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천국

오픈 유어 아이즈-(1)그녀는 '소피아'인가, '누리아'인가?

타라 2016. 11. 15. 22:43
몇 달 전, 유난히 방대한 양의 꿈을 꾸고 깨어난 뒤 '그 꿈 속 세상이 현실인지, 아님 깨어난 지금 세상이 현실인지' 헷갈려하면서 한동한 멍~해 있었던 기억이 난다. 호접춘몽(胡蝶春夢)을 말한 장자(莊子)에 빙의된 것처럼 말이다.


1997년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Alejandro Amenabar) 감독이 이 '꿈'에 관한 소재로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 / Abre Los Ojos)>란 스페인(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영화를 세상에 내어놓았는데, 내용에 매력을 느낀 헐리우드 쪽에서 해당 영화를 사서 <바닐라 스카이(Vanilla Sky)>란 리메이크작을 제작한 바 있다.(감독은 다르며, 헐리웃의 유명 배우 톰 크루즈가 <바닐라 스카이>의 제작에도 참여하고 '주인공' 역을 맡았다.)



두 영화를 다 보았는데, 원작인 <오픈 유어 아이즈> 쪽이 더 잘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리메이크작인 <바닐라 스카이>는 내용이 10여 분 정도 더 길어졌고, 헐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이 참여하고, 원작에서 말로 설명한 몇몇 대목을 더 구체화하였으며 원작보다 때깔이 훨씬 더 좋은데, 그럼에도 전반적인 완성도는 <오픈 유어 아이즈> 쪽이 나은 편이다. 리메이크작에서 구체화한 대목 중 '주제 전달에 별 도움 안되는 사족' 같은 장면도 끼어있기에 말이다.


오리지널 버전인 <오픈 유어 아이즈(Abre Los Ojos)>는 주제 집약적이며, 연출(시나리오) 자체가 정말 깔끔하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이(에두아르도 노리에가) <바닐라 스카이>의 주인공인 톰 크루즈(Tom Cruise)만큼 뛰어나게 잘생긴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원작 <오픈 유어 아이즈> 쪽이 주요 캐릭터들에 대한 이미지가 더 그럴 듯하게 배치된 것 같다.

작명 센스도 원 버전이 더 낫게 느껴지는 개인적인 느낌이 있다. 원작 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의 '세자르-소피아-누리아'는 귀에 쏙 박히는데, <바닐라 스카이>의 '데이빗-소피아-줄리아나'는 이상하게 뇌리에 확 박히는 느낌이 안들었기에...



페넬로페 크루즈 & 에두아르도 노리에가
1997년 스페인 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


하지만 <바닐라 스카이>도 꽤 재미있고 볼 만하다. 원작 자체가 워낙에 매력있긴 하지만 말이다. 원작과 리메이크작에 출연한 배우들이 각각 다른데, 특이하게 '원작 <오픈 유어 아이즈>의 여주인공이었던 페넬로페 크루즈(Penelope Cruz)'가 그로부터 4년 뒤에 제작된 리메이크작 <바닐라 스카이>에서도 여주인공 '소피아' 역으로 나온다.(이 역할만 '원작 & 리메이크작'에서 캐릭터 '이름'도 같음)


이런 류의 영화가 보고 나서 두통 생기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오픈 유어 아이즈>는 생각보다 내용이 그리 복잡하지 않고 후반부에 등장인물의 친절한 설명이 들어가 비교적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만듦새가 꽤 좋은 편이다. <오픈 유어 아이즈> 감독이 스물 다섯 살(25세)에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당시로선 천재적인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이 작품이 이후에 나온 '다른 영화'들에도 이런저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캐리커처 그려주기' 놀이 하며 시간을 보내는 소피아 & 세자르


[ 이하, 스포 有 ] 수많은 여자들과의 원나잇으로 세월을 보내던 잘생기고 젊고 돈 많은 남자 주인공 세자르(Eduardo Noriega)는 어느 날 자신의 '생일 파티'에 절친 펠라요(Fele Martinez)가 데려온 여자 소피아(Penelope Cruz)를 보구서 첫눈에 큰 호감을 느끼며 접근한다.

소피아(페넬로페 크루즈)는 둘 모두에게 이상형의 여인이었으나 '펠라요의 양보'로 소피아와 썸을 타게 된 세자르는 밤에 그녀의 집에 데려다준 뒤 아침까지 (잠자리 없이) 함께 있게 되는데, 여느 여자들과 달리 소피아에겐 '욕정'보다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설레어 한다.



생일 파티 때부터 그 둘을(세자르와 소피아) 주시하던 세자르의 전 여친 누리아(Najwa Nimri).. 그녀는 세자르를 사랑하게 되었으나, 세자르의 진심은 소피아에게 가 있고 자신은 그저 엔조이 상대였을 뿐임에 절망하며 세자르를 차에 태워 동반 자살을 시도한다. 그 사고로 누리아는 사망하게 되고, 불시에 사고를 당한 세자르는 살아남았지만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망가져 버렸다.



상속 받은 막대한 재산으로 온갖 수술을 받았으나 세자르의 얼굴은 복구되기 힘들며, 소피아는 그런 그를 부담스러워하며 냉담하게 대한다. 세자르(에두아르도 노리에가)는 소피아(페넬로페 크루즈)와의 관계를 되돌려보기 위해 노력하지만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절망하고, 그녀가 이젠 자신의 친구인 펠라요(펠레 마르티네즈)와 연인 사이가 되었을 거라는 혼자만의 상상으로 심히 괴로워 한다.



'고통'과 '절망' 속에 길거리에서 쓰러진 세자르에게 다음날 아침 소피아가 찾아오고, 그를 향해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또한 '얼굴 복원'이 불가능하다 했던 의료진들은 현대 의학으로 세자르의 얼굴을 고칠 수 있다 말하고, 대수술 후 세자르는 원래의 얼굴로 되돌아온다.


그렇게, 원래의 모습을 되찾고 친구(펠라요)와의 우정과 연인(소피아)과의 사랑 속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세자르는 어느 날 놀라운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침실에서 함께 잠들었던 '소피아(페네로페 크루즈)'의 모습이 어느 순간 '누리아(나쟈 님리)'로 바뀌어 있고, 그녀를 누리아라 여기는 자신과 달리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녀(누리아)를 '소피아'로 알고 있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 것.



펠라요가 건넨 사진에도 '과거에 펠라요 앞에서 함께 포즈를 취한 소피아(페넬로페 크루즈)'가 아닌 '자동차 사고로 죽은 누리아(나즈와 님리)'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소피아의 집에 걸려 있던 사진들도 죄다 누리아의 모습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이에 큰 혼란을 느끼던 세자르 앞에 다시 (누리아가 아닌) 소피아가 나타나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소피아와 격렬한 사랑을 나누던 중 그녀의 모습은 또다시 누리아로 변하게 된다. 그 상황을 끔찍하게 여긴 세자르는 베개로 그녀의 얼굴을 눌러버려 질식사하게 만든다. 거울을 보니 세자르의 얼굴은 자동차 사고 났을 때처럼 또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그는 곧 살인죄로 검찰에 기소된다.


세자르(Eduardo Noriega)가 현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이상한 행동을 보이자 재판 전 그의 '정신 감정'을 위해 정신과 의사인 안토니오(Chete Lera)가 붙게 되고, 그에게 자신이 꾼 뒤죽박죽 악몽 같은 꿈 이야기를 하면서 세자르는 점점 진실을 향해 접근해 가게 되는데...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