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토크

'잭 더 리퍼'로 바뀐 '살인마 잭', 내용도 달라졌을까?

타라 2010. 6. 6. 14:43
몇 달 전, '작년 뮤지컬 <살인마 잭> 스토리'에 관련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 좀 끄적거리다가 결국 못 올린 포스트가 있었다. 지금 다시 읽어 보니 '내년에 또 앵콜 공연 할 것 같은데, 다음에 또 하게 된다면 스토리를 왕창 갈았으면 좋겠다~'고 써 놓았다.(특히 '다니엘-잭-글로리아'에 대한 설정들은 필히~) 

지난 공연에서, 다니엘과 글로리아에 관한 내용 중 이해하기 좀 난해한 부분이 있었다. 또한.. 애초에 이 뮤지컬 시놉시스만 읽어 보았을 때는 상당히 매력적이라 여겨졌었는데, 막상 펼쳐진 이야기를 보니 매력적인 '연쇄 살인마' 소재를 가지고 너무 '쌍팔년도식 러브 스토리'로 흐른 감이 있어 많이 아쉬웠다.

같은 '대중 문화' 장르이지만, 영화나 TV 드라마에 나오는 내용들에 비해 뮤지컬 스토리가 굉장히 후지다고 생각되는 이유 중 하나인데.. 우리 나라 '뮤지컬 스토리'를 보면 주인공(에드몽 단테스)의 '치밀한 복수극이 압권'인 데다 굉장히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몬테 크리스토> 같은 유명 작품도 '주인공과 시대에 뒤떨어진 여주인공의 단조로운 사랑 타령의 내용 & 막장 설정 지닌 아침 드라마 삘의 내용'으로 둔갑시키고, 특유의 음습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지닌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물'을 선보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살인마 잭> 같은 뮤지컬도 '한 외과 의사의 진부하고 신파스런 사랑 이야기'로 전락시키는 우를 범하고 만다. 번번히...

그 뮤지컬 <살인마 잭>이 올해 다시 무대에 오르는가 본데, 제목을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로 바꾸었다. 어느 정도 선까지인지는 모르겠으나, 지난 번에 비해 내용도 좀 달라졌다고 한다. 캐스팅도 살짝 달라졌다. 주요 캐스팅 중 '먼로(기자)' 역할 빼고는 새로운 배우들이 들어갔다.

'잭 더 리퍼'는 1888년 영국 런던의 빈민 지역에서 연속적으로 발생했던 한 살인 사건의 '살인자'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결국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에게 '잭 더 리퍼'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본인이 범인이라 주장하는 편지에 'Yours truely, Jack the Ripper'란 문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판 <살인마 잭> 오리지널 캐스팅
한국판 <잭 더 리퍼(살인마 잭)> 바뀐 캐스팅
  다  니 엘.......안재욱, 엄기준, 김무열, 신성록
  앤  더 슨.......민영기, 유준상
  먼      로.......김법래, 남문철
      잭     .......최민철, 김원준
  글로리아.......최유하, 최수진
  폴      리.......백민정, 양소민
  다  니 엘.............안재욱, 엄기준, 김성
  앤  더 슨.............민영기, 유준상, 김준현
  먼      로.............김법래, 남문철
      잭     .............최민철, 신성우
  글로리아.............문혜원, 소냐
  폴      리.............백민정, 서지

'김성민'이란 이름이 워낙에 흔하고, 기존 뮤지컬 배우 중에 라이센스 <노트르담 드 파리> <돈 주앙> 등에 나왔던 김성민도 있는데, 이 뮤지컬 <잭 더 리퍼>에 새로 합류한 김성민은 드라마 <인어 아가씨>에서 아리영(장서희) 남편으로 나왔던 탤런트 김성민이다. '서지영'도 뮤지컬 배우 서지영~

체코 뮤지컬 <살인마 잭> 라이센스 공연 '초연' 때의 스토리에선 이 극 안에서 살인마로 나오는 '잭'의 비중이 그리 크진 않았었다. 극 후반부에 다니엘과 잭의 '지킬 앤 하이드' 짝퉁스런 내용이 살짝 나오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의사 다니엘과 창녀 출신 글로리아의 진부한 러브 스토리'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거기에 '앤더슨 형사와 폴리의 사랑 이야기'도 살짝 꼽사리 낀 내용이었기 때문에...


이번엔 뮤지컬 <살인마 잭> 제목을 <잭 더 리퍼>로 바꾸고, 내용도 바뀌었다는데 극의 스토리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으로까지 업그레이드 되었는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공개된 포스터 이미지로만 봐서는 신성우(살인마 '잭' 역할)의 포스가 장난 아닌 것 같다. 하긴, 우리 나라에서 원조 테리우스인 신성우가 '분위기'는 항상 좋았었다. 체격 조건도 꽤 좋은 편이고... 그런 그가 특유의 복화술 발성과 열악한 딕션만 개선하면 딱 좋을텐데, 신은 역시 한 사람에게 골고루 몰아서 주진 않는 것인지..? ;;

지난 <살인마 잭> 라이센스 공연에선, 제목에 '잭'이 들어가 있음에도 정작 이 인물은 극 안에서 크게 하는 거 없던 '조연 캐릭터'였었다. 그런데.. 이번 <잭 더 리퍼> 예고편을 보면 '잭' 역할의 신성우 이름이 제일 먼저 나온다. <잭 더 리퍼> 공연과 관련하여 신성우 단독(코 이하 부분만 나온..)으로 나온 포스터도 있다. 그냥 그리 한 것인지, 아님 지난 공연 때 비해 이 버전 스토리 안에선 '살인마 잭'의 비중이 대폭 커졌다는 것인지 살짝 헷갈린다.

지난 스토리와 크게 차이 없다면 이 뮤지컬 안에서 '쌍팔년도식 러브 스토리'를 펼쳐 보이는 '다니엘 & 글로리아', '앤더슨 & 폴리' 커플의 이야기에선 더 이상 매력 느낄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Sermoneta (LT) HDR B/W
Sermoneta (LT) HDR B/W by italianjob17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아직까지도 '미해결 사건'으로 남아있는 '실화'를 소재로 한 이야기~ 짧은 기간 안에 '여러 명의 매춘부 여인들을 수십 군데 난자하고 그 장기까지 들고 가 버린 무시무시한 연쇄 살인마'의 이야기.. 소재 자체는 얼마나 특이하고 좋은가- 만들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쫄깃쫄깃하고, 긴장감 넘치고, 스릴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소재에 속한다.


그런 소재를 가지고, 기껏해야 '대중들 입장에선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진부하고 신파적인 쌍팔년도식 러브 스토리'나 만들어 대는 것은 심히 '컨텐츠 낭비'가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소재'가 너무너무 아까운... 


이런 류의 소재를 지닌 이야기는 좀 기괴하고 무서워도 된다고 생각한다. '잭 더 리퍼'를 소재로 한 영화들에선 당연히 그런 분위기로 간다. 허나, 지난 <살인마 잭> 공연은 '음산한 분위기나 스릴 넘치는 사건 전개 or 무서운 이야기' 하고는 거리가 좀 있었는데.. 나름 '내용'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기존의 라이센스 <살인마 잭>에 나온 '다니엘과 글로리아의 러브 스토리'에서 크게 변형된 건 없을 것 같기도 한 <잭 더 리퍼>가 이번 버전에선 과연 특별하고 파격적인 뭔가를 보여주긴 할 것인지..? 조만간(다음 달부터) 확인 가능해질 것이다. 


각종 문화 컨텐츠들에서 가장 단골로 '수도 없이 많이 등장한 단조롭고 신파적이고 진부한 사랑 이야기'였던 지난 번 '내용'에 비해, 부디 많이 달라져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