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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없는 '선덕여왕'은 옴니버스 드라마?

타라 2009. 9. 29. 17:21
지난 번에도 언급했지만, 월화 드라마 <선덕 여왕>이 요즘 들어선 '중심축'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극의 주인공은 '선덕 여왕=덕만(이요원)'인데, 최근 들어선 그 캐릭터 자체가 너무 밋밋하고 평면적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그녀가 공주가 된 뒤 궁에 들어가서 '이러 이러한 활약을 펼칠 것이다..' 기대했던 것과는 좀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얼굴 마주보며 입씨름 하다 정들 것이 염려되는 요상한 커플? : 말싸움 보다는 두뇌 싸움~


덕만 공주(이요원)와 미실(고현정)의 대립이 살아야 극이 한결 재미있어질텐데, 이 극은 어느 순간부터 그 주인공 캐릭터들을 너무 두리뭉실하게 그려내는 터라 갑작스럽게 그러한 대립이 나와도 뭔가 생뚱맞은 모양새다. 새삼.. 별로 하는 거 없이, 미실(고현정)과의 대립다운 대립을 보여주지 못한 채 이상한 쪽으로 소모되다가 이 극에서 하차한 천명 공주(박예진) 때의 악몽이 떠오른다.


별로 대립다운 대립이 안 펼쳐지는 상황이다 보니, 이 극의 결말에 가서 <가끔은 상대방의 미덕에 이끌리기도 하면서, 맨날 '말싸움'만 하다가 서로에게 매료되고 정 든 덕만(이요원)과 미실(고현정)이 서로 '윈윈 전략'으로 미실은 성골인 덕만을 왕으로 밀어주고, 덕만은 다른 사람들 다 물리치고 그런 미실을 정식 왕후(?)로 맞이하여 그녀의 꿈을 이뤄주는 그런 해피 엔딩의 스토리>가 연상되기까지 한다. 이 드라마 속의 덕만 공주(이요원)와 미실(고현정)이 잦은 '말싸움'만 하지 말고, 좀 더 그럴듯 하면서 팽팽하고도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

나무 줄기는 줄기요, 나뭇 가지는 나뭇 가지요, 나뭇잎은 나뭇잎..

스토리가 한창 탄력 받아야 할 <선덕 여왕> 37회 내용을 보면 덕만(이요원)과 미실(고현정)은 극의 중심에서 많이 비껴나 있다. 그 회에서 잠깐 등장하긴 했지만, 그 둘이 이 드라마 속에서 그리 중요한 인물이란 생각이 들게 만들지는 않는.. 양적인 측면에서도, 질적인 측면에서도 뭔가 극의 중심축에서 겉돌거나 벗어난 모양새로 그려진 것이다.

이 드라마가 그랬던 적이 한 두 번은 아니지만, 그 상태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다 보니 극이 많이 산만하게 느껴진다. 새로운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새 에피소드로 포인트를 주는 것은 좋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극의 주된 줄기(덕만 공주의 성장기)에 더해지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무성하게 더해지는 나뭇 가지나 나뭇잎이 나무 줄기나 기둥의 노릇을 하면 곤란하다.

최근 들어, 극의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그 때 그 때 첨가되는 이 드라마 속 에피소드는 하나의 '완결된 구조의 연속극' 안에 잘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드라마 <선덕 여왕>을 매 회 다른 극을 보는 듯한 '옴니버스 드라마'처럼 여겨지게끔 만들어 버린다.

흐름을 뚝뚝 끊어 놓는 <선덕 여왕>의 열악한 편집, 개선될 여지는 없는가-

또한, 갈수록 개선되기는 커녕 벌써 꽤 오래 전부터 대본 내용과 따로 놀았던 성긴 편집의 본 방송분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인물들의 감정선과 사건에 대한 개연성을 따라잡기 힘들게 만들어 버린다.

방송 시간의 한계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한 회 안에 담겨지는 내용을 최대한 정해진 방송 시간에 맞춰서 구성하거나, 넘치는 내용은 그 다음 회 내용으로 넘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대본에 나온 내용은 웬만하면 자르지 않고 다 보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 그게 아니면, 한 회 방송 시간을 좀 더 길게 늘리는 탄력적인 운용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시청자들은 장면 간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고 각 캐릭터들이 널을 뛰는 그런 드라마를 보고자 함이 아니라, 매 회 '모든 사건과 인물들 감정의 흐름이 말 되는 정상적인 완결성을 가진 드라마'를 보고싶어 한다.

무늬만 <선덕 여왕>, '옴니버스극'이 아닌 완성도 높은 '연속극'으로 남을 수 있을까?

어떤 드라마든 극 전체의 스토리나 세부적인 에피소드는 극 진행 과정 중에 달라질 수도 있고, 또 그런 경우가 무수히 많지만, 중요한 건.. 소소한 것들이 변경되더라도 그런 식으로 '일단 한 번 정해진 스토리' 안에선 모든 캐릭터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변화되는 경우엔 뚜렷한 명분이나 계기가 있어야 하며, 앞뒤 스토리가 그럴듯한 개연성이나 유기적인 연관성 있게 서로 정확하게 맞물려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물들 감정의 흐름이 생뚱맞게 널을 뛰면 안되고, 애초에 그 드라마가 전하고자 했던 '주제'와 그 '주제를 전달하는 핵심 인물인 주인공 캐릭터를 위주로 한 극의 중심축'을 잃어버리면 곤란하다.


최근 들어.. 극의 기본 줄기 자체가 많이 흔들리고, 각각의 인물들이 '매 회 달라지는 옴니버스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따로 노는 듯한 드라마 <선덕 여왕>이 하루 빨리 이 드라마 주제나 제목에 걸맞는 '선덕 여왕(이요원)' 중심의 스토리로 그 중심축을 확실하게 잡고, 모든 인물과 사건이 그 안에서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잘 맞물려 들어가는 보다 '완성도 높은 드라마'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