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에 양 집안이 '겹사돈'을 맺게 되는 '보고 또 보고'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그 때만 해도 해당 드라마 속에서의 '겹사돈' 설정이 나름 논란이 되었었는데, 요즘엔 논란 축에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한국 드라마에서 '겹사돈' 설정 쯤은 쉽게 나온다. 대신, 그보다 수위가 훨씬 센 설정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겹사돈' 설정의 터를 닦은 임성한 작가가 그것에 일조했다고 생각하는데, 임작가는 <보고 또 보고> 이후에 쓴 <하늘이시여>에선 '친엄마가 딸을 며느리 삼는 내용'을 등장시켰다. 그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어차피 여주인공 친엄마(한혜숙)의 아들 왕모(이태곤)가 그녀의 친아들은 아니었기에 말이다. 하지만, 중간에 양 쪽 피를 반반 물려받은 동생 '슬아(이수경)'가 있었기에 곤란한 내용이었다.

슬아 : '헐, 오빠 마눌이 내 친언니라니..!
어떻게 이런 일이~!'
/ 드라마 <하늘이시여>

그 드라마에서의 슬아(이수경)는 왕모(이태곤)와 '아버지'가 같고, 자경(윤정희)과는 '어머니'가 같았기에 말이다. 그런데.. 왕모와 자경이 '부부 사이'가 되었으니, 그 밑에서 태어난 아이는 슬아를 '고모'라고 불러야 할지 '이모'라고 불러야 할지..;; 정말 엄한 가계도가 아닐까 한다.

최근에 끝난 주말극 <사랑을 믿어요>에선, 사촌지간인 우진(이필모)과 윤희(황우슬혜)가 '부부 사이'가 되었다. 비록 윤희가 김교감(송재호)네 친딸이 아니라 할지라도 어쨌든 '수양딸'로 오랫동안 한집에서 가족처럼 지냈는데, 그 사촌 오빠(김교감의 조카)와 결혼하는 건 모양새가 좀 이상했다. 그래서, 극이 끝나고 나서도 '난 그 결합이 괜찮은 것 같다' VS '끝까지 용납할 수 없는 관계다'의 의견이 팽팽했던...

'세상의 반이 남자고, 반이 여자'이건만, '등장 인물 수와 촬영 장소 숫자의 한계'를 이유로 들어 요즘 우리 나라 드라마 작가들은 너무 '두 세(2~3) 집 안에서 모든 등장 인물을 다 짝지우려는 경향'이 강하다.

큰아버지 (수양)딸과 결혼? / 드라마 <사랑을 믿어요>

최근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애정 만만세>에서 로맨스를 이어갈 남녀 주인공 역시 '엄한 관계'이긴 마찬가지다. 변호사 동우(이태성)가 사랑하게 될 여자 재미(이보영)는 무려 '동우 매형인 형도(천호진)가 전처 사이에서 낳은 친딸'이기에 말이다. 형도가 또 새 장가 든 여자 주리(변정수) 사이에서 딸을 낳았기에, 이 극에서의 재미(이보영)는 '동우(이태성) 조카의 배 다른 언니'이기도 하다.

하고 많은 여자들 중에 '매형의 친딸과 사랑에 빠지는 처남'이라니... 나중에 가서 '주리(변정수)나 동우(이태성)는 그 집 친자식이 아니었드래요~' 할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집은 핏줄 상으로/호적 상으로 그렇게 얽혀 있기에 두 남녀 주인공 간의 결합이 굉장히 비정상적인 관계인 것만은 틀림없다.

새로 시작한 주말 연속극 <천 번의 입맞춤>은 기본 설정 자체가 몇 년 전 드라마 <하늘이시여>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이 드라마에서도 여주인공의 '친어머니'가 '시어머니' 될 기세다. 거기다, 요즘 드라마에선 한 술 더 떠 '총각이 사연 있는 이혼녀랑 결합하는 스토리'가 주된 설정~

내 남자의 엄마는 나의 친엄마? / 드라마 <미스 리플리>


얼마 전에 종영된 수목 드라마 <미스 리플리>에서도 '여주인공을 낳아 준 친어머니가 시어머니 될 뻔한 설정'이 등장했었는데, 요즘 TV극에선 이러하듯 '다 성장한 주인공이 로맨스로 엮이는 상대=그 주인공과 원래 인연 있던 사람하고 가족을 이루게 된 인물'이라는 <우연>적 설정이 자주 등장한다.

웬만한 스토리론 잘 안 먹히거나 시청률이 안 나와서 자꾸 '강도 센 설정'을 등장시키는진 모르겠지만, 현실에서 자주 볼 수 없는 그런 현상들을 최근 들어 '안방 극장'에서 너무 자주 접하다 보니 '우리 나라 TV 드라마? 갈수록,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세계~'처럼 느껴지곤 한다..

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