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판의 유혹 시리즈 : '아내의 복수'에 이은 '남편의 복수'
영화판에서 박찬욱 감독이 '복수 시리즈'로 <복수는 나의 것>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를 내어 놓았듯, 김순옥 작가 역시 드라마판 '복수 시리즈'로 앞으로 1~3편 더 해도 될 것 같다. '아내가 복수하고, 남편이 복수하고..'에 이어 '버림 받은 아들(or 딸)의 복수, 의붓 아버지에게 학대 받은 의붓딸의 복수, 애인을 절친에게 빼앗긴 친구의 복수..' 등등 이야기 만들기 나름이다.
'버림 받은 아들이 자기를 버리고 간 엄마에게 복수하려는 스토리'는 예전에 방영되었던 KBS 주말 연속극 <태양은 가득히>란 드라마에서 나온 적이 있다. 유준상, 김지수, 박상민, 김민 등이 출연한 장편 드라마였는데, 난 그 드라마 초반부 스토리는 좀 지루한 것 같아서 패스했다가 후반부에 엄청 재미있어져서 끝무렵에 열심히 챙겨 봤던 기억이 난다.(놓친 앞부분 스토리는 주변인들에게 물어서 보충~)
엄마에게 버림 받은 아들의 복수 : 태양은 가득히
[ 극 중 이름이 생각 안나는 관계로, 배우 이름으로~ ] 남자 주인공(유준상)에게는 멀쩡한 엄마가 있었지만, 남편을 잃은 그 연약한 엄마(이효춘)는 자식들도 버리고 자신의 사랑(이정길)을 찾아 떠난다. 그 후 유준상, 정다빈 남매는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에서 정말 고생하면서 자라난다. 힘든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한 유준상은 고시에 패스해서 검사가 된다.
허나, 그녀(김민)는 원래 유준상의 오랜 친구인 박상민이랑 사랑했으나 맺어지지 못한 사이- 이 때문에 '네 남녀'의 갈등이 증폭된다. 그 남자의 아이까지 가졌었으나 그랬던 오랜 애인(유준상)으로부터 처절하게 버림 받은 김지수는 또 그녀대로 유준상에게 복수를 꿈꾸고, 한 거물급 인사와 인연을 맺게 된 뒤 '로비스트'로 거듭난다. 그리곤 자신을 버린 그 남자(유준상)의 행보를 방해한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자신들을 버리고 사랑 찾아 떠난 엄마(이효춘)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남자 주인공(유준상), 그의 복수 프로젝트 때문에 버림 받은 옛애인(김지수)은 또 그녀 나름대로 그 남자를 몰락시키려 했던 이 드라마의 결말은.. 그랬던 남자 주인공(유준상)이 큰 병에 걸려서 시한부 인생을 살다가 주변인들과 다 화해하고 불쌍하게 죽는 걸로 끝이 났다. 한 때 남녀 사이로 큰 갈등을 겪었던 그의 친구(박상민)와 옛애인(김지수)은 그 남자를 애틋하게 여기면서...
복수하기 위해 진로 변경 : '고시생'에서 '기업의 브레인'으로~
워낙에 장편 드라마여서 이 드라마 초반부 스토리는 진행이 좀 더딘 편이었지만, 극 후반부는 정말 긴장감 넘치고 재미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주말 연속극 <태양은 가득히> 후반부의 시청률도 꽤 잘 나왔던 것 같은데,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오현란의 '조금만 사랑했다면' 그 주제가로 더 유명하다.
예전엔 이렇게.. <첫사랑>이란 드라마에서 '고시 공부하다가 형(최수종)을 망친 사람들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기업에 들어가 상대 기업을 몰락시킨 배용준'이나 <태양은 가득히>에 나온 '어린 자식을 버리고 간 엄마에 대한 복수심으로 그 엄마의 재혼한 남편 회사를 무너뜨리려는 유준상'처럼 주인공이 '큰 기업에 들어간 뒤, 그 기업에서 능력을 인정 받아 복수의 타겟인 상대 기업을 몰락시키려는 방식'이 많이 쓰였었다. 주인공이 복수를 위해 딱히 '외형적인 변신' 같은 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아내의 유혹> <천사의 유혹> 시리즈에선 주인공이 복수하기 위해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위장'을 한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몬테 크리스토 백작>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자신이 원래의 그 사람이 아닌 것처럼 '신분'을 위장하거나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서 복수를 하는 것이다. <아내의 유혹>에선 주인공 장서희가 촌스런 아내 '구은재'에서 스타일을 세련되게 확 바꾼 뒤 '민소희'라는 이름으로 복수의 대상 정교빈(변우민), 신애리(김서형) 앞에 나타났다. 얼굴에 없던 점도 만들어서...
오랫동안 함께 해온 가족마저 몰라볼 완벽한 변신 : 천사의 유혹
자신을 배신한 남편과 친구를 향해 복수를 꿈꾸던 구은재는 한동안 같이 산 남편 정교빈이 못 알아보게 하기 위해 기타 자잘한 부분 성형은 했지만 '기본적인 얼굴 생김새부터 신장(키), 목소리까지 똑같은 구은재(장서희)와 민소희(장서희)'가 전혀 다른 사람이라 믿기엔 어딘지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아내의 유혹>의 경우, 우연히 민소희(장서희)를 발견하게 된 구은재의 친엄마(윤미라)는 그녀를 처음 보자마자 '엄마가 자기가 낳아서 기른 딸을 못 알아보겠느냐~'고.. '내 딸 은재가 맞는 것 같다~'고 확신하면서, 민소희로 변신한 그녀를 대번에 알아보기도 했다.
드라마 <천사의 유혹>에선 복수를 꿈꾸는 주인공이 다른 사람인 척 '위장'하기 위해 그만큼 철저한 준비를 했다. 단순히 점 찍고, 스타일 바꾸고 다른 사람으로 위장했던 <아내의 유혹> 보다는 이 <천사의 유혹> 쪽이 훨씬 그럴 듯하다. 이런 류의 위장(다른 사람인 척~)은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도 나온 적이 있다. 거기선 원래 '거구의 뚱보'였던 주인공(김아중)이 살 엄청 빼고 성형 수술한 뒤 '늘씬한 미녀'로 변신해서 다른 사람인 척 활동한다.
극 중 인물의 '복수를 위한 위장과 변신', 그 진화의 끝은 어디일까?
얼굴에 점 찍고, 살 빼고, 전신 성형하고, 성대 수술하고.. 이렇게 나날이 진화하는 주인공의 '다른 사람인 척 위장하는 변신술'이 앞으론 어느 단계까지 진화될 수 있을까..?
혹시.. 나중엔 복수를 꿈 꾸는 주인공이 '성 전환 수술'을 통해 '남자→여자'로 변신해서 복수하게 되는 건 아닐까? ;;(주인공으로 하리수 출연~) 그 외.. 원래 '피부가 눈처럼 새하얗던 사람'이 맨날 맨날 '전신이 까매지도록 썬탠'하거나, 잭 스패로우 선장(조니 뎁)이 '청춘의 샘'을 찾아나선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처럼 원래는 나이 많은 주인공이 '회춘하는 샘'을 발견하거나 '젊어지는 약'을 개발하여 본래 자기 모습보다 훨씬 젊어진 외모로 변신하여 복수한다는 스토리~(판타지 드라마?)
아님, 그 반대로 원래는 젊은 주인공이 얼굴에 주름 그리고 머리 염색하거나 흰 머리 가발 쓴 뒤 노인으로 변장하여 복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원래는 '천재'이거나 엄청나게 똑똑한 주인공이 사고로 뇌를 다친 뒤 '저능아(바보)'가 된 척 위장하지만 알고 보면 여전히 똑똑하여 남몰래 상대방을 조종하며 파멸시킨다는 스토리 등등.. 자신을 몰락시킨 상대방에게 복수하기 위해 다른 사람인 척 '위장'과 '변신'을 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향후 이런 류의 스토리에서 '얼굴에 점 찍고 복수'하는 <아내의 유혹>이나 '전신 성형 & 성대 수술한 뒤 복수'하는 <천사의 유혹> 다음엔, 과연 어떤 업그레이드 된 방식의 '변신→복수' 스토리가 탄생하게 될지.. 은근히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