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토크
잔혹한 '실존 인물', 뮤지컬 '잭 더 리퍼'의 잭
<살인마 잭>이었다가 <잭 더 리퍼>로 제목을 바꾼 이 뮤지컬 여주인공 캐릭터와 세부적인 내용이 좀 바뀌긴 했으나, 작품의 질을 끌어올릴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좀 진부하긴 했어도 주인공 '다니엘'의 사랑을 받던 '글로리아' 캐릭터는 바뀌기 전의 '좀 더 여성스런 버전'이 나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뮤지컬의 메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외과 의사 '다니엘'과 '글로리아'와의 러브 스토리는 너무나 쌍팔년도스러워서 매력이 없고, 다 보고 나면 그저 분량 짧은 역할인 '폴리가 불쌍하다~' & '앤더슨 이 찌질한 놈~' 생각 밖에 안들긴 하지만...
온갖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는 '잭' 이름이 이 뮤지컬 <제목> 안에도 들어가지만, 실상 잭이 주인공인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잭의 그 엽기적인 행각이 사건을 풀어가는 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없어서는 안될 인물'이긴 하다. 한 때 조니 뎁 주연의 <프럼 헬>이란 영화의 소재로도 쓰인 바 있는 '살인 마 잭=잭 더 리퍼' 관련 이야기는 19세기 영국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1888년 경 영국 런던에 있는 화이트채플 한 빈민가에서 끔찍한 '연쇄 살인'이 벌어졌는데, 결국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범인에게 '잭'이란 이름이 붙여지게 된 것은 '자신이 범인이라 하면서 언론사에 편지를 보낸 한 남자'가 그 편지에다가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란 이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요즘 같았으면 수사가 좀 더 용이했을지 모르나, 당시엔 세밀한 '과학적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시기여서 지문 감식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고 결국 쭉 화제만 되다가 범인을 잡아들이지 못했다.
화이트채플 일대의 연쇄 살인마였던 잭(Jack)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그 일에 뛰어든 매춘부'들을 표적으로 한 살인 행각을 벌였으며, 그 후 피해자의 배를 갈라 '장기'를 적출해 갔기에, 수사진 입장에선 '범인이 외과 의학과 연관된 지식이 있거나 해부학에 대해 잘 아는 인물'이라 여겼던 모양이다. 그런 대담한 범행을 저지른 '잭 더 리퍼'는 여러 차례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어 범인 검거에 어려움을 겪던 형사들을 약올렸다. 편지 뿐 아니라, 잭은 자신이 살해한 피해자의 장기 중 일부를 함께 보내기도 했다.
잭이 보낸 한 편지엔 'From Hell : 지옥으로부터'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조니 뎁 주연의 영화 <프럼 헬>은 살인마 잭의 편지에 쓰여 있던 그 문구에서 제목을 따온 듯하다. 결국 밝혀지지 않은 '잭 더 리퍼'의 진짜 정체에 관련하여 무려 100여 개가 넘는 '카더라설'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체코 뮤지컬을 가져와 대대적인 각색을 가하여 국내 버전으로 만든 <잭 더 리퍼> 역시 '그 중 한 가지 가능성'을 채택하여 이야기물로 만든 것이다.(이 뮤지컬에선, 알고 보니 범인이 다중 인격의 '외과 의사'였다는 설정으로 나온다. 알고 보면, 주인공이 '사랑'을 위해 그런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범죄 미화 스토리>~ ;;)
실제의 '화이트채플 구역 연쇄 살인'에 대한 유력한 용의자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는 그런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생각을 하는 것조차 무척 황송하게 느껴질 정도의 '잔혹무도한 범죄자'이다. 그는 날카로운 칼로 연약한 아녀자들을 여러 군데 난도질하고, 목을 자르고, 내장을 제거하고, 안면부를 훼손하는 등 인간이 제정신으론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을 저질렀는데, 전반적으로 완전 맛이 간 정신 이상자거나 알콜 또는 마약에 심하게 중독된 상태 or 타고난 사이코패스 유형의 인간이 아닌가 싶다.
아직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는 그것과 관련하여 수많은 학자들이 범인으로 추정되는 잭 더 리퍼에 관해 연구하는 등 별도의 <리퍼학(잭 더 리퍼 관련 학문)>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우리 나라에선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에선 '잭 더 리퍼'에 관한 각종 소설이나 영화, 연극, 오페라, 게임, 애니메이션 등이 탄생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극의 세부적인 설정을 살짝 바꿔서 이 내용을 ('뮤지컬' 뿐만이 아니라) '납량 특집극 4부작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면 꽤 재미날 것 같다. 19세기에 존재했던 잔혹무도한 연쇄 살인마 & 실존 인물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의 범행을 묘사해 놓은 걸 보면 굉장히 끔찍하고 무서운데, 정작 그 이름을 우리 나라에 널리 알리는데 기여한 뮤지컬 버전 <잭 더 리퍼>에선 그런 류의 섬뜩함이나 괴기스러움이 잘 전달이 안된 듯 하기에 말이다.
이런 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물에선 극의 주된 톤이 무섭거나 범인의 엽기적인 행각이 잔인하게 다가올수록, 그걸 받아들이는 대중이 '우리 사는 세상에, 다시는 저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 않아야 할텐데~' 하는 거부의 정서를 갖게 되거나(극의 순기능)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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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5.13 00:08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잭 더 리퍼'가 사이코 연쇄 살인마와 동의어로 쓰이죠.
답글
그냥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의 관용어가 된 느낌..^^ -
뮤지컬 초연버젼만 봤었는데.. 또 보고싶다는 생각은 별로 안들었던 것 같아요.
답글
아, 전 '잭 더 리퍼'하면 '명탐정 코난 극장판 - 베이커가의 망령'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너무 재미있게 봐서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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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 뮤지컬 보았는데, 쌍팔년도스럽다는데는 동감이 가네여ㅋㅋ;;
답글
멋진배우들에 디테일한 스토리까지 제대로 갖춰지면 더 멋진 무대를 볼 수 있을텐데..^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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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kitty 2011.05.13 17:57
재작년도 못보고 작년도 못보고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봐야 겠네요..
답글
근데 새 다니엘역 캐스팅 좀 그렇네요..-_-;; (비난은 아닙니다.)-
hellokitty 2011.07.02 23:37
인터파크 다시 한번 잭더리퍼 들렀다가 오는길인데 이작품도 거의 연예인캐스팅 수준이네요. 정말 이런말하기는 그렇지만 새다니엘의 두분은 한분은 솔로가수 했고, 가창력도 괜찮은편인지라(연기는 모르겠음) 어느정도는 이해가는데 다른한분은 까놓고 얘기해서 솜털도 안간 어린애를 그역에 캐스팅하기에는 극중인물의 나잇대보다 훨씬 어리기도 하고 물론 예외인 경우도 있습니다만(지앤하의 선민같은 경우) 아이돌가수이고 그룹의 수가 워낙에 많아서 그분의 파트부분을 제대로 들은적이 있는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드라마 나왔을때(프레지던트)잠깐 봤지만 너무 발연기였던게 걸리네요.. 그렇다고 배우나 연기자 같은 느낌도전혀없고.. 영화 15번에서 적게는 6번이상 볼수있는 가격으로 그분을 보기에는 좀 그렇지 않나요?
아마 제 생각에는 2010 모차르트에 시아준수와 비슷한 꼴 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
그 기획사는 원래부터 좀 그런 경향이 있죠..
이지훈은 예전에 '나만의 신부' 불렀을 때
노래가 좋아서, 그 무대 꽤 좋아했었는데..
나머지 한 명은 저한텐 생소한 인물이에요~
제가 언젠가부턴 '연예인들 나와서 영양가 없이 희희덕거리며
잡담하는 예능 프로 & 노래가 별로 땡기지 않는 국내 TV 쇼'는
아예 안봐서 요즘 아이돌 가수들에 관심이 없는지라, 얼굴 봐도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동방신기 김준수(시아준수)도
최근 뮤지컬 <모차르트!>를 통해서 그렇게 생긴 가수인지 처음
알게 됐다는...
<잭 더 리퍼> 이번 공연의 경우, 주인공 캐스팅이 여러 명이라
골라서 보면 되지 싶어요~ but 너무 여럿이라, 티켓 가격이 좀
오만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캐릭터' 상으로 '다니엘' 역은 말만 주인공이지
별로 매력 없는 역할이던데.. 차라리 '앤더슨' 형사 역이
더 괜찮은 캐릭터 같아요~ 요즘엔, 극 안에서 메인 주인공인가
아닌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캐릭터>가 매력이 있는가 없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모든 극 장르가, 2000년대 후반부터는
그런 흐름을 타고 있는 듯...
<모차르트!> 시아준수의 경우엔, 워낙에 팬도 많고 인기도 많아서
상업적으론 흥행했지만, 솔직히 그 극 안에 나오는 '모차르트'는
별로 '매력 없는 캐릭터'더라구요~('캐릭터'적으로, 무슨 특별함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그래두, 어떤 경우에든 해당 작품이나 출연하는 배우의 광팬은
있게 마련이어서.. 사랑에 눈 멀고 귀가 먼 팬들에겐 뭐든 다
예뻐 보이고 좋아 보일지 몰라도, 그냥 <눈이 많이 높아진 요즘
일반 관객(일반 대중)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시선'에서 봤을 때,
그 캐릭터가 그닥 매력 있는 역은 아니죠~
사실.. 국민 드라마 <선덕 여왕> 같은 극에서도, 선덕 여왕(덕만)이
'메인 주인공'이라 해서 '캐릭터' 자체가 매력 있진 않았잖아요~? (오히려
미실 캐릭이 강렬하고, 비담 같은 역이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인기 끌었지..)
그런데, <선덕 여왕>에서 서브 여주(더 세밀하게 말해서 조연)으로 나왔던
고현정씨는 그 다음 드라마인 <대물>에서 '메인 주인공' 역할을 맡았지만,
서브 여주 '미실' 하던 시절에 비해 '캐릭터'가 너무 매력 없어서 선덕 때
비해 캐릭 상으론 별 인기를 못 끌었죠~ 요즘 방영 중인 <반짝 반짝 빛나는>
메인 주인공인 한정원(김현주)도 '주인공'치고 어찌나 '비호감인 캐릭'인데다
매력 없어 주시는지~? 지금 드라마 끝날 때 다 되어가는데, 아직까지 욕 먹고
있더라구요...(그런 걸 보면, 요즘엔 무조건 '메인 주인공'이라 해서 장땡은
아닌 듯 합니다..)
2000년 이후를 기점으로, 대중의 정신적 수준은 점점 진화하고 있어서..
극 제작자들이 '얘는 주인공이에요~'를 주입한다고 해서, 극의 감상자가
거기에 무조건 혹하며 헬렐레~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습니다...
<잭 더 리퍼>의 경우.. 분량은 정말 적지만, 다 보고 나면 그 앤더슨 형사의
옛날 연인으로 나온 처자(폴리)한테 감정 이입이 되더군요.. 분량 상으로는
'다니엘과 글로리아'가 주구장창 나오는데, 그 커플은 다 보고 나도 관객의
입장에서 '그래서, 뭐 어쩌라고~?' 모드가 되어 버려서 좀 당황스러웠어요..
찾아보면 다른 방법도 분명 있는데, 자기 친구(& 옛날 애인) 폴리를
위험한 상황에 빠뜨린 앤더슨도 마지막엔 좀 찌질해 보이고.. 이 극의
주인공 커플(다니엘-글로리아 커플)은 분량만 많지, 알고 보면 비호감
'민폐 커플'인 거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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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더리퍼 - 음..
답글
오늘이 13일의 금요일이라 텔레비전에는 하루 종일 영화채널에서 공포영화를 하고 있고 - 여기서 잭더리퍼이야기를 읽으니 또 더 섬뜩합니다 - -
뮤지컬 공연이라고 생각하면 지킬앤하이드와 어떻게 다를까 보고 싶은 마음인데 썸뜩할 것 같아서 무섭기는 합니다. ^^;
답글 -
바네 2011.05.15 23:37
본문과는 좀 거리가 있는 얘기이긴 하지만 조니뎁의 영화 "From hell"은 알란 무어 원작의 그래픽 노블 "From hell"이 원작이죠~ ^^ (원작자 알란 무어는 원작과는 완전 다른 영화를 무지 싫어했다는 후문이...ㄷㄷㄷ)
답글 -
성룡이 나온 영화에서 성룡의 여동생이 잭 더 리퍼한테 습격을 당하는데 무술을 (성룡만큼)잘하는 여동생이 잭 더 리퍼를 발로 차서 강물에 빠져 죽게 하는 바람에 사건이 미재로 남게 됐다는 설...;; 이 새삼스래 떠오르네요. 그 장면 보면서 실재 잭 더 리퍼랑 연관지어보니 황당하면서 우습더라는...ㅋㅋ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