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도 10회 만에 첫 회의 2배치까지 껑충 뛰어 올랐던데, 그런 걸 보면 임성한 작가가 대단하긴 한가 보다.(적어도 '흥행=시청률' 면에선) 10회 만에 2배는 커녕,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10회 중반 쯤 되면 2/3 수준이나 시청률 절반으로 꼴아박는 드라마들도 요즘 참 많은 실정이다. 그만큼 '시청률 올리는 일'이 생각 만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듯 한데, 임성한 작가는 '톱스타' 하나 기용하지 않고도 마음만 먹으면 그 '3단으로 낀 샌드위치 시간대'에도 그런 '시청률 상승'을 가능케 하는 걸 보니...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 나오는 커플들 중 <영국(이태곤) & 비취(고나은) 커플>의 향방이 좀 궁금하다. 극 중에서 영국(이태곤)이 자신의 '연기자(?) 친구'와 '방송사 임직원' 등이 모인 술자리에서 뒤늦게 합석한 '(그 때만 해도) 구성 작가 비취(고나은)'의 노래하는 모습을 보구서 묘한 호감을 느끼는 그 모습이 좀 현실적이라 생각 되어서 그런 것 같다. 노래방에서 여럿이 모여 노래하다가 남자에게 그런 류의 눈빛을 받아 본 적도 있고, 그 누군가 또 다른 이에게 그런 시선을 던지는 것을 본 적도 있기에...
사실, 노래방에선 비교적 '남녀 사이'의 정분이 잘 나는 편이다. '노래방 조명'은 은근히 여자를 예뻐 보이게 한다. 거기다.. 보통 사람들이 부르는 곡과는 다르게 좀 있어 보이는(?) 노래를 한다든가, 뭔가 사연 있는 것처럼 분위기 잡고 노래하거나, 자신 있는 얼굴 각도(약간 비스듬한 각도나 유난히 예뻐 보이는 쪽의 옆얼굴 등)를 은근히 노출하면서 '은은한 조명' 아래서 '그럴 듯한 노래 실력'을 발휘하면, 시각에 약한 남자들은 그런 여자의 모습에 호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았다.
임성한 드라마에는 예전부터도 여주인공이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구서 남자 주인공이 반하는 모습이 많이 나오던데, 이런 '현실적인 측면'을 공략해서가 아닐까 한다.(그런데.. 하는 드라마들마다 '임성한 작가'가 그런 설정을 너무 많이 써 먹어서 그런지, 이젠 슬슬 '레퍼토리'를 다른 걸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극 중에서 '비취(고나은)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구서 이상야릇한 눈빛을 던지던 영국(이태곤)'은 바로 직후 '성추행 하려던 PD와 맞짱 뜨던 비취'의 모습을 꽤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고, 뒤늦게 합석해서 술 취한 PD로부터 성추행스러운 상황을 겪어 경황이 없던 비취는 그 때 '영국(이태곤)이 그 술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
지금은 서울 변두리에서 영국이 세 들어 사는 '주인집 딸(고나은)과 세입자(이태곤)'의 관계이다. 영국(이태곤)이 원래는 부잣집 아들이지만, 자식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 그 부자 아빠(박근형)가 1년 동안 '서민의 삶'을 체험해 보라고 아들을 내 보낸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보석 남매들의 친할머니로 나오는 '김영옥' 할머니의 현실적인 연기와 사돈 '정혜선' 할머니와의 말빨 배틀, 그리고 보석 남매의 바람둥이 아빠(한진희)가 뒤늦게 밖에서 낳아 데리고 들어온 태자 아기(레시퐁 레오)의 미모(?)이다.
<보석 비빔밥> 9회 초에 꽤 오랫동안 나왔던 '보석 남매와 그 부모의 잘잘못 가리기' 씬은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는데, 10회에 나왔던 '누룽지 사건'은 꽤 재미있게 느껴졌다. 호박(이일민)의 '범재의 재구성' 발언으로 여러 가능성 있는 단서들이 상황극으로 재현되었고, 그 때 그 상황극을 연기한 카일(마이클 블렁크)과 영국(이태곤)의 코믹한 연기가 큰 웃음을 자아냈다. 그 가능성 있는 상황의 '내용'에 대해 다 알고 보는 것이었음에도, 그게 막상 구체화 된 모습을 보니 은근히 웃겼달까-
야심한 밤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 '한 쪽 부엌 문짝'과 '부엌에서 나는 김치 냄새', '냉동실에서 없어진 누룽지'~ 그것에 대해 이 집의 '보석 4남매'는 문간방에 세 들어 사는 카일(마이클 블렁크)과 영국(이태곤)을 강력하게 의심하지만, 결국 그 날 밤 진짜 범인은 밝혀지지 않은 채 날이 밝았다.
시시하게도, 그 다음 날 자신에게 휑~하게 대하는 비취(고나은)의 태도를 보구서 영국(이태곤)이 자기가 바로 '밤에 누룽지탕을 끓여먹은 범인이고, 떨어진 부엌 문짝은 변상해 주겠다~'고 실토했다. 그런데, 이 대목이 어쩐지 석연치가 않다.
그게 사실이라면, 영국은 그 날 밤 모든 사람들이 범인을 궁금해 할 때 자기가 그랬다고 솔직하게 실토해도 되는 거였다. 굳이 대쪽 같은 큰 딸 비취(고나은)에게 이미지 구겨 가며, 그 전날엔 <아닌 척 발뺌> 하고 있다가 범죄에 대한 가중 처벌치를 더하며 '알고 보면 나, 그렇고 그런 놈이었어요~'라고 <뒷북 인증>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의 영국(이태곤)이 어차피 나중에라도 실토해서 이미지 구길 거였다면 '문짝 유리값 물어주기 아까워서...'도 이유가 안 되고, '애초에 이미지 구기기 싫어서...'는 더더욱 영국이 맨 처음에 <발뺌했던 이유>가 안 될테니 말이다. 그 전날 솔직하게 실토해서 이미지 구기는 거나, 그 다음날 실토해서 이미지 구기는 거나 어차피 똑같은 것이다.
그렇담, 그 날 밤 보석이네 집 부엌에서 '냉동실의 누룽지를 훔쳐 먹고 급하게 나오다가 부엌의 한 쪽 문짝을 망가뜨리고 대문을 활짝 열어놓게 된 범인(진범)'은 따로 있단 얘기인 것일까? <보석 비빔밥> 10회 내용을 보다 보니, 은근 그 대목이 궁금해졌다.
그 전날 밤엔 아니라고 발뺌하다가, 날 밝으니까 바로 자기가 범인이라고 맥없이 실토했던 영국(이태곤)이 '진짜 범인'이 맞다면 이 <누룽지 사건>은 너무나 허무한 '황당 헤프닝'으로 둔갑할 같다. 그것 말고 뭔가 더 있을 것 같고, 그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누가 진짜로 '보석 4남매 집 냉동실에 있던 누룽지'를 훔쳐 먹었을까~? 기존에 나온 내용대로 영국(이태곤)이 훔쳐 먹고서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엔 맞다고 말 뒤집는 '싱거운 결말'이 될 것일지.. 아님 또 다른 '진범'이 있고 그것에 대한 타당하고 그럴 듯한 사연이 있는 것인지.. 그것에 따라 <누룽지 사건> 에피소드의 퀄러티가 결정될 것 같다. 그저 허무하고 황당한 에피소드로 남거나, 아니면 지난 회에서의 '범죄의 재구성' 만큼이나 유쾌하고 쫀득한 에피소드로 남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