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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꼬리-'친구' 종영과 김명민, '아일랜드' 멜로

타라 2009. 8. 30. 20:12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를 드라마화 한 TV 주말극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 이번 주에 종영되고, 곧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가 시작되나 보다. 개인적으로 조폭 이야기가 그렇게 취향이 아닌 관계로, 드라마 <친구>를 한 번도 제대로 챙겨본 적이 없다. 예전에 엄청난 관객을 끌어들이며 국민 영화로 자리잡은 영화 <친구>는 봤지만...


그 때는 그 영화가 워낙에 히트쳤고, 히트 치다 보니 그걸 안 본 사람들도 '이런 국민 영화는 한 번 봐줘야 하지 않을까?'의 심정으로 본 사람들도 많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당시에 영화 <친구>를 봤었는데, 보고 나선 '뭐야, 생각보다 재미없는데? 이런 영화가 왜 800만이나 들었지..?'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영화를 매우 재미있게 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내 기준에선 재미없었다 이거다. 사람들마다 영화 '취향'이나 '재미'를 느끼는 기준은 다 다르니까..)

다 똑같으면 재미없다? : 개개인마다 다른 영화 취향

영화 <친구> 이후로도 그런 영화가 몇 편 있었다. 한 때 네티즌들의 환호가 대단했던 <왕의 남자>의 경우는 그 영화 제작 단계에서부터 내가 관심 가졌던 영화였는데, 내 상상력이 너무 앞서가서 '기대를 너무 많이' 했던 탓인지, 정작 보고 나선 '기대치에는 좀 못 미친다는 느낌'이 있었던 영화다. 아무래도.. 특정한 극에 대한 만족도는 각 개개인의 선천적인 기호나 취향, 외부적 환경, 돌발적인 변수 등 여러 가지가 작용하는 것 같다.


<친구> 이전에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 경비 구역 JSA>도 나름대로 꽤 히트 친 적이 있었는데, 그 영화는 개인적으로 꽤 재미있게 보았다.(진정한 내 취향의 영화였던 것-) 그 영화 후반부에 나왔던 김광석의 노래 '부치지 않은 편지'는 아직까지도 나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정말 좋은 노래.. 그러고 보면, 극에 깔리는 '배경 음악'도 은근히 그 '극의 주된 정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듯하다. 기존의 히트작들 중에 <살인의 추억> <괴물> <추격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같은 경우도 꽤 재미있게 본 영화들이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 친구 유오성 뜨거운 것이 좋아 김명민

난 영화 <친구>를 그렇게 재미있게, 만족스럽게 보지는 않았지만 그 영화에서 '준석' 역을 맡은 유오성의 연기가 굉장히 좋았다고 기억하고 있다. 물론 "내가 니 시다바리가?"의 '동석' 역 장동건 연기 변신도 좋았지만, 그 캐릭터에겐 주로 임팩트 있는 대사가 많이 주어졌고 내가 진짜 인상적으로 본 건 유오성의 연기였다. 유오성은 그 드라마 이전에 <뜨거운 것이 좋아>란 MBC 드라마에 주인공으로 나온 적이 있었다. 그 드라마 주인공이 4명이었는데
(유오성, 명세빈, 박선영, 김명민) 난 그 드라마에서 '김명민'이란 배우를 처음 보게 되었다.


연기자 김명민에 대한 첫인상은 '말끔하니, 잘생겼다~'란 느낌이었다. 김명민이 그렇게 미남으로 알려진 배우는 아니지만, 그 드라마를 통해 젊은 시절의 김명민을 처음 봤을 땐 '마스크 괜찮네~'란 느낌이 있었고, 꽤 지적이고 세련되고 깔끔한 이미지로 비춰졌다. 그 직후 김명민이 출연한 영화 <소름>을 보게 되었다. 내가 자주 가던 포털 메인에 그 영화 개봉 전부터 <소름> 여주인공의 연기에 관한 기사가 자주 났고, 그녀는 결국 모 영화제에서 그 영화로 '여우 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었다.

될 사람은 언젠가는 되는 것일까 : 과거에 찬밥이었던 김명민, 그랜드 슬램을 앞두고..

그런데.. 정작 영화 <소름>을 본 입장에서, 여주인공보다 남자 주인공인 김명민의 비중이 더 큰 것 같았고, 여주인공의 연기도 나쁘지 않지만 그 영화에서 진짜 눈에 띄는 건 김명민의 연기였다. 그럼에도 '왜 여자 쪽만 여우 주연상을 수상하고 주목 받으며, 진짜 연기력이 돋보였던 <소름>의 남자 주인공 김명민은 수상도 못하고 언급조차 되지 않는 것일까..?' 좀 의아했던 영화였다.


그로부터 세월은 흘러 흘러.. 김명민은 결국 '이순신' 연기로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타서 이름 많이 알려지고 되었고, 방송사 두 군데서 <연기 대상>의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명민은 이제, SBS에서만 '대상' 타면 고두심처럼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연기자가 될 것이다.


[ 그들의 방송사 <연기 대상> '대상' 수상 경력 ]

고두심 : MBC <춤 추는 가얏고> / KBS <사랑의 굴레> / SBS <덕이> (그랜드 슬램 1차 달성)
김명민 : MBC <베토벤 바이러스> / KBS <불멸의 이순신> / SBS <?>

오늘부로 영화 <친구>를 리메이크 한 주말 드라마 <친구>가 종영될텐데, 정작 이 드라마에 대한 얘기 보다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라마 친구 → 영화 친구 → 영화 친구유오성유오성의 드라마 뜨거운 것이 좋아 뜨거운 것이 좋아에 나왔던 김명민>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되었다 : 현자같은 말만 골라서 하던 재복의 말은 현실이 되고~


드라마 버전의 <친구>에는 영화 <친구>에서 유오성이 맡았던 '준석' 역에 김민준, 장동건이 맡았던 '동수' 역에 현빈이 출연하고 있다. 이러면 또 갑자기 생각이 "따 라라 라~" 하는 두번 째 달의 '서쪽 하늘에'가 생각나고, 드라마 <아일랜드>의 국(현빈)과 재복(김민준)이 생각난다.(그런데.. 난 종종 그 곡이 두번 째 달의 '서쪽 하늘에'인지, 서쪽 하늘에의 '두번 째 달'인지 무척 헷갈릴 때가 있다.)


그 드라마 <아일랜드>에서 김민준(재복)이 현빈(강국)을 향해 "저거, 잘못하면 나중에 조폭 돼~" 그랬었는데, 결국 현빈은 드라마 <친구>에서 조폭이 되었다- 아.. 어눌해 보이지만 가끔은 현자같은 말만 골라서 하던 재복(김민준)이에겐, 예지력도 있었나 보다. ;;


<아일랜드>에선 그나마 시연(김민정)이만 정상적인 인물 같고 중아(이나영)와 재복(김민준), 국(현빈) 모두 좀 사차원적인 캐릭터였는데.. 그 드라마를 챙겨보지 않던 지인이 어느 날 우연히 TV 속에서 '중아(이나영)와 재복(김민준)', '중아(이나영)와 국(현빈)'이 느릿한 말투로 대화하는 장면을 보구선 "쟤네, 좀 모자라는 애들이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난 그 때 "그런 거 아니거든~?"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다소 특이한 인물들이었던 것 같긴 하다. 그런 4차원적 캐릭터의 인물들 가지고, 그 때 당시엔 여주인공 중아(이나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왜 그렇게 두 남주팬(재복팬, 강국팬)들 사이에 쟁탈전이 치열했던지-

드라마 시청에도 편식은 존재한다 : 미운 여자에게 좋아하는 남자를 갖다붙이는 심리?


그런데, 그 드라마에서 중아(이나영)란 인물이 그렇게 인기 있었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오히려 <아일랜드> 여주인공인 중아를 악역(?)이라고까지 칭하며 미워하는 드라마팬들도 참 많았었는데, 그렇게 미워하는 여주인공을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캐릭터에게 못 갖다붙여서 안달인 이들도 꽤 많았던 걸 보면 대략 아이러니다. 드라마 <아일랜드>를 쓴 인정옥 작가가 애초에 전하려고 했던 '메시지'는 그런 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한 드라마를 보면서 '특정한 한 캐릭터(혹은 배우)'에게만 꽂히는 사람들 별로다. 굳이 그 드라마 뿐 아니라, 다른 드라마들에서도 말이다. 그건, 개개인이 금쪽같은 시간 들여 보는 해당 '드라마'에서 뽑아갈 수 있는 것들이 충분히 더 많음에도 스스로 그것의 '범위를 한정'시켜 버리는 행위 같기에...

몇 년 전 드라마 <아일랜드>는 여주인공을 사이에 둔 남주인공과의 전형적인 '멜로 드라마'가 아닌, 네 주인공들의 '성장 드라마'에 가까운 극이었다. 그 성장의 중심엔 입양 갔다 돌아온 중아(이나영)가 있었고, 극의 화자인 작가(해당 드라마의 집필자)가 하고싶은 대부분의 말은 재복(김민준)이란 인물을 통해 표출되었으며, 국(현빈)과 시연(김민정) 역시 중아란 인물과 엮이면서 극의 주제를 돕는 인물이었다.

요즘 <선덕 여왕>이란 드라마를 보면, 드라마팬들이 나서서 오히려 주인공들의 '멜로'를 반대하는 입장을 많이 표출하고 있다. 거기엔 여러 가지 요인이 결합되어 이 극의 멜로적 설정이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하지 못해서 그리 된 것이지만.. 어쨌든 이 드라마의 경우엔 적어도, 다수의 시청자들이 '극의 주제와는 약간 동떨어진 멜로적 설정'에만 열광하거나 한 여주를 사이에 두고 두 남주팬들 사이에서 치열한 쟁탈전이 펼쳐지는 그러한 풍경은 보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극 안에서, 남녀 간의 멜로적인 요소가 너무 안 먹히는 그런 현상이 과연.. 궁극적으로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