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천국

관계의 변용, 주제의식 강화-배창호 감독 영화 '꿈(1990년)'

타라 2019. 3. 28. 21:27
배창호 감독 '(1990년)'은 애욕을 포함한 세속적 욕망이 '순간의 꿈'이며 '고통근원'이라는 조신설화(調信設話) 내용 및 '인생무상, 일장춘몽' 주제를 한층 더 짙게 보여주는 리메이크 영화이다. 초반에 '달례(황신혜)가 부르던 신라 향가'가 여러 번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극이 끝나고 나면 멜로디가 은은하게 귀에 맴돈다.



조신의 <꿈> 다른 버전과는 달리, 1990년 배창호 감독 영화 <꿈>에선 '꿈 속'들이 등장하며(영화 <인셉션> 조상?) '달례 정혼자'인 '모례(정보석)'의 비중이 살짝 늘어났다.


영화 <(1990년)


원전 : 삼국유사 '조신의 꿈'

원작 : 이광수 소설 '꿈' 

각본 : 배창호, 이명세 

감독 : 배창호 

출연 : 안성기(조신), 황신혜(달례), 정보석(모례) 


추격자 모례 : 그녀를 찾으러~
모례
아손, 타고 다니는 '(복면황마)'도 잘생긴 듯...


추격자 모례 : 그놈에게 복수하러~


원작 소설을 포함한 기존의 영화 버전들에선 '달례'가 정혼자 '모례'가 아닌 '조신 스님'을 더 좋아하고 둘이 눈맞아서 도망치지만, 배창호 감독 <꿈>에선 '아릿따운 달례 아씨에 대한 애욕'에 불타 오르던 조신(안성기)이 달례(황신혜)잔칫집에 몰래 숨어들어 목욕하던 그녀를 겁탈하는 것으로부터 부부인연이 시작된다.


그런 류의 '욕정헛되다'는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선 적절한 내용 같지만, 요즘 기준으로 하면 여성 관객 or 페미니즘 단체에서 다소 싫어할 법한 설정이기도 하다.('겁탈범이랑 도망가서 살림 차리는 여주인공 캐릭터'라니~ ;;)



잔칫집에서 '달례 목욕 장면'을 훔쳐보는 '욕망조신'


무엇보다, 이 버전의 '달례(황신혜)'는 시종 정혼자였던 '모례(정보석)'만을 이성으로서 사랑한다.(조신은 '남자'로서 전혀 사랑하지 않음. '자식 낳고, 가족 구성원으로서 오래 산 남편 조신'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 같은 건 있지만...)


사건(?)이 벌어지던 그 날 '달례'가 실수로 '욕실의 촛불'을 꺼뜨리게 되는데, 촛불이 꺼지자마자 '조신'이 욕조에 있던 그녀에게로 달려든다. 이전부터 정혼자연모하고 있던 달례(황신혜)는 주위가 컴컴하여 당연히 그 남자가 정혼자 '모례(정보석)'인 줄 알고 받아들이지만, 정신 차리고 보니 그는 스님 '조신(안성기)'이었다.


달례 아씨가 꿈에서조차 연모하는 이는 '모례 아손'


꿈에서 '모례 아손'을 만나 살짝 '설레는 달례' 부인


그런 일이 있었다 해도 '태수 딸'인 여자 쪽이 '권력' 있는 쪽이기 때문에 굳이 '성폭행범 조신'을 따라나설 필요는 없었을 것 같으나, 굳이 그렇게 한 걸 보면 그 시기 정조 관념과 순결 문제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현대에도 몇 십 년 전엔 '남자의 겁탈순결을 빼앗겨서 그 남자랑 결혼까지 가는 여자들'이 종종 있지 않았는가-(TV에 나오던 '유명 연예인'들 중에도, 그런 사례에 해당하는 이가 2명 이상~) 하여 난, 이 영화에 나오는 달례 아씨(황신혜)도 그런 케이스인 건가 보다...라고 생각했었다.(헌데..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시기적으로 '요즘 20대 청춘'들은 대학생들조차 일단 사귀면 깊게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다 '혼전에 상대자도 다수 경험하는 것 같은 분위기'인지라, 몇 십 년 전 사례나 영화에 나오는 저런 설정이 잘 안 와닿을 수도 있을 것 같음)



이 영화 후반부에 가면 '아들 잃은 후 정신줄 놓은 조신(안성기)'이 자기 팔자 꼬인 걸 달례(황신혜) 탓으로 돌리며 "너 나랑 한 게(조신의 겁탈) 처음 아니지? 이전에, 정혼자인 모례하고도 그랬지? 우리집 큰 , 실은 내 자식 아니지? 모례아이 아냐?" 이런 류의 대사를 내뱉는다.(이 영화의 조신 부부 자녀는 <딸 1 & 아들 1>임) 여기에 대해 달례(황신혜)는 가타부타 이 없지만, 저것은 다분히 조신의 '뇌내망상'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치적으로 따져 봤을 때, 원래도 <정혼자인 모례(정보석)를 마음 속으로 연모하고 있던 달례(황신혜)>가 '조신' 이전에 '모례'와도 그런 육체적 관계가 있었다면, (마음을 이미 모례에게 다 준 상태에서) 뭣하러 (굳이) 후발주자인 '겁탈범 조신(=사랑하지도 않는 자)'하고 살림을 차렸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극 중 조신(안성기)이 '큰 딸이 자기 딸 아니고 모례자식'이라고 너무 확신에 차서 을 하기에 '감상자'를 좀 헷갈리게 한다. 그 뒤의 발언으로 보아 다분히 '정신 나간 조신(달례에 대한) 괜한 의심오해' 같기도 하지만, 달례가 그 의심에 대해 딱히 부인도 안하고, 마지막에 까지 데리고 조신을 떠나는 걸로 봐서 '혹시? 진짜 모례의 딸...인 건 아니겠지?' 이런 느낌도 들기에...


1990년 버전 영화 <>은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졌지만, 후반부에 나오는 저 대목은 살짝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조신이 다른 걸로도 충분히 달례에게 꼬장 부릴 수 있으니) 어쩐지 '사족 같은 저 (출생비밀스런) 대사'는 없어야지 <겁탈범 조신을 따라 나서, 본인 돈으로 염색집까지 차려 가며 그와 부부의 연을 맺은 달례선택>이라는 '초반부 설정'이 그나마 '개연성' 있어질 것 같달까-조신의 의심과는 달리, 과거에 달례가 '모례'하고는 아무 일 없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모례를 굳이 떠난 이유>는 순전히 <조신에 의해 정조를 잃었기에 (모례가 아닌) 조신부부을 맺게 된 것>으로~ 고로, 이들 부부의 은 '모례'가 아닌 '조신자식'이어야 말 되는 듯... ]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창호 감독의 1990년 영화 <>은 전반적으로 '완성도 높은 리메이크 영화'이다. 다른 버전에 비해 유난히 인생의 '비애감'이 도드라지며, 주인공 캐릭터도 보다 입체감 있고, 극의 음악적/미술적 요소 다 훌륭한 편이다. 특유의 허무하고 쓸쓸한 정서도 인상적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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