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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에, 프랑스에서 뤽 플라몽동 & 리카르도 코치안테 콤비의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가 크게 히트친 뒤 대작인 <십계(Les dix)>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 등이 흥행하면서 이 세 작품은 '프랑스 3대 뮤지컬'로 자리잡게 되었다. 세 편 모두 '프랑스 팀 내한 공연'을 각각 두 차례씩 가진 적이 있기에, 국내에서도 꽤 많이 알려진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그 중 <노트르담 드 파리>와 <로미오 앤 줄리엣>은 우리 나라 출연진으로 구성된 라이센스 버전이 탄생하기도 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경우, 한국의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한 국내 버전 1차 공연 때는 임태경과 신성록이 '로미오' 역/김소현과 박소연이 '줄리엣' 역을 맡았었고, 2차 공연 때에는 새로운 멤버로 김수용과 전동석이 '로미오' 역/최지이가 '줄리엣' 역을 연기한 바 있다.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 작사/작곡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은 그 안에 나오는 뮤지컬 넘버들이 정말 예술인데, 개인적으로 '프랑스 3대 뮤지컬'에 속하는 세 작품들 중 제라르의 <로미오 앤 줄리엣> 음악을 가장 선호한다. 프랑스에서 이 작품을 본격적으로 무대에 올리기 전인 2000년에 <로미오와 줄리엣> 초연 멤버들이 녹음한 음반을 발매한 적이 있다. 이 음반을 구입한 지 꽤 되었고, 무척 자주 들었음에도 몇 년이 지나도 별로 질리지 않는 느낌이다.

*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이 국내에서 <로미오 앤 줄리엣>으로 불려진 사연 *

이 작품은 그냥 우리 식으로 풀어서 쓰면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워낙에 유명하고 영화로도 여러 편 만들어졌기에, 당시 국내 공연을 올린 제작사에선 그것과 '차별화'시키기 위해 일부러 주인공 이름에다 영어 'and'를 지칭하는 '앤'을 집어넣어서 <로미오와 줄리엣> 대신 <로미오 앤 줄리엣>이란 공연 타이틀을 사용하게 되었다~(조사를 '영어' 식으로 표기하느냐 '한국어' 식으로 표기하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똑같은 말이다..)

제라르 프레스귀르빅이 작곡한 이 뮤지컬 2000' 오리지널 음반 수록곡 37곡 중 'Les roi du monde(세상의 왕들)', 'Aimer(사랑한다는 건)', 'Verone(베로나)' 등은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던 유명한 곡들에 속한다. 그 외에도, 이 뮤지컬 음반엔 품격 있으면서 듣기 좋은 '주옥같은 곡'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제라르의 이 뮤지컬 곡들은 전반적으로 리듬감도 좋고, 멜로디도 좋은 편이다..

영주, 앙상블 - Verone & 양가 싸움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초연 버전

그 안에 나오는 노래들이 정말 좋은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2001년 프랑스에서의 초연 당시 1년 동안 매진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당시 이 작품을 기획하고 작사/작곡한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은 흥행이 보장된 유명 가수나 배우를 캐스팅하는 대신 '유명하진 않지만 재능 있는 신인'을 발탁했다. 이 작품 안에 나오는 '로미오'와 '줄리엣' 자체가 10대 중반의 어린 나이로, 아직은 미성숙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뮤지컬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기획한 그의 생각은 맞아떨어졌고, 당시 거의 신인이나 마찬가지였으며 나잇대도 원작 주인공들처럼 10대였던 '줄리엣' 역의 세실리아 카라(Cecilia Cara)와 '로미오' 역의 다미앙 사르그(Damien Sargue)는 프랑스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이 작품을 '프랑스 3대 뮤지컬' 반열에 올려 놓았다. 물론 여기엔 제라르가 만든 곡의 미덕과 레다의 안무, 품격 있으면서 스케일 큰 무대, 역할에 맞게 캐스팅된 초연 배우들의 열연, 환상 호흡을 자랑하던 초연 앙상블의 공도 있었다.

크게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이 뮤지컬은 프랑스 관객과 전문가들로부터 호평 받았으며, 유럽 전역에서 로컬 버전이 만들어졌다. 최근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도 이 작품을 자국어 버전으로 무대에 올린 바 있다. 2001~2002년 초연 당시 '파리에서의 공연을 담은 DVD와 관련 음반'은 1억장 이상이 팔려나가 플레티넘 유럽 어워드(Platinum Europe Award)를 수상하기도 했었다.

이 뮤지컬 2001~2002년 때의 초연 당시 (원작의 줄리엣처럼) 정말 '10대의 나잇대'여서

뭔가 미성숙해 보이면서 아기처럼 풋풋했던 '세실리아 카라(Cecilia Cara)의 줄리엣'..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은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이 작곡한 노래들과 오리지널 안무가인 레다(Redha)의 안무(프랑스 댄서들의 춤)로 기본 55% 정도 먹고 들어가는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뮤지컬이 내겐 굉장히 특별한 작품이다.

그간 (그렇게 많이는 아니더라도) 브로드웨이 or 웨스트엔드 쪽 뮤지컬이나 한국 창작 뮤지컬, 프랑스를 비롯하여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건너 온 뮤지컬 등 다양한 작품들을 공연장에서 직접 접해 보았는데, 내가 '머리털 나고 본 뮤지컬'들 중 '공연장에서 가장 엄청난 삘을 받고 돌아온 작품'이 바로 제라르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 Juliette)> 내한 공연이었기에 말이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내한 공연을 1층에서 본 적도 있지만, 작년 내한 공연 때 3층에서 관람한 적이 있었다. 보통 뮤지컬을 3층에서 보면 무대와 거리가 너무 멀기에 배우들 얼굴도 잘 안보이고 '그 안에 나오는 넘버들이 별로'면 정말 극에 몰입 안되면서 '지루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1막 첫 장면부터 시작해서 그 이후에 주루룩 나오는 '노래(음악)'들이 워낙에 좋아서 발 까딱까딱~하면서 그 리듬과 멜로디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감흥을 느낄 수 있었으며, 그 때의 기억은 지금까지도 아주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2001년 초연 때의 오리지널 공연 모습을 담은
실황 DVD와 초연 멤버들이 녹음한 음반(국내에서도 정식 발매되어 판매 중이다..)

사람들마다 작품을 감상하는 포인트나 감흥을 느끼는 지점이 다 다를텐데, 개인적으로 무대나 의상이 아무리 요란하고 화려해도 브로드웨이 쪽 뮤지컬처럼 '대사'가 너무 많이 나오거나 작품 안에서 불리워지는 '노래'의 멜로디가 별로인 뮤지컬엔 큰 감흥을 못 느끼는 경향이 있다.

고전적인 듯 하면서 현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 작곡의 <로미오 앤 줄리엣> 넘버들'은 편안하게 휘감기면서도 특유의 품격까지 있어, 이 뮤지컬 관련 음반은 기존에 접해 본 '뮤지컬 음악'들 중 가장 즐겨 듣는 나만의 기호품이 되었다.

작곡가 제라르가 이끈 <로미오 앤 줄리엣> 프랑스 팀은 2001~2002년 '초연' 이후, 2007년 아시아 투어(한국/대만 공연) 때 '뉴 버전 공연'을 선보였다. 뉴 버전에선 전반적인 배우진과 무대 의상, 세트, 안무, 연출, 곡 순서 등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2009년 한국에서의 앵콜 공연 때는 그 뉴 버전 공연에서 조금 더 변형을 가했으며, 2010년 프랑스 공연 때는 또 내용이 조금 달라진 모양이다.

<로미오 앤 줄리엣> 뉴 버전 내한 공연 삼총사(벤볼리오, 로미오, 머큐시오)


개인적으로 <로미오 앤 줄리엣> 작년(2009년) 내한 앵콜 공연 때의 곡 구성이 그럭저럭 괜찮아서 큰 감흥을 받았는데, (조금 오버해서) 작년 한 해동안 내가 '제일 행복하다고 느꼈을 때'가 '프랑스 팀이 공연한 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던 순간'이라 기억하고 있다. 한마디로 '문화적 충격' 제대로~ 그 이후에도 다양한 뮤지컬 작품을 봤지만 내 취향은 역시 '프랑스 뮤지컬' 쪽인지, 여타 뮤지컬들이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 공연이나 <로미오 앤 줄리엣> 내한 공연처럼 큰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 그만큼,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나 <로미오와 줄리엣>은 내게 각별한 뮤지컬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완전 창작은 아닐지라도, 기본적으로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작품'으로 많이 알려진 <로미오와 줄리엣>의 내용은 온 대중들이 많이들 알고 있는 내용이다.

서로 원수 집안인 '몬테규가'의 아들 로미오와 '카풀렛가'의 딸 줄리엣이 '가면 무도회에서의 첫만남' 때 눈 맞아서 가족들 몰래 로렌스 신부님의 주례로 비밀 결혼식을 올렸는데, 원래 줄리엣 아버지는 딸을 '자기 가문의 이득에 도움 되는 재력가 파리스'에게 시집 보낼려고 했었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로미오와 신부님


평소에도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며 서로를 미칠듯이 증오해 왔던 양 가문의 아이들.. 그 중 줄리엣 친척인 티볼트와 로미오 친구인 머큐시오는 '원수 집안 커플'의 결합으로 더 첨예하게 대립하게 되고, 로미오는 그 둘의 싸움을 말리려 했지만 상황이 공교롭게 돌아가서 로미오가 말리던 중 머큐시오가 티볼트의 칼에 찔려 죽게 된다.

친구의 죽음에 분노하던 로미오는 자기도 모르게 티볼트를 찔러 죽이게 되고, 베로나를 통치하던 영주는 고민 끝에 그런 로미오를 만투아로 추방한다. 둘이 비밀 결혼한 줄 모르는 카풀렛가에선 줄리엣과 파리스의 결혼을 서두르고, 줄리엣은 로렌스 신부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에, 신부님은 그 둘의 결합을 계기로 양 집안과의 화해를 도모하기 위해 '가짜 약물 프로젝트'를 벌이기로 한다.

로렌스 신부는 줄리엣에게 몇 십 시간 동안 '가사 상태'에 빠지는 약을 주고, 그 약을 먹은 채 쓰러져 있던 줄리엣을 발견한 식구들은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하며 장례 지낸 뒤 가문의 납골당에 안치한다. 신부님은 사환을 시켜 '실은 줄리엣이 진짜 죽지 않았다고, 로미오에게 줄리엣을 데리러 오라는 편지'를 보내지만, 그 소식을 이미 들은 로미오는 사환의 편지가 전해지기 전에 납골당에 도착하여 그녀가 죽은 줄 알고 독약 먹고 자결한다.

그제서야 깨어난 줄리엣 역시 로미오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없다며, 로미오 허리춤에 있던 칼로 그를 따라 죽는다. 뒤늦게 그곳에 와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을 목격한 신부님은 슬퍼하고, 그들의 죽음 이후 '몬테규가'와 '카풀렛가' 사람들은 뼛속 깊이 반성하며 영주님의 중재로 서로 '화해'하게 된다.

이런 스토리인데.. 1968년에 나온 영화 버전(레오나드 위팅 & 올리비아 핫세 주연)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 원작 내용을 비교적 충실히 따라가고, 2001년에 초연된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에선 '의인화 된 죽음' or '죽음의 여신'을 등장시켜 주인공들이 '간발의 시간 차'로 죽은 게 아니라 '죽음의 여신이 직접 개입하여 로미오에게 전달되려던 편지를 찢어버린 것'으로.. 어떤 '운명적인 요인'에 의해 그 둘이 죽음에 이르게 된 것으로 처리했다. 그것이 셰익스피어가 쓴 <로미오와 줄리엣> 원작 & 영화 버전과 제라르가 만든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오리지널 공연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이나 '영화' 버전에 나오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간발의 시간 차이를 일으킨 <운명의 장난>에 의해 희생당한 '비극적인 희생양 커플'의 느낌이 강했다면, '프랑스 뮤지컬 초연 DVD'에 나오는 로미오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죽음(=아름다운 La mort)에게 매혹당하여 그 세계를 동경해 왔다가 운명처럼 그것에 이르게 된 것>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와 결혼한 '줄리엣'이야, 둘이 일심동체니까 자연스레 그렇게 죽은 '로미오'를 따라가는 것이고...

그런 류의 '허무주의적 & 운명론적 색깔'을 입히기 위해서인지, 이 뮤지컬의 로미오는 1막 초반부터 곧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는 듯한 'J'ai peur(난 두려워)'란 곡을 부르기도 한다. 이 뮤지컬에 나오는 로미오의 몇 안되는 솔로곡인데, 정말 듣기 좋은 노래이다.

다미앙 사르그(Damien Sargue) - 난 두려워(J'ai peur)

우리 나라에선 이런 방식이 좀 생소하지만, 독일어권이나 불어권 작품들에선 '죽음, 사랑, 증오' 류의 <추상적 의미의 단어>를 <극의 한 캐릭터>로 등장시키기도 한다. 예전에 이 뮤지컬을 봤을 때에는 중간에 '로미오에게 전달될 편지'를 가로채고 양 가문 아이들 곁을 맴돌던 이 '죽음' 캐릭터가 무시무시하고 위압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최근에 이 작품을 다시 보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이승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정 든 사람들과 헤어지게 만들고 사람의 숨을 끊어놓는 죽음'은 무서운 개념이지만, 가장 저차원적이라는 '물질 세계' 이상의 차원을 한 번 사고해 본다면 인간이 죽고 나서 가는 저승에 이르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세계'가 펼쳐질 수도 있으므로...

이 뮤지컬 안에서 '친구들이랑 몰려다닐 땐 나름 재미나게 지내면서도, 자기도 모를 허무주의에 빠져 혼자 고뇌하는 사색적인 로미오'는 날만 새면 난폭하게 싸워대는 양 가문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은근슬쩍 두려워 하면서도 '죽음의 세계'를 동경하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끊임없이 허무주의자 로미오를 유혹하는 '매혹적인 죽음'

이 극(초연 때의 공연 실황을 담은 DVD)에 나오는 '죽음'이 비록 편지를 가로채어 둘을 엇갈리게 만들기는 했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고난 뒤에 안느 마노(Anne Mano)의 죽음이 '야릇한 엄마 미소'로 그 둘을 바라보는 게 좀 인상적이었는데.. 그 때문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 뮤지컬 안에 등장하는 '죽음의 여신(La mort)'은 어차피 '그들이 처한 현실이 너무 시궁창이고, 원수 집안 애들인 로미오와 줄리엣은 쉽게 허락 받기 힘들고, 중간에 줄리엣을 탐내는 파리스(권위적 가장인 줄리엣 아빠가 적극 미는 사윗감)도 끼어있고, 그 납골당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둘이 도망가서 산다 해도 귀족처럼 자란 애들이 고생하며 사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기에 '죽음'으로써 그 둘을 맺어주려 했던 건 아닐까 하는.. 뭐, 그런 생각?

물론 이 극에 나오는 '여성 죽음'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질투하는 캐릭터로 나오기도 하지만, 어차피 특정한 배우가 색깔을 입힌 '연기자 등장하는 극(영화, 연극, 드라마, 뮤지컬 등..)'은 누가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관객들이 느끼는 감흥이 조금씩 달라지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 뮤지컬 초연 DVD에 나오는 '죽음의 여신(La mort)'이 그닥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질투하게 생기지는 않았다. 극 안에서 보여주는 행동도 오히려 '로미오의 연인인 줄리엣을 귀여워하는 뉘앙스'에 가깝고...

아무리 사랑해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데.. 마침 이 뮤지컬 안에 나오는 '죽음(La mort)'은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그녀)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죽어도 좋다~>를 외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기에, '원래부터 죽음을 동경했던 허무주의자 로미오와 그를 사랑하게 된 줄리엣이 양 가문의 거친 싸움터 베로나를 벗어나 영원한 안식을 맞을 수 있는 죽음의 세계에 매혹 당했다~'로 해석해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극이 될 것 같았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초연 버전 DVD에 나오는 우아한 죽음(의 여신)


물론 이런 식의 해석엔 캐스팅이나 출연 배우의 매력도 한 몫 한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뉴 버전 공연'이 탄생한 이후에 '죽음' 역을 맡게 된 연기자들은 이 작품 '오리지널 공연' DVD에 나오는 죽음의 여신처럼 강렬하게 우아하거나 매혹적이지 않고 분장이 더 무서워졌기에, 일각에선 '이 버전의 죽음은 과거에 로미오 좋아했다가 거절당해서 죽은 여자애가 처녀 귀신이 되어 로미오와 줄리엣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돌았으니 말이다..

같은 역할임에도, 어떤 '배우'가 연기하고 '의상'이나 '분장' & 연출자의 극 '연출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서 캐릭터 느낌이 영 달라지는 것이다. 이 작품의 경우, 한 쪽(초연 버전)은 <로미오 커플을 유혹하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의 죽음의 여신>으로, 또 한 쪽(뉴 버전)은 <앙심 품고 로미오 커플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처녀 귀신> 쯤으로 이 '죽음 캐릭터'에 대한 평가가 갈렸다.

어떤 면에서 보면, 바로 이런 게 '뮤지컬'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일정한 스토리를 가진 '동일한 극'일지라도 연출자의 의도나 배우들의 캐릭터 해석 or 비주얼, 연기 느낌에 따라 (극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각각 다른 해석을 하는 게 가능해지니 말이다..


posted by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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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Edit/Del  Reply Favicon of https://crabbit.tistory.com BlogIcon 굴뚝 토끼

    저는 브로드웨이 뮤지컬보다 프랑스 뮤지컬이 주는
    시각적 쾌감(?)이 인상적이더군요.
    연기자들의 입퇴장의 간단한 동작부터 무대에서의 동선까지...

    뮤지컬은 아니지만, 훈남의 대명사-디카프리오가 주연한
    '로미오+줄리엣'도 보셨나 모르겠습니다.
    배경은 현대지만 대사들이 섹스피어 희곡 그대로라
    묘한 이질감과 조화가 특징인 영화죠.

    개인적으로 그 특징이 프랑스 뮤지컬에서 느껴지는 느낌이랑
    많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2010.12.15 01:15 신고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브로드웨이 쪽에는 요란뻑적지근하고 오락적인 작품이 많은데
      그에 반해 프랑스 뮤지컬은 뭔가 철학적/함축적이고, 예술성이
      짙은 것 같더군요...

      저같은 경우엔 프랑스 뮤지컬에서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색채 대비나
      격정적인 안무 뿐 아니라, 그 안에 나오는 '음악적인 요소'들이 너무
      좋아서 땡기더라구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뮤지컬은 이상하게도, 세계적으로 나름
      유명한 작품이라 하고 남들은 노래가 좋다고 하는데, 저는 들어도
      무슨 맛인지 모르겠는 경우가 많았어요~(전반적으로다가, 내 귀엔
      너무 맛없게만 들리는 뮤지컬 넘버가 태반이었던..;;)

      디카프리오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은 오래 전에 비디오로 봤는데
      전 좀 지루하게 봤어요.. ㅠ 다들 현대적인 의상 입고, 원래대로의
      '칼싸움' 대신 양가 아이들의 '총싸움' 나오던데, 제가 그런 분위길
      별로 안 좋아해서...(전 '전쟁 영화'에서도 '총격전' 나오는 현대의
      전쟁물 보다는 '칼싸움' 등장하는 고전 영화의 전쟁물이 상대적으로
      더 좋더라구요..)

      두 가지 버전 영화 중에선, 90년대에 나온 디카프리오 & 데인즈판보다
      60년대에 나온 '고전적인 분위기'의 위팅 & 핫세 버전이 훨씬 재미나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래두 당시의 '디카프리오 로미오'는 정말 바람직했고
      마지막 장면도 좀 인상적이었어요.. ^^;

      2010.12.15 08:10 신고
  2.  Addr  Edit/Del  Reply Favicon of https://shincne.tistory.com BlogIcon 칼촌댁

    타라님 글을 읽으니 로미오와 줄리엣 뮤지컬을 꼭 보고 싶어지네요.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원작을 두고 누가 감독을 하고 누가 공연하느냐에 따라 정말 달라질 수 있겠어요.
    사실 같은 공연이라고 해도 매번 똑같은 것은 아니니까 말이죠.^^
    글이랑 올려주신 노래 잘 듣고 갑니다.

    2010.12.15 01:57 신고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로미오와 줄리엣> 얘기가 워낙에 '많이 알려진 내용'이어서
      이젠 좀 진부할 법도 한데... 의외로, 뮤지컬 쪽을 파 보니
      그 '너무 알려진 구태의연한 이야기'도 각각의 연출자들이
      각색하기에 따라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탈바꿈할 때가
      있더군요...

      그런데 '뮤지컬'에선 또, 동일한 세트/같은 의상/같은 내용/
      같은 연출의 작품일지라도 '연기하는 배우'에 따라 그 느낌이
      확연하게 달라지더라구요.. 나름 매력 있어요~

      기회 되신다면 <로미오와 줄리엣> 뮤지컬 버전을 한 번 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사람들 기호에 따라 취향이 조금 갈릴지
      모르겠는데요.. 그래두,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 안에 나오는 노래들도 정말 좋은 편이랍니다~ ^^;

      2010.12.15 08:20 신고
  3.  Addr  Edit/Del  Reply Favicon of https://bloping.tistory.com BlogIcon 새라새

    티라님의 지식이 풍부함을 느낄 수 있는 글이네요..
    넘 디테일해서 저도 좀 배워야 겠어요^^
    넘 잘 보고갑니다..^^

    2010.12.15 06:32 신고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맥가이버 새라새님이야말로 재주가 정말 대단하시죠~ ^^;
      항상 건강하시구요.. 이번 주에도, 유익한 많은 정보들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2010.12.15 08:21 신고
  4.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010.12.15 09:47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네, 이 이야기는 워낙에 많이 알려져서 좀 진부하게 느껴지는데
      새로운 해석이라 신선하긴 하더군요.. ^^;

      2010.12.16 23:36 신고
  5.  Addr  Edit/Del  Reply 판야

    예전에 내한공연한다고 해서 얼떨결에 보러 갔던 뮤지컬이네요. 보고 나서 바로 나오자마자 OST를 샀었답니다. 개인적으로 '베로네'도 좋고 '세상의 왕'도 좋고- 노래가 다 좋아서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는데도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나요:) 포스팅을 보니 갑자기 듣고 싶어지는;_; 집에 가서 시디 꺼내 엠피에 넣어둬야겠어요-

    2010.12.15 10:07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와~ 그 때 보셨군요..! 이 뮤지컬 음악, 정말 좋죠~
      지난 번에 노래 되게 별로인 뮤지컬 보고 심심해 하며
      돌아오는 길에,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음악
      들으며 다시 귀가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

      2010.12.16 23:39 신고
  6.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010.12.15 10:19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벌써 이 달도 반이 넘어가는군요..
      남은 2010년의 날들, 잘 보내시구요..
      항상 행복한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2010.12.16 23:39 신고
  7.  Addr  Edit/Del  Reply Favicon of https://oravy.tistory.com BlogIcon 하수

    ㅎㅎㅎ 멀리서 관람할 땐 조그만 만원경 하나 준비하세요.
    저도 눈이 안 좋아서 옛날에 하나 마련했었는데,
    문젠 요즘은 관람할 형편이 아니라는...^^

    2010.12.15 11:33 신고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안 그래도 하나 사야지.. 하다가, 계속
      미뤄두고 있었답니다~ ㅠㅜ 조만간 꼭
      장만해야 되겠어요...

      날이 점점 추워지네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훈훈한 연말 되시기 바랍니다~ ^^

      2010.12.16 23:42 신고
  8.  Addr  Edit/Del  Reply Favicon of https://moonlgt2.tistory.com BlogIcon 소박한 독서가

    해박하신 지식에 놀라고 갑니다.
    저도 이런 예술에 눈을 좀 떠야 하는데요..ㅎㅎ

    2010.12.15 11:36 신고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소박한 독서가님의 책에 관한 지식이야말로
      늘 놀랍죠~ ^^; 앞으로도 쭉 건필하시구요..
      따뜻한 연말 되시기 바랍니다~ ^^

      2010.12.16 23:43 신고
  9.  Addr  Edit/Del  Reply 해바라기

    셰익스피어의 사대 명작중 하나인 로미오와 줄리엣
    그 원작과 차이점에 대한 글 공감합니다.좋은 일상 되세요.ㅎㅎ^*^

    2010.12.15 11:38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셰익스피어가 좋은 작품 많이 썼는데,
      그 중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은 유난히
      범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는 뭔가'가
      있나봐요...

      해바라기님, 늘 건강하시구요.. 남은 12월의 날들도
      뜻깊게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

      2010.12.16 23:46 신고
  10.  Addr  Edit/Del  Reply Favicon of https://googlinfo.com BlogIcon 원래버핏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10.12.15 12:55 신고
  11.  Addr  Edit/Del  Reply shkim

    <노트르담 드 파리><로미오 앤 줄리엣>은 굉장한 문화충격이었어요.
    새로운 세계를 만나 행복했어요

    2010.12.15 17:14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저두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에
      활력이 되어주고, 내면 세계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 준
      존재들이지요~

      shkim님, 쌀쌀한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구요.. 2010년의
      남은 날들도 즐겁게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

      2010.12.16 23:52 신고
  12.  Addr  Edit/Del  Reply

    서울 내한공연때의 멤버가 더 귀에 착착 감기는 것 같아요.제 귀에는ㅋㅋ
    태양왕뮤지컬도 빨리 내한공연했으면 좋겠네요.

    2010.12.26 07:06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당시, 괜찮은 연기자도 있긴 했지만
      전반적 역량 면에서 서울 내한 멤버들이
      DVD에 나온 초연 멤버들보다 못하다고
      혹평 받았었죠~ ㅠ 프랑스에서도 그 팀은
      별다른 재미를 못본 것 같구요..

      사람들이 다 그러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같은 곡을 녹음한 초연 멤버 CD랑
      서울 내한팀이 내어놓은 CD 놓고 비교해 보면,
      노래 퀄러티 차이 팍 나는 걸요...

      2010.12.26 13:50 신고
  13.  Addr  Edit/Del  Reply 세실리아

    새로 바뀐 줄리엣이 진짜 최악이었어요ㅠㅠㅠ
    다미앙은 세월이 지나서 목소리가 약간 가늘어진 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은 가창력과 연기력을 두루 다 갖춘 듯 한데
    그....조이 에스텔??
    그 분은 개인적으로 줄리엣과는 너무 동떨어진 허스키한 목소리여서 좀;
    다른 배우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고 봐요
    세실리아 카라의 유리성대가 진짜 그리워지는 뉴 버전....하..
    (그치만 제일 최근인 세실리아와 다미앙의2012 ver. aimer을 봤는데 세실리아도 예전같지는 못하더라구요....ㅠ세월이 야속하죠 뭐ㅠ)
    전반적으로 2001 로미오&줄리엣에 비해 많이 어색한 뉴 버전이었어요
    무대도 상당히 협소해진것 같고 의상들도 조금 로줄만의 느낌을 잃었달까요
    로미오와 친구들의 그 치렁치렁한 복장은...으ㅠㅠㅠㅠㅠㅠㅠ
    또...세상의 왕들,la haine을 부르거나 다른 노래들을 부를 때 배우들도 함께
    춤을 추던 모습도 거의 없어졌고 전체적으로 조연들의 가창력도 오리지널에 비해 많이 모자란 느낌...
    그런 것들이 뮤지컬의 생동감을 좀 앗아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튭에서 어떤 외국인 유저가 그러더라고요
    뮤지컬 로미오&줄리엣 특유의 그 활기와 젊음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물론 뉴 버전도 좋긴 하지만 2001 오리지널 버전을 따라 올 순 없다는 뜻ㅠ
    으아아아
    쓰고 보니까 뉴 버전 로줄 폭풍비난만 하고 말았네요ㅜㅜ
    로줄에 대한 기대와 애정이 넘 컸던 터라 그러는거니 이해해주세요ㅠㅠ

    +그거 아세요?ㅋㅋㅋ2001버전에서 verone을 부르면서 시작하던
    베로나 영주?(prince)가 2010뉴 버전에서는 로렌스 신부 역할을 맡고 있어욬
    ㅋㅋㅋㅋㅋ그 분은 목소리도 여전하시던데ㅋㅋㅋ

    2014.06.22 13:14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그쵸? 조이의 쇳소리는 정말 줄리엣 역에 안어울려 보였어요..;;

      다미앙 로미오 노래는 그래두, 실제로 들으니까 여전히 좋던데요~
      (음색이 참 독특한 것 같아요. 다미앙은...)

      뉴 버전 로줄은 그 당시에 새로 꾸며진 오스트리아(독일어 공연) 로줄을
      참고했다던데.. 뭐, 오리지널 프랑스판이 훨씬 화려하고 좋았죠.

      DVD 베론 영주님, 신부님 역도 나쁘지 않았는데.. 실제로 보니까
      배가 많이 나오셨더군요..;;(나이가 있어선지..) 술배인지, 아님
      다른 요인 때문인지 은근 궁금했다능... 그래두 얼굴은 그대로,
      나름 미중년이더군요~ ^^;

      2014.06.25 02:05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