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세상

천만번 사랑해-맛깔스러워 보이는 막장(?) 드라마

타라 2009. 8. 31. 20:57

SBS (9시 대) 새 주말 연속극인 <천만 번 사랑해>가 지난 주말에 첫선을 보였다. 이 드라마를 딱히 챙겨볼 생각은 없었으나, 우연히 채널 돌리다가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보게 되었는데 '통속극적인 재미'와 왠지 모를 '흡인력'이 느껴지는 드라마였다. 이 극의 주된 소재 자체에 파격적인 설정이 존재하는 탓에, '막장 드라마'의 논란이 있기도 했었다. 하지만 앞으로 이 드라마의 내용 전개에 따라 대중적으로 흥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 나라 최고의 드라마 작가로 일컬어지는 김수현 작가가 한창 모 방송사에서 드라마 왕국의 입지를 다지던 때에 주로 나왔던 주말 연속극도 <사랑과 진실> <배반의 장미> 류의 '전형적인 통속극'들이었는데,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그런 류의 통속극적 드라마(주말 연속극/아침 드라마/일일 연속극 류)는 여전히 'TV 채널권을 장악하고 있는 우리 나라 중년/노년층의 여성들'에게 먹히는 경향이 있다.


새로이 선보인 SBS 주말극 <천만 번 사랑해> 역시 '파격적인 소재'를 맛깔스럽게 잘 버무려 내어 각 인물들의 희로애락을 시청자들의 구미에 맞게 잘 전달한다면 하나의 '흥미진진한 통속극'으로서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이 극의 인물 관계도나 스토리의 난이도, 짜임새 등의 측면에서 본다면 막장 설정이기는 하되 시청자들에게 맛깔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재미난 막장' 드라마로서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고은님(이수경)은 간경화로 쓰러진 아버지(길용우)의 간 이식 수술을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리모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효녀 심청'에, 힘든 상황을 꿋꿋하게 헤쳐 나가는 '캔디'형 캐릭터이다.

극의 주된 설정에 대한 기본 구성은 다음과 같다. 갑자기 식구들을 먹여 살리는 가장이 쓰러져서 위기에 빠진 주인공 가족과 그들이 엮이게 되는 재벌가 & 그 집안의 아들들(정겨운, 류진).. 그 부잣집의 표독스런 시어머니(이휘향)와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며느리(고은미).. 여주인공 은님(이수경)의 인생에 별 도움이 안돼 보이는 팥쥐 엄마같은 계모(이미영)와 그녀가 데리고 들어온 은님의 팥쥐 언니(박수진), 그 의붓 자매의 피가 반반 섞인 철든 막내딸(백진희).. 


난정(박수진)과 은님(이수경), 그 의붓 자매와 삼각 관계를 이루게 될 부잣집의 사생아 강호(정겨운)2주 안에 수술을 해야 살 수 있는 아버지의 장기 이식 수술비 문제로, 브로커에게 낚여 여주인공 은님(이수경)은 그의 이복 형 부부(류진-고은미)의 '대리모' 역할을 하게 되고.. 나중엔 그 동생인 강호(정겨운)와 사랑에 빠지는 모양이다. 물론 그 일은 친아들 세훈(류진)만 편애하는 그 모친(이휘향)이 며느리를 시켜서 꾸민 일이고,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서 방황하게 되는 세훈은 또 불륜녀 연희(이시영)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등.. 이 드라마는 그렇고 그런 내용의 전형적인 통속극에 속한다.

'애를 못 낳아서 대리모를 들이게 되는 부잣집 며느리'의 친정 엄마(김청)와 그 아들(김희철), 그 아들과도 엮이게 되는 주인공의 철딱서니 없는 의붓 언니 난정(박수진) 등이 극에 활력을 줄 감초 연기자로 등장하기도 한다. 극 속에서 드라마 작가로 나오는 청자(김청)와 깐깐한 봉PD(김진수), 또 봉피디에게 반한 듯한 청자의 여동생(방은희) 이야기도 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 기존의 다른 드라마에서 연기력 논란이 있었던 박수진은 이 드라마에선 자신에게 잘 맞는 역할을 제대로 잡은 것 같기도 하다.

'대리모'라는 소재는 이 드라마가 처음은 아니고, 예전에 조소혜 작가가 쓴 MBC 주말 연속극 <엄마야, 누나야>에서도 이 '대리모' 소재의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었다. <천만 번 사랑해>는 여러 면에서 새로울 건 없고 '몇몇 파격적인 설정' 면에서 막장의 논란도 있는 드라마이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통속극적인 재미를 느끼기엔 나쁘지 않은 TV극이다.

(이야기 구조 자체가 그리 복잡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일단 이 드라마는 '짜임새' 면에서도 '어떤 인물이 그 다음 행동을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대충 생략하지 않고 나름 개연성 있게 보여주는 것 같았는데, 그 대목이 좀 인상적이었다. 또한, 사내답고 서글서글한 매력을 지닌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강호(정겨운) 캐릭터'도 마음에 든다.

요즘엔 스토리나 극 전개 과정 자체가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는 드라마들도 참 많은데, '막장 드라마여도 좋으니, 극적인 흡인력이나 술술 잘 먹히는 밥처럼 맛깔스런 재미가 있는 TV 드라마가 나와서 반복되는 일상에 활력이 좀 되어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에게, 이 드라마는 앞으로의 이야기 완급 조절에 따라 꽤 먹힐 만한 드라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