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폴리스

찌질한 햄릿과 수양대군 못지않은 그의 숙부

타라 2011. 8. 25. 15:42
소시 적에 셰익스피어(Shakespeare)의 '햄릿'을 읽었으나 오래 되어서 자세한 내용을 까먹고 있다가, 작년 쯤 다시 그 내용을 읽어본 적이 있다. 내 기억 속에선, 우유부단한 남자 주인공 '햄릿(Hamlet)' 보다는 비운의 여주인공 '오필리어(Ophelia)'가 훨씬 더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었다.

최근에 다시 살펴보니, 다른 셰익스피어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햄릿> 역시 가족 & 일가 친척끼리 지지고 볶다가 죽고 죽이는 일종의 '막장'스런 내용이 담겨져 있는 이야기였다.(가만 보니까 '셰익스피어 오라버니가 원조 막장 작가가 아닌가?' 싶었을 정도로.. 뭐, 그 전에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 때부터 이미 막 나가는 등장 인물들의 일화가 많이 전해지긴 하지만서도...)


우리 나라 조선 시대의 실존 인물 '수양 대군'이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이전 왕이었던 조카 '단종'도 죽이고, 자신의 친동생 '안평 대군'도 죽이고, 자기 아들(의경 세자) 요절했다고 열 받아서 형수님(문종비-현덕 왕후) 무덤도 막 파헤치는 패륜 행위를 저질렀는데, 영국 출신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창작물 <햄릿(Hamlet)>엔 왕이 되기 위해 형님을 독살해 버리는 '햄릿의 삼촌'이 나온다.

여기에 뭔가 오컬트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아버지를 잃고 고뇌하던 '햄릿'에게 '죽은 아버지의 혼령'이 나타나 결국 그는 '삼촌(숙부) 클라우디우스'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한게 된다. 조선 시대 '수양대군(세조)' 못지 않은 이 '
클라우디우스'는 형을 죽인 뒤 형의 부인이었던 왕비 '거투르드'를 자기 마누라로 삼기까지 한다. 그러니까, 햄릿에게 이 클라우디우스는 '삼촌'이자 '의붓 아버지'가 되는 셈.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이 이야기에선 주인공이 점 찍고(?) 복수하는 게 아니라, 미친 척 연기하다가 복수할 기회를 엿본다.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 나중엔 햄릿 여자 친구인 '오필리어'가 진짜 미쳐 버려서 물에 빠져 죽게 된다. '햄릿'.. 이 부주의한 놈이 '(아버지를 죽인) 숙부 클라우디우스'인 줄 알고 죽인 사람이 알고 보니 '오필리어의 아버지인 폴로니우스'였던 것이다-

실수로, 여친 오필리어의 아버지를 죽여버린 햄릿

결과적으로, 불쌍한 여동생이 그리 황망하게 가버린 데다가 '햄릿'이 자기 아버지를 죽인 원수인 셈이니 오필리어 오빠인 '레어티스'는 또 '(자기 여동생과 아버지를 죽게 한) 햄릿'에게 복수할 거라며 이를 갈고... 왕궁에서 주최하는 <검술 대회>에서 햄릿과 1:1 결투를 벌이게 된 오필리어 오빠 '레어티스'는 클라우디우스와 짜고 검에다가 미리 '독'을 묻혀 놓는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은.. 햄릿이 레어티스를 찔러 죽이고, 숙부
클라우디우스도 찔러 죽임과 동시에, 그 자신도 독검의 상처로 인해 죽게 된다는 '에브리바디 저승길행~'의 파국적 결말로 마무리 된다. 이 때, 햄릿 엄마(왕비)도 '클라우디우스가 햄릿을 먹이기 위해 준비한 독배'를 마셔 버림으로써 죽어 버린다.

'복수'도 좀 산뜻하게 하면 좋을텐데.. <햄릿>의 경우, 빈대 잡느라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다. 아비 죽인 원수인 숙부에게만 복수하면 될 것을, 결국엔 '어머니,
삼촌, 여친 아버지, 여자 친구, 여친 오빠, 본인(햄릿)..' 등이 다 죽는 '거대한 죽음 쇼'를 벌인 뒤에야 그는 복수를 마무리하게 되니 말이다..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의 작품 '오필리어
'

또한, 신중하게 사람을 제대로 확인하고 죽여야 할텐데.. 햄릿의 경우, 누군지 보지도 않고 찌르는 바람에 엄한 '오필리어 아버지(폴로니어스)'를 죽게 만들질 않나.. 힘든 일이 있으면 사랑하는 연인과 상의해서 함께 헤쳐나가면 좋을텐데, 일부러 오필리어(Ophelia)에게 모질게 대해서 그녀를 벼랑 끝으로 몰지를 않나.. 여러 면에서, (요즘 기준으로 봤을 때) 복수의 주체인 이 이야기 속의 햄릿(Hamlet)은 그 자체로 '엄하다~'의 정서가 강하게 다가오는 찌질한 남자 주인공이 아닌가 싶다.

최근 '연애'를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들이 많은데, 연애 블로거들이 이 소재로 글 쓴다면 아마 '여자분들, 햄릿 같은 유형의 남자는 애인으로서 절대 피해야 할 유형의 남자입니다~'라고 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