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환경을 지닌 '보편적인 수준의 남녀 커플 이야기'에선 딱히 '극적인 갈등'을 뽑아내기 힘들고, 그런 이유로 예전엔 '찢어지게 가난한 여주인공이 고난을 뚫고 재벌 남자 만나 연애한다'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드라마 소재로 많이 쓰였었는데, 그 내용이 한 물 가다 보니 이젠 드라마 제작진들이 '이혼녀가 집안 반대(갈등) 뚫고 총각과 사랑하는 이야기'를 자주 생산해 내는 것 같다.
역으로 '이혼남이 고난을 뚫고 아가씨와 이어지는 러브 스토리'도 있겠지만, 국내 '드라마 주 시청자'가 '여성'이다 보니 여성 시청자가 '처녀 장가 드는 이혼남'에게 감정 이입하긴 힘들다. 하여, 과거의 '가난했던 신데렐라 아가씨'가 요즘엔 '능력은 있지만 이혼녀인 여주인공'으로 교체되어 '멋진 남자와 연애하면서, 결혼에 골인하기까지 엄청난 <갈등>을 겪는 내용'이 작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주말극 <애정 만만세> 최근 회를 통해 '그간 남자 쪽 집안 반대로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했던 강재미(이보영) & 변동우(이태성) 커플이 드디어 '결혼 승낙'을 받아 훈훈하고 아름다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 내용'이 방송되었으나, 이들에겐 또 한 차례의 '큰 시련'이 남아 있다. 꼬이고 꼬인 극 중 '족보' 탓이다.
지난 내용에서 크리스탈 박(김수미)이 한 번 훼이크를 쓴 탓에 당연히 그녀의 두 자녀 중 변동우(이태성) 쪽이 '입양아=써니 이모(문희경)의 자식'일거라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이 드라마엔 약간의 반전(?)이 작용하여 누나 변주리(변정수) 쪽이 이모 소생인 걸로 밝혀졌다. [ 이 드라마 속에서 '크리스탈(김수미)'과 '써니(문희경)'가 친자매는 아님. 원래는 피 안섞인 '남'인데 '의자매' 맺은 사이~ ]
미혼 시절의 써니(문희경)는 유부남을 사랑하게 되어 그의 아이를 낳았으며, 결국 그 딸아이를 입양 보내게 된다. 그 때 도와주었던 크리스탈은 아이가 파양되어 돌아오자 그 시기에 죽은 자기 친자식 대신 '써니 애'를 키우게 되었고, 그 사실은 크리스탈(김수미)과 그녀의 남편(박인환)만이 알고 지내왔다.
출생의 비밀 : 극 중 '써니(문희경)'의 친딸 / 이 아이는 자라서 '변정수'가 됩니다
인물 관계 꼬이고 꼬인 이 드라마에서 동우(이태성) 누나인 주리(변정수)는 한 때 '재미(이보영) 친아버지인 형도(천호진)의 재혼녀'로서 10년을 같이 살았고, 그 밑에 어린 딸 세라(박하영)가 존재한다. 그러니까 '동우의 애인 재미'와 '동우의 조카 세라'는 '아빠는 같지만, 배 다른 자매'인 셈..
이런 '인물 관계' 속에서 크리스탈 박(김수미) & 변춘남(박인환)의 두 자녀인 변주리(변정수)와 변동우(이태성)가 '친 남매' 사이면 막장 가계도가 탄생하므로, 둘 중 하나는 크리스탈 부부의 소생이 아니라는 '출생의 비밀' 설정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극 중 '크리스탈(김수미)' 친가족 : 친아빠 & 친아들 & 친엄마
조금이라도 '막장 가계도'에서 벗어날려면 주리와 동우가 친남매가 아니기만 하면 되는데, 그 상황에서 결국 '주리(변정수) 쪽이 써니(문희경) 베이비다~' 하는 건 약간의 찜찜함을 자아낸다. 개인적으로, 동우(이태성)를 '써니 소생'으로 설정해야 좀 더 깔끔한 스토리가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주리(변정수)가 동우(이태성)의 친누나가 아니고 '크리스탈 소생'이 아니라 할지라도, 지난 10년 간 '주리의 남편이자 재미(이보영) 친아빠인 형도(천호진)가 크리스탈(김수미)의 사위였었다~'는 건 '빼도 박도 못하는 과거'에 속한다. '과거'엔 그렇게 형도가 크리스탈의 <사위>였었는데, 이 드라마 주인공 커플이 맺어질 '미래' 시점에 가면 그랬던 형도가 또 크리스탈과 <사돈> 관계가 된다.
차라리 변주리(변정수) 아닌 변동우(이태성) 쪽이 '써니(문희경)의 친자'로 밝혀진다면 '친엄마(써니)-친아들(변동우)' 모자 상봉하게 한 뒤 형도(천호진)가 써니(문희경)와 '사돈'을 맺으면 되지만, 결과적으로 변동우(이태성)가 '크리스탈(김수미) 소생'으로 밝혀진 이상 형도(천호진)는 빼도 박도 못하게 '과거의 장모 크리스탈(김수미)을 사돈으로 맞게 되는 황당한 경험'을 해야 한다.
아무리 주리가 써니(문희경) 자식으로 밝혀져도 '과거' 시점에서 주리(변정수) 남편이었던 <형도(천호진)가 써니(문희경) 아닌 크리스탈(김수미)을 '장모'로 모시며 10년을 산 이력>이 존재하기에, 주리에 관한 '출생의 비밀'이 터지는 것과 관계 없이 형도와 크리스탈이 한 때 <사위-장모 사이>였다는 건 변함이 없게 되는 것이다. 드라마 제목 자체가 <애정만만세>인데, 주인공 커플인 형도(천호진)의 친딸 '재미(이보영)'와 크리스탈(김수미)의 친아들 '동우(이태성)'가 결국 안 맺어질 리도 만무하고...
이상한 삼각 관계 : 주인공 커플인 '재미'의 엄마-아빠 & '동우'의 누나
잘은 모르겠지만, 극 중 '동우(이태성)' 아닌 '주리(변정수)'가 크리스탈(김수미) 친자식일 경우 주리와 형도의 딸인 '세미'가 걸리기에 결국 '주리'를 '써니(문희경) 소생'으로 설정한 것 같은데(이 경우 크리스탈 부부는 '손녀딸의 배다른 언니'를 양아들 동우의 '며느리'로 맞아들이게 되는 셈이니), 어차피 그 반대로 '동우'가 '써니(문희경) 소생'이면 재미(이보영)와 결혼하더라도 동우(이태성) 자체가 크리스탈(김수미)의 '친아들'이 아니기 때문에 재미 동생인 '세미'의 존재가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한 때 "장모님~"이라 부르던 사람을 훗날 "사부인~" 하고 불러야 되는 시추에이션이라니..! 주말극 <애정만만세>가 인물 관계를 지나치게 꼬아가며 시청자들을 놀래킬 깜짝 반전(결국 '써니 베이비는 동우가 아니라 주리였드래요~' 식의 반전)을 추구하다가, 양 집안 간의 질서(호칭 & 관계)가 더더욱 복잡해진 게 아닌가 싶다.
요즘엔 굳이 이 드라마 뿐 아니라 한국 TV극 내에서 '알고 보면 일가 친척끼리 이성 관계로 얽히는 경우'가 참 많은데, 현실과 다르게 '3~4 가구 안에서 모든 인물 관계가 이뤄지는 TV 드라마 속 세상'을 보면서 '우리 나라가 인구 몇 안되는 부족 사회였나?' 하는 의아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