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폴리스
실제 존재했던 조선 시대 '다모'는 천하장사?
앞에 <茶 : 차 다>자가 들어간 걸로도 알 수 있듯, 조선 시대 때의 '다모(茶母)'는 <관에 소속되어 '차(茶)를 끓이는 일'을 담당했던 관비>를 지칭하는 말이다. 거기에 더하여, 탐정(비밀 경찰) 노릇도 겸했던 걸로 알려져 있다. 뒤에 들어가는 '母(모)'는 특정한 일을 담당했던 여인을 뜻하는 말로, 조선 시대 땐 '차 끓이고 형사 사건을 조사하는 다모(茶母)' 외에도 '반찬 만드는 일을 도맡아 했던 찬모(饌母)', '세자의 교육을 담당했던 보모(保母)', '돈 받고 바느질했던 침모(針母)' 등의 직업이 존재했다.
어제 임성한 작가의 신작 드라마를 잠깐 보다 보니, 남자 주인공 이름이 '다모(성까지 합치면 아다모)'로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극 안의 인물들이 "다모야~" 하면서 그 캐릭터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다모? 저 사람이 무슨 조선 여형사인가.. 하지원이야~?'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 주말극을 보다 보면 2003년 드라마 <다모>의 향기를 풍기는 극들이 종종 발견되곤 한다.
얼마 전 인기리에 끝난 주말극 <시크릿 가든>만 봐도, 한 때 '다모 폐인'이었다는 김은숙 작가가 '드라마 다모에 대한 오마주'로 만든 극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기본 설정 자체가 <다모>와 흡사하다. 캐스팅 된 여주인공(하지원)도 동일하다.
2003년에 방영되었던 전설의 폐인 드라마 <다모>에선 하지원이 좌포청에 소속된 '조선 여형사 & 차 따르던 관비'로 나왔는데, 부모 잃은 고아이자 좌포청의 '홍일점'이었던 그녀를 이부장, 백부장 등 좌포청 남자들이 친여동생처럼 아껴주고, 그 무리를 이끄는 대장 격인 '황보 종사관'은 그런 다모를 끔찍하게 여기면서 '사랑'하는 남자로 나왔었다.
최근에 방영된 <시크릿 가든>에선 하지원이 액션 스쿨의 '홍일점'이자 부모를 잃고 친구랑 같이 살아가는 스턴트 우먼으로 나왔으며, 그런 그녀를 액션 스쿨 남정네들이 친여동생처럼 아껴주고, 그곳 대장인 '임감독'은 남몰래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로 나왔었다.
여주를 둘러싼 환경, 꽤나 비슷한 설정이 아닌가- 거기에다가 '여주인공 아버지에 관련한 트라우마'를 지닌 <다모>의 장성백 같은 남자가 <시크릿 가든>에도 등장한다. 한 쪽은 여주인공 아버지가 어린 여동생을 지켜주라 했는데, 지켜주지 못해서 괴로워 했던 남자로.. / 다른 한 쪽은 여주인공 아버지가 어린 그녀에게 꼭 전해달란 말이 있었는데, 전해주지 못한 채 오랫동안 정신적으로 앓고 있었던 남자로..
두 드라마 모두 '애초에 남자 쪽에서 우연한 기회에 여주인공의 모습을 훔쳐보게 되면서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도 비슷하고, 결말부에 남주-여주가 나란히 누워서 '아~ 이 사람이 (그 때의) 그 사람이구나..' 하며 쳐다보고 있는 설정도 왠지 익숙한 느낌이다.(남녀 역할이 크로스되고, 한 쪽은 '비극적 결말' / 다른 한 쪽은 '해피 엔딩'이라는 차이점은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한 때 '다모 폐인'이었던 입장에선, 다른 드라마들 속에서 그것의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참 야릇한 느낌이 들곤 한다. 임성한 작가의 신작 드라마의 경우.. 굳이 그것을 의식했다기 보다는 어찌 하다 보니까 그런 이름이 나왔는진 모르겠지만(한 때 남자 주인공 이름 '왕모'로 재미를 봐서 이번엔 '다모'로 가는 걸지도...;;), 그 집 식구들이 남자 주인공 '다모'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폐인 드라마 <다모>가 자동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조선 시대 때 실제 존재했던 여자 경찰=다모'를 이야기할 때, 드라마 속에 나온 '하지원'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우포청과 좌포청은 조선의 9대 임금인 성종 시대에 만들어졌는데, 당시 그곳에 소속되어 비밀 경찰로 일했던 다모(茶母)는 드라마 속에 나온 하지원처럼 '중키에 곱상한 외모'가 아니라 '(그 때 기준으로) 여성들의 평균 키를 훌쩍 넘겨야 하고, 40kg나 나가는 쌀가마니 정도는 가볍게 휙~ 들 수 있을 정도로 힘 센 장사'여야 뽑힐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시기에 '남자 형사'들은 사대부가의 집 내부에 있는 깊숙한 곳에 들어갈 수 없었기에 '여형사'인 다모가 투입되었고, 조선 시대의 다모(茶母)는 치맛 속에 '비교적 큰 부피의 오랏줄과 철퇴(쇠도리깨)'를 숨긴 채 그 집 여종들을 매수하여 수상한 집을 염탐하다가 증거가 확실하면 직접 죄인을 오랏줄로 묶어서 잡아오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것두, 역모 죄인 같은 굵직굵직한 용의자들을 말이다..
당시 양반들의 집에는 '가족 아닌 외부 남자들'이 출입할 수 없는 안채가 있었는데, 이곳에 범인들이 숨어 들어갔을 때 '숨은 죄인'들을 잡아내는 것도 여형사인 '다모'의 몫이었다. 그녀들이 근무 시간에 소지했던 '쇠도리깨'는 쇠몽둥이 같은 것으로, 범인 잡아낼 때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2003년 <다모> 방영 직전, 여주인공이 가끔은 '남장'을 하고 '무술'도 한다는 사실을 접하고서 '이런 역할은 하지원보다 키가 훌쩍 크거나 덩치 큰 여배우가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다. 그러다가, 드라마 시작 후 '<다모>에서의 여주인공은 남자 주인공들과의 멜로적인 요소가 큰 역할'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걸 기준으로 한다면 '하지원이 딱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더랬다. 하지만 기록에 나온 조선의 실제 다모(茶母)를 생각한다면..?
예전에 다른 드라마에서 탤런트 양희경이 '다모'로 나온 적도 있었는데, 조선 시대 때 존재했던 '실제 다모(茶母)'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면 하지원 보다는 양희경 쪽이 좀 더 근접한 이미지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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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체격이 더 우람하고 좋아야겠네요~~ 드라마에서는
답글
그런 설정은 그렇지만...ㅎ 다모가 2003년도인가요? 햇수를 보니
정말 빠른 세월이네요~~엊그제 같았는데.. 오늘 옛 드라마를
다시 기억하게 해주어서 감사해요! 엄청 재미있게 보고 하지원의
매력에 푹 빠졌던 드라마였죠! 잘보고 갑니다~^^* -
HJ 2011.01.24 13:48
실제로야 어디 하지원같겠습니까만은.. ..우람해야 일을 할테니..
답글
그래도 드라마는 하지원이기 때문에 재미있었다는.. ㅎㅎ
잘 보고 갑니다.~ -
신현균 2011.01.24 14:15
아마도 시도를 했을 것입니다. 하지원이 아니더라도. 이런 식의 노트가 너무나 안약 같고, 소염 연고제 같습니다. 가장 극적인 필연성이, 공주가 뜻하지 않게 출정하게 되는 케이스가 아닐까 합니다. 아니면 중요 죄인을 심문하는 일을 하게 되는. 스펙스 프로 넘버 쓰리 지점. 공주는 폭 넓은 서울 사교계의 히로인. 남자는 경기도 인근에서 작은 문명을 갖게 된 선비. 다모가 어느 날 관아에 나오지 않고, 찾아가 보니 죽어 있었는데, 방 안에 오랏줄과 쇠 도리깨가 있어서 신기하다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십년에 한 번 꼴로 전국에 걸쳐 일어났다면, 천주교 수녀 집단인가 아니면 자연적인 다모의 화제 집중 여럿이서 관아 흉내 개인적인 은밀한 지속적인 수사하기의 몰락인가 경복궁 경회루에서는 궁금했을 것 같습니다.
답글 -
해바라기 2011.01.24 14:25
조선시대 여형사 '다모'가 천하 장사였군요.
답글
이드라마를 잘 안 봐서 몰랐는데 오늘 글을 통해서.
다모의 존재를 알았네요.
글 재밌게 보고갑니다.
오후도 즐거우세요.~~^^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1.24 14:28
저도 예전에 다모 보면서 기록들을 찾아본 적이 있었어요.
답글
하지원과는 다른 조건이더군요. 여리여리해서는 안되는....
글보니 제가 찾아봤던 기록들과도 비슷하네요.
새로운 드라마 남자 주인공 이름이 다모인가봐요.
저는 임성한 작가 작품이라 구미가 안당겨서 아직 안봤어요. 다운받아두고 볼까말까 고민중이랍니다. 드라마 이상한 것 보면 괜히 기분만 찝찝해지는 그런 기분있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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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야 2011.01.24 16:02
그렇게보니 시가와 다모가 이어지는군요:) 저도 다모를 보며 다모에 대한 걸 막 찾아보며, 드라마와 좀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답니다. 그보다 이 포스팅을 보니 갑자기 다모를 재탕하고 싶어지네요. .....참고로 시가 후속작은 아다모란 히어로보다, 그 아버지 되는 분의 이름을 보고 빵 터진 기억이;;
답글 -
당시에 웬만한 남정네에게 제압당하지 않고
답글
범인을 체포하려면 어지간한 힘으로는 안되었겠습니다..
하지원 체격으론 역시 무리인 것 같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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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불어 2011.01.24 17:18
아, 그렇군여..
답글
정말 다모 한국에 가서 케이블로 봤던 기억이 나네여 ㅎㅎ
덕분에 다모에 대해 자세하게 알았습니다..
상식이 점점 늘어나서 주체를 못하고 있는 저의 뇌 ㅎㅎ
고마워여, 타라님 ^^*
그런 의미루다가 오늘도 완전 행복하세여~ ㅎㅎ -
아~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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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역사의 발견이군요^^
다모는 천하장사이다...어디 가서 아는 척 좀 해봐야 겠습니다~헤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행복한 한주 보내세요^^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1.24 21:47
실재 역사와 드라마의 설정상의 간격은 엄청나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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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사극은 고증이 필요한데,
국내 사극의 고증은 언제나 안습이죠...-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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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랬군요. 시크릿 가든과 다모의 비교도 흥미롭습니다. 그걸 눈치채시다니 말씀하신 것처럼 진짜 다모 팬이셨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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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다모에 양희경님은 싱크로 100% 군요. 갑자기 개그맨 김신영씨가 생각이 나는건 왜일까요. ^^ -
보노보노 2013.09.23 19:28
재미있는 글 잘 보고 갑니다. 그래도 명색이 진지한 정극 드라마의 로맨스도 있는 여주인공이니 너무 한 눈에 보기에도 우람한 처자를 뽑기는 그랬을 것이고... 다모 역에는 하지원만한 여배우가 없다고 봅니다. 옷으로 가려진 모습은 가녀려보여도 사실은 아주 탄탄하고 건강미 있는 근육이 붙어있는 멋진 몸매의 소유자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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