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뮤지컬

왕의 동생-프랑스 뮤지컬 '클레오파트라' 감상 3

타라 2010. 6. 11. 23:07
카멜 우알리(Kamel Ouali) 사단의 프랑스 뮤지컬 <클레오파트라(Cleopatre)>는 전반적으로 다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1막을 훨씬 재미있게 보았다. 클레오파트라의 1막 상대역 시저(카이사르) 때의 2배 분량으로 더 많은 러브씬을 연출하던 2막 안토니우스와의 멜로는 이상하게 좀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으며, '자신에게 도움 주려 했던 착한 본처를 배반하고 남의 나라 여자 치마폭에 둘러싸여 쾌락을 즐기다가 망한 안토니우스' 일화는 내겐 그저 그렇게 느껴졌다. 극 안에서 그들의 사랑이 엄청 아름다운 것처럼 포장되기는 했는데, 그런 류의 '멜로'야 늘상 보던 거라서 더 이상 새롭게 느껴지는 건 없었다.


무엇보다.. 이 뮤지컬 2막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 '프톨레마이오스'가 나오지 않는다. 카멜 우알리가 참여한 <태양왕(Le Roi Soleil)>의 경우처럼 <클레오파트라(Cleopatre)>에서도 '주인공 왕의 남동생'이 중간 중간에 나와서 흥을 돋구워 주는 감초 역할을 한다. 그런데, 프랑스 뮤지컬 <클레오파트라>에 나오는 클레오파트라 여왕의 남동생(Mehdi Kerkouche)
은 엄청나게 귀엽다는 것- 이 배우가 연기하는 프톨레마이오스(프톨레메)가 나오는 장면은 다 좋았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클레오파트라 집안에 '프톨레마이오스'란 이름을 단 인물도 종류 별(?)로 되게 많은데, 이 뮤지컬 안에 나오는 이는 '프톨레마이오스 14세'인 듯하다. 형제가 여러 명인 클레오파트라의 10살 어린 남동생이다. 프톨레마이오스 14세 이전에 클레오파트라와 공동 통치하던 7살 어린 남동생 '프톨레마이오스 13세'도 있었으나, 이 작품 안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프랑스 뮤지컬 <클레오파트라>는 '국내외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던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가 시저에게 계략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그 유명한 양탄자에 돌돌 말려 와 그와 만나게 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로마의 권력자인 시저는 곧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 후 이 시저(세자흐)의 중재와 보호로 클레오파트라는 10살 어린 남동생인 프톨레마이오스 14세와 공동 통치를 하게 된다. 그런데.. 이 시기의 프톨레마이오스 14세(프톨레메)는 우리 식으로 해서 13세 정도의 나이로, 아직 철 없는 초딩 소년이다.

뒤늦게 도착해서 떼 쓰며 징징거리던 이 초딩 프톨레마이오스는 (원래대로 하면 거의 큰아버지 뻘 or 그 시대 기준으로 할아버지 뻘인) 시저 형님
과 클레오파트라 누님이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해 주며 따끔하게 혼내자, 이내 그 일에 협조하겠다고 하면서 'Main Dans La Main'을 부른다.
 
프톨레마이오스(Mehdi Kerkouche) - Main Dans La Main

진작에 나온 이 뮤지컬 전 곡 CD에는 프톨레마이오스가 부르는 노래가 이 'Main Dans La Main' 한 곡 밖에는 없는데, 그 뒤에 한 곡이 더 추가되어 들어간 모양이다. 클레오파트라 가족이 시저의 제안으로 이집트에서 로마로 거처를 옮겨간 뒤, 이 프톨레마이오스가 샤르미온(클레오파트라의 수석 시녀)과 함께 'Ailleurs'라는 흥겨운 노래를 또 부르는 장면이 있다. 이 뮤지컬 안에서 소년 프톨레마이오스(프톨레메)와 댄서 무리들이 나와서 한바탕 노는 장면은 다 흥겹고 좋다. 그 외, 기타 등등의 장면들에서 모습을 보이는 메디(Mehdi) 프톨레메의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이 캐릭터가 2막에 가면 소리 소문 없이 자취를 감춰버린다.(다른 인물의 대사 한 마디로, 이미 죽은 것으로 처리된 모양~)

이 작품 안에서 그렇게까지 살벌하게 그려지진 않았을 것 같은데.. 실제론, 시저가 죽은 뒤 이집트로 돌아간 클레오파트라가 '시저와의 사이에서 난 자기 아들 카이사리온(프톨레마이오스 15세)'을 왕위에 앉히기 위해 자기 남동생인 프톨레마이오스 14세를 살해하도록 지시했다는 얘기도 있다.(아.. 클레오파트라, 완전 무서운 언니다~ ;;) 어쨌든, 이 뮤지컬 '1막에선 두 번에 걸쳐 분위기 띄워주던 이 감초 캐릭터 프톨레마이오스(프톨레메)'가 2막에서부턴 갑자기 안 나오고 시저(세자르=세자흐)도 더 이상 안 나오니까 2막은 좀 심심하게 느껴졌다.

시저와 안토니우스 모두 그녀를 사랑하지만, 이 뮤지컬에서 계략적으로 접근한 시저에 비해 클레오파트라가 더 많이 사랑한 인물은 안토니우스(앙투완) 같다. 하지만 난, 실제로 찌질한 안토니우스 보다는 시저가 더 좋다. 이 시저씨가 자기 친아들 놔두고 먼 친척인 옥타비아누스(시저 누나의 외손자)를 후계자로 삼았는데, 직접적인 핏줄 & 아들 이런 것에 연연해하지 않고 후계자를 정한 걸 보니 왠지 그릇이 남다른 인물인 것 같기도..(시저의 후계자였던 옥타비아누스도 그 나름대로 유능한 정치가였으니..)


이 뮤지컬 1막 첫 장면과 2막 끝 장면을 장식하는 샤르미온(Dominique Magloire)은 은근히 중요한 역할이다. 클레오파트라의 수석 시녀로, 우리 식으로 하면 바로 옆에서 왕을 보좌하는 '상선 영감'이나 '중궁전의 상궁' 정도 되는 인물인데.. 이 샤르미온이 살짝 반전 캐릭터인 듯하다. '생긴 것'도 근엄해 보이고 '노래 부르는 목소리'도 무지 근엄해 보이나,
이 작품의 감초 캐릭터인 프톨레마이오스(Mehdi Kerkouche)가 무리들을 대동하고 나와서 놀 때 흥겹게 춤추거나 같이 방방거리며 놀아준다는 것-

커튼콜 때, 이 프톨레마이오스(프톨레메)와 샤르미온을 연기한 배우(Mehdi Kerkouche, Dominique Magloire)가 가장 큰 박수 환호를 받기도 했었다. 뮤지컬 <태양왕>의 경우엔 작품의 감초 역할을 하는 '루이왕의 깨방정 남동생 필립'이 2막에도 계속 나와서 좋았는데, <클레오파트라>에선 '클레오파트라 여왕의 귀여운 남동생 프톨레마이오스'가 일찌감치 죽는 바람에 이 뮤지컬 2막엔 나오지 않아서 뒷부분이 많이 허전하게 느껴졌다.


프랑스 뮤지컬 <클레오파트라>에 나오는 프톨레마이오스 역의 메디 케르쿠쉐(Mehdi Kerkouche)는 <태양왕>에서 '필립' 역할을 한 적도 있는 배우이다.(왕의 남동생 전문 배우?) 어린애 같은 철딱서니 초/중딩 소년 '프톨레마이오스(프톨레메)' 로 분한 <클레오파트라>에선 중간 중간 나와서 유난히 귀여운 장면을 많이 연출하는데, 이 배우가 나오는 장면은 다 좋았다.

실제 역사 속에서 클레오파트라 7세가 이 프톨레마이오스 14세를 그리 일찍 안 죽였으면 '안토니우스와 관련된 일화'가 나오는 이 뮤지컬 2막에서도 이 남동생 캐릭터를 계속 볼 수 있었을텐데(극 안에서 역사를 완전 왜곡할 수는 없었을테니), 클레오파트라 이 '나쁜 여자' 같으니라고...;; 이 작품 안에는 나오지 않지만, 클레오파트라가 자신에게 반기를 든 자기 여동생도 처형한 걸로 알고 있다. 우리 나라 이씨 조선 or 그 이전의 역사에서도 왕족들끼리 '왕권 다툼'을 위해 자식도 죽이고, 자기 형제나 조카, 혈족 등을 죽인 사례가 많았던 것처럼 '그 옛날 외국의 왕가'에서도 그런 일은 꽤 많았던 듯하다.

따지고 보면, 클레오파트라 시대 최후의 승자였던 옥타비아누스도 자기 입지를 위해 자신을 양자 & 후계자로 삼아 준 시저(카이사르)의 친아들을 죽인 셈인데.. '권력'이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심심찮게 패륜 행위를 저지르다니, 옛날 왕족들의 삶이 굉장히 살벌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 위치에서 누릴 수 있는 것도 많겠지만, 그래두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할텐데.. 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