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닐라 스카이 (1)에 이어.. ] 리메이크작 '바닐라 스카이'는 그냥 가볍게 보기엔 꽤 흥미롭고 괜찮은 영화이지만 '원작'의 존재를 생각하면 완성도 면에서 여러 아쉬움을 주기도 하며, 은근슬쩍 원작 '오픈 유어 아이즈'와는 다른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원작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에 비해 추가된 내용 중 남자 주인공 데이빗(톰 크루즈)이 '회사 내 주식 지분을 비슷하게 보유한 위원들과 대립하는 내용이라든가 아버지의 절친이 회사 찾아주는 내용'은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해주고, 그가 혼자 '줄리'가 '소피아'가 아니란 주장을 하는 대목에서 친구 브라이언(제이슨 리/Jason Lee)을 오해하는 계기로도 작용하니까 들어가도 무방한 내용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사족처럼 줄줄이 달라붙는 (원작에는 없고) <바닐라 스카이(Vanilla Sky)>에만 나오는 여러 대사들은 어쩐지 작품의 주제를 흐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특히, 마지막에 남주-여주가 다음 생에 '고양이'로 환생하자고 하는 대목은...


<바닐라 스카이> 남주(톰 크루즈)는 아재 나이에도 여전히 멋지건만..


이 영화의 모태인 <오픈 유어 아이즈(Abre Los Ojos)>는 단순 멜로 영화가 아니지만, 그걸 리메이크한 헐리웃의 <바닐라 스카이>는 원작의 특이한 설정을 차용해 왔으되 알고 보면 원작이랑 작품의 주된 성격이 다른 '멜로 영화(or 멜로 지향적인 영화)'라 할 수 있다.


<바닐라 스카이>는 겉포장지를 산뜻하고 예쁘게 치장하는 데 공을 많이 들였으며, 주인공들 멜로도 달달하고 안타까우면서 뭔가 낭만적이고 애절한 맛이 있기에 나름 감성 자극하는 영화다. 나두 이 영화를 맨 처음 봤을 때 (원작 영화 내용과는 달리) '소피아(Penelope Cruz) 역시 애써 외면해 왔던 데이빗(Tom Cruise)을 맘에 두고 있었고, 둘이 함께 했던(키스만 했던) 그날 밤을 못 잊고 있었던 거구나.. 안타깝다. 아, 너무나 슬퍼~ㅠ.ㅜ' 하면서 울컥한 기분이 들었었는데, 두 번 째 보면서는 그 감흥이 좀 사그라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두 영화를 다시 볼수록, '그래두 원작 영화가 더 괜찮다'는 느낌이 들면서...




'여주인공(동일 인물)' 분위기는 차분하고 고상한 느낌의 원작 영화 때가 더 나은 듯..
<오픈 유어 아이즈>의 페넬로페 크루즈(좌)-<바닐라 스카이>의 페넬로페 크루즈(우)


줄거리가 거의 비슷하지만 '같은 작품-다른 느낌'을 주는 두 영화 중 낭만적인 멜로가 강화된 <바닐라 스카이>는 '소녀 감성을 지닌 중딩'스런 영화, 보다 깊이 있으면서 할 말만 딱 하고 끝내는 <오픈 유어 아이즈>는 '냉철하고 이지적이면서 세련된 매력을 지닌 대딩'스런 영화처럼 느껴진다. 굳이 학창 시절로 비유하자면 말이다. 


영화 속 내용은 특정한 비유를 담은 일종의 상징물로 작용할 때가 많다. 그.. 장희빈 시대 <사씨남정기> 속에 나오는 '미나리, 장다리(미나리는 사철, 장다리는 한철)'는 <식물>이지만, 그것으로써 <사람>에 대한 비유를 하고 있는 것처럼...


원작 <오픈 유어 아이즈>에서 담고 있는 내용-'오픈 유어 아이즈, 깨어나라~ 깊은 잠에서 이제 그만 깨어나라'는 소리는 그림자 놀음은 이제 그만 끝내고, 존재의 집으로 돌아가 자유로워지라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리메이크작 <바닐라 스카이>는 '속박 세계 속에서의 이루지 못한 세속적 사랑'이 못내 아쉬워, 남녀 주인공이 '(번식력 장난 아닌) 고양이' 암수로 환생해서 다시 물질 몸을 입고서(또, 다른 물질 몸들을 생산해 가며) 그림자 놀음을 계속 하겠다는 얘기인 것처럼 느껴진다.


고양이? 환생..?? ;; 쫌~!!


그리고 '1분마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는 이 영화에서 유명한 대사로, 분명 좋은 말이지만 <바닐라 스카이> 후반부에서 대사 배치를 이상하게 함으로써 마치 주인공이 '그 때 줄리(카메론 디아즈/Cameron Diaz)의 차를 타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너(페네로페 크루즈)와 행복해질 수 있었을텐데..' 하는 식의, '순간의 <선택>에 대한 후회'를 강화시키는 듯한 뉘앙스를 주며 결말부 이야기를 떨떠름하게 만들어 버린다.


원작 <오픈 유어 아이즈>에서의 주인공 세자르(에두아르도 노리에가/Eduardo Noriega)는 집착 부리지 않고 환상 속의 그대들과(절친 펠라요, 아빠 같은 정신과 의사 안토니오, 사랑하고 싶은 여인 소피아깔끔하게 작별하고 깨어나려 하지 않는가- 그 장면에서의 연출도 무척 훌륭하고 말이다.


그런데.. 리메이크작 <오픈 유어 아이즈>에서의 주인공 데이빗(탐 크루즈)은 꿈에서 깨기로 해놓구선, 정작 '예쁜 여인이 사랑해~하고 말해주는 그 달달구리한 꿈 속 사랑 체험'에 다소 집착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음 생에 '고양이'로라도 환생해서 그 여인과 다시 사랑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말이다. '극히 달콤한 체험'도 '끔찍한 악몽 같은 체험'처럼 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게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나? 기왕 (잠에서 & 긴 꿈에서) 깨어나기로 했으면, 어떤 대상에 대한 집착 같은 건 떨치고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이건 다른 얘기지만, (영화 내용 상) 애초에 남주가 얼굴을 크게 다친 것 또한 까르마의 결과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잘난 얼굴로 '플레이 보이'질 하면서, 무수히 많은 여자들과 가벼운 만남의 정사 벌이며 '필요 이상의 쾌락을 추구하는 방만한 삶을 산 것'에 대한...) 


이 영화에서의 남자 주인공이 그 엄청난 재력과 젊음과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플레이 보이'로서의 삶이 아닌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면 다른 까르마를 짓고 살아온 것이니, 그 시기에 (교통 사고 아닌) 전혀 '다른 생의 양상'을 맞게 되었을 것이다.(줄리의 '보복성 동반 자살' 이벤트는 당연히 없었고.. 남주 얼굴 망가질 일도 없었을 거다, 아마..)



전반적으로 리메이크작 <바닐라 스카이>는 원작 <오픈 유어 아이즈>에 비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지만, <바닐라 스카이>를 통해 추가된 대사 중 '쓴 맛을 모르면 단 맛도 알 수 없다'는 뉘앙스의 대사는 나름 마음에 들었다.


우리의 실체는 각각의 분리되어 있는 '몸'이 아니라 '(영)혼'이다. 원래 완전무결한 불멸의 존재였던 우리가 이 홀로그램 같은 속박 세상으로 건너와 물질 몸을 입고서 인생의 신 맛, 쓴 맛, 짠 맛, 매운 맛, 구린 맛, 쓰린 맛 다 봐가며 고생 속에 살아가는 이유가 바로 그것 아니겠는가? 계속(처음부터 영원히) '단 맛' 속에만 쭉 머물러 있으면 그 맛이 얼마나 달콤하고 좋은지 모르니, 그 '단 맛'의 진가를 확인하고 그걸 강화시켜 더 가치 있고 행복하게 누리기 위해 '쓴 맛' 세상에 머물며 그림자 놀음을 해 온(왔던) 것 아닌가-


영화 <바닐라 스카이>에서, 남자 주인공 '데이빗' 역의
'톰 크루즈'와 가장 케미가 좋은 건 배경 '바닐라 스카이(모네의 하늘)'?


영화는 말하고 있다. 진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그 인생도, 실은 진짜 인생이 아니라고.. 당신들이 모든 걸 만들어 낸다고.. 이젠, 진정한 '선택'을 할 시간이 왔다고 말이다.


우리가 만일 현재 뭔가를 '선택'한다면, 바로 그걸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닐까? '엄청난 카르마와 윤회가 반복되는 그림자 세상=꿈 속 세상=잠들어 있는 상태'에 계속 머물러 있을 것인지, 아님 지금이라도 '실체계로 깨어나는 단계'로 나아갈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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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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