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폴리스

전설 속의 '늑대 인간', 실제로 존재하나?

타라 2013. 2. 15. 17:37
요즘은 라디오를 좀처럼 안 듣게 되는데, 예전엔 꼬박꼬박 시간 맞춰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즐겨 들었던 때가 있었다. 그 때 '영화 음악' 프로도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연말 되면 '오랫동안 대중들로부터 사랑 받았던 주옥 같은 영화 음악'을 시리즈로 들려주곤 했었는데, 영화 <나자리노(Nazareno)> 주제가도 거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것 같다.

그 작품에 나오는 '나자리노'는 늑대 인간의 이름을 뜻하는 말이다. 오래 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예전에 본 그 영화가 꽤 슬펐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 나라 <전설의 고향> 같은 드라마에서도 '보름달'이 뜨면 항상 무슨 일이 벌어지곤 했었는데(구미호의 능력 수치가 상승하기도 함), 이 영화에서도 7번째 태어난 남자 아이는 '보름달'이 뜰 때마다 늑대로 변신해야만 했다. 한마디로 '늑대 인간'인 셈이다.


만월이 되면 고통스럽게 몸부림 치며 평범한 '인간'의 모습에서 온몸에 털이 뒤덮인 '늑대'로 변한다는 이 <늑대 인간에 관한 전설>은 오래 전부터 유럽에 널리 퍼졌던 이야기이다. 전설의 세부적인 내용은 각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어떤 곳에선 '흡혈귀'와 비슷한 개념으로, 어떤 사람이 이 '늑대 인간'에게 물리면 그도 똑같이 '늑대 인간'으로 변한다는 믿음이 존재했다.

보통은 직접 확인되지 않은 '구전된 이야기'로 전해졌지만, 이 '늑대 인간 전설'이 희귀한 질환에 속하는 '다모증(多毛症) 환자'로부터 유래된 것이란 설도 있다. 실제로 온 몸에 털이 자라고, 심지어는 얼굴까지 털로 뒤덮인 '늑대 인간 증후군'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단지 몸에 털만 많을 뿐, 다른 점에선 보통의 인간들과 별 차이점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라비니아 폰타나 데 차피스의 그림 '페트루스 곤살부스'


카나리아 제도의 한 섬에서 태어난 '페트루스 곤살부스(Petrus Gonsalvus)'라는 남자가 온 얼굴과 팔-다리 등이 털로 뒤덮인 '선천성 다모증'이었는데, 그가 결혼하여 낳은 자식들도 모두 아버지와 같은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당시(16세기)에 활약했던 '라비니아 폰타나 데 차피스(Lavinia Fontana de Zappis)'란 화가가 이 가족의 초상화를 그림으로 남기기도 했다.

비록 '선천성 전신 다모증 환자'였지만 페트루스 곤살부스는 문명권에서 생활하던 사람이었기에, 보통 사람들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다. 디르크 드 쿠아데 반 라베스틴(Dirk de Quade van Ravesteyn)이란 화가도 곤살부스 가족의 그림을 남긴 바 있다. 그가 그린 그림을 보면, 페트루스 곤살부스의 딸인 '안토니에타 곤살부스(Antonietta Gonsalvus)' 역시 당시 귀족들이 입던 예쁘 드레스를 입고 있다.

디르크 드 쿠아데 반 라베스틴의 그림 '안토니에타 곤살부스'


지금이야 '과학'이나 '의학'적 발전을 많이 이룬 시대이고, 웬만한 사람들은 기본 이상의 교육을 받기 때문에 대체로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만, 그 시대 사람들은 곤살부스 가족과 같은 '선천성 다모증 환자'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얼굴까지 털로 뒤덮인 그들을 신의 저주를 받은 존재라 여겼으며, 당시의 귀족과 왕족들은 곤살부스 가족을 동물원 원숭이나 광대 취급했다.

이 세상엔 갖가지 유형의 '희귀병'이 꽤 많이 존재하며, 지구 곳곳에 특이한 유전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있다. '선천성 전신 다모증'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한 때 멕시코 출신인 라모스 고메즈(Ramos Gomez) 형제의 모습이 미국의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적이 있는데, 비록 사람들의 편견의 시선이 있지만 고메즈는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간다고 했다.

'선천성 다모증'의 고메즈 형제


보통 사람들에 비해 '털'이 많을 뿐이고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얼굴'에까지 털이 나는 희귀 증세를 갖고 있을 뿐, 이들 '선천성 다모증' 환자들이 딱히 건강에 이상 있거나 신체적으로 결함이 있는 건 아니라고 한다. 이들에게 불편한 건, 자신들을 괴물 취급하는 '타인들의 편견 어린 시선'일 것이다.

요즘엔 대중 매체의 영향으로 '아, 저런 희귀한 병도 있구나..'하고 넘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런 데 대한 인식이 없었던 근대/중세 시대 때에는 이들을 '저주 받은 존재'로 여기거나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 기피했다. 그로 인해 '늑대 인간'이 사람을 잡아 먹는다는 무시무시한 내용의 전설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 숫자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전 세계에 이런 '늑대 인간' 모습의 <선천성 전신 다모증> 환자들이 좀 있는 모양인데,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외형적인 모습'만 보구서 그들을 배척하거나 기피하기 보다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각 나라마다 &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요즘엔 피부과 가면 첨단 의료 기기를 동원한 '영구 제모'가 가능하다. 실제로 얼굴까지 털로 뒤덮인 '선천성 다모증' 환자가 영구 제모를 통해 효과를 봤다는 얘기도 있던데, 앞으론 '그 모습이 타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편견의 시선을 받았던 '늑대 인간(선천성 전신 다모증 환자)'들의 고통이 많이 덜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