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2013.04.26 20:55

예전에 독일의 여류 작가 '루 살로메(Lou Salome)'에 관해 포스팅한 적 있는데, 오늘 소개하는 '살로메'와 그 '살로메'는 각각 다른 사람이다.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문학 작품으로 인해 무척 유명해진 팜므 파탈의 전형 살로메(Salome)는 성서에 나오는 실존 인물로, 헤롯왕의 의붓딸이라 알려져 있는 여성이다. 귀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의 작품 등 많은 화가들의 그림으로 형상화되었거나, 오페라 주인공으로도 등장한다.

세례 요한이 활약하던 시기의 '헤롯왕'은 자기 동생 빌립의 아내인 '헤로디아'를 탐하여 그녀와 결혼을 했다.(빌립이 헤롯왕 친동생은 아니고, 이복 동생임) 이것은 유대교의 율법에 의해 금지된 일이었다. 하여 '요한'이 헤롯왕에게 옳지 않은 일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하였고, 그것을 괘씸하게 여긴 헤롯왕이 그를 죽이고 싶어했으나 '민중'들이 요한을 선지자로 여기면서 따르니 쉽게 죽이진 못하고 옥에 가두었다.

그 후, 헤롯왕의 생일을 맞아 큰 연회가 열렸다. 사전에 자기 어머니인 헤로디아의 사주를 받은 '살로메(헤롯왕의 의붓딸/헤로디아의 친딸)'는 연석에서 뇌쇄적인 춤을 추어 헤롯왕을 기쁘게 했고, 그것에 삘 받은 헤롯은 그녀에게 '갖고 싶어하는 건 다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에, 헤로디아와 미리 짠 살로메는 '세례 요한'의 목을 소반에 담아 자신에게 달라고 청했다.

Gustave Moreau의 그림 '헤롯왕 앞에서 춤 추는 살로메'


고민하던 헤롯왕은 결국 약속대로 세례 요한을 처형하여 그의 목을 살로메에게 선물로 주었고, 그녀는 그것을 제 어미에게 가져 갔다.(이후에 요한의 제자들이 와서 장사지내 주었고, 그 뒷부분에 예수가 바다 위를 걸어가는 에피소드 나옴) 성서에 나오는 헤롯왕의 의붓딸 '살로메'는 한마디로, 더 오래 살 수 있었던 '세례 요한'을 골로 가게 만든 나쁜 x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녀의 배후엔, 어린 딸을 이용하여 자신에게 밉보인 요한을 죽게 만든 '최종 대마녀 헤로디아'가 있었지만...

그것을 미화(?)한 말로 '팜므 파탈'이란 용어가 있으며, 살로메는 대체로 '매혹적인 춤'으로써 왕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인네로 알려져 있다. 팜므 파탈 소재 자체는 꽤 흥미진진한 관계로, 후대의 많은 예술가들이 성서에 나오는 이 '세례 요한의 목을 취한 살로메' 이야기를 문학, 회화, 오페라 등으로 제작했다.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에선, 기존의 이야기에다 좀 더 '극적이고 막장스런 요소'를 가미하였다. 헤롯왕이 동생의 아내였던 헤로디아를 탐한 데 이어, 그녀와 결혼한 뒤에는 의붓딸에게까지 탐욕의 손길을 뻗쳐 <헤로디아(살로메 엄마)-헤롯왕-살로메>가 삼각 관계 비슷한 분위기로 나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헤롯왕-살로메-요한>의 모드까지 성립되는 '이중 삼각 관계' 구도..

Aubrey Beardsley의 일러스트 '살로메'


목적 달성 후 '헤롯왕'이 이번엔 나이 어린 의붓딸 '살로메(Salome)'에게 눈길을 돌리지만, 그녀는 의붓 아빠의 음흉한 눈빛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러던 중, 자기 엄마와 의붓 아빠의 결합을 비난하던 '요한'에게 매력 느낀 살로메는 노골적으로 그를 유혹하게 된다. 허나, 요한은 여인의 유혹에 잘 넘어가는 '쉬운 남자' 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서 그런 그녀를 소 닭 보듯 쳐다본다.

그것에 앙심 품은 살로메는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부숴버리겠어~'의 심정으로, 자길 위해 춤을 춰 주면 원하는 걸 다 주겠다는 헤롯왕에게 '요한의 목'을 요구한다. 그리곤 '쟁반에 머리째 담겨 온 요한'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그의 입술에 키스하는 파격적인 행동을 보이는데.. 살로메에게 욕정을 품고 있던 헤롯왕은 그런 그녀의 행동을 보면서 '(요한에 대한) 질투심'에 이글이글 불타오른 채 살로메를 사형하라 명하게 된다.(이 극에서, 여주인공 '살로메'의 삶은 결국 비극으로 끝나는 셈)

성서에 나오는 실존 인물의 일화를 '드라마틱하게 각색'한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가 '완성형 이야기'로선 좀 더 깔끔한 구조라 할 수 있는데, 뭔가 그로테스크한 매력이 있으면서 각 '캐릭터의 특징'이 살아있다. 오스카 와일드의 극으로 형상화 된 '살로메'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여러 남성들을 울리는 아름다운 여성이지만, 결국 자기 사랑을 거부한 요한에 대한 복수심으로 그를 파멸시켜 버리고, 극강의 소유욕을 보이며 마지막까지 '거침없는 사랑'으로 내달리다가 강렬하게 사라지는 불꽃 같은 여인이다.

Lucien Levy-Dhurmer의 그림 '살로메'(그림 상으론 참 멋지지만
실은 살로메가 '쟁반에 담겨져 온 요한의 목'과 키스하는 장면이다..
'쟁반 키스', '블러드 키스' 정도 될려나? ;; 루시앙 르비 뒤르메의 이 작품은
'오스카 와일드가 각색한 살로메'가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그림이다..)

실존 인물이기도 하면서 성서에 몇 줄 나오는 '살로메'가 그렇게까지 매력적인 여성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바른 소리 몇 마디 했다고, 그걸 못 참고 왕도 함부로 못 죽이는 요한을 제거한 살로메의 엄마 헤로디아(Herodias)와 엄마의 사주를 받고 그런 끔찍한 일을 벌인 어린 살로메(Salome)는 세트로 '피도 눈물도 없는 사악한 모녀 공갈단' 같은 분위기를 좀 풍긴다.

하지만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희곡에 등장하는 이들은 좀 더 개성 있고 매력적인 인물들이다. 질투심에 휩싸여 매혹 당한 여인을 죽이라 명하는 헤롯왕은 헤롯왕대로, 어린 딸과 경쟁 관계에 있는 헤로디아는 또 그녀대로, 대쪽 같은 요한은 요한대로, 여주인공 살로메는 '한 번 뿐인 인생, 제대로 앗쌀하게 살다 가는 매혹적인 팜므 파탈'로, 캐릭터적으로 더 그럴싸하게 거듭난 것이다.

다수의 화가들이 그린 '살로메' 관련 작품들 중엔, 성서 내용에 좀 더 살을 붙여서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 <오스카 와일드 버전 살로메>에 영감을 얻어 제작된 것들이 많다. 오페라 <살로메>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몇 줄 안되는 기록을 가지고 '살로메'라는 꽤 매혹적인 분위기의 희곡을 만들어 낸 걸 보면서 '오스카 와일드'가 참 대단한 작가라 느껴졌다. 너무 오래 전 인물이지만 어쨌든 그녀가 '실존 인물'이 맞다면, 그건 '와일드씨의 희극 속 인물'일 뿐이라는 걸 상기할 필요는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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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