바탕으로 떠돌던 '신데렐라 이야기'는 17세기 프랑스의 동화 작가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가 각색하여 정착시킨 것이다.

4천 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신데렐라>의 모티브가 된 실화'는 다음과 같다..

이집트 나일강 일대에 로도피스라는 아릿따운 처녀가 살고 있었다. 이 마음씨 착한 로도피스는 생사를 오가는 한 노파를 구해주고 정성껏 치료해 주었지만, 그녀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노파는 숨을 거두었고, 죽기 직전 로도피스에게 '모피로 만든 구두'를 선물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로도피스가 강가에서 목욕을 하던 중 독수리가 날아와 그녀가 강 기슭에 놓아둔 모피 구두 한 짝을 낚아채어 갔고, 이집트의 수도인 멘피스로 날아가 이집트 왕이 있던 곳에 그 구두를 떨어뜨리게 되었다.

그 예쁜 털가죽 구두를 발견한 이집트의 멘카우레 왕은 '독수리가 떨어뜨리고 간 물건의 주인과 자신이 어떤 인연이 있을 것'이란 신탁(예언)을 떠올리곤, 신하들을 시켜 그 신발의 주인을 찾도록 지시했다. 신하들의 오랜 추적 끝에 결국 그 모피 구두의 주인이 로도피스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그녀가 마음에 든 멘카우레 왕은 주변의 반대를 뚫고 로도피스를 이집트 왕비로 맞이하게 되었다.

로도피스는 나름 좋은 왕비였지만, 병을 얻게 되어 2년 뒤 사망했다고 한다. 그녀를 잃은 멘카우레 왕은 심히 슬퍼하면서 로도피스를 위한 피라미드를 세웠고, 그들에 관한 이 이야기(실화)는 훗날 많은 작가들에 의해 각색되어졌다..

프랑스의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가 쓴 동화 <신데렐라>도 그 중 하나인데, 원래 '모피 구두'라고 나와 있던 여주인공의 신발이 훗날 '유리 구두'로 전해지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설들이 존재한다.

1)샤를 페로가 동화로 각색하면서 더 임팩트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일부러 '모피 구두(soulier de vair)'를 '유리 구두(soulier de verre)'로 바꾸었다는 설.. 2)인쇄 과정에서 오타가 나서 '회색 다람쥐 모피로 된 구두'가 '유리 구두로' 둔갑했다는 설.. 3)샤를 페로는 원래 '모피 구두'로 적었는데, 당시 글을 읽을 줄 모르던 사람들 사이에 그 이야기가 구전되면서 발음이 비슷한 불어(프랑스어) 'vair(베흐 : 모피)'가 'verre(베흐 : 유리)' 구두로 탈바꿈했다는 설 등..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의 '신데렐라' 화보


개인적으로, 마지막 설에 좀 신뢰가 간다. 'v+a+i+r' 조합의 철자를 'v+e+r+r+e'로 오타 내는 것 보다는 두 단어의 '발음동일'하기에 '구전'되면서 잘못 전해지게 되었다고 파악하는 게 더 그럴듯하기 때문이다.(실은 페로씨가 각색했다는 1번 설이 꽤 유력한데, '유리로 만들어진 구두'는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설마, 가끔 폭발하기도 한다는 '강화 유리'는 아니겠지..? ;;)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온 프랑스 동화 <신데렐라(Cendrillon) : 재투성이 아가씨>는 워낙에 전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유명한 이야기인데 '구두의 소재(재질)'에 따라 유리 구두 버전, 모피 구두 버전, 황금 구두 버전 등 여러 가지 판본이 존재한다. 그 외.. '이야기의 성격'에 따라 성인 버전, 아동 버전, 잔혹 버전 등 여러 가지 유형의 <신데렐라> 얘기가 전해진다.


묘하게도, 어떤 '꾸며진 이야기(특정 작가의 창작 스토리)'가 원래는 실화에 바탕을 둔 것이었단 사실을 알게 되면 더 끌리는 경향이 있다. 마냥 '황당무계하고 가볍게 느껴지는 얘기'가 실제 있었던 사실이라면 '묵직한 무게감을 가진 진실'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비록 프랑스의 동화 작가에 의해 각색은 많이 되었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알고 보면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하니 어쩐지 이 이야기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그 '실화' 역시 여러 면에서 과장되고 부풀려진 얘기라 할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