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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얘기만 들었을 때는 "그래~? 거기 나오는 남자 주인공이 그렇게 멋지단 말야? 아니기만 해봐봐~" 했었는데.. 막상 그 드라마를 보구 나서는 "동생들아, 땡큐~" 하며, 신인 탤런트 차인표가 주인공으로 나온 <사랑을 그대 품안에>를 닥본사 하면서 '녹화'까지 떠 가며 한 여름이 되도록 열심히 시청했던 기억이 난다. 유난히 더웠던 그 해 여름이었는데, 그래두 '강풍호=차인표'는 멋있었다-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 ▶ 방송 기간 : 1994년 6월 6일 ~ 7월 26일 ▶ 극본 : 이선미 작가 / 연출 : 이진석 PD ▶ 출연 : 차인표, 신애라, 이승연, 천호진 등.. ▶ 방영 기간 중 평균 시청률 : 45.1% |
차인표 신드롬~ 그래, 그건 거의 신드롬에 가까웠다. 그 이전, <마지막 승부>에서 남성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청순 모드 '다슬이(심은하) 신드롬' 이후로 전국 여성 시청자들의 로망이었던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차인표 신드롬.. 각종 연예 기사나 매체에서는 그것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고, 매일 그의 집 앞에는 지방에서까지 올라온 여성 팬들로 북새통을 이룬다는 기사도 있었더랬다.
"띠리리라일라~~" 주제곡이 흐르고.. 오토바이를 뽀대 나게 타고 다니는 남자 주인공(비록 대역이었지만..), 색소폰을 멋드러지게 부는 남자 주인공(이것도 립 싱크였지만..;;), 검지 손가락 까딱까딱 하며 윙크하던 <사랑을 그대 품안에> 남자 주인공 강풍호(차인표)의 몸짓에 전국의 여성 시청자들은 설레었고, 심지어는 남자 시청자들까지도 "같은 남자가 봐도 정말 멋있고 잘생겼다~" 인정하던 차인표였다. 거기다.. 여주인공들 미모도 바람직해서, 보는 눈이 참 즐거웠던 한 편의 순정 만화(+명랑 만화의 상큼함이 가미된) 같았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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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최초의 트렌디 드라마는 1992년에 나온 <질투> 같지만, 이선미-이진석 콤비의 <사랑을 그대 품안에>야말로 '한국형 트렌디 드라마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리며 트렌디 드라마의 정의를 확실하게 내려준 작품이다.(<사랑을 그대 품안에>를 쓴 이선미 작가와 로맨스 소설 <(드라마 '경성 스캔들'의 원작인) 경성애사)>를 쓴 이선미 작가는 '동명이인'임~)
트렌디 드라마는 '젊은이들'의 감성을 담은 청춘 드라마적 성격이 강한 장르로.. 감성적이고, 유행에 민감하며, 젊은 도시인들의 삶과 사랑을 너무 심각하지 않게 가볍게 풀어낸 극 방식이다. 깊은 사색이나 심각한 내용 보다는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내용'을 담아 '인간의 오감(시각 & 청각적 재미)'의 자극에 호소하는, 기존의 정통 드라마와는 다른 방식의 드라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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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내가 듣기론 <사랑을 그대 품안에>를 연출한 이진석 PD가 원래 CF 찍던 감독이라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사랑을 그대 품안에>, <별은 내 가슴에> 등의 드라마에서 보여준 '영상'에 대한 감각이 남다른 감독 같다. 그 드라마들에서 보여준 화면, 그림 자체가 요즘 하는 속된 말로 '뽀대 작살~' 모드였으니... 그리고, 주인공들 캐스팅도 (캐릭터에 맞는 '나잇대'나 배우가 원래 지닌 '외모적인 분위기' 면에서) 꽤 적절했던 것 같다.
20세기 진정한 왕자였던 강풍호(차인표)의 '과거의 사랑'과 '현재의 사랑'
서울 백화점 후계자인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강풍호(차인표)는 아릿따운 미모의 첫사랑 여인 고은채(이승연)를 사랑했는데, 그녀는 집안의 '정략 결혼' 희생양이 되어 떠나가고.. 부모를 잃고, 첫사랑 여인도 잃은 외로운 풍호는 백화점 여직원인 귀여운 이진주(신애라) 사원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 드라마에 '재벌 2세(완전 재벌은 아니고, 준재벌 정도 될까?)'와 '가난한 여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는 나오지만, 상투적인 삼각 관계 or 출생의 비밀이나 기억 상실 등의 소재는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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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서) 고혹적인 분위기를 지닌 풍호(차인표)의 옛날 연인 은채(이승연)는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지고,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하여 의심 받고 학대 당하며 결국엔 결혼 생활에 실패하고 홀로 유유히 외국으로 떠나는.. 만화 <캔디 ♡ 캔디>에 나오는 스잔나와 같은 비련의 여주인공'이고, 생긴 것도 '눈 왕따시 만하고, 코 낮고, 볼살 통통한 캔디'랑 똑 닮은 진주(신애라)는 '고아 출신으로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도 나름 알뜰하게 직장 생활해서 생활을 꾸려 가는 씩씩하고 사랑스런 아가씨'이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는 '외국에서 돌아와, 첫 출근하던 백화점 이사 강풍호(차인표)'가 오토바이 타고 와서 끽~ 하다가 주차장에서 이진주(신애라)를 처음 만나게 되어 백화점 내에서 알콩달콩하는 러브 스토리.. 나중에 눈 맞은 그 둘이 백화점 옥상에서도 데이트하고, 놀이 공원에서도 데이트하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도 데이트하고, 여름 휴가 때 간 휴양지 바닷가에서도 데이트하고... 하는 식의 이야기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발리에서 생긴 일>의 '김기호 작가'가 이 드라마 내에선 '연기자(진주 오빠)'로 살짝 등장하고(원래 연극 배우 출신이었다고 함)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는 주인공들 외에도 비열한 악역 포스를 풍기던 천호진과 강남길, 조형기, 이정섭, 권해효, 박광정, 곽진영 등 감초 연기자들의 재미난 조연 연기가 돋보였던.. 전반적으로 크게 심각하지 않은 상큼 발랄한 내용의 만화같은 스토리에, 뽀대 나는 감각적 영상미를 자랑하던 꽤 재미있는 트렌디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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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는 극 중간중간에 흘러 나오는 '주제곡'도 꽤 좋아서, 예전에 이 드라마 o.s.t 앨범을 구입한 적이 있다. 90년대에 MBC 드라마 주제곡을 주로 부른 가수 최진영(연기자 최진실 동생인 최진영과 동명이인)의 호소력 짙은 발라드 곡도 좋았지만, 그 무엇보다 '띠리리라일라~'의 남자 허밍음으로 나오던 그 곡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아쉽게도, 이 드라마 o.s.t에는 드라마 초반에 나왔던 그 '오리지널 곡'이 아닌 'MBC 합창단 버전'으로 실려 있다. 남자 버전과 여자 버전의 두 가지 버전으로~(잘은 모르겠지만, 외국곡에 대한 저작권 문제 때문인 듯...)
Daniel De Jong - Nabillera(나빌레라)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 타이틀곡 오리지널 ver.
극 초반에 나오는 '외국 남자 허밍음 버전 주제가'는 원래 프랑스 영화에 나왔던 외국곡이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 ost 음반을 통해 바뀐 편곡도 나름 괜찮지만, 개인적으론 원래의 오리지널 버전이 더 맘에 든다. 이 드라마 주제가로 쓰였던 오리지널 곡의 제목은 Daniel de Jong(다니엘 드 종)이 노래한 'Nabillera(나빌레라)'이다. 남자 허밍음으로 된 이 곡은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 이전에 방영되었던 MBC 청춘 드라마 <푸른 교실> 엔딩곡으로도 쓰였던 노래이다.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강풍호(차인표)와 이진주(신애라)의 사랑은 진행 중..?
<사랑을 그대 품안에>는 '드라마' 속에서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두 남녀 주인공(차인표-신애라)이 '웨딩 마치'를 올렸던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를 자랑한 TV극이기도 한데.. 당시 20대 청춘 남녀였던 연기자 차인표와 신애라는 드라마 찍다가 띠리링~ 눈이 맞아서 그 다음해 결혼식을 올렸고,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부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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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실은 꾸며진 극이나 드라마와는 달라서 '그리하여 여주인공은 백마 탄 왕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모드만은 아니고.. 얼마 전 신애라씨 인터뷰를 보니까 결혼해서 서로 안 맞는 부분도 있어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고 하던데, 그래도 나름 좋은 일(기부, 봉사 활동, 입양, 청소년 후원)도 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 듯하다.
어쨌거나, 저 때 당시 대한 민국 여성 시청자들의 로망이었던 20대 훈남 차인표를 꿰어 차고 결혼까지 하다니.. 신애라씨, 심히 부러웠슴~('차인표 신드롬'이 일던 당시로선.. 지금은, 그렇게 부럽진 않음..;;) 그런데, 극 중에서나 극 밖에서나 둘이 참 잘 어울려 보인다. 덕분에.. 진정한 '한국형 트렌디 드라마'를 선보인 과거의 예쁜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를 떠올리며, 잠시 추억 한 자락에 젖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