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천국

소설 최초 재현-신상옥 감독의 흑백 영화 '꿈(1955년)'

타라 2018. 12. 26. 18:03
신상옥 감독의 '(1955년)'은 이광수의 중편 소설 '꿈(1947년)'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원전은 13세기 삼국유사에 나오는 '조신의 꿈'이다. 1955년 당시에 '흑백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신상옥 감독은 1967년에 출연 배우를 달리 하여 '컬러 영화' 버전 <꿈>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이후, 몇 십 년이 흐른 1990년에 배창호 감독이 리메이크 영화 <꿈>을 선보인 바 있다.

1955신상옥 감독 ''(주연 : 황남, 최은희)


1967신상옥 감독 ''(주연 : 신영균, 김혜정)


1990배창호 감독 ''(주연 : 안성기, 황신혜)


낙산사의 수행자(스님) '조신'은 어느 날 바위의 꽃을 꺾어 달라던 '달례' 아씨를 만난 이후, 내도록 아릿따운 용모의 그녀를 잊지 못한다. 1년 후 사또(태수) 딸인 '달례'가 다시 을 찾아 반가운 맘이 들었으나, 그녀는 곧 '모례'라는 화랑과 결혼할 예정이라 한다. 그녀를 향한 연심과 탐심을 어쩌지 못해 괴로운 조신은 큰스님을 찾아가 '1년, 아니 한 달, 아니 단 하루만이라도 달례 아씨와 연분을 맺고 싶다~' 며 괴로움을 토로하였고, 이에 큰스님은 법당에 들어가 일심으로 관음 기도를 올리라 하였다.


이후의 내용은 제목대로 '(조신의) '이며, 이 '꿈의 세부적인 설정이나 인물 관계 및 구체적인 스토리'가 <소설>, <1955년 영화>, <1967년 영화>, <1990년 영화> 제각각으로 조금씩 다르다. 주요 등장 인물은 주인공 '조신'과 그의 상대녀인 '달례', 조신의 동료 스님 '평목'과 달례의 정혼자 '모례' & 낙산사 '큰스님'~


이광수 원작 소설에 의하면, 열심히 "관세음보살~" 을 외치던 '조신'에게 '달례' 아씨가 찾아와 도망가서 같이 살자고 한다. 도망간 둘이 낙산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림을 차리는데, 그들의 '집'과 '밭'과 '가축'을 장만하는 데에 드는 비용은 모두 '달례' 아씨가 갖고 나온 '은과 & 패물' 판 돈으로 마련된 것이다.



'조신의 '이라서 그런가? 원작 소설의 '조신'은 시커멓고 빼또롬하게 생긴 추남으로 나오는데(영화 버전들에선 그렇게까지 추남은 아님), 절세미녀 '달례' 아씨가 함께 도망가 살자며 알아서 먼저 들이대 주고 '살림 차리는 비용'도 부자 출신 아씨가 다 대는 등 (조신은 '스님'이라 재산이 없으니~) 은근 '남자 신데렐라'스런 스토리가 펼쳐진다.


영화도 괜찮은 편이긴 하나,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진진하게 본 것은 이광수의 원작 소설 <꿈>이었다. 중편 소설 <꿈> '초반부'는 평이하게 흘러가지만 '중/후반부'에 '자신의 죄가 언제 드러날까 두려워 하며 달달 떠는 조신심리'가 (영화 버전에 비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이 부분이 굉장한 몰입감을 자아낸다. [ 이런 건 '영상물'과 달리 '텍스트'로만 사건이 진행되는 소설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이 현 상황에서, 또 그 다음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훨씬 구체적으로 알게 해주니 말이다.. ]



(원작에서) 아름다운 '달례' 아씨와 부부의 연을 맺고 여러 명의 아이를 낳아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알콩달콩 살아가던 '조신'은 이후 삶의 희로애락을 겪으며 오랜 세월을 보내고, 도중에 돌이킬 수 없는 를 짓기도 하면서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의 삶은 점점 악몽스럽게 변해가고, 급기야는 주인공 '조신'이 참수형에 처해지는 순간이 찾아오는데.. 그 고통스런 순간에 잠에서 딱 깬다. '이 모든 게 이었어요~' 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나 '원작 소설'과 '3편의 영화' 모두 비슷한 순간에 조신이 '꿈'에서 깨어나는데, 원작 소설 <꿈>을 읽고난 뒤 '휴, 꿈이라서 정말 다행이야~'  이런 느낌이 훨씬 강렬하게 들었다. 악몽으로 몸부림치는 '주인공 감정'에 완벽 동화되면서 말이다.


영화 <(1955년)


원전 : 삼국유사 '조신의 꿈'
원작 : 이광수 소설 '꿈'
각본 : 신상옥
감독 : 신상옥
출연 : 황남(조신), 최은희(달례)


소설을 최초재현한 1955년 흑백 영화 <꿈> 앞부분은 '원작 소설'을 흡사하게 따라간다. 대사도 거의 그대로... 이 버전 남녀는 뒤에 나온 영화 버전에 비해 유독 남녀 주인공의 '대사량'이 많은 편이다. 신상옥 감독의 1955년작 <꿈> 앞부분은 '원작 소설'과 가장 비슷하지만, 뒷부분 내용은 원작과 달라지는 부분이 꽤 있다.


원작 소설에선 '조신'과 '달례'의 자녀가 4명이나 나오지만, 1955년 최초 영화 버전 <꿈>에는 이들의 자녀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이 부부가 키우던 '강아지'와 후반부 도주씬에서 조신과 달례가 '(백마)' 타고 달리는 씬이 살짝 비중 있게 등장한다.



이 버전에만 나오는 짠내 폭발 '강아지'~ 달례의 정혼자인 '모례'에게 발각될 위기에 처한 조신은 (데리고 도주하긴 뭣하니까) 떠나기 전 '키우던 강아지'를 향해 낫을 들었다가 차마 죽이진 못하고 살던 집에 이 를 버려두고 떠나게 된다.(빠른 걸음으로 도망가던 '조신' 부부, 나중엔 추격하는 '화랑'의 백마를 훔쳐 타고 도주~)


하지만 뒤늦게 화랑 일당과 함께 이들을 따라온 '개'가 백마 타고 도주하는 '조신'과 '달례'의 뒤를 막 쫓아가는 장면이 후반부에 등장하는데 어찌나 맘이 짠하던지~(개는 '주인' 따라 가니까...) 이들의 마지막 도주지에 가선 더이상 '강아지' 안나오던데('강아지 뜀박질'로 롱다리 '백마의 뜀박질'을 따라가긴 힘들었을테니...) 이후 '유기견' 내지는 '떠돌아 다니는 개' 신세 될 걸 생각하니 어쩐지 슬프더라. 운 좋게 '새 주인'을 만났을 수도 있겠지만...



여주인공 '달례'는 1955년 영화 버전이 (타 버전에 비해 대사량이 많아서인지) 제일 발랄하면서 할 말 다 하는 적극적인 느낌으로, '캐릭터'가 분명한 편이다.(1967년판 '달례'는 보다 음전한 분위기, 1990년판 '달례'는 너무 말이 없고 우울한 분위기~) 반면, 후반부에 등장하는 그녀의 정혼자 '모례'는 너무 평면적으로 그려지고 도구적으로만 소모된 감이 없지않아 있었다.(소설 쪽의 '모례'는 이보다는 더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남자 주인공 '조신'은 기본적인 찌질함을 깔고 가는 캐릭터이며, 원작 소설 '조신'은 특히 이 많은 편이다. 그에 반해, 최초 흑백 영화 버전 '조신'은 무척 과감한 성격인 듯하다.. 겁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대놓고 & 자주 ''을 휘두르는 성격으로 다른 버전과 달리 2의 '성인 남자'를 살생하는 죄를 저지른다.(그래두, 키우던 '강아지'는 살려줌)


'흑백 영화' 시대인데다, 본격적인 영화 산업 발달 이전의 작품이어서 그런지, 1955작 <꿈>은 다소 어설퍼 보이는 대목이 엿보였다.(무엇보다, 감독의 '초기 연출작'이기도 해서...) 시종 깔리는 '쿵쾅 쿵쾅~'  느낌의 관현악 BGM도 촌스럽게 느껴졌고, 옛날 영화 대사 방식은 원래 그런지 몇몇 '대사'들에서 경직된 발연기의 향기가 느껴지기도...;;



그럼에도 극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계곡 or 산 배경'은 참 아름다웠는데, '흑백 영화'여서 그 아름다운 풍광색채감 있게 제대로 보여지지 못한 듯하여 안타까운 맘이 들었다.


연출한 입장에서도 '열악한 제반 여건' 속에서의 최초 시도가 여러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는지, 신상옥 감독은 10여 년이 흐른 1967에 '컬러' 영화 <꿈>을 내어 놓았다. <똑같은 원작 소설>을 가지고 <동일한 감독>이 <출연 배우>를 다르게 하여 연출한 '같은 작품-다른 느낌'의 '(본인 영화에 대한) 리메이크작'이라고나 할까-


to be continued..


신상옥 감독-컬러 영화 '(1967년)'

배창호 감독- 리메이크 영화 '(1990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