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우리 나라에서도 내한 공연/라이센스 공연이 다 이뤄졌던 뮤지컬 <돈 주앙(Don Juan)>은 14세기 스페인의 전설적인 호색가인 '돈 주앙'을 소재로 한 작품이며, '몰리나의 원작+몰리에르의 희곡+모차르트의 오페라' 등 3가지 버전을 혼합하여 연출가 질 마으(Gilles Maheu/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연출가) & 작곡가 펠릭스 그레이(Felix Gray)가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캐나다 뮤지컬'에 속하는 이 작품의 스토리 자체는 다소 전형적이고 단순한 편이다. 꼬시는 족족 모든 여자들이 다 넘어오는 '마성의 남자 돈 주앙'이 한동안은 이 여자 저 여자 찝적거리며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진짜 '마음으로 사랑하게 된 여인(마리아)'을 만나고부터는 한 여인에 대한 사랑에 목숨 거는 '순정파 남자'로 변모하게 되는데, 결국 그 '사랑' 때문에 죽게 된다는 내용이다.
덕분에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 자체는 좀 단선적이고 밋밋한 편이다. 그걸 연기한 배우의 가창력이나 연기력은 아주 좋지만, 극의 스토리 라인이나 캐릭터 자체는 무척 전형적인 편에 가깝다. 오래 된 이야기를 대중적 장르인 '뮤지컬'에 맞춰, 그것두 '현대적'으로 각색하다 보니 기존의 돈 주앙 스토리에 나왔던 '인과응보적인 결말'이 많이 희석되고, 극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낭만적 감성'에 호소하는 경향이 짙다.
그런 식으로 각색되어졌기에 이 뮤지컬 이야기가 더 편하게 다가오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그런 각색이 한 편으론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약한 듯한 이 극의 '드라마(스토리)'적인 요소는 큰 아쉬움을 남긴다. 예를 들자면.. 이 극의 주인공인 '돈 주앙'은 오만 여자 다 울리고 다니는 '천하의 호색한'인데, 그 설정을 장면 장면을 통해 세심하게 묘사하는 게 아니라 등장 인물들이 내뱉는 대사로써 다 설명해 버리고, 그걸 여러 번 반복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주입시키는 그런 식이다.
또한, 주요 인물들의 '감정 묘사'에 치중해야 할 타이밍에 자꾸만 '집시 악단' 등장씬이나 '댄서들의 단체씬 or 독무대'가 들어가니 극의 흐름이 끊어진다는 느낌도 있다. 물론,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집시 악단과 플라멩코 댄서들은 이 뮤지컬의 '볼 만함'에 55% 이상의 도움을 주는 이들이다. 그런데.. 그것은 이 뮤지컬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뮤지컬 <돈 주앙> 2막 '돈-주앙과 라파엘의 결투' 장면 직전에 나오는
치코 악단 & 플라멩코 댄서들의 '슬픔에 빠진 안달루시아' / <돈 주앙>은
'플라멩코 댄서 팀이 반은 먹여 살리는 뮤지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에 한국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불어권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나 <로미오 앤 줄리엣(Romeo et Juliette)>에서도 '연기와 노래를 담당하는 가창자'와 분리되는 '댄서'들이 극 전반적으로 큰 비중으로 등장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극 중 인물의 '심리 묘사'를 도와주거나 극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배경'으로써만 존재했었다.
허나 <돈 주앙>의 경우엔 플라멩코 댄서팀이 등장하는 씬에서 '각각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극 안의 등장 인물'들이 (주객전도 격으로) 잠시 '뒤에서 추임새나 넣는 배경 모드'가 되어버리는지라, <돈 주앙>이란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보는 게 아닌 '플라멩코 댄서들의 공연 or 화려한 쇼'에 '돈 주앙 이야기'가 꼽사리 낀 느낌이 들 때가 많다는 거다. 그런 화려한 쇼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건 사실이지만, 뮤지컬 <돈 주앙(Don-Juan)>의 경우엔 그런 '극의 장식들'에 너무 신경 쓰다 보니 정작 '극의 핵심'인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과 드라마적인 완성도를 놓쳐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 극 안에서, 여러 여자들을 자기 멋대로 갖고 놀아도 결코 '마음'만은 주지 않던 '돌 같은 가슴'의 돈 주앙은 일전에 그와의 결투에서 목숨을 잃어 '석상'이 된 자로부터 저주를 받고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 여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헌데, 이 여인(마리아)은 이미 약혼자(라파엘)가 있는 사람이다.
나름 심각한 '삼각 관계'인 셈인데, 그런 관계들은 2막에 가서야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휘리릭~ 끝나버리고 주인공 돈 주앙은 '한 여인을 사이에 둔 라파엘과의 결투'에서 다소 싱겁게 죽음을 맞이한다. 실컷 다 이겨놓고 일부러 칼을 놓아 버리는데.. 돈 주앙이 그러고 있는 사이, 라파엘이 갑작스레 돈 주앙을 찔러버려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결말~ 그런데, 그 대목이 명확하게 연출되지 않고 다소 흐지부지 처리된 감이 있다. 알려진 것처럼 '돈 주앙이 자진해서 라파엘의 칼에 찔려 죽은 것인지..' 아님 '라파엘이 비겁해서, 상대가 방심하는 사이 그를 찌른 것인지..?'가 말이다.
전자라면 돈 주앙의 행동 동기가 많이 애매하고, 후자라면 서브 남주인 라파엘 캐릭터가 좀 이상해진다.(이 극 안에서 약혼자를 바람둥이 돈 주앙에게 빼앗긴 라파엘은 '약자'이자 '불쌍한 남자' 캐릭터이지,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당' 캐릭터는 아니기에...) 뮤지컬 <돈 주앙> 1막에서 호색한 돈 주앙의 '바람둥이 행각'을 좀 더 부각시키고, '죽음'까지 결부된 세 주인공의 '삼각 관계'를 보다 심혈을 기울여서 그려내거나, 그들의 '심리 묘사'를 더 세밀하게 했다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좁은 무대라는 '공간적 제약'과 2시간의 '시간적 제약'을 받고 있는 '뮤지컬' 장르의 한계를 생각한다면, '들을 거리 & 볼 거리'들로 꽉~차 있는 뮤지컬 <돈 주앙>은 '기분 전환용'으로 꽤 볼 만한 작품이기도 하다. 한 때 라이선스 공연으로 올라간 작품인지라, 우리 나라에서도 정식으로 뮤지컬 <돈 주앙>의 CD와 DVD가 발매된 바 있다. 이 작품 안에 나오는 플라멩코 팀의 댄스나 펠릭스 그레이(Felix Gray) 특유의 '무르익은 성인 가요'풍의 노래들은 특히 이 계절에 딱 어울리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캐나다 뮤지컬'에 속하는 이 작품의 스토리 자체는 다소 전형적이고 단순한 편이다. 꼬시는 족족 모든 여자들이 다 넘어오는 '마성의 남자 돈 주앙'이 한동안은 이 여자 저 여자 찝적거리며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진짜 '마음으로 사랑하게 된 여인(마리아)'을 만나고부터는 한 여인에 대한 사랑에 목숨 거는 '순정파 남자'로 변모하게 되는데, 결국 그 '사랑' 때문에 죽게 된다는 내용이다.
덕분에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 자체는 좀 단선적이고 밋밋한 편이다. 그걸 연기한 배우의 가창력이나 연기력은 아주 좋지만, 극의 스토리 라인이나 캐릭터 자체는 무척 전형적인 편에 가깝다. 오래 된 이야기를 대중적 장르인 '뮤지컬'에 맞춰, 그것두 '현대적'으로 각색하다 보니 기존의 돈 주앙 스토리에 나왔던 '인과응보적인 결말'이 많이 희석되고, 극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낭만적 감성'에 호소하는 경향이 짙다.
그런 식으로 각색되어졌기에 이 뮤지컬 이야기가 더 편하게 다가오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그런 각색이 한 편으론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약한 듯한 이 극의 '드라마(스토리)'적인 요소는 큰 아쉬움을 남긴다. 예를 들자면.. 이 극의 주인공인 '돈 주앙'은 오만 여자 다 울리고 다니는 '천하의 호색한'인데, 그 설정을 장면 장면을 통해 세심하게 묘사하는 게 아니라 등장 인물들이 내뱉는 대사로써 다 설명해 버리고, 그걸 여러 번 반복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주입시키는 그런 식이다.
또한, 주요 인물들의 '감정 묘사'에 치중해야 할 타이밍에 자꾸만 '집시 악단' 등장씬이나 '댄서들의 단체씬 or 독무대'가 들어가니 극의 흐름이 끊어진다는 느낌도 있다. 물론,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집시 악단과 플라멩코 댄서들은 이 뮤지컬의 '볼 만함'에 55% 이상의 도움을 주는 이들이다. 그런데.. 그것은 이 뮤지컬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치코 악단 & 플라멩코 댄서들의 '슬픔에 빠진 안달루시아' / <돈 주앙>은
'플라멩코 댄서 팀이 반은 먹여 살리는 뮤지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에 한국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불어권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나 <로미오 앤 줄리엣(Romeo et Juliette)>에서도 '연기와 노래를 담당하는 가창자'와 분리되는 '댄서'들이 극 전반적으로 큰 비중으로 등장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극 중 인물의 '심리 묘사'를 도와주거나 극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배경'으로써만 존재했었다.
허나 <돈 주앙>의 경우엔 플라멩코 댄서팀이 등장하는 씬에서 '각각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극 안의 등장 인물'들이 (주객전도 격으로) 잠시 '뒤에서 추임새나 넣는 배경 모드'가 되어버리는지라, <돈 주앙>이란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보는 게 아닌 '플라멩코 댄서들의 공연 or 화려한 쇼'에 '돈 주앙 이야기'가 꼽사리 낀 느낌이 들 때가 많다는 거다. 그런 화려한 쇼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건 사실이지만, 뮤지컬 <돈 주앙(Don-Juan)>의 경우엔 그런 '극의 장식들'에 너무 신경 쓰다 보니 정작 '극의 핵심'인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과 드라마적인 완성도를 놓쳐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 극 안에서, 여러 여자들을 자기 멋대로 갖고 놀아도 결코 '마음'만은 주지 않던 '돌 같은 가슴'의 돈 주앙은 일전에 그와의 결투에서 목숨을 잃어 '석상'이 된 자로부터 저주를 받고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 여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헌데, 이 여인(마리아)은 이미 약혼자(라파엘)가 있는 사람이다.
나름 심각한 '삼각 관계'인 셈인데, 그런 관계들은 2막에 가서야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휘리릭~ 끝나버리고 주인공 돈 주앙은 '한 여인을 사이에 둔 라파엘과의 결투'에서 다소 싱겁게 죽음을 맞이한다. 실컷 다 이겨놓고 일부러 칼을 놓아 버리는데.. 돈 주앙이 그러고 있는 사이, 라파엘이 갑작스레 돈 주앙을 찔러버려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결말~ 그런데, 그 대목이 명확하게 연출되지 않고 다소 흐지부지 처리된 감이 있다. 알려진 것처럼 '돈 주앙이 자진해서 라파엘의 칼에 찔려 죽은 것인지..' 아님 '라파엘이 비겁해서, 상대가 방심하는 사이 그를 찌른 것인지..?'가 말이다.
전자라면 돈 주앙의 행동 동기가 많이 애매하고, 후자라면 서브 남주인 라파엘 캐릭터가 좀 이상해진다.(이 극 안에서 약혼자를 바람둥이 돈 주앙에게 빼앗긴 라파엘은 '약자'이자 '불쌍한 남자' 캐릭터이지,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당' 캐릭터는 아니기에...) 뮤지컬 <돈 주앙> 1막에서 호색한 돈 주앙의 '바람둥이 행각'을 좀 더 부각시키고, '죽음'까지 결부된 세 주인공의 '삼각 관계'를 보다 심혈을 기울여서 그려내거나, 그들의 '심리 묘사'를 더 세밀하게 했다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좁은 무대라는 '공간적 제약'과 2시간의 '시간적 제약'을 받고 있는 '뮤지컬' 장르의 한계를 생각한다면, '들을 거리 & 볼 거리'들로 꽉~차 있는 뮤지컬 <돈 주앙>은 '기분 전환용'으로 꽤 볼 만한 작품이기도 하다. 한 때 라이선스 공연으로 올라간 작품인지라, 우리 나라에서도 정식으로 뮤지컬 <돈 주앙>의 CD와 DVD가 발매된 바 있다. 이 작품 안에 나오는 플라멩코 팀의 댄스나 펠릭스 그레이(Felix Gray) 특유의 '무르익은 성인 가요'풍의 노래들은 특히 이 계절에 딱 어울리는 분위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