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그동안 뒤마의 소설 <몬테 크리스토 (백작)>는 수없이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다. 그 중 한 영화가 '원작 소설에선 메르세데스가 남편 페르낭 몬데고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었던 알베르(알버트)'를 '메르세데스와 에드몽 단테스 사이에서 난 아들'인 것처럼 '출생의 비밀' 실정을 동원하여 원작 설정을 변경하였는데, 라이센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가 그 설정을 차용해 왔으며, 거기에다 한 술 더 떠 여주인공 '메르세데스'를 민폐 사기꾼 캐릭터로 둔갑시키고 그녀의 아들 '알버트'를 패륜아로 만들어 버렸다.
2010~2011'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한국어 버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마땅히 응원 받아야 할 주인공 가족이 결말부에 가면 오히려 악당보다 더 얄밉게 느껴진다~'는 대목이다. 하지만 알렉산드르 뒤마의 원작은 전혀 그런 정서를 지닌 내용이 아니다- 무엇보다 뒤마의 <몬테 크리스토>는 '복수극의 전설'이라 할 만한 작품임에도 2009년 이후에 나온 스위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는 '스토리의 핵심이 되어야 할 주인공의 복수'를 1~2곡 장면만으로 끝내 버리는 무성의함을 보여준다.
나름 '용서'와 '화해'의 미덕을 강조하려는 의도 같은데, 한국어 버전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에선 정작 그 의미조차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 주인공 에드몬드 단테스는 자신의 원수들을 재기 불능 수준으로 망하게 하는 등 실컷 '복수' 다 해놓구선 그 상대에겐 뒤늦게 '용서'의 미덕을 권하며, 메르세데스의 아들 알버트는 마지막에 '이제 갓 친아버지(생물학적 아버지)임을 알게 된 에드몬드'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20년 가까이 자신을 길러 준 아버지 몬데고'를 죽이는 <패륜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물론 직접 피를 나눈 부모-자식 간의 '천륜'이란 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끈끈한 인연이긴 하지만, 아직 덜 자란 어린 청년이 '아주 오랜 시간동안 전혀 일상을 함께 하지 않았던 최근 들어 갓 알게 된 한 남자'가 자기 친아버지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여 '20여 년 간 한 집에서 생활하며 자신을 키워 준 아버지'에게 손쉽게 총을 쏘아버릴 수 있다는 설정이 그리 개연성 있어 보이진 않는다.
최근 방영 중인 모 주말극('반짝반짝 빛나는'이랄까..)처럼 해당 극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자식을 '낳은 정'을 깡그리 무시한 채 '기른 정'만이 중요하다 말하는 것도 <비정상적>이지만, 마찬가지로 '낳은 정'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기른 정'의 가치를 완전 무시해 버리는 것도 <비정상적>이긴 마찬가지이다.
한국어 버전 <몬테 크리스토>에선 뒤마의 원작 설정과 달리 여주인공 '메르세데스'가 다른 남자(에드몬드) 애를 임신하고서 엄한 집(몬데고네)에 시집가 버린 뒤 주변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속이고 살아온 것으로 설정되었으며(말 그대로, 그녀의 아들 알버트는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인물), 그녀는 죽은 줄 알았던 옛 애인 에드몬드가 큰 부자가 되어 나타나자 적당한 이혼 절차도 밟지 않은 채 아들의 '출생의 비밀'을 무기로 <현재 남편 → 옛날 애인>으로 바로 라인을 갈아타는 '민폐 된장녀스런 여주인공'이다.
라이센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에 나오는 이 주인공 가족(에드몬드-메르세데스-알버트) 캐릭터가 대략 난감인 것은 <악당보다 더 큰 도덕성이 요구되는 주인공 가족>임에도, 이들의 모습은 너무나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현재 남편이 옛날 애인에게 몹쓸짓을 했어도 그 원인은 메르세데스 자신에게 있었고(몬데고가 악행을 저지른 건 '메르세데스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으므로), 그런 걸 떠나 여러 사람들 앞에서 선서를 하고 정식으로 식을 올려 행한 '결혼'이란 게 그리 가벼운 성질의 것이 아님에도 이 뮤지컬에서의 메르세데스는 그것을 너무나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같이 애를 키우며 20년 가까이 한 집에서 살아온 '현재 남편'과 '옛날에 헤어지게 된 애인'이 무슨 양손의 사탕 같은 게 아님에도, 이 극의 메르세데스는 마치 양손에 사탕을 쥔 어린애처럼 '한 쪽 사탕이 이제 내게 아무 가치 없어졌으므로 과감하게 버리고 새 사탕에 집중하겠다~'의 자세를 보여준다. 그리고.. 전후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한 사람이 어떤 아이를 20년 가까이 자식으로 생각하며 키워 온 세월'이 그리 가볍지 않음에도, 이 유아적인 '메르세데스'는 어린 아들을 추동질 하여 자기 '옛 애인'이 그의 친부임을 강조하면서 그 아들의 머릿 속에서 '키워 준 아버지'를 무한 나쁜 놈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버렸다.
'막장 드라마'란 불명예스런 평가를 떠안게 된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한국어 버전'에서, 그 결과는 결말부 '패륜 행위'로 이어진다. 마지막에 메르세데스의 현 남편인 '페르낭 몬데고'와 옛 애인인 '에드몬드 단테스'가 1:1 결투를 벌이다가 몬데고가 에드몬드를 찌르려 하자, 그들의 아들 '알버트'가 달려와 '생물학적 아버지 에드몬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키워 준 아버지 몬데고'를 총으로 쏴 죽여 버린 것이다. 이것은 뮤지컬계 '병맛 스토리' 랭킹 3위 안에 들 정도의 기분 나쁘고 부적절한 결말이 아닌가 싶다.
비정한 가족에게 당한 실질적인 '비련의 남자 주인공',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가 아닌 뮤지컬 <몬데고>?
아무리 순간의 '실수'로 그리 되었다 할지라도, 어쨌든 자신의 <'어린 아들'이 '키워 준 아버지'를 총 쏴서 죽이는 패륜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이 '에드몬드 & 메르세데스' 커플은 그것에 충격 받거나 아들 양부의 급작스런 죽음에 크게 안타까워 하는 기색 없이 바로 자기 세 식구 같이 살게 되었다며 감격해 하는데.. 그런 '악당 못지 않은 비정한 느낌의 주인공 가족'에게 어찌 호감이 생길 수 있겠는가-
한국판 <몬테 크리스토>를 보고 나면 '응당 되갚음을 받아야 할 악당 몬데고'의 몰락이 원작 소설에서처럼 그리 통쾌하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이 악당이 불쌍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결말부에 가면, 주객이 전도되어 주인공 가족이(에드몬드 & 메르세데스 & 출생의 비밀을 지닌 채 양육된 그들의 친아들 알버트 트리오) 뭔가 진짜 악당 같고 사기꾼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원작 <몬테 크리스토>는 '스위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한국 공연'에서 선보인 저런 류의 결말이 절대 아니다- 그 '원작 소설에 나오는 세부적인 스토리와 인물 묘사'는 '얼기설기한 구성의 뮤지컬 버전'에 비해 훨씬 디테일하고 개연성 있으며, 결말 역시 통쾌한 정서를 안겨주는 내용인...
인상파 뒤 선생 : "통쾌한 복수극의 전설인 내 작품을
한국 뮤지컬계에서 막장 패륜극으로 만들었다고~?!!"
뒤마 선생이 집필한 소설에서의 '몬데고'는 뮤지컬 버전에 비해 (결말부에 당하는 게 충분히 이해된다 싶을 정도로) '악행'을 훨씬 많이 저지르며, 주인공 에드몽(에드몬드)이 서서히 그의 악행이 밝혀지게끔 세련된 복수를 함으로써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 인물이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원작 <몬테 크리스토>에는 '어린 아들이 자신을 키워 준 아버지를 죽이는 패륜 설정'이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Monte Christo)> 스위스 원 버전 공연' 역시 마찬가지이다. 독일어로 공연된 스위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에선, 마지막 장면에 '알버트(알베르)'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살아 돌아온 '에드몬드'가 '지금은 몬데고 부인이 된 자신의 옛 애인 메르세데스'와 애정 행각을 벌이던 중, 분노하던 에드몬드의 원수 '몬데고'가 달려와 칼싸움을 벌이는 설정이다.
그 '칼싸움'에서 이겨 가던 '에드몬드'는 결국 '몬데고'를 죽이지 않고 살려주지만, 그랬던 몬데고가 비겁하게시리 다 끝난 싸움에서 다시 칼 들고 달려와 에드몬드를 죽이려 해서 이 주인공이 '정당 방위'로 그런 몬데고를 찌르는 내용으로 처리되었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가 원작 소설에 비해 전반적인 내용이 좀 빈약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위스 원 버전 <몬테 크리스토>가 한국판 공연에서 선보인 것처럼 그런 '패륜에, 심각한 막장 드라마스런 스토리'까지는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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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이 극에서의 '에드몬드(에드몽)'와 '몬데고'는 <직접적인 원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고, 마지막에 에드몬드는 몬데고에게 일단 한 번 '기회'를 주었기에, 그가 <정당 방위>로 몬데고를 찔러 죽였다 하여 그것이 '막장 결말'이나 '패륜 설정'이 되지는 않는다. 그저 당글라스(당글라르), 빌포트(빌포르)와 더불어 자신을 14년 간이나 '억울한 감옥 살이' 하게 만든 페르낭 몬데고에 대한 주인공의 '적절한 응징'이자, 또 다시 억울하게 죽지 않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어'였을 뿐...
하지만 몬데고와 직접적인 원한 관계가 없는 그들의 아들 알버트(알베르)가 자신을 '길러 준 아버지를 죽여 버리는 내용'은 명백한 패륜에, 찜찜한 결말이다. 어차피 '스위스 뮤지컬' 가져다가 무대에 올린 것이며, 그냥 '있는 그대로' 가져다 썼으면 중간은 갔을텐데, 국내 기획사에선 왜 멀쩡한 작품에다가 괴상망측한 각색을 가하여 '캐릭터'와 '작품의 질'을 바로 골로 보내버리는 막장급 뮤지컬을 탄생시킨 것일까..?
이 기획사에서 내년(2012년)에 독일어권 뮤지컬의 진수인 <엘리자벳(엘리자베트)>를 '각색'해서 올리는 모양인데, 같은 국내 제작사에다가 동일한 '한국판 막장 <몬테 크리스토>'의 연출가로 진행되는 작품인지라 '다음 번엔 또 어떤 최악의 스토리를 보여줄려고 하는지~' 심히 걱정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