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접한 뮤지컬 보도 자료를 보니 전 세계 뮤지컬 중에서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 뮤지컬'에 기 안 죽고 대등하게 자체 경쟁력을 가진 게 '프랑스 뮤지컬'이라고 하던데, 프랑스에선 요즘에도 대작 뮤지컬이 연간 1~2편 정도 만들어지고 있으며 잘 나가는 작품은 굉장히 흥행하고 있다.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락 오페라(Mozart L'Opera Rock)>
2009년에 초연되어 공연 몇 달 만에 관객 수 '80만'을 돌파하고,
최근 들어선 '100만' 관객 돌파한 프랑스의 최신 초흥행 뮤지컬~

어차피 각 나라별 인구 수와 관계없이 특정 공연을 올리는 '공연장 객석 수'는 한정되어 있기에.. 우리 나라에서 굉장히 흥행한 뮤지컬이라 할 수 있는 <지킬 앤 하이드> 한국판이 2004년에 초연된 뒤 몇 년을 더 공연하고 '35만' 관객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영화도 아닌) <모차르트 록 오페라> 같은 뮤지컬 작품이 공연 몇 달 만에 '80만' 관객을 채웠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프랑스인들이 전반적으로 '뮤지컬(musical)'을 막 좋아하고, 이런 차원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 잘 나가는 뮤지컬은 꽤 잘 나가지만, 프랑스인들은 뮤지컬보다 더 차원 높은 공연 or 문화 컨텐츠들을 두루두루 다 좋아하기 때문에 특별히 뮤지컬을 좋아하는 나라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다.

어쨌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브로드웨이 뮤지컬 따위~' 하면서 생깔 수 있는 '문화적 자부심' 대단한 나라가 프랑스이긴 하다. 그러한 이유로 예술이나 문화적 가치를 거지 발싸개 취급하는 나라에선 절대 나올 수 없는 '자체 경쟁력'을 프랑스인들은 지니고 있으며, 남 부럽지 않은 '문화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보다 '프랑스 뮤지컬'을 더 높게 쳐주고 있다. 저 쪽 뮤지컬 작품엔 없는 특유의 '품격' 같은 게 불어권 뮤지컬 작품엔 있기 때문에...

지금은 좀 뜸한 상태이지만, 프랑스 뮤지컬은 2005년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 공연 이후 몇 편의 작품이 더 들어오면서 한 때 우리 나라에서 '프랑스 뮤지컬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뒤, 몇몇 불어권 뮤지컬의 한국판(라이센스 공연)까지 만들어지면서 국내에서도 나름의 탄탄한 매니아층을 형성한 상태이다. 그래서, 해당 뮤지컬 공연이 다 끝난 뒤에도 불어권 배우들 초청 & 국내 뮤지컬 배우들로만 이뤄진 <프랑스 뮤지컬 갈라 콘서트> 같은 게 비교적 최근까지도 국내에서 꾸준히 공연되기도 했었다.

한국에서 공연된 프렌치 뮤지컬 작품(내한 공연)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 / 프랑스 뮤지컬
십계(Les Dix) / 프랑스 뮤지컬
돈 주앙(Don Juan) / 캐나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Romeo et Juliette) / 프랑스 뮤지컬


라이센스 버전으로 만들어진 프렌치 뮤지컬 작품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
샹스=챈스(Chance)
벽을 뚫는 남자(Le passe-muraille)
돈 주앙(Don Juan)
로미오 앤 줄리엣(Romeo et Juliette)

프랑스 뮤지컬이 다 '송 쓰루(노래로만 이뤄진 극)' 형식은 아니지만, 연극처럼 대사가 많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비해 '음악(노래)'의 비중이 상당히 큰 편이다. 작품 안에 쓰이는 노래의 특징도 브로드웨이 쪽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인데, '음악적 미덕'은 프랑스 뮤지컬 쪽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캐나다프랑스 등 '불어권 뮤지컬'이 초연되었던 곳에선 웬만한 '대중 가요'를 제치고 '뮤지컬 음악'이 각종 음악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거나 뮤직 어워드에서 큰 상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캐나다 출신인 뤽 플라몽동(Luc Plamondon)은 불어를 사용하는 캐나다 퀘벡과 프랑스 파리에서 천재적인 작사가로 이름을 떨친 불어권 최고의 극작가이며, 한 때 셀린 디옹(Celine Dion) 같은 유명 가수들 곡의 작사를 맡기도 했었다. 프랑스 뮤지컬의 효시 격인 <스타마니아> 외에 <릴리 패션> <지미의 전설> <오페라 서커스> <노트르담 드 파리> 등을 탄생시킨 프랑스 뮤지컬의 대부이다.

작사가 '뤽 플라몽동'

뤽 플라몽동 & '노트르담 드 파리' 초연 배우들

1979년 이 '뤽 플라몽동(작사가)'과 '미셸 베르제(작곡가)'가 프랑스에서 <스타마니아>란 작품을 탄생시켰을 당시 "미국의 브로드웨이나 영국의 웨스트엔드에선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분위기의 뮤지컬~"이란 호평을 받았었다. 뤽 플라몽동 작사의 뮤지컬 <스타마니아(Starmania)>를 비롯하여, 프랑스 뮤지컬 쪽은 '노래 가사가 굉당히 상징적이고 철학적이다~'란 평가를 받고 있다.

프랑스에선 1979년 록 오페라(창작 뮤지컬) <스타마니아>가 히트치면서 '대중 뮤지컬'의 포문을 열게 되었는데, 이 뮤지컬은 지금까지도 프랑스 공연계를 논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전설적인 작품으로 남아 있다. 1979년에 탄생한 이 작품 이후로 프랑스에서 딱히 그럴듯한 뮤지컬이 나오지 않고 있다가, 1998년 <노트르담 드 파리>가 히트치고 그 후 <십계>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대작이 나오면서 브로드웨이 쪽과는 또 다른 프랑스 뮤지컬만의 자체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허나, 프랑스에서 창작 뮤지컬이 대중적으로 먹힐 수 있도록 발판을 깔아준(프랑스 뮤지컬의 뿌리가 된) 작품은 <스타마니아>이다.

뤽 플라몽동 & 미셸 베르제 콤비의 뮤지컬 <스타마니아>는 1979년 초연 이후 80~90년대까지 뉴 버전을 선보이며 꾸준히 공연되었는데, 2000년대 접어들어서도 불어권 뮤지컬 배우들이 각종 공연장에서 뻑하면 <스타마니아>곡을 부르거나 자기 앨범에 리메이크 곡으로 수록하곤 했다. 그만큼, (뤽 플라몽동이 쓴 대본의 힘 뿐 아니라) 미셸 베르제가 작곡한 '음악의 힘'도 강한 뮤지컬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요절한 프랑스의 천재 작곡가 '미셸 베르제'


뮤지컬 <스타마니아> 음악을 작곡한 미셸 베르제(Michel Berger)는 '프랑스에서 이 사람 모르면 간첩'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굉장히 유명한 가수 & 작곡가였다.

프랑스 '팔레 데 콩그레 극장'에서 1979년에 초연된 <스타마니아>의 시간적 배경은 (작품이 올려진 그 당시로선 '미래'에 해당했던) 2000년대이며 '지하 조직을 이끄는 테러리스트(사회 불만 세력), TV 프로그램 여성 사회자, 카페 웨이트리스, 록 가수 지망생, 권력을 가진 억만 장자..' 등 7명의 주인공이 등장하여 '현대삭막대도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일들을 보여준다.

주된 내용은 TV 프로그램의 사회자인 크리스탈이란 여성이 어둠의 조직을 이끄는 남자 테러리스트 조니를 인터뷰하면서 그를 사랑하게 되고 그의 입장을 옹호하게 되는데, 남자 주인공 조니가 크리스탈과의 사랑으로 인해 조직의 뒤를 봐주던 여성 보스 사디아의 명령을 어기게 되자, 사디아의 계략으로 크리스탈은 죽게 되고 조니는 옥에 갇힌다는 이야기이다. 이건 그냥 극의 대략적인 줄기일 뿐이며, 프랑스 록 오페라(창작 뮤지컬)의 시초인 <스타마니아(Starmania)>는 기타 여러 미덕들로 채워진 작품이다.

새로운 연출로 리메이크 된 1993~1994년판 <스타마니아>에선 <노트르담 드 파리>의 원조 시인(그랭구아르 역)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브루노 펠티에(Bruno Pelletier)가 남자 주인공 '조니' 역을 맡기도 했었다. 이 버전 역시 크게 흥행했으며, 프랑스 뿐 아니라 캐나다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뮤지컬 <스타마니아> 대표곡 'Le monde est stone', avec 뤽 플라몽동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1993년에 찍힌 것이어서 약간의 촌스러움이 있음)

이 뮤지컬의 마지막 장면은 극 안에서 '카페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마리-잔느(Marie-Jeanne) 캐릭터가 장식하게 되는데, 이 때 부르는 곡이 뮤지컬 <스타마니아>의 대표 넘버라 할 수 있는 'Le monde est stone(세상은 차가운 돌과 같아)'이다. 'Le monde est stone'은 캐나다 가수 갸후=가루(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원조 콰지모도)셀린 디옹 등이 리메이크해서 부르기도 한 노래이다.

개인적으로 프랑스 뮤지컬 <스타마니아(Starmania)> 음악을 접하게 된 지 몇 년 안됐는데, 이상하게도 이 뮤지컬 대표곡인 'Le monde est stone' 음반 버전을 처음 들었을 때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익숙함'을 느꼈었다. 그래서 참 이상하다 여겼었는데, 이 곡이 한 때 심은하가 출연한 한국 CF 배경 음악으로 쓰인 적이 있는 모양이다.(그 때는 프랑스 뮤지컬 <스타마니아>를 알기 전이어서, TV를 통해 그 곡을 자주 들었어도 그 노래가 그 노래인 줄 몰랐던 때..)

한국 CF의 배경 음악으로 깔린 'Le monde est stone' / 심은하-조이너스

우리 나라 배우 심은하가 은퇴하기 전인 1998년, 그녀가 의류 상품 '조이너스' CF에 출연했을 때 1979년에 초연된 프랑스 뮤지컬 <스타마니아> 대표 넘버이자 엔딩곡인 'Le monde est stone(세상은 차가운 돌과 같아~)'이 배경 음악으로 깔렸다는 사실을 작년 쯤에 확인할 수 있었다.(이 곡은 점차적으로 음이 높게 올라가는 뒷부분이 압권인데, 이 CF엔 곡의 앞부분만 나와서 좀 아쉬웠음)

한 때 우리 집에도 심은하가 출연한 '조이너스' 의류 카달로그가 지속적으로 날아오던 때가 있었다.(그 후, 이사를 하게 되면서 그 카달록 하고도 결별하게 되었지만...) 당시 심은하의 미모가 한창 물올랐을 때라 그 때의 그 분위기를 참 좋아했었고 해당 브랜드와의 매칭률도 꽤 좋은 편이라 여겼었는데, 한국 CF에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가 등장했단 사실을 알고서 새삼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뤽 플라몽동의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꽤 좋아하지만, 그 이전에 그가 만든 <스타마니아> 쪽에 좀 더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뤽 플라몽동 작품은 굳이 장르를 분류하자면 '사회 고발물'에 가까운데, 그런 그의 작품 특성이 더 많이 반영된 게 1979년에 나온 <스타마니아> 같기에...

스타마니아(Starmania)

프랑스 뮤지컬<스타마니아> 1989년 멤버

<스타마니아(Starmania)> 수록곡 관련해서 이제껏 발매된 음반 수만 해도 엄청나게 많으며, 1977년에 만들어지고 1979년에 초연된 뒤 20년 넘게 무대에 올랐던 이 뮤지컬을 거쳐 간 배우들도 참 많다. 작년 쯤엔가, 우리 나라에서도 '라이센스 버전'으로 뮤지컬 <스타마니아>가 공연될 예정이었는지 '세종 문화 회관' 대관 일정에 잡혀 있었는데, 어느새 소리 소문없이 취소되기도 했었다.

만일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으로 올렸다면 '프랑스 뮤지컬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스타마니아>의 좋은 노래들도 국내에서 더 많이 알려졌을텐데, 그런 점에서 좀 아쉽다. 작사가 뤽 플라몽동(Luc Plamondon)이 몇 년 전에 인터뷰 하기론 뮤지컬 <스타마니아>를 '영화'로 만든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아직까지 진척이 없는지 감감 무소식이다.

언젠가는 꼭, 그 말대로 '뮤지컬 <스타마니가>'가 영화로 제작되어서 더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지길 바란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천재 작곡가로 알려진 미셸 베르제(Michel Berger)가 작곡한 <스타마니아> 수록곡들 중에는 대표곡인 'Le monde est stone' 외에도 주옥 같은 곡들이 정말 많은데, 그 좋은 노래들이 '일부 매니아층' 사이에서만 회자되고 '일반 대중들'에게 묻히기엔 너무나 아까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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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