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세상

'스타일' 남자 주인공, 캐릭터적인 매력의 부재

타라 2009. 9. 7. 13:25
가끔씩 주말극 <스타일>을 볼 때마다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깝깝함의 기운을 느낀다. 아무리 생각해도, 패션 잡지 스타일을 주 무대로 한 이 드라마는 '남성 시청자' 보다는 '여성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드라마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 극의 '남자 주인공'을 멋있게 만들어야 그만큼 여성 시청자들이 매력을 느끼며 볼텐데, 드라마 <스타일>의 남자 주인공은 아무리 봐도 여자들이 그렇게 열광할 만한 캐릭터가 아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선 답답하고, 찌질해 보이기까지 한다.

여자 때문에 울상 짓는 남자와 여자에게 스트레스 주는 남자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중년/노년층 시청자를 포섭할 만한 전형적인 통속극적 내용의 드라마도 아닌데, 어찌 이리 마케팅의 기본 법칙을 모르는 것일까..? 흥행 면에서 이 드라마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으나, 그 이후로 더 이상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등 줘도 제대로 못 챙겨먹는 드라마란 생각까지 든다.


드라마 <스타일>에 나오는 김민준(이용우)은 자기 일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기 보다는 내내 박기자(김혜수)와 서우진(류시원)의 오묘한 관계의 장면들을 목격한 뒤 질투하고 상처 받으며 울상 짓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그러다가 심심하면 한 번씩 후배인 이서정을 챙겨주는 흑기사 노릇을 할 뿐이다.

이 드라마 속에서 모든 여성들이 다 관심 가지는 마성(?)의 남자인 듯한 인상을 풍기는 서우진(류시원)의 경우엔, 정작 극을 보는 시청자들에겐 별다른 매력을 안겨주지 못하는 희멀건하고 맥아리 없는 남자 캐릭터이다. 거기다 자신의 모든 열정을 걸고 일에 열중하는 박기자(김혜수)의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안되며, 어딘지 무능해 보이는데다가, 번번히 그녀가 하는 일에 초를 치는 방해남 같은 인상마저 주고 있다. 이 극에서 서우진 등장씬에서 관심이 가는 대목은 그가 만들어 내는 맛깔스런 요리들이지, 남자 주인공인 서우진(류시원)이 아니다.

한마디로 여성 시청자들이 주로 흥미를 느끼며 볼 만한 <스타일>이란 드라마에선, 정작 여성들이 열광하며 매력을 느낄 만한 남자 캐릭터가 없는 것이다.

남자 장금이+재벌 2세, but 경력만 화려한 한 남자와 여자의 시끄러운 투쟁기

예전에 <아름다운 날들>이란 드라마가 방영되었을 당시엔, 그나마 연기자 류시원에게서 극 중 캐릭터로서의 매력을 느낀 적이 있다. 그 때 당시엔 워낙에 실장님 신드롬을 일으킨 이병헌의 연기와 매력이 대단했었고 결말에 이병헌과 최지우가 이어졌으나, 카리스마 이병헌과 달리 여주인공 최지우의 곁을 맴돌던 다정다감한 류시원의 모습도 충분히 매력 있어 보였으며 그 둘의 관계에서도 '이성 관계에서 느껴지는 캐미스트리'가 장난 아니었었다.

허나 이 드라마 <스타일>에서.. 남자 장금이에 속하는 '전직 한의사'에 '탁월한 요리 실력의 쉐프'이자 '레스토랑 운영자', '재벌의 숨겨진 아들'로서 스타일 잡지사를 물려받은 류시원은 극 안에서의 여러 이력이나 기본 소스는 좋지만, 정작 '완성되어 나온 캐릭터적인 특성' 면에선 아무런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고 있다.

그게 개인적인 관심에서 나온 행동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극의 초반부터 박기자(김혜수)는 서우진(류시원)을 만나기만 하면 별 것도 아닌 일로 으르렁 대며 싸움을 걸고, 서우진 역시 같이 언성을 높여대며 박기자와 함께 '누가 누가 서로에게 더 상처 주나~' 내기라도 하듯 신경을 곤두 세우고 싸워댄다. 그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그 둘만 나오면 '저 둘이 또 고함 배틀을 벌이고, 떽떽거리며 투쟁을 벌이겠지? 또 다시 시끄러운 타이밍이 돌아왔도다~' 싶은 생각이 자동반사적으로 든다.

극 중 인물은 알고, 시청자는 모르는~ : 도대체 그 남자의 매력이 뭘까?

그랬던 서우진(류시원)은 또 은근히 박기자(김혜수)에게 마음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아울러 이서정(이지아)에게도 남자로서의 틈을 주는 등 우유부단하게 양다리 걸치며 어장 관리하는 듯한 모습까지 선보인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별다른 큰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서우진(류시원)을 향해 이서정(이지아)은 또 과거에 몇 번 도움 받은 기억 때문인지 '우리 쉐프님~' 하면서 엄청나게 챙기고, 박기자(김혜수) 역시 번번히 서우진(류시원)을 의식하면서 챙긴다.

허나 정작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만 매력 있다고 일컬어지는 서우진(류시원)은 박기자(김혜수)가 하려는 일에 번번히 장애물이 되면서 그녀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줄 뿐이고, 이서정(이지아)한테도 딱히 달달한 사탕을 내려주는 건 아니다. 거기다 재벌인 아버지의 세컨드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스타일' 잡지사를 물려받긴 했으나, 서우진(류시원) 자체가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여 잡지사를 잘 이끌어 가는 것도 아니고 딱히 이 잡지사나 그 쪽 세계에 대한 열정이나 애정도 없어 보인다.

그 자리가 과연 서우진(류시원)의 자리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한 잡지사 CEO로서의 운영 능력이나 사업 수완이 없어 보는 건 물론이거니와, 박 편집장(김혜수) 하는 일에 그저 방해만 안되면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이 남자는 무능하고 찌질해 보인다.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서우진(류시원)은 그러면서, 쓸데없이 자존심 강하고 융통성이라곤 눈꼽 만큼도 없으면서 고집만 센 민폐 캐릭터로까지 그려지고 있다.

여성 시청자들의 '대리 만족'을 포기하게 만들어 버리는 그 어정쩡한 판타지형 여성 드라마

나름대로 컨셉 드라마인 <스타일>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어떤 '꿈과 환상', '실제로 내가 가질 순 없다 할지라도, 그걸 보면서 나도 저걸 갖고 싶다~'라 열망하게 만드는 그런 류의 드라마에 속한다. 거기엔 여주인공의 일적인 성취나 미에 대한 욕구, 사랑.. 이런 게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게 비록 비현실적인 환상이라 할지라도,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은 그런 류의 드라마에서 화려하게 성장해 가면서 달달한 사랑을 펼쳐 보이는 여주인공을 통해 '대리 만족'의 정서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 드라마 속에선 전혀 그런 류의 대리 만족을 느끼기 힘들다. 여주인공들이 관심 가지는 이 극의 '남자 주인공'에게 아무런 매력이 느껴지지 않으며, 오히려 '저런 남자 뭐가 좋다고 저 여자들이 저렇게 신경 쓰는 것일까..? 저렇게 자기 앞길에 방해만 되는 남자 따윈 갖다 버리고, 저 여주인공이 힘차게 자기 길이나 갔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든다는 것.

요즘 주말에 <스타일>이란 드라마를 보면, 정말 눈길 가는 남자가 없다. 과거엔 어땠을지 몰라도, 류시원은 이제 더 이상 바라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운 꽃돌이형 청춘 남자가 아니다. 그런데다 연기 스타일까지 변함이 없고, 캐릭터까지 깝깝하다. 마케팅의 기본 타겟이 '여성 시청자'임에 분명한 이런 류의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 캐릭터를 이렇게 무매력으로 그려내기도 정말 힘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