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2009년) 말에 출시된 카멜 우알리(Kamel Ouali) 사단의 프랑스 뮤지컬 <클레오파트라(Cleopatre)> DVD를 최근 들어서야 보게 되었다. 나름 기대했었는데, 기대한 만큼 역시 재미있었다. 약간 다른 차원에서, 이전에 아끼던 작품인 1998년 초연의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나 2001년 초연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보다 이 뮤지컬을 더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프랑스 뮤지컬은 갈수록 점점 진화하고 있는 듯하다..
소피아 에세디(Sofia Essaidi) 주연의 <클레오파트라>는 완급 조절이 무척 잘된 뮤지컬 같다.
비록 좋아하는 작품이긴 하지만, <노트르담 드 파리>는 2막 어느 지점에 가면 극이 굉장히 늘어지는 부분이 있다.(프롤로와 대적하는 에스메랄다 옥중씬에서..) 이 작품은 '미친 존재감을 자랑하는 브루노 펠티에(Bruno Pelletier)의 그랭구아르'가 나오는 장면은 다 좋지만, 대체로 주연 캐릭터들(콰지모도, 에스메랄다, 프롤로 등)이 부르는 느릿한 솔로곡들은 노래 자체가 좀 지루한 구석이 있다.
<로미오 앤 줄리엣>도 2막 중반부 이후론 많이 지루하며, 안무가 출신의 카멜 우알리가 예전에 참여한 <태양왕(Le Roi Soleil)>의 경우에도 '대사량이 절대적으로 많아지는 2막'에 가면 '부분 부분 몰입 안되는 장면들'이 꽤 존재하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Autant En Emporte Le Vent)>는 '좋은 곡은 정말 좋지만, 주연급들이 부르는 곡들 중 별로인 곡도 꽤 포진되어 있는 뮤지컬'이다.
그에 반해, 2009년에 나온 프랑스의 신작 뮤지컬 <클레오파트라>는 극 전반적으로 딱히 늘어지는 부분 없이 골고루 몰입이 잘되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1막을 더 재미있게 보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보고 있다 보니, 어느새 1막이 끝나 있었던...(분량은 1막, 2막 모두 1시간 가까운 분량이었다.) 이 뮤지컬 1막에선 '클레오파트라와 시저(카이사르)와의 만남~시저의 죽음까지'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고, 2막에선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와의 사랑, 옥타비아누스와 그들의 갈등 & 패배, 주인공 죽음'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프랑스 뮤지컬 <클레오파트라(Cleopatre)> DVD엔 영어 자막조차 없어서 상세한 내용 파악에 애로 사항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하긴.. 자막 없는 외국어 뮤지컬을 하루 이틀 감상한 게 아니니...) 중간 중간에 '대사'도 꽤 나오지만, 그래두 '노래'로 표현되는 장면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니 말이다. 거기다, 좀 포장되거나 살짝 달라진 부분은 있지만 이 작품은 대체로 '역사 속의 클레오파트라 & 시저 & 안토니우스'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간다.
극 전반적으로 한글 자막이 없는 뮤지컬에 대한 '언어의 압박'이 있는 가운데, 이 뮤지컬 스토리를 통해 '가장 많이 등장한 대사(단어)'가 바로 그를 지칭하는 "세자흐(Cesar)~"였다. 로마의 권력자였던 카이사르=시저(Cesar)의 불어식 발음이 '세자흐=세자르'이다. 그가 죽고난 뒤인 2막에 가면 좀 뜸하지만, 프랑스 뮤지컬 <클레오파트라> 1막에선 시저를 가리키는 이 '세자흐'란 대사가 굉장히 많이 나온다. 등장 인물들이 여기서도 '세자흐', 저기서도 '세자흐'를 외쳐대던...
이전까지만 해도 이 뮤지컬 <클레오파트라(Cleopatre-La derniere reine d'Egypte)>에서 시저로 나오는 배우(Christopher Stills)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막상 DVD 전막 공연을 보다 보니 그럭저럭 잘 어울려 보였다.(비록, 그 시대적 배경 안에서 이 작품 속 시저는 실제의 시저보다 너무 젊어 보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이 시저(세자흐)가 죽는 장면이 무척 강렬하게 느껴져서 인상적이었다.
카멜 우알리의 뮤지컬 <클레오파트라>에선 전반적인 배경들을 '세트'가 아닌 'LCD 대형 화면'으로 처리한다. 로마의 정치가들에 의해 시저가 암살 당하는 장면 역시 '화면 효과+실제 장면'을 결합한 방식으로 보여주었는데, 그가 칼에 찔릴 때 '피 튀기는 장면을 단계적으로 묘사한 강렬한 화면과 몸에 피칠 하고서 정말 괴로워 하는 시저의 최후 모습'은 꽤나 비장하게 느껴졌다. 그 외에도, 이 뮤지컬 안에는 기존의 프랑스 뮤지컬 작품들에선 볼 수 없었던 '놀라운 장치들을 동원한 새로운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