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연히 어린이용 동화책을 몇 권 보게 되었다. 옛 기억을 떠올리며... 내가 '영화'로도 보고 '뮤지컬'로도 봤던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만 해도 아동용 동화로 나온 '책' 내용은 영화나 뮤지컬판이랑 '구체적인 내용'이 좀 다르던데, 같은 타이틀을 단 그 동화책들 역시 발간 연대나 출판사마다 세부적인 내용에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싶다.
어린 시절에 즐겨 봤던 동화 내용들은 비교적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와중에, 내가 머리털 나고 최초로 접한 '비극적 결말'의 동화가 안데르센의 <인어 공주>였다. 허나, 난 이 동화를 진정한 비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비극적 결말이면 '슬픈 정서'가 밀려오면서 눈물이 나야 되는데, <인어 공주>의 경우엔 다 보고 나서 눈물이 나는 게 아니라 짜증의 물결이 마구마구 밀려왔기 때문이다. '주인공 인어 공주, 웬 개죽음~?' 싶으면서 말이다..(내 비록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인어 공주> 만큼은 그 쪽 동네에서 '해피 엔딩'으로 탈바꿈하게 된 걸 무척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당시, 어린 나이에도 <둘이 죽고 못사는 사이였으나 오해로 헤어진 것도 아니고.. 왕자는 저 나름대로 잘 먹고 잘 사는데, 여주인공인 인어 공주 혼자 짝사랑 하다가 왕자를 위해 희생한답시고 자기 삶을 망가뜨리는 것>이 그리 그럴듯한 비극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탓이다.
루벤스 그림 '십자가에서 내려짐(Descent from the cross)'
그러한 이유로, 내 인생에 있어 '최초의 비극적 결말의 동화'는 <인어 공주>가 아니라 그 이후에 접한 <플란다스의 개>가 되었다. 똑같이 '주인공이 죽는 마무리'였어도 <인어 공주>는 짜증 나는 결말, <플란다스의 개>는 감동적이고 슬프고 아련한 분위기의 동화로 기억의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말이다..
만화극으로도 나왔던 <플란다스의 개>에서 주인공 네로는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 지망생으로 나온다. 가난하지만 '네로' 어린이와 그의 '할아버지' & 플란다스의 개 '파트라슈'는 서로를 의지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데, 극 후반부에 네로의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파트라슈와 둘만 남은 불쌍한 네로는 우여곡절을 겪은 뒤 맨 마지막에 성당 안에서 유명 화가의 그림을 보다가 파트라슈와 끌어안고 얼어죽게 된다.
어린 시절, 그 내용을 읽으면서 '너무 불쌍하잖아~' 하면서 파트라슈와 네로를 떠올리며 몇날 며칠 슬퍼했던 기억이 난다.(지금도 <플란다스의 개> 내용을 떠올리면 눈물이..) 개인적으로, '조그마한 어린애들'이 고생하거나 '말 못하는 짐승들' 나와서 각박한 세상 속에서 핍박 받는 그런 스토리에 마음이 많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 내용이 만약 인기 신문(or 잡지)에 연재되었거나 요즘의 TV 드라마 같은 데 나왔다면, 아마도 독자나 시청자들의 "마지막에 네로와 파트라슈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네로가 좋은 후원자를 만나거나, 부잣집에 입양 가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싶어요~" 류의 전화/편지/인터넷 글이 폭주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역대 한국 드라마 전체 시청률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조소혜 작가의 1996년 드라마 <첫사랑>도 동화 <플란다스의 개>에서 '모티브'를 따온 내용이 아닐까 한다. 서로 많이 좋아하는 '부잣집 딸 효경(이승연)'과 '그림 잘 그리는 가난한 집 아들 찬혁(최수종)'을 떼어놓기 위해 '여자 쪽 아빠랑 삼촌'이 별짓 별짓 다하면서 남자 주인공 찬혁을 괴롭히는 게 동화 <플란다스의 개> 설정이랑 똑같다.
동화 <플란다스의 개>에서도, 네로와 서로 좋아하는 '여자 친구 아로아의 부자 아빠'가 악역으로 나온다. 자기 딸이 가난한 네로와 교제하는 걸 막기 위해 네로에게 온갖 몹쓸짓은 다 하는...
<플란다스의 개> 마지막 장면엔, 루벤스의 그림(성화)들이 나온다. 평소 성당 안에 있는 루벤스의 그림 'Descent from the Cross(십자가로부터의 강하)'를 보는 게 소원이었던 네로는 돈이 없어서 그 그림을 보지 못했다가, 성당지기 아저씨의 도움으로 원하는 그림을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굶주림과 추위로 인해 결국 네로는 파트라슈와 함께 얼어죽게 되는데, 그 때 또 'Assumption of the Virgin(성모 승천)'이란 그림이 등장하게 된다.
동화에 나온 '플란다스=플랑드르=플란더스(Flanders)'는 벨기에 쪽에 위치한 한 지방을 의미한다. 애니메이션 <플란다스의 개>에서 '주인공 네로가 간절히 보길 원했던 그림'을 그린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역시 스페인 왕실이 지배하던 벨기에 출신으로, 평생 종교나 신화적 주제를 다룬 그림을 비롯하여 초상화, 풍경화, 자화상 등 2,000점이 넘는 작품을 남긴 화가이다.
당시 전 유럽을 걸쳐 국제적으로 활동한 루벤스는 웅장하고 화려한 느낌의 역사/종교화, 신화화 등을 많이 그렸으며 '17세기 플랑드르(플란다스) 회화의 거장' or '바로크 미술의 대가'로 손꼽힌다.
비록 '어린 아이와 개가 죽는 서글픈 결말'이었고 그런 류의 새드 엔딩을 별로 선호하진 않지만, 동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나온 <플란다스의 개> 경우엔 마지막 장면에 나온 루벤스(Rubens)의 그림들로 인해 이 극의 결말이 어쩐지 경건하고 성스럽게 느껴졌다. 소시 적에 접했던 동화들이 꽤 많지만,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들로 <플란다스의 개>는 세월이 흘러도 내내 기억 속에 꽤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어린 시절에 즐겨 봤던 동화 내용들은 비교적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와중에, 내가 머리털 나고 최초로 접한 '비극적 결말'의 동화가 안데르센의 <인어 공주>였다. 허나, 난 이 동화를 진정한 비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비극적 결말이면 '슬픈 정서'가 밀려오면서 눈물이 나야 되는데, <인어 공주>의 경우엔 다 보고 나서 눈물이 나는 게 아니라 짜증의 물결이 마구마구 밀려왔기 때문이다. '주인공 인어 공주, 웬 개죽음~?' 싶으면서 말이다..(내 비록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인어 공주> 만큼은 그 쪽 동네에서 '해피 엔딩'으로 탈바꿈하게 된 걸 무척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당시, 어린 나이에도 <둘이 죽고 못사는 사이였으나 오해로 헤어진 것도 아니고.. 왕자는 저 나름대로 잘 먹고 잘 사는데, 여주인공인 인어 공주 혼자 짝사랑 하다가 왕자를 위해 희생한답시고 자기 삶을 망가뜨리는 것>이 그리 그럴듯한 비극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탓이다.
그러한 이유로, 내 인생에 있어 '최초의 비극적 결말의 동화'는 <인어 공주>가 아니라 그 이후에 접한 <플란다스의 개>가 되었다. 똑같이 '주인공이 죽는 마무리'였어도 <인어 공주>는 짜증 나는 결말, <플란다스의 개>는 감동적이고 슬프고 아련한 분위기의 동화로 기억의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말이다..
만화극으로도 나왔던 <플란다스의 개>에서 주인공 네로는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 지망생으로 나온다. 가난하지만 '네로' 어린이와 그의 '할아버지' & 플란다스의 개 '파트라슈'는 서로를 의지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데, 극 후반부에 네로의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파트라슈와 둘만 남은 불쌍한 네로는 우여곡절을 겪은 뒤 맨 마지막에 성당 안에서 유명 화가의 그림을 보다가 파트라슈와 끌어안고 얼어죽게 된다.
이 내용이 만약 인기 신문(or 잡지)에 연재되었거나 요즘의 TV 드라마 같은 데 나왔다면, 아마도 독자나 시청자들의 "마지막에 네로와 파트라슈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네로가 좋은 후원자를 만나거나, 부잣집에 입양 가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싶어요~" 류의 전화/편지/인터넷 글이 폭주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역대 한국 드라마 전체 시청률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조소혜 작가의 1996년 드라마 <첫사랑>도 동화 <플란다스의 개>에서 '모티브'를 따온 내용이 아닐까 한다. 서로 많이 좋아하는 '부잣집 딸 효경(이승연)'과 '그림 잘 그리는 가난한 집 아들 찬혁(최수종)'을 떼어놓기 위해 '여자 쪽 아빠랑 삼촌'이 별짓 별짓 다하면서 남자 주인공 찬혁을 괴롭히는 게 동화 <플란다스의 개> 설정이랑 똑같다.
동화 <플란다스의 개>에서도, 네로와 서로 좋아하는 '여자 친구 아로아의 부자 아빠'가 악역으로 나온다. 자기 딸이 가난한 네로와 교제하는 걸 막기 위해 네로에게 온갖 몹쓸짓은 다 하는...
루벤스 그림 '성모 승천(Assumption of the Virgin)'
<플란다스의 개> 마지막 장면엔, 루벤스의 그림(성화)들이 나온다. 평소 성당 안에 있는 루벤스의 그림 'Descent from the Cross(십자가로부터의 강하)'를 보는 게 소원이었던 네로는 돈이 없어서 그 그림을 보지 못했다가, 성당지기 아저씨의 도움으로 원하는 그림을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굶주림과 추위로 인해 결국 네로는 파트라슈와 함께 얼어죽게 되는데, 그 때 또 'Assumption of the Virgin(성모 승천)'이란 그림이 등장하게 된다.
동화에 나온 '플란다스=플랑드르=플란더스(Flanders)'는 벨기에 쪽에 위치한 한 지방을 의미한다. 애니메이션 <플란다스의 개>에서 '주인공 네로가 간절히 보길 원했던 그림'을 그린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역시 스페인 왕실이 지배하던 벨기에 출신으로, 평생 종교나 신화적 주제를 다룬 그림을 비롯하여 초상화, 풍경화, 자화상 등 2,000점이 넘는 작품을 남긴 화가이다.
당시 전 유럽을 걸쳐 국제적으로 활동한 루벤스는 웅장하고 화려한 느낌의 역사/종교화, 신화화 등을 많이 그렸으며 '17세기 플랑드르(플란다스) 회화의 거장' or '바로크 미술의 대가'로 손꼽힌다.
성당 안에서 루벤스가 그린 그림을 보는 네로와 파트라슈
비록 '어린 아이와 개가 죽는 서글픈 결말'이었고 그런 류의 새드 엔딩을 별로 선호하진 않지만, 동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나온 <플란다스의 개> 경우엔 마지막 장면에 나온 루벤스(Rubens)의 그림들로 인해 이 극의 결말이 어쩐지 경건하고 성스럽게 느껴졌다. 소시 적에 접했던 동화들이 꽤 많지만,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들로 <플란다스의 개>는 세월이 흘러도 내내 기억 속에 꽤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