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뮤지컬

프랑스 3대 뮤지컬 소개 (2)로미오와 줄리엣

타라 2010. 12. 14. 23:43
1990년대 말에, 프랑스에서 뤽 플라몽동 & 리카르도 코치안테 콤비의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가 크게 히트친 뒤 대작인 <십계(Les dix)>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 등이 흥행하면서 이 세 작품은 '프랑스 3대 뮤지컬'로 자리잡게 되었다. 세 편 모두 '프랑스 팀 내한 공연'을 각각 두 차례씩 가진 적이 있기에, 국내에서도 꽤 많이 알려진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그 중 <노트르담 드 파리>와 <로미오 앤 줄리엣>은 우리 나라 출연진으로 구성된 라이센스 버전이 탄생하기도 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경우, 한국의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한 국내 버전 1차 공연 때는 임태경과 신성록이 '로미오' 역/김소현과 박소연이 '줄리엣' 역을 맡았었고, 2차 공연 때에는 새로운 멤버로 김수용과 전동석이 '로미오' 역/최지이가 '줄리엣' 역을 연기한 바 있다.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 작사/작곡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은 그 안에 나오는 뮤지컬 넘버들이 정말 예술인데, 개인적으로 '프랑스 3대 뮤지컬'에 속하는 세 작품들 중 제라르의 <로미오 앤 줄리엣> 음악을 가장 선호한다. 프랑스에서 이 작품을 본격적으로 무대에 올리기 전인 2000년에 <로미오와 줄리엣> 초연 멤버들이 녹음한 음반을 발매한 적이 있다. 이 음반을 구입한 지 꽤 되었고, 무척 자주 들었음에도 몇 년이 지나도 별로 질리지 않는 느낌이다.

*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이 국내에서 <로미오 앤 줄리엣>으로 불려진 사연 *

이 작품은 그냥 우리 식으로 풀어서 쓰면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워낙에 유명하고 영화로도 여러 편 만들어졌기에, 당시 국내 공연을 올린 제작사에선 그것과 '차별화'시키기 위해 일부러 주인공 이름에다 영어 'and'를 지칭하는 '앤'을 집어넣어서 <로미오와 줄리엣> 대신 <로미오 앤 줄리엣>이란 공연 타이틀을 사용하게 되었다~(조사를 '영어' 식으로 표기하느냐 '한국어' 식으로 표기하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똑같은 말이다..)

제라르 프레스귀르빅이 작곡한 이 뮤지컬 2000' 오리지널 음반 수록곡 37곡 중 'Les roi du monde(세상의 왕들)', 'Aimer(사랑한다는 건)', 'Verone(베로나)' 등은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던 유명한 곡들에 속한다. 그 외에도, 이 뮤지컬 음반엔 품격 있으면서 듣기 좋은 '주옥같은 곡'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제라르의 이 뮤지컬 곡들은 전반적으로 리듬감도 좋고, 멜로디도 좋은 편이다..

영주, 앙상블 - Verone & 양가 싸움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초연 버전

그 안에 나오는 노래들이 정말 좋은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2001년 프랑스에서의 초연 당시 1년 동안 매진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당시 이 작품을 기획하고 작사/작곡한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은 흥행이 보장된 유명 가수나 배우를 캐스팅하는 대신 '유명하진 않지만 재능 있는 신인'을 발탁했다. 이 작품 안에 나오는 '로미오'와 '줄리엣' 자체가 10대 중반의 어린 나이로, 아직은 미성숙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뮤지컬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기획한 그의 생각은 맞아떨어졌고, 당시 거의 신인이나 마찬가지였으며 나잇대도 원작 주인공들처럼 10대였던 '줄리엣' 역의 세실리아 카라(Cecilia Cara)와 '로미오' 역의 다미앙 사르그(Damien Sargue)는 프랑스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이 작품을 '프랑스 3대 뮤지컬' 반열에 올려 놓았다. 물론 여기엔 제라르가 만든 곡의 미덕과 레다의 안무, 품격 있으면서 스케일 큰 무대, 역할에 맞게 캐스팅된 초연 배우들의 열연, 환상 호흡을 자랑하던 초연 앙상블의 공도 있었다.

크게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이 뮤지컬은 프랑스 관객과 전문가들로부터 호평 받았으며, 유럽 전역에서 로컬 버전이 만들어졌다. 최근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도 이 작품을 자국어 버전으로 무대에 올린 바 있다. 2001~2002년 초연 당시 '파리에서의 공연을 담은 DVD와 관련 음반'은 1억장 이상이 팔려나가 플레티넘 유럽 어워드(Platinum Europe Award)를 수상하기도 했었다.

이 뮤지컬 2001~2002년 때의 초연 당시 (원작의 줄리엣처럼) 정말 '10대의 나잇대'여서

뭔가 미성숙해 보이면서 아기처럼 풋풋했던 '세실리아 카라(Cecilia Cara)의 줄리엣'..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은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이 작곡한 노래들과 오리지널 안무가인 레다(Redha)의 안무(프랑스 댄서들의 춤)로 기본 55% 정도 먹고 들어가는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뮤지컬이 내겐 굉장히 특별한 작품이다.

그간 (그렇게 많이는 아니더라도) 브로드웨이 or 웨스트엔드 쪽 뮤지컬이나 한국 창작 뮤지컬, 프랑스를 비롯하여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건너 온 뮤지컬 등 다양한 작품들을 공연장에서 직접 접해 보았는데, 내가 '머리털 나고 본 뮤지컬'들 중 '공연장에서 가장 엄청난 삘을 받고 돌아온 작품'이 바로 제라르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 Juliette)> 내한 공연이었기에 말이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내한 공연을 1층에서 본 적도 있지만, 작년 내한 공연 때 3층에서 관람한 적이 있었다. 보통 뮤지컬을 3층에서 보면 무대와 거리가 너무 멀기에 배우들 얼굴도 잘 안보이고 '그 안에 나오는 넘버들이 별로'면 정말 극에 몰입 안되면서 '지루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1막 첫 장면부터 시작해서 그 이후에 주루룩 나오는 '노래(음악)'들이 워낙에 좋아서 발 까딱까딱~하면서 그 리듬과 멜로디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감흥을 느낄 수 있었으며, 그 때의 기억은 지금까지도 아주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2001년 초연 때의 오리지널 공연 모습을 담은
실황 DVD와 초연 멤버들이 녹음한 음반(국내에서도 정식 발매되어 판매 중이다..)

사람들마다 작품을 감상하는 포인트나 감흥을 느끼는 지점이 다 다를텐데, 개인적으로 무대나 의상이 아무리 요란하고 화려해도 브로드웨이 쪽 뮤지컬처럼 '대사'가 너무 많이 나오거나 작품 안에서 불리워지는 '노래'의 멜로디가 별로인 뮤지컬엔 큰 감흥을 못 느끼는 경향이 있다.

고전적인 듯 하면서 현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 작곡의 <로미오 앤 줄리엣> 넘버들'은 편안하게 휘감기면서도 특유의 품격까지 있어, 이 뮤지컬 관련 음반은 기존에 접해 본 '뮤지컬 음악'들 중 가장 즐겨 듣는 나만의 기호품이 되었다.

작곡가 제라르가 이끈 <로미오 앤 줄리엣> 프랑스 팀은 2001~2002년 '초연' 이후, 2007년 아시아 투어(한국/대만 공연) 때 '뉴 버전 공연'을 선보였다. 뉴 버전에선 전반적인 배우진과 무대 의상, 세트, 안무, 연출, 곡 순서 등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2009년 한국에서의 앵콜 공연 때는 그 뉴 버전 공연에서 조금 더 변형을 가했으며, 2010년 프랑스 공연 때는 또 내용이 조금 달라진 모양이다.

<로미오 앤 줄리엣> 뉴 버전 내한 공연 삼총사(벤볼리오, 로미오, 머큐시오)


개인적으로 <로미오 앤 줄리엣> 작년(2009년) 내한 앵콜 공연 때의 곡 구성이 그럭저럭 괜찮아서 큰 감흥을 받았는데, (조금 오버해서) 작년 한 해동안 내가 '제일 행복하다고 느꼈을 때'가 '프랑스 팀이 공연한 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던 순간'이라 기억하고 있다. 한마디로 '문화적 충격' 제대로~ 그 이후에도 다양한 뮤지컬 작품을 봤지만 내 취향은 역시 '프랑스 뮤지컬' 쪽인지, 여타 뮤지컬들이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 공연이나 <로미오 앤 줄리엣> 내한 공연처럼 큰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 그만큼,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나 <로미오와 줄리엣>은 내게 각별한 뮤지컬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완전 창작은 아닐지라도, 기본적으로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작품'으로 많이 알려진 <로미오와 줄리엣>의 내용은 온 대중들이 많이들 알고 있는 내용이다.

서로 원수 집안인 '몬테규가'의 아들 로미오와 '카풀렛가'의 딸 줄리엣이 '가면 무도회에서의 첫만남' 때 눈 맞아서 가족들 몰래 로렌스 신부님의 주례로 비밀 결혼식을 올렸는데, 원래 줄리엣 아버지는 딸을 '자기 가문의 이득에 도움 되는 재력가 파리스'에게 시집 보낼려고 했었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로미오와 신부님


평소에도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며 서로를 미칠듯이 증오해 왔던 양 가문의 아이들.. 그 중 줄리엣 친척인 티볼트와 로미오 친구인 머큐시오는 '원수 집안 커플'의 결합으로 더 첨예하게 대립하게 되고, 로미오는 그 둘의 싸움을 말리려 했지만 상황이 공교롭게 돌아가서 로미오가 말리던 중 머큐시오가 티볼트의 칼에 찔려 죽게 된다.

친구의 죽음에 분노하던 로미오는 자기도 모르게 티볼트를 찔러 죽이게 되고, 베로나를 통치하던 영주는 고민 끝에 그런 로미오를 만투아로 추방한다. 둘이 비밀 결혼한 줄 모르는 카풀렛가에선 줄리엣과 파리스의 결혼을 서두르고, 줄리엣은 로렌스 신부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에, 신부님은 그 둘의 결합을 계기로 양 집안과의 화해를 도모하기 위해 '가짜 약물 프로젝트'를 벌이기로 한다.

로렌스 신부는 줄리엣에게 몇 십 시간 동안 '가사 상태'에 빠지는 약을 주고, 그 약을 먹은 채 쓰러져 있던 줄리엣을 발견한 식구들은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하며 장례 지낸 뒤 가문의 납골당에 안치한다. 신부님은 사환을 시켜 '실은 줄리엣이 진짜 죽지 않았다고, 로미오에게 줄리엣을 데리러 오라는 편지'를 보내지만, 그 소식을 이미 들은 로미오는 사환의 편지가 전해지기 전에 납골당에 도착하여 그녀가 죽은 줄 알고 독약 먹고 자결한다.

그제서야 깨어난 줄리엣 역시 로미오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없다며, 로미오 허리춤에 있던 칼로 그를 따라 죽는다. 뒤늦게 그곳에 와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을 목격한 신부님은 슬퍼하고, 그들의 죽음 이후 '몬테규가'와 '카풀렛가' 사람들은 뼛속 깊이 반성하며 영주님의 중재로 서로 '화해'하게 된다.

이런 스토리인데.. 1968년에 나온 영화 버전(레오나드 위팅 & 올리비아 핫세 주연)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 원작 내용을 비교적 충실히 따라가고, 2001년에 초연된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에선 '의인화 된 죽음' or '죽음의 여신'을 등장시켜 주인공들이 '간발의 시간 차'로 죽은 게 아니라 '죽음의 여신이 직접 개입하여 로미오에게 전달되려던 편지를 찢어버린 것'으로.. 어떤 '운명적인 요인'에 의해 그 둘이 죽음에 이르게 된 것으로 처리했다. 그것이 셰익스피어가 쓴 <로미오와 줄리엣> 원작 & 영화 버전과 제라르가 만든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오리지널 공연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이나 '영화' 버전에 나오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간발의 시간 차이를 일으킨 <운명의 장난>에 의해 희생당한 '비극적인 희생양 커플'의 느낌이 강했다면, '프랑스 뮤지컬 초연 DVD'에 나오는 로미오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죽음(=아름다운 La mort)에게 매혹당하여 그 세계를 동경해 왔다가 운명처럼 그것에 이르게 된 것>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와 결혼한 '줄리엣'이야, 둘이 일심동체니까 자연스레 그렇게 죽은 '로미오'를 따라가는 것이고...

그런 류의 '허무주의적 & 운명론적 색깔'을 입히기 위해서인지, 이 뮤지컬의 로미오는 1막 초반부터 곧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는 듯한 'J'ai peur(난 두려워)'란 곡을 부르기도 한다. 이 뮤지컬에 나오는 로미오의 몇 안되는 솔로곡인데, 정말 듣기 좋은 노래이다.

다미앙 사르그(Damien Sargue) - 난 두려워(J'ai peur)

우리 나라에선 이런 방식이 좀 생소하지만, 독일어권이나 불어권 작품들에선 '죽음, 사랑, 증오' 류의 <추상적 의미의 단어>를 <극의 한 캐릭터>로 등장시키기도 한다. 예전에 이 뮤지컬을 봤을 때에는 중간에 '로미오에게 전달될 편지'를 가로채고 양 가문 아이들 곁을 맴돌던 이 '죽음' 캐릭터가 무시무시하고 위압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최근에 이 작품을 다시 보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이승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정 든 사람들과 헤어지게 만들고 사람의 숨을 끊어놓는 죽음'은 무서운 개념이지만, 가장 저차원적이라는 '물질 세계' 이상의 차원을 한 번 사고해 본다면 인간이 죽고 나서 가는 저승에 이르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세계'가 펼쳐질 수도 있으므로...

이 뮤지컬 안에서 '친구들이랑 몰려다닐 땐 나름 재미나게 지내면서도, 자기도 모를 허무주의에 빠져 혼자 고뇌하는 사색적인 로미오'는 날만 새면 난폭하게 싸워대는 양 가문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은근슬쩍 두려워 하면서도 '죽음의 세계'를 동경하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끊임없이 허무주의자 로미오를 유혹하는 '매혹적인 죽음'

이 극(초연 때의 공연 실황을 담은 DVD)에 나오는 '죽음'이 비록 편지를 가로채어 둘을 엇갈리게 만들기는 했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고난 뒤에 안느 마노(Anne Mano)의 죽음이 '야릇한 엄마 미소'로 그 둘을 바라보는 게 좀 인상적이었는데.. 그 때문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 뮤지컬 안에 등장하는 '죽음의 여신(La mort)'은 어차피 '그들이 처한 현실이 너무 시궁창이고, 원수 집안 애들인 로미오와 줄리엣은 쉽게 허락 받기 힘들고, 중간에 줄리엣을 탐내는 파리스(권위적 가장인 줄리엣 아빠가 적극 미는 사윗감)도 끼어있고, 그 납골당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둘이 도망가서 산다 해도 귀족처럼 자란 애들이 고생하며 사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기에 '죽음'으로써 그 둘을 맺어주려 했던 건 아닐까 하는.. 뭐, 그런 생각?

물론 이 극에 나오는 '여성 죽음'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질투하는 캐릭터로 나오기도 하지만, 어차피 특정한 배우가 색깔을 입힌 '연기자 등장하는 극(영화, 연극, 드라마, 뮤지컬 등..)'은 누가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관객들이 느끼는 감흥이 조금씩 달라지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 뮤지컬 초연 DVD에 나오는 '죽음의 여신(La mort)'이 그닥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질투하게 생기지는 않았다. 극 안에서 보여주는 행동도 오히려 '로미오의 연인인 줄리엣을 귀여워하는 뉘앙스'에 가깝고...

아무리 사랑해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데.. 마침 이 뮤지컬 안에 나오는 '죽음(La mort)'은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그녀)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죽어도 좋다~>를 외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기에, '원래부터 죽음을 동경했던 허무주의자 로미오와 그를 사랑하게 된 줄리엣이 양 가문의 거친 싸움터 베로나를 벗어나 영원한 안식을 맞을 수 있는 죽음의 세계에 매혹 당했다~'로 해석해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극이 될 것 같았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초연 버전 DVD에 나오는 우아한 죽음(의 여신)


물론 이런 식의 해석엔 캐스팅이나 출연 배우의 매력도 한 몫 한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뉴 버전 공연'이 탄생한 이후에 '죽음' 역을 맡게 된 연기자들은 이 작품 '오리지널 공연' DVD에 나오는 죽음의 여신처럼 강렬하게 우아하거나 매혹적이지 않고 분장이 더 무서워졌기에, 일각에선 '이 버전의 죽음은 과거에 로미오 좋아했다가 거절당해서 죽은 여자애가 처녀 귀신이 되어 로미오와 줄리엣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돌았으니 말이다..

같은 역할임에도, 어떤 '배우'가 연기하고 '의상'이나 '분장' & 연출자의 극 '연출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서 캐릭터 느낌이 영 달라지는 것이다. 이 작품의 경우, 한 쪽(초연 버전)은 <로미오 커플을 유혹하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의 죽음의 여신>으로, 또 한 쪽(뉴 버전)은 <앙심 품고 로미오 커플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처녀 귀신> 쯤으로 이 '죽음 캐릭터'에 대한 평가가 갈렸다.

어떤 면에서 보면, 바로 이런 게 '뮤지컬'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일정한 스토리를 가진 '동일한 극'일지라도 연출자의 의도나 배우들의 캐릭터 해석 or 비주얼, 연기 느낌에 따라 (극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각각 다른 해석을 하는 게 가능해지니 말이다..