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폴리스

편견 속에 존재했던 '기생', 원래는 예술가?

타라 2011. 1. 29. 21:45
세상엔,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끊임없는 '사회적 학습'의 효과로 인해 '막연한 편견을 갖게 되거나 잘못 알려져 있는 대상'들이 참 많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빵 대신 고기를 먹으라~"는 말을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한 것처럼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거나, 원래 악처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모차르트의 아내가 악처인 것처럼 대중들이 오해하고 있는 걸 그런 사례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고대 시대부터 존재했던 '기생(妓生)'에 대해서도 수많은 이들이 그릇된 상식을 갖고 있는 듯하다. 보통.. 대다수의 사람들은 '기생' 하면 '화류계, 매춘..' 이런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실제론 몸을 팔지 않는 기생들도 많았다고 한다. 몇 년 전,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큰 인기를 끈 <황진이> 같은 극을 보면 알 수 있듯, 전통 기생들은 매춘업에 종사한 여성들이 아니라 '글'과 '그림', '춤', '음악' 등에 능한 종합 예술인에 가까웠다. 그 드라마 속에서의 황진이(하지원) 이미지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이후에 몸을 파는 기생들도 생겨나게 되었지만, 원조 기생은 '몸'이 아니라 예술적인 '재능'을 팔았던 직업이라 할 수 있다. 기생을 배출하는 학교를 거친 고려/조선 시대 기생들은 궁중 연회에 참석하여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면서, 그 행사의 흥을 돋구는 역할을 했다.

기생 or 기녀는 서양이나 동양권의 다른 나라에도 존재했으며, 우리 나라의 경우 신라 시대 '화랑의 원화(源花)'에서 그것이 발생했다는 설 or 고대 부족 사회에서의 '무녀(巫女)'가 그 원류라는 설 등이 존재한다.(그 외 '기생의 유래'에 관해, 전해지는 여러 가지 설들이 있음..)

이러한 기생 제도가 우리 나라에서 제대로 자리 잡은 건 '조선 시대' 때이다. 비록 이들의 신분 자체는 천민이었지만, 이 시대 기생들은 '시(詩)·서(書)·화(畵)'에 대한 교양과 품격을 갖춰 그 나름대로 대접 받는 예술인이었다고 전해진다.(행동거지 천박하고, 돈을 밝히거나, 화려하게 치장하는 데에만 온 정신을 쏟는 요즘의 일부 윤락녀들 하고는 차원이 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고려나 조선 시대엔 기녀들을 양성하는 학교가 따로 있었으며, 이 때 활약했던 몇몇 기생들은 '문인'으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이곳에 소속된 기생들은 한문이나 시조 등을 배우고 춤과 노래, 악기 등 여러 과목들을 빡세게 공부해야만 했다고 한다.(그러니까 당시의 교방은 '시 잘 쓰고, 무용 잘 하고,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학생들'을 골고루 배출하는 '예능계 학교'와 비슷한 곳이었던 듯..)
 
일제 강점기 시절의 기생은 때에 따라 모델이나 가수, 영화 배우로도 활약했다. 이 경우, 몇 년 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경성 스캔들>에서 '클럽에서 노래도 하고, 화보도 찍으며 뭇 남성들을 설레게 했던 기생 차송주(한고은)'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면 대충 감이 잡힐 것이다.

작년에 방영된 드라마 <제중원>에선 고종 대에 '관기'들 중 일부가 나라에서 만든 병원인 '제중원 의녀'로 파견되는 모습이 묘사되기도 했었는데, 실제로도 고종의 대한 제국 시절(1908년)에 '관기'가 해체되었으며, 그로 인해 일부 기생들이 전업을 한 걸로 알려져 있다.


기생 조합에 속해 있던 이들이 3.1 운동 때에는 단체로 궐기하여 '만세 시위'를 벌이기도 했는데, 그 시기의 기생들은 적정 수준의 교양을 갖췄을 뿐 아니라 이런저런 사회 활동을 벌였을 만큼 오늘날의 사람들이 단순하게 생각하는 화류계 여성들과는 그 차원이 좀 달랐던 것 같다.

조선 후기에 와선 기생들이 '여러 부류'로 분화되었고, 전통 문화의 계승자로서 '예술 하는 기생'과 '몸 파는 기생' 등이 공존하는 등 동종 업계 내에서도 급이 다양하게 나뉜 모양이다. 일제 강점기 땐 기생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던 '기생 조합'이 '권번(券番)'이란 이름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렇게 '특정한 조합의 형식을 갖춘 기생 제도'는 일제 강점기 말기를 거쳐 해방 이후 폐지되었다. 그 이후, 현대(우리 시대) 사회에서 일컬어지는 '단순 술집 여자 이미지를 갖게 된 기생'은 '전문가급의 예술 교육을 받고 전통 문화를 계승했던 그 시기의 오리지널 기생'과는 그 의미가 많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역사 속에서 원래는 기생이 '높은 교양을 갖춘 종합 예술인'이었으나, 일제 강점기 때 '윤락녀와 비슷한 개념의 이미지'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일본 측의 불순(?)한 의도로 인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