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앞에서 2011.02.14 21:55

개인적으로 예능 프로는 잘 안보기 때문에 요즘에 나오는 아이돌 스타나 걸 그룹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런데, 얼마 전 우연히 TV 프로그램에 나온 그들의 모습을 보고 지인이랑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대화를 나눈 우린 둘 다 여자임) 웬 뽀얗고 늘씬한 소녀들이 우루루 나와서 귀엽거나 때론 섹시한 춤을 추며 앞에서 알짱거리는데 '저런 모습을 보구서 좋아하는 아저씨들, 나름 이해된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그 즈음에 '나이 든 아저씨들도 걸 그룹의 열혈 팬인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말이다..

정상적인 수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 누구나 그런 '찬란한 청춘 시절'을 거쳐오게 되는데, 그 시기를 지나고 나면 (꼭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더라도) 막연하게 그 풋풋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랄까 동경의 정서 같은 게 남게 된다. 그래서 대중적으로 얼굴 알려진 연예인이든, 주변에서 간혹 보는 아이들이든, 그 나잇대의 미소년/미소녀들을 보며 '파릇파릇했던 시절'로 되돌아간 양 기분 좋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자석의 반대되는 극이 서로 끌리듯 '남자는 기본적으로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관심 갖게 마련'이다. 하여 '10대 후반~20대 초반까지 청춘의 최전성기'를 지난 남자들이 <미소녀>들에게 열광하듯, 그 시기를 지난 여자들 역시 용모가 아름다운 <미소년>에게 반하거나 열광하게 될 때가 있다. 그렇다고 그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게 아니라, 일종의 감상 차원 & 안구 정화 차원인 거다-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의 자그마한 활력이 되는.. 뭐, 그런 거?

가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며 '아, 이건 정말 충격적이다~' 싶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은데, 웬만한 한국의 '막장 드라마' 저리 가라 싶을 정도의 파격적인 내용들이 이 그리스-로마 신화엔 많이 나온다. 우리 인간이 신(神)에게서 떨어져 나왔다고 쳤을 때, 그런 이유 때문인지 그 이후 인간 세상에서 벌어졌던 갖가지 파행들은 모두 '신들의 세계'에서 이미 벌어졌던 일들인 듯하다.

신화에 나오는 비너스(=아프로디테)가 '미의 여신'인 건, 상식적으로 많이들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리스 신화>엔 그런 아름다움의 여신조차 반할 정도로 출중한 외모를 지닌 꽃미남이 등장하는데, 그가 바로 '아도니스(Adonis)'라는 미소년이다. 그의 직업은 사냥꾼..

[ 그리스-로마 신화 : 미소년 '아도니스'에게 들이대는 '비너스(아프로디테)' 1 ]




(美)의 여신 '비너스'가 인간 '아도니스'를 사랑하게 된 것은 큐피드(=에로스)가 갖고 놀던 화살을 맞게 되었기 때문이란 설도 있고, 그냥 이 아이가 보기에 너무 아름다워서 좋아했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이 '아도니스'의 출생이 요즘 기준으로 하면 조금 막장스럽다. 초절정 미남자인 그는 시리아의 왕 테이아스와 그의 딸 스미르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근친상간'의 결과물에 속한다. 어쨌든 현재까지도 '미남의 상징'처럼 남아있는 아도니스(Adonis)에게 푹 빠진 비너스는 천상에도 올라가지 않고, 날마다 숲속에서 사냥을 하는 그의 뒤를 쫄쫄 따라다녔는데, 지금 기준으로 보니 그리스-로마 신화 속 비너스(Venus)가 '잘생긴 아이돌 스타에게 열광하는 이모 팬'의 원조 쯤 되는 것 같다.

남들 보기엔 이상해도, 비너스(=아프로디테)는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미남 '아도니스'를 향한 팬 라이프가 나름 즐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와 연인 사이였던 전쟁의 신 '마르스(=아레스)'가 둘의 사이를 질투하여 아도니스를 없애 버렸기에 아프로디테의 집착적 팬질도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비너스는 항상 아도니스에게 위험한 사냥은 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혈기 충만한 아도니스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다가 결국 멧돼지에게 물려 죽게 되었다. 헌데, 이 멧돼지가 바로 '비너스의 전 연인 마르스가 변신한 모습'이라 한다. 신들이라 해서 그리 고상하지만은 않고 '질투'도 꽤 심한 것 같은데, 이들의 일화는 마치 '젊은 놈에게 푹 빠진 여친의 모습에 분노하다가, 결국 질투심에 여친이 사랑하는 남자를 죽여버리는 전 애인'에 얽힌 한 편의 막장 드라마와도 같은 삘이 아닌가 싶다.

[ 그리스-로마 신화 : 미소년 '아도니스'에게 들이대는 '비너스(아프로디테)' 2 ]




수많은 서양 화가들이 이 얘기에 흥미를 느꼈는지 '비너스와 아도니스' 관련한 그림을 많이 남겼는데, 개인적으로 이 커플이 그리 아름답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아도니스(Adonis)는 비슷한 나잇대의 여자애와 교제해야 할 <미소년>이지만, 그림 속에 묘사된 비너스(Venus)는 아도니스의 엄마나 이모뻘 쯤 되는 <중년의 여인>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봐도, 별로 어울리는 한 쌍은 아닌 듯하다..

('제우스' 신에게 찜 당하여 천상으로 납치된 '가니메데스'의 경우도 그렇지만) 파릇파릇한 나이의 '아도니스'가 아줌마 팬 '비너스'의 일방적인 스토킹을 당하다가 그녀의 전 애인에 의해 '치정에 얽힌 살인'을 당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 얘기를 보니, 사람이 너무 잘생긴 건 역시 피곤한 일인 듯하다..


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