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세상

보석비빔밥-'콩이 총총 박힌 강아지 눈사람' 프로포즈

타라 2010. 1. 10. 17:03
주말극 '보석 비빔밥'은 시간대가 애매한 관계로 가끔 앞부분을 놓칠 때도 있지만, 웬만해선 매 주 챙겨 볼려고 하는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에선 보석 이름을 단 4남매 모두 커플로 나오는데, 그 중 이 극에서 밀고 있는 주력 상품인 '대표 커플'은 첫째인 비취(고나은)와 영국(이태곤) 커플이 아닐까 한다.

한 때 헤어졌던 이 커플은 최근 다시 재회했고, 영국이 청혼한 상태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 진행 과정 중에서 꽤 인상적인 느낌을 받은 대목이 몇 주 전에 나왔던 <영국=재덕(이태곤)이 자기 어머니 치매 걸린 거 알고, 그 즈음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던 비취(고나은)에게 '고생스런 결혼'의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해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세 들어 살던 비취네 집을 몰래 떠나는 대목>이었는데, 그 회차가 이 극의 분기점이라 여겨진다.

실제로, 스토리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그 때 이후로 10% 중/후반대를 넘나들던 <보석 비빔밥>의 시청률은 점점 상승하여 20%대로 안정적으로 안착했다. 최근엔 수도권 25%대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보석 비빔밥>은 스토리도 비교적 정적이고 애매한 시간대에 편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첫 회 시청률 한 자릿수로 시작해서 25% 근처까지 왔으니.. 딱히 요란한 톱 스타가 나오지 않는 주말 밤 시간대 드라마 치곤 꽤 선전한 듯하다.

강한 흡인력, 자극적인 재미로만 따지자면 임성한 작가의 전작 <인어 아가씨>나 <하늘이시여> 같은 하드 코어적(?)인 통속극들이 훨씬 강렬했다 생각되는데, 비교적 정적인 스토리에 인물들의 소소한 일상을 다룬 <보석 비빔밥>은 그 '큰 임팩트 없는 소소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꾸준히 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특히, 뭔가 속물적이고 현실적인 듯 하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각 캐릭터와 그들이 보여주는 사연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젊은 사람들도 좋지만, 이 드라마에선 부모 세대나 할머니 세대로 나오는 중견 연기자들의 개인기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우리 나라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달달한 멜로'는 젊은 사람들 몫인데, 그간 우여곡절을 겪은 이 극의 대표 커플 영국(이태곤) & 비취(고나은)가 '영국의 청혼'으로 드디어 결혼에 합의하는 내용이 <보석 비빔밥> 37회에서 펼쳐졌다. 이 커플은 뜻하지 않은 첫 포옹 장면도 굉장히 독특했었다.(인사동 길에서의 비둘기 포옹~) 그것에 이어, 최근에 나온 남자 쪽(영국)의 결혼 프로포즈 역시 특이했다.

이미 서로의 마음은 확인했으나, '자신의 치매 결린 어머니를 비취(고나은)에게 공동 부담 지우지 않기 위해 그녀를 떠난 영국'은 우연히 다시 재회한 뒤 점점 갈수록 '비취를 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오랜 고민 끝에 프로포즈를 하는데.. 영국(이태곤)이란 남자는 이 정식 프로포즈를 <한 겨울 스키장에서 검은 콩 박은 강아지 눈사람>으로 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검은 콩(흑태)'이다.


그 프로포즈 장면 이전에, '발랄하고 깜찍한(?) 배경 음악
(BGM)'이 깔리면서 영국이 자신들이 머무는 거처의 냉장고 문을 몰래 열고 검은 콩을 한 움큼 담아 가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영국(이태곤)이 갑자기 콩은 왜 들고 가나..?' 싶었더랬다.

그런데, 평소엔 점잖은 영국(이태곤)이 나름의 깜찍함을 선사하며 슬금슬금 몰래 들고 간 그 '검은 콩의 행방'이 뜻밖의 장면에서 곧 밝혀진 것이다.. 예전에 부잣집 아들 영국이 비취(고나은)네 집에 세들어 살면서 '서민 생활 체험'하고 둘이 같이 분식집 운영할 때,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다가 비취가 했던 말이 있다. 자신은 결혼 생각 없지만, 웨스티(강아지의 한 종류) 선물하는 남자 있으면 넘어갈 것 같다고..

예술가 영국? 꼬리의 깜찍함에서마저 장인의 숨결이 느껴진다.

그 말을 기억하고 있는 영국은 스키장에서 갑자기 진짜 강아지를 구할 수는 없기에, 눈사람으로 강아지를 만든 뒤 그 이목구비를 완성하고 '웨스티'라는 이름을 새기기 위해 냉장고에서 몰래 '검은 콩'을 들고 간 것이다. 영국의 이 <검은 콩 박은 강아지 프로포즈>는 상당히 신신하게 느껴졌으며, 꼬마 눈사람 강아지에 총총히 박혀 있는 '검은 콩의 그 앙증맞음'에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껏 남자를 본격적으로 사귀어 본 적이 없는 이 드라마 속의 비취(고나은)는 그 진중함에 처음으로 마음을 준 남자 '재덕=영국(이태곤)'이 말도 없이 떠나가 버린 후로 내내 그를 그리워해 왔었고, 그에 대한 신뢰가 강한 터라 영국의 그 프로포즈를 결국 받아 들였다. 마침 치매(알츠하이머)로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영국의 모친 이태리(홍유진) 여사도 영국의 여자 친구인 비취를 무척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다.

모녀 사이처럼 훈훈한 예비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양치질 타임~


물론 이건 '꾸며진 극(드라마)'이어서 작위적인 설정의 향기가 강하긴 하지만, 원래가 고생 모르고 살았으며 좀 순수한 구석이 있는 이태리(홍유진) 여사가 치매 이후 '어린 아이'같은 모습으로 변모한 감이 있기에.. 어린 애들이 흔히 그런 반응을 보이듯, 영국의 여자 친구인 비취(고나은)가 전반적으로 동그랗게 생겼고 예쁘장하기 때문에 '치매 걸려서 애같은 상태로 변한 이태리' 역시 그런 비취를 처음 봤을 때부터 별다른 위화감을 못 느끼고 대놓고 호감을 갖는 상태라고 대충 이해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비취(고나은)와 영국(이태곤)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결혼하기로 한 상태이고, 자신이 출연하는 드라마의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비취를 진지하게 결혼 상대로 생각하고 있는 인기 배우 황우빈(이서빈)은 비취가 이미 '임자 있는 몸'이란 사실을 모른 채 그녀의 부모에게 강렬히 어필하고 있는 상태이다.

최근 이 드라마를 보는 이와 <비취네 부모는 영국이 엄마가 치매 걸렸단 이유로 반대하지 않을까~?>와 <그래두 돈 좋아하는 집이고, 그 모친이 아프다고는 해도 영국이네는 엄청난 부자이니까 비취네 집에서도 딱히 반대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로 의견이 갈렸는데, 향후 '비취와 영국의 결혼'에 대해 비취네 집 가족들은 과연 어떠한 반응을 보이게 될지, 은근히 궁금해진다..


'아이리스' 사탕 키스, '보석 비빔밥' 비둘기 포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