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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속전속결 키스씬, 의외로 정겨운 촌스런 설정들

타라 2009. 10. 16. 19:27
본격적인 첩보물을 표방하고 있는 수목극 <아이리스>가 되게 세련된 드라마일 줄 알았으나, 이 드라마에서는 의외로 촌스러운(?) 구석이 많이 눈에 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면 이 드라마에 나오는 그 촌스러운 지점이 은근히 대중들에게 먹히는 것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묘하게, 그 누구나 겪었음직한 그런 대목을(직/간접 경험=익숙함의 정서) 자극하는 구석이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속전속결, 드라마 <아이리스> 2회 키스씬의 전말

아직까진 극 초반인 이 드라마 2회에서 갑자기 주인공 '김현준(이병헌)과 최승희(김태희)의 격렬한 키스씬'이 쏟아져 나와 좀 당황스럽기도 했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대목이다. 주인공들의 러브씬이 그렇게나 빨리 등장할 줄은 몰랐으므로... 이 드라마 속 다른 설정들도 그렇지만, 이들의 이 키스씬 장면에 대한 설정이 다소 쌍팔년도스러운 구석이 있다.

뒷 배경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포스터 패러디?

알고 보면 여자 쪽에서도 처음 봤을 때부터 그 남자에게 약간 관심 있었으면서, 은근히 튕기며 "난 상사고, 넌 부하 직원이야~
난 상사고, 넌 부하 직.." 이런 분위기에서 남자가 덮치자, 여자(김태희)가 불같이 화를 내면서 남자의 뺨을 갈긴다. 여기서 물러서면 진정한 사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더 강렬한 기세로 들이대는 남자(이병헌)..

이에, 처음에는 안 된다고 막 뿌리치다가 마지 못해 "안 돼. 이러지 마- 안 돼~ 안 돼. 안....돼 돼 돼 돼 돼~" 이런 식으로 나아가 사랑에 빠져 버리는 여자- 물론 이 여주인공(김태희)은 그 다음 날 '남자(이병헌)가 자신에게 한 그 행동이 즉흥적인 욕망(?)이었는지.. 아님 진실된 마음인지~' 은근슬쩍 떠 보며, 도도하게 한 번 더 튕겨주는 센스를 잊지 않는다.

누울 자리 봐 가며 행동에 옮겨야, 실수가 없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들의 관계가 '연인 사이'로 나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남녀가 눈치가 빨라서 그 상대방이 자신에게 어느 정도 호감이 있다는 걸 미리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대 여자 쪽에서 진짜 아무런 사심이 없는데 이 드라마 속의 이병헌처럼 행동했다가는, 성추행으로 영창 가기 십상이다.

드라마 <아이리스> 속에서의 김현준(이병헌)은 잘생긴 편인데다, 최승희(김태희)가 처음 훔쳐봤을 때부터 어딘지 순박한 구석이 엿보이는 남자였다. 또한 현준(이병헌) 본인도 자기가 좀 똑똑하고 잘났다는 걸 알고 있고, 상대 여자(김태희) 쪽에서도 자신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서 그런 엄청난 일을(2회에서의 격렬한 키스 세례~) 저지른 것이다.

그 상황에서 김태희가 했던 '마초..' 어쩌고 하던 대사 자체는 진짜 오글거렸고, 알고 보면 제 스타일 맞으면서 겉으론 "당신 내 스타일 아니야~"라고 튕기던 부분은 좀 웃겼으며, '덮치기-뺨 때리기-상호 교환'의 단계로 나아가는 이 '유치 3단'의 키스씬 설정이 상당히 진부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촌스럽고 쌍팔년도스러운 설정이 의외로 시청자들에게 먹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은근야릇한 향수와 의외의 장면에서 터지는 키득거림의 요소


은근히 수많은 사람들의 지나간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어리버리 남학생(이병헌)과 예쁘고 똘똘한 여학생(김태희)의 '캠퍼스에서 생긴 일'.. 사고 치고, 정겨운 팝송 배경 음악 아래 거리를 전력 질주하던 두 절친 김현준(이병헌)과 진사우(정준호)의 '친구' 패러디(?)와 코믹 영화의 한 장면 같던 주접스런 노래방 씬..


의외의 장면에서 군데 군데 터지는 개그스런 설정들과 과학 수사대 오현규(윤주상) 실장의 굉장히 만화틱한 헤어 스타일 등.. <아이리스(IRIS)>는 은근슬쩍 정다운 구석이 많은 드라마이다.

주인공들이 어떤 힘든 미션을 수행해 가는 블록버스터급 헐리웃 영화나 성룡 주연의 홍콩 영화 같은 데서도 보면 '긴박감 넘치는 액션씬 한가운데 가끔 터져 나오는 개그 코드'가 있는데, 이 드라마 <아이리스> 역시 생각 보다는 덜 진지하고 개그스런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빈틈없을 줄 알았는데, 예상 외로 만만한 드라마?

3사 수목 드라마가 이제껏 거의 1년 넘게 지지부진한 양상을 선보인 가운데, 수목극 <아이리스>는 그 첫 주 방송 때부터 시청률 25%대를 넘기며 흥행 드라마로써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더 잘 나가는 드라마들도 첫방 시청률이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또한 <아이리스>만큼 캐스팅이 빠방하고 제작비를 많이 투여한 대작 드라마들도 이제껏 꽤 있었지만, 그 드라마들의 흥행 성적 역시 <아이리스>의 경우와는 그 양상이 많이 다르다.

<아이리스>는 대작은 대작인데, 군데 군데 스토리나 인물 관계에서 오는 설정들이 다소 촌스럽고 만만한(바꿔 말해서, 정겨운) 대작이다. 블록버스터급 스케일과 더불어,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듯한 촌스러운 여러 설정'들.. 그런 '의외의 장면에서 빵 터지는 코믹한 요소들'이 보다 많은 대중들로 하여금 드라마 <아이리스>를 더욱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드는 요소는 아닌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