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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다 재미있는 상황극 '사랑과 전쟁'

타라 2011. 12. 13. 19:57
 2년 전에 종영되었던 TV 프로그램 '부부 클리닉-사랑과 전쟁'이 얼마 전에 다시 부활했다. 정통 드라마도 아닌 이 상황극이 '시청률'도 꽤 괜찮게 나오고 '무척 재미있다'는 평이 있길래 지난 주에 시청하게 되었는데, 역시나 재미있는 편이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요즘 쏟아져 나오는 '반응 저조하고 지루한 느낌의 드라마'보다 금요일 밤마다 하는 KBS2 <사랑과 전쟁>이 훨씬 영양가 있어 보인다.

지난 금요일날(2011년 12월 9일) 방송된 <사랑과 전쟁 2 : 아내의 비밀 아르바이트>를 딱히 챙겨 볼 생각은 없었는데, 우연히 극 초반부를 보구서 '뒷 내용'이 궁금하여 앉은 자리에서 다 봐 버렸다.

'4주 후에 뵙겠습니다~' 신구옹을 대신할 <사랑과 전쟁 2> 전문가들

요즘엔 여타 단막극(드라마) 내용을 잠시 살펴 보다가 도저히 안 땡겨서 채널을 다른 데로 돌린다거나, 중간에 끼어 들어간 연속극(드라마)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인지 잘 파악이 안되고 재미가 없어서 시청을 거부하게 되는 경우가 참 많은데, 부활한 <부부 클리닉 : 사랑과 전쟁 2>의 경우 스타급 배우들이 전혀 나오지 않고서도 '한 번 보면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 존재하는 걸 보니 <위기의 부부 상황극 '사랑과 전쟁', 열 '드라마' 안 부러운 상황>이 아닌가 싶다.

비록 원조 <사랑과 전쟁>에서의 신구옹 멘트 "4주 후에 뵙겠습니다~"가 없어서 끝부분이 좀 심심한 감이 있지만, 각 부부들의 에피소드를 담은 '극 내용' 자체는 <사랑과 전쟁 2>도 무척 흡인력 있고 흥미로운 편이다. 또한, 별로 유명하지 않은(기존에 별로 접해본 적 없는 or 처음 보는 듯한) 연기자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니 특유의 '신선한 느낌'도 전해진다.

최근에 방송된 <사랑과 전쟁 : 아내의 비밀 아르바이트>는 어쩐지 성서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엄밀하게 말해서 이 편에 나온 '아내'가 불륜을 저지른 셈인데, 전반적으로 이 회차의 '젊은 부부'는 애잔한 느낌을 갖게 하며, 이 극을 다 보고 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아내에게 한 번 더 기회를~'이란 생각이 들었다.


고아원(보육원)에서 자란 어린 아내(한그림)는 아직 학생 신분인 젊은 남자(금호석)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되는데, 남편이 학생이다 보니 부인 쪽에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상황이다. 보육원에서 고등 학교까지 마친 아내는 간호 학원을 다닌 뒤 병원에 '간호 조무사'로 취직하여 생계를 이어갔으나, 어느 날 병원 사정이 어려워져 계약직 간호 조무사였던 그녀는 짤리게 된다.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있는 남편(금호석)은 똑똑한 공대생이어서 반 년만 버티면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는 상황이라, 아내(한그림)는 본인의 실직 상황을 남편에게 숨긴 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댄다. 그러던 중, 그녀는 우연히 보육원에서 같이 자란 오빠를 만나게 되는데...

이 보육원에서 알게 된 오빠는 <아담과 이브>에서 '이브를 유혹하는 뱀'과 같은 존재이다. 남편 '학비' & 본인 가정의 '생활비'와 더불어,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시어머니로부터 '당장 허리 수술을 해야 하는 시아버지 병원비' 압박까지 받고 있던 어린 아내(한그림)는 '돈을 많이 벌 수 있게 해주겠다~'는 보육원 오빠의 달콤한 '유혹'에 못이겨 결국 '나쁜 길'로 접어들게 된 것-

신종 삥뜯기 알바 - 미리 주인이랑 짜놓은 '세트 메뉴' 시킨 뒤, 화장실 간다 거짓말하고 줄행랑~

그녀는 '상큼한 미모'를 무기로 지나가던 남자와 인연을 맺어 '다음 약속'을 잡은 뒤, 데이트 장소인 '(여자 쪽에서 미리 정해놓은) 음식점'에서 몇 십 만원 상당의 요리를 시키고선 내빼는 방식으로 그 음식점과 돈을 나눠 갖는 사기를 치게 된다. 그 '브로커 알바'로 쉽게 돈을 벌게 된 그녀는 이번엔 강남으로 진출하여 더 큰 건수를 잡으려 하나, 그 쪽에서 사기 치다가 알게 된 한 '중년 남성'에게 딱 걸리고 만다.

그 바닥 행태를 다 아는 중년 아저씨는 사기 친 그녀를 다그치다가, 본심을 숨긴 채 그녀에게 자기랑 놀아주면 '월 500만원을 주겠다~'며 순진한 어린 아내(한그림)를 꼬득이는데.. 알고 보면 이 '중년 남성
(권혁호)'이 '공대생인 젊은 남편(금호석)'의 똘똘함을 인정하여 그를 아끼는 과 교수이다. 단정하고 점잖은 남자인 척 환심을 산 뒤 젊은 여자애를 어떻게 해볼려는 게 목적이었던 이 중년 남성(권혁호)은 자신이 '대학 교수'란 사실을 숨기고 '사업가'인 척 행동한다..


그렇게, 어린 아내와 중년 남자(교수)는 서로 그런 관계인지 모른 채 만남을 이어가고.. 몇 백 만원에 달하는 시아버지 병원비 등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젠틀한 척 접근해 오는 중년 아저씨(권혁호)'를 만나오던 아내는 '사랑하는 남편에게 죄짓는 기분'에 무척 괴로워 한다. 그리곤 '받은 돈'은 나중에 갚아 주겠다며 그 교수에게 '그만 만날 것'을 요구하지만, 교수는 '마지막으로 오늘 하룻동안 같이 있어만 주면 다시 연락하지 않겠다'는 거짓말을 한 뒤 술 취한 그녀를 겁탈해 버린다.

그렇게 약점이 잡힌 어린 아내는 '동침 사실을 남편에게 알려 버리겠다~'는 교수(중년 남성)의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와의 만남을 계속 이어갈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돈이 남아도는 '부동산 재벌'로, 자신의 욕망을 위해 이 '순진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아내'를 꼬셔 악의 구렁텅이로 빠뜨렸다.(앞의 보육원 오빠는 '순진무구한 이브=어린 아내'를 사악한 길로 접어들게 만든 에덴의 뱀 1, '오로지 남편만을 사랑했던 그 어린 아내'를 졸지에 불륜녀로 만들어 버린 이 능글능글한 중년 아저씨는 뱀 2인 셈이다~)


학과 내에서 제일 똑똑한 학생이어서 교수로부터 인정 받고 '졸업 후 바로 좋은 직장에 취업'은 따놓은 당상이었던 젊은 남편은 졸업을 앞두고 교수의 '출판 기념회'에 아내를 데리고 가는데, 거기서 저 '부적절한 관계'의 교수(권혁호)와 어린 아내(한그림)가 맞닥뜨리게 된다. 계단에서 둘의 얘기를 엿들은 남편(금호석)은 아내가 자기 과 교수랑 동침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며, 이 부부는 '이혼 위기'에 처한다.

개인적으로, 그 뒤의 상황이 묘하게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현실 속에서도) 사회에서 이름 알려진 '유명한 사람들'이나 '주변인들'에 관한 <소문>을 접했을 경우, 그 '소문 내용'이 '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꽤 많을거라 생각한다. <사랑과 전쟁 2 : 아내의 비밀 아르바이트> 편에 나온 이 부부 역시 마찬가지 상황인데, 원래 이 극에서의 '어린 아내'가 교수와 동침하게 된 것은 음식점 브로커 사기 알바하다가 딱 걸린 그 '중년 남성(교수)'이 그녀에게 거짓말을 한 뒤 강제로 겁탈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한 번 그런 상황이 생기자, 이 어린 아내는 '남편과 시가 쪽에 동침 사실을 알려 버리겠다~'는 교수의 협박에 못이겨 계속 부적절한 만남을 이어왔던 것- 허나 '출판 기념회' 사건 이후 학교엔 <실제 정황과 다른 소문>이 돈다. 원래 이 극에서의 젊은 남편(금호석)은 본인이 열심히 공부해서 '교수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좋은 직장에 '취업 추천'도 받을 수 있었던 건데, 학교 내에선 '그의 아내가 교수에게 성상납해서 교수가 그녀 남편을 좋은 직장에 추천해 줬다~' 이런 식의 황당한 소문이 돌게 되어버린...

졸지에, 취업 위해 마누라 성상납 시킨 놈 되어버린 '억울한 남편'

당사자(남편) 입장에선 정말 미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후 '아내가 실직한 뒤 그런 버라이어티한 사건을 겪을 동안 아무 것도 모른 채 공부에만 몰두했던 젊은 남편'은 심히 괴로워 하며 술로 시간을 보내다가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하게 되는데, 막상 그 사실을 알게 된 자기 어머니가 노발대발하며 그녀를 내쫓으려 하자 부인 역성을 드는 걸 보면 '아내에 대한 사랑'은 남아 있었던 모양~

'시어머니 입장'에서 안 그래도 못마땅했던 며느리가 바람(?)까지 피운 격이 되었으니 노발대발하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면서, 또 한 편으로 시어머니 또한 그 '며느리의 일탈에 일조'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 부부(시아버지 & 시어머니)와 아들에게 경제력이 없어서, 번번히 아들 생활비를 대던 며느리에게 '시아버지 수술비'를 마련하도록 큰 압박을 가했으니 말이다.
(실제로, 이 극에서 어린 아내가 월 몇 백 만원을 준다는 중년 아저씨랑 만날까 말까 고민하던 시점에 '시아버지가 당장 몇 백 만원 들어가는 수술을 받지 않으면 장애인이 될 뻔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것이 아무리 '구린 돈'이라 할지라도, 어쨌든 이 시어머니 입장에선 며느리가 능욕 당해가며 마련해 온 큰 돈으로 '급한 불'을 끈 게 사실이니...

이 부부의 경우 '서로에 대한 사랑'이 없다거나 아내에게 '바람 피우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게 아니기에, 그 엄청난 사건을 겪었음에도 이혼하는 게 왠지 안타깝게 느껴졌다. 마지막에 나와서 한 마디씩 했던 전문가들의 의견을 살펴보니, 여성 전문가 쪽 멘트에서 '애초에 남편 생활비와 시아버지 병원비를 대기 위해 악의 길로 빠져들게 된 어린 아내'를 살짝 불쌍하게 여기는 뉘앙스가 풍겨져 왔다.


사실.. 이번 상황극을 보다 보면 '남편에 대한 사랑, 희생, 절실한 시아버지 병원비와 생활비..' 이런 것 때문에 나쁜 길로 접어들게 된 아내가 (뱀 1, 뱀 2의 달콤한 유혹에 어쩔 수 없이 넘어간) 피해자 같기도 하고, 어리고 철없는 그녀를 꼬득여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버린 '중년 교수가 나쁜 놈~'이란 생각이 든다.(but, <사랑과 전쟁> 다른 회차에도 꽤 나왔던 이 '중년 교수' 역 배우분의 분위기는 무척 매력적임) 제 3자 입장에서 봤을 땐 '그 일이 떠오를 때마다 괴롭긴 하겠지만, 그게 다 '경제력 없는 남편에게 걱정 안 끼치고 돈을 마련하려 했던 부인의 배려심 & 사악한 인간들의 유혹으로 인한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비롯된 일이니 남편이 어린 아내를 용서해 주면 좋지 않을까?'의 정서가 강하게 느껴지는...

성서에 나온 '이브'는 '아담'과 세트로 (에덴 동산에서) 가차없이 쫓겨 났지만, 이 극에 나온 '이브(어린 아내)'에겐 한 번 더 '기회'를 줬으면....하는 생각이 든달까- 따지고 보면 '달콤한 말'로 순진무구한 그녀를 꼬득인 '뱀'이 제일 나쁜 건데, 항상 가장 욕 먹거나 피해 보는 건 '이브' 같기에 그런 데 대한 반감도 약간은 작용했다 할 수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실수'할 수 있는 존재이며, <사랑과 전쟁 2 : 아내의 비밀 아르바이트> 편에 나온 이 부부의 경우 '어린 아내'가 '남편과 가정을 위한다는 갸륵한(?) 목적'으로 그 쪽 길로 접어든 것이기에(또 이 부부는 서로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 있기에) '그 한 번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는 게 바람직하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