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앞에서
샤갈은 '눈 내리는 마을'을 그린 적이 없다?
확인해 봤더니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이란 '지은이-정이진'의 시집이 발간된 적이 있고, '김춘수 시인의 시' 중에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란 시가 있어서 (실은 그게 아님에도) 화가 샤갈이 '눈 내리는 마을'이란 타이틀을 단 그림을 그린 것처럼 잘못 알려진 것이었다.
샤갈은 <눈 내리는 마을>이란 그림을 그린 적이 없으며, 그 비슷하게 작업한 그림으로 '나와 마을'이란 작품이 있다. '나와 마을'은 샤갈의 대표작으로, 고향 마을에 대한 그의 추억이 서려있는 그림이다.
또한 "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란 문구가 나오는 김춘수 시인의 그 시는 샤갈의 그림 <나의 마을(I and the Village)> 뿐 아니라 <비테프스크 위에서(Over Vitebsk)>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시라고 한다. 여기서 '비테프스크'는 샤갈이 태어난 고향 마을이다. 어찌 하다 보니 '전국의 많은 카페 간판'들이 대중들로 하여금 '눈 내리는 마을'이 샤갈의 작품인 것처럼 인식하게 만들었는데, 실제적으로 유명 화가 '샤갈(Chagall)'이 그런 그림을 그린 적이 없었단 사실은 무척 흥미로운 대목이다..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은 유화 뿐 아니라 오페라 극장의 벽화나 천장화를 그리고, 스테인드 글라스와 도기 제작, 판화 작업, 무대 장식 분야에 걸쳐 폭넓은 활동을 한 러시아 출신의 유대계 프랑스 화가이다. 1887년 러시아의 비테프스크에서 9남매의 맏이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 1907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미술 학교를 다녔으며, 후견인들의 지원으로 본격적인 그림 공부를 하던 중 1910년엔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게 된다.
1911년 25세의 나이로 '앙데팡당전'에 첫 출품하여 두각을 드러내게 된 샤갈은 그후 다시 러시아로 건너가서 정부 기관에서 일했으나, 혁명 정부와 맞지 않았던 그는 1923년 경 프랑스 파리로 돌아와 '에콜 드 파리'를 대표하는 화가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유명 화가들 중) 피카소나 마티스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다. 샤갈(1887~1985)은 원래 러시아인이었으나, 1937년엔 프랑스 시민권을 취득하게 된다.
유대인이었던 그는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의 위협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 있기도 했다. 샤갈은 이곳에서 무대 디자인 일을 하고 여행도 종종 다녔으나, 1944년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랑했던 부인 벨라를 잃게 되었다. 샤갈의 그림엔 '행복한 연인'의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그건 1915년에 결혼한 뒤 만족스런 결혼 생활을 유지했던 자신과 부인 벨라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들이었다.
사랑하는 부인을 잃은 뒤 한동한 붓을 놓아버렸던 샤갈은 이듬해 다시 활동하기 시작했고, 1948년엔 프랑스에 영구 정착했다. 1952년 새로운 여인과 재혼한 샤갈은 여러 번의 전시회를 열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나름 가정적이었던 샤갈은 첫 번째 부인과도, 두 번째 부인과도 행복하게 잘 지냈던 모양이다.
마르크 샤갈은 1957년 무렵부터 스테인드 글라스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그 후 꽤 오랫동안 유럽 각지의 건물에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 작품을 제작했다. 말년의 그는 꾸준하게 그림, 판화 작업을 하고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천정화를 그리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며 왕성을 활동을 펼쳤다.
초현실주의 미술에 큰 영향을 끼친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의 그림엔 아기자기하면서 환상적인 느낌의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실제로 '동화스런 풍경, 아늑한 고향 마을, 공상 속 하늘을 날아다니는 연인..' 등은 그가 즐겨 사용했던 소재들이기도 하다. 마르크 샤갈은 (우리 나이로) 79세 때 자서전을 펴내기도 했는데, 그러고도 20년을 더 살았으니 굉장히 장수한 셈이다. 대표작으로 <나와 마을> <손가락이 7개인 자화상> <수탉> <바이올린 연주자> <곡예사> 등이 있다..
'미술관 앞에서'의 다른글
- 이전글'자유의 여신상' 모티브가 된 들라크루아의 그림
- 현재글샤갈은 '눈 내리는 마을'을 그린 적이 없다?
- 다음글가을의 우수, '존 앳킨슨 그림쇼'의 황금빛 풍경
관련글
-
1991년경에 나온 박상우의 소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라는 책이..
답글
그 당시 카페 이름을 짓는데 또다른..공헌을 했던 거 같기도 했네요
김춘수..와 정이진의 시집으로 그런 문구를 썼었던 걸..
다시한번 붐을 일으켰던 거 같아요..
92-93년경에 그런 카페를 자주 본 듯 합니다..
많이들.. 카페 안에서 그 그림은 어디 있지...라고 막연히 찾아보곤 했었죠
다른 샤갈의 그림들에 어울리게 동네에서 유일하게 화이트 스파게티를 팔았어요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12.15 19:25
샤인님처럼 저도 박상우의 소설을 먼저 생각했는데...ㅎㅎㅎ
답글
왜 맨날 행복한 사람들만 그리냐는 질문에, 샤갈이 그랬다죠.
현실이 추한데 그림까지 추하게 그릴 필요 있냐고... -
빠리불어 2010.12.15 20:13
미술 시간에 시험 문제에 출제되었던 화가이름.. ㅡㅡ;;;
답글
덕분에 그 분의 일생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게 되었네여..
행복한 하루 이어가세여, 타라님.. ^^* -
앗,, 무식한 저는 샤갈이 눈 내리는 마을.. 이란 그림을 그린줄 알고 있었네요..
답글
덕분에 좋은 지식 배우고 갑니다..
저도 예전에 이 이름의 까페에 즐겨 가곤 했었는데 새삼 기억이 나네요.. -
-
그 이름의 카페에 앉아서 진짜 그 그림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잘난 척 할 뻔 했었는데 조용히 있기를 참 잘했네요..^^
답글 -
저도 샤갈이 눈내리는 마을이란 그림을 그린 줄 알고 있었습니다.
답글
이 포스팅을 보고 마음의 문이 열리는 것 같네요..ㅎ
저 그림들 중에서 생일은 처음보는 그림인데 아주 마음에 드네요..
퍼즐 없는지 한번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ㅎㅎ -
정말로 잘못 알고 있는 상식들이
답글
타라님의 글로 머리가 맑아지는 듯^^
오늘도 공부 잘하고 갑니다
날 추워요. 감기조심하세요 -
shkim 2010.12.16 08:42
15,6년전 호암갤러리였나? 샤갈 전 갔었어요.
답글
그때 다녀와서 참 행복했어요. 그 뒤로 좋아하는 외국화가 하면 제일 먼저샤갈이 떠오른다는...
저도 그 까페 종종 이용했어요.제가 간 곳은 신촌과 강남역이었는데 천장이 높은게 맘에 들었거든요. -
-
놀랍네요. 저도 당연히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이란 작품이 있겠거니 알고 있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오류인지 궁금하네요. 오늘도 좋은 상식 하나 얻어 갑니다. 그나저나 가정에 충실하셨던 분이라 그런가 그림이 다 따뜻해보여요...^^
답글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12.16 12:33
오~약속을 지켜주셨네요~~~ㅋㅋ
답글
감사~~~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알아서 놀랍네요~~~
다음주에 전시회 가려 하는데 도움이 되겠어요~~~^^ -
그렇군요.
답글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이란 이름이 잘못 오해로 와전된것이군요.
잘 보고 갑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한 날 되세요.^^ -
Lipp 2010.12.16 21:50
샤갈의 그림은 몽롱한 꿈속을 헤매는 느낌이 강하고 참 시적이에요.
답글
저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화가인데 ...
니스에 있는 샤갈미술관은 건축부터 실내 조명까지 그리고 작품들로
볼것이 많은 장소더군요. 햇살이 따사로운 늦 봄이 최고의 계절인듯 ,, ^^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1.02 09:33
샤갈의 <생일>이라는 작품에 대해서 듣고
답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 생각과는 약간 다르지만 정말 아름답군요..
저도 샤갈처럼 아끼고 엄청나게 사랑하는 것을 원합니다.:D
소울 메이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튼 직접 샤갈 전시회에 갈까 생각까지 드네요 ㅎㅎ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09.17 11:59
샤갈의 그림에 스며있는 따뜻한 색채를 참 좋아합니다.
답글
샤갈의 나와마을에 대해 검색해보다 여기까지 왔는데 가장 보기 좋게 정리한 글이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
이방인 2012.09.27 23:54
와, 샤갈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된 소중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답글
산책이나 생일 같은 그림이 무척 좋은 것 같습니다. 무언가 무척이나 따뜻한 전율이 오게 하기에....
타라님은 언제나 글을 재치있고 재미있게 쓰시는 것 같습니다 또 이런 많고 흥미로운 주제들을 꼼꼼하게 정리하고 올리 시는 걸 보면 항상 존경 스러울 따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