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폴리스

'용(Dragon)'에 대한 동서양의 시각 차이

타라 2013. 1. 11. 23:17
상상 속 동물일 것 같은 '용'은 동/서양을 망라하여 전 세계 모든 문화 속 전설이나 신화에 등장하는 존재이다. 우리 나라에선 '이무기(용으로 변신하기 전 상태의 동물=구렁이)가 오랜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나면,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변신하듯 고고한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한다~'는 내용의 설화가 유명한데, 이러하듯 한국을 포함한 동양 문화권에선 결국 승천하는 그 '용(龍)'이 <신비스러운 느낌의 길함을 상징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에 반해, 서양 문화권에선 '용(Dragon)'이 <사람들에게 공포를 안겨다 주는 포악하고 두려운 존재>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많은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으며 페테르 루벤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로 산치오 등의 유명 화가들도 이것을 소재로 한 그림을 그린 바 있다. 프랑스 화가이자 판화가인 귀스타브 도레(Gustave Dore)의 경우 '바다 속에 사는 거대한 괴물 용'으로 알려진 '레비아단(Leviathan)'을 묘사한 작품을 남겼다.

Gustave Dore 작품 '레비아단의 파멸(Destruction of Leviathan)'


'리바이어던'이라고도 불리는 '레비아단(Leviathan)'은 기독교 관련 신화에서 '악의 상징'처럼 등장하는 존재인데, 도레의 이 작품에선 야훼가 그러한 악의 용(괴물)을 무찌르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서양 문화권엔 이 외에도 <용을 물리치는 영웅>에 관한 설화들이 존재한다. 그 중, 기독교 영웅인 성 조지(St. George)가 아슈켈톤(검)으로 마을 사람들을 위협하던 '악의 화신' 용을 죽여 버렸다는 설화는 꽤 유명하다. 이처럼, 서양의 기독교 문화권에선 '용'을 사탄의 존재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동양의 '용'은 뭔가 위엄있고 신령스러운 존재로, 인간을 이롭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대체로 '용(龍)'은 말의 머리에 사슴 뿔을 달고 있으며, 토끼 눈에 소의 귀, 뱀의 목덜미와 꼬리 & 물고기 비늘을 달고 있고, 호랑이 발목에 독수리 발을 지닌 형상을 지녔다고 알려져 있다. 동양권에서 이 '용'은 모든 동물의 근원이 되며, <본초강목>에선 그것을 '비늘 가진 것들의 우두머리'로 묘사하기도 했다.





조선 시대 민화 '운룡도(雲龍圖)'

우리 나라 민화에선 하늘로 승천하거나 구름과 함께 표현되는 <운룡도(雲龍圖)>가 많이 그려졌는데, 조선 시대 용들 관련 그림을 보면 '상상 속 동물 중 인간과 가장 친근한 존재'로 알려져 있는 용(龍)을 '당당하면서도 부드러운 표정에 수수한 모습'으로 많이 표현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어차피 '상상의 동물'이기에, 이들은 인간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여러 '뛰어난 능력'을 갖춘 걸로 기록되어 있다. 천상에서 살아가는 용은 신들의 궁전을 등에 지고 다니면서 그것이 땅에 떨어지는 것을 막는다고 하고, 지상에서 살아가는 용은 하천의 흐름을 좌지우지 하며, 어떤 신령스런 용은 인간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게 하거나 비가 내리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한국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용'은 신성한 존재로 알려져 있으며, 일본의 이야기물이나 우키요에 같은 미술 작품에선 '용'을 친근하면서도 신령스런 존재로 묘사하곤 했다. 그것을 '무찔러야 할 악의 존재'로 인식했던 서양 문화권과는 다르게 말이다. 같은 용(龍)이지만, '서양'과 '동양'에서 그것을 서로 '상반된 이미지'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